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신 수천만 접종분 ‘쓰레기통’에…“멕시코와 백신 나누자”

입력 2021.11.15 (07:25) 수정 2021.11.15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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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백신이 남아도는 미국에서 지금까지 수천만 회 접종분이 버려졌다는 통계가 나왔습니다.

유통기한 안에 못 쓴 백신, 접종자를 못 찾아 버린 백신이 미국이 지금까지 아프리카에 기부한 양의 40%에 가깝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버릴 백신이라면 인접한 멕시코와 나눠야 하지 않냐는 목소리가 최근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멕시코 현장을 이정민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추가 접종에 이어 최근 어린이 접종까지 시작한 미국.

접종이 한창인 약국을 찾아 남은 백신 처리 방법을 물어봤습니다.

[백신 접종 약사 : "(남은 백신이 있으면) 접종 대기자들에게 연락해봅니다. 그래도 접종자를 찾지 못하면 버릴 수 밖에 없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백신 한 병에 들어있는 접종 분량을 기한 내에 다 못 쓰는 경우, 백신 거부자가 많아 아예 유통기한 6개월을 넘기는 경우, 싹 다 버려집니다.

미국 보건당국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서 이미 2천4백만 회 접종 분량의 백신이 버려졌습니다.

미국 전역에 배포된 전체 백신의 약 5% 가량입니다.

백신이 남아돌아 그간 버려진 백신엔 무심했던 미국.

그런데, 미국과 멕시코 국경 일부 지역에서 버리는 백신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주 미국 국경이 본격적으로 열린 데 따른 겁니다.

백신 접종자에게만 한정된 개방이지만, 미국과 접한 멕시코의 접종률은 WHO 기준 아직 50% 미만.

[마르샤 블레든/샌디에이고 주민 : "(국경 개방이) 안전할지 자신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국경 인근으로는 가지 않을 것 같아요. 하지만 개방이 필요하다는 건 인정해요. 좀 복합적인 심정이죠."]

결국 국경 재개방을 앞둔 지난달, 샌디에이고 카운티 정부와 이 지역 국회의원들까지 나서 남은 백신을 멕시코와 나누게 해달라고 연방정부에 요청했습니다.

인도적 이유도 있었지만, 주민 건강을 우선한 요청이었습니다.

[제스 맨델/UC 샌디에이고 의대 교수 : "백신 나눔은 샌디에이고는 물론 다른 국경지역의 미국인들도 보호하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더 잘 통제해야, 코로나19가 양쪽 국경 모두에서 사라질 겁니다."]

백악관은 백신은 지자체가 아닌 국가가 통제해야 한다며 거절했지만, 주민들의 생각은 좀 다릅니다.

[파블로 라미레즈/샌디에이고 주민 : "백신을 다른 나라에 나눠주는 건 정말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스스로가 안전해지도록 돕는 방법입니다."]

위드코로나의 시작,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선 백신 독점보다는 나눔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국경 지역부터 시작되고 있습니다.

샌디에이고에서 KBS 뉴스 이정민입니다.

촬영기자:오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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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백신 수천만 접종분 ‘쓰레기통’에…“멕시코와 백신 나누자”
    • 입력 2021-11-15 07:25:27
    • 수정2021-11-15 07:3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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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백신이 남아도는 미국에서 지금까지 수천만 회 접종분이 버려졌다는 통계가 나왔습니다.

유통기한 안에 못 쓴 백신, 접종자를 못 찾아 버린 백신이 미국이 지금까지 아프리카에 기부한 양의 40%에 가깝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버릴 백신이라면 인접한 멕시코와 나눠야 하지 않냐는 목소리가 최근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멕시코 현장을 이정민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추가 접종에 이어 최근 어린이 접종까지 시작한 미국.

접종이 한창인 약국을 찾아 남은 백신 처리 방법을 물어봤습니다.

[백신 접종 약사 : "(남은 백신이 있으면) 접종 대기자들에게 연락해봅니다. 그래도 접종자를 찾지 못하면 버릴 수 밖에 없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백신 한 병에 들어있는 접종 분량을 기