“구청이 운영해 믿었는데”…반려견 놀이터서 개물림 사고

입력 2021.11.13 (15:22) 수정 2021.11.1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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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30일, 안 모 씨가 대형견에게 물린 직후 촬영한 사진지난 9월 30일, 안 모 씨가 대형견에게 물린 직후 촬영한 사진

반려동물 1,500만 시대가 되면서 '반려동물 놀이터'를 찾는 사람이 많습니다. 비교적 넓은 야외 공간에서 주인과 반려견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입니다. 각 지자체에서도 주민 복지 차원에서, 반려동물과 사람이 안전하게 뛰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서울의 한 반려동물 놀이터에서 '개물림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구청이 관리해오던 시설에서 일어난 일인데, 사고 당시 담당자조차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 도착 5분 만에 일어난 '개물림 사고' …"신경까지 손상"

30대 안 모 씨는 지난 9월 말,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당고개 반려견 임시 놀이터'를 찾았습니다. 키우고 있던 반려견 두 마리와 좀 더 넓은 공간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방문했습니다.

하지만 놀이터에 도착한 지 5분도 채 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주차장에서 놀이터로 이동하던 중, 입구에 목줄 없이 방치된 대형견 한 마리가 눈에 띄었습니다. 위험을 감지할 틈도 없이, 대형견은 곧바로 안 씨와 반려견을 공격했습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안 씨는 자신이 다친 줄도 몰랐다고 합니다.

뒤늦게 달려온 대형견의 주인이 개를 떼어 놓으면서 상황은 일단락됐습니다. 하지만 이미 안 씨와 반려견 모두 다친 상황. 안 씨는 곧바로 응급실로 후송됐습니다. 왼쪽 발목뼈가 드러나 살을 봉합하는 수술을 한 안 씨는 신경이 손상됐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한 달 넘게 지난 지금도 안 씨는 병원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안 씨는 "지금까지 병원비로 백만 원 정도 썼고, 반려견도 함께 다쳐 정신적 충격도 크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구청이 운영하는 놀이터라 믿고 간 것인데, 관리자나 안전 요원도 없는 상황에서 이런 사고가 발생했다"고 토로했습니다.

안 씨가 발목 수술을 받은 직후 촬영한 사진안 씨가 발목 수술을 받은 직후 촬영한 사진

■ 대형견 주인 "개를 사랑해서"…구청 "담당자 추가 배치"

안 씨를 공격한 대형견은 반려견 놀이터 인근 무허가 건물에 거주하는 60대 남성이 키우는 개 다섯 마리 중 한 마리였습니다. 이 60대 남성은 목줄과 입마개 없이 개를 풀어놓은 이유에 대해 "개를 사랑하기 때문에"라고 피해자에게 말했다고 합니다.

반려견 놀이터를 관리하는 노원구청은 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 유감이라는 뜻을 전했습니다. 다만 견주인 60대 남성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여서 피해 견주에게 보상을 하기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노원구청 관계자는 "해당 남성은 현재 키우던 대형견들을 다른 곳으로 입양 보내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사고 당일 구청 관리자가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놀이터에 공공근로자 1명이 상시 근무하는데, 당일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사고 이후 공공근로자를 추가로 배치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안 씨는 사고 당일 공공근로자가 아예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구청 측이 자신에게 '예산 문제로 공공근로자를 배정할 수 없었다'는 설명까지 했다며, 담당자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사고가 났다는 구청의 해명은 거짓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당고개 반려견 임시놀이터사건이 발생한 당고개 반려견 임시놀이터
■ "목줄도 입마개도 없어"…경찰, 수사 착수

소방청에 따르면, 하루 평균 6명 이상이 개 물림 사고를 당하고 있습니다.

안 씨를 문 대형견은 도사견의 잡종으로 추정됩니다. 동물보호법에선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로트와일러 등 5종류와 그 잡종의 개를 '맹견'으로 분류합니다.

법에 명시된 '맹견' 주인은 개에게 입마개와 목줄을 채울 의무가 있습니다. 이를 위반해 누군가를 다치게 할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을 물어야 합니다. 사고 당일, 안 씨를 다치게 한 개에겐 목줄도, 입마개도 채워져 있지 않았습니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지난달 8일, 안 씨가 대형견의 주인을 상대로 낸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해 왔습니다. 경찰은 대형견 주인에게 과실치상 혐의나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송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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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청이 운영해 믿었는데”…반려견 놀이터서 개물림 사고
    • 입력 2021-11-13 15:22:45
    • 수정2021-11-13 16:34:55
    취재K
지난 9월 30일, 안 모 씨가 대형견에게 물린 직후 촬영한 사진
반려동물 1,500만 시대가 되면서 '반려동물 놀이터'를 찾는 사람이 많습니다. 비교적 넓은 야외 공간에서 주인과 반려견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입니다. 각 지자체에서도 주민 복지 차원에서, 반려동물과 사람이 안전하게 뛰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서울의 한 반려동물 놀이터에서 '개물림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구청이 관리해오던 시설에서 일어난 일인데, 사고 당시 담당자조차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 도착 5분 만에 일어난 '개물림 사고' …"신경까지 손상"

30대 안 모 씨는 지난 9월 말,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당고개 반려견 임시 놀이터'를 찾았습니다. 키우고 있던 반려견 두 마리와 좀 더 넓은 공간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방문했습니다.

하지만 놀이터에 도착한 지 5분도 채 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주차장에서 놀이터로 이동하던 중, 입구에 목줄 없이 방치된 대형견 한 마리가 눈에 띄었습니다. 위험을 감지할 틈도 없이, 대형견은 곧바로 안 씨와 반려견을 공격했습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안 씨는 자신이 다친 줄도 몰랐다고 합니다.

뒤늦게 달려온 대형견의 주인이 개를 떼어 놓으면서 상황은 일단락됐습니다. 하지만 이미 안 씨와 반려견 모두 다친 상황. 안 씨는 곧바로 응급실로 후송됐습니다. 왼쪽 발목뼈가 드러나 살을 봉합하는 수술을 한 안 씨는 신경이 손상됐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한 달 넘게 지난 지금도 안 씨는 병원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안 씨는 "지금까지 병원비로 백만 원 정도 썼고, 반려견도 함께 다쳐 정신적 충격도 크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구청이 운영하는 놀이터라 믿고 간 것인데, 관리자나 안전 요원도 없는 상황에서 이런 사고가 발생했다"고 토로했습니다.

안 씨가 발목 수술을 받은 직후 촬영한 사진
■ 대형견 주인 "개를 사랑해서"…구청 "담당자 추가 배치"

안 씨를 공격한 대형견은 반려견 놀이터 인근 무허가 건물에 거주하는 60대 남성이 키우는 개 다섯 마리 중 한 마리였습니다. 이 60대 남성은 목줄과 입마개 없이 개를 풀어놓은 이유에 대해 "개를 사랑하기 때문에"라고 피해자에게 말했다고 합니다.

반려견 놀이터를 관리하는 노원구청은 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 유감이라는 뜻을 전했습니다. 다만 견주인 60대 남성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여서 피해 견주에게 보상을 하기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노원구청 관계자는 "해당 남성은 현재 키우던 대형견들을 다른 곳으로 입양 보내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사고 당일 구청 관리자가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놀이터에 공공근로자 1명이 상시 근무하는데, 당일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사고 이후 공공근로자를 추가로 배치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안 씨는 사고 당일 공공근로자가 아예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구청 측이 자신에게 '예산 문제로 공공근로자를 배정할 수 없었다'는 설명까지 했다며, 담당자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사고가 났다는 구청의 해명은 거짓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당고개 반려견 임시놀이터 ■ "목줄도 입마개도 없어"…경찰, 수사 착수

소방청에 따르면, 하루 평균 6명 이상이 개 물림 사고를 당하고 있습니다.

안 씨를 문 대형견은 도사견의 잡종으로 추정됩니다. 동물보호법에선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로트와일러 등 5종류와 그 잡종의 개를 '맹견'으로 분류합니다.

법에 명시된 '맹견' 주인은 개에게 입마개와 목줄을 채울 의무가 있습니다. 이를 위반해 누군가를 다치게 할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을 물어야 합니다. 사고 당일, 안 씨를 다치게 한 개에겐 목줄도, 입마개도 채워져 있지 않았습니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지난달 8일, 안 씨가 대형견의 주인을 상대로 낸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해 왔습니다. 경찰은 대형견 주인에게 과실치상 혐의나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송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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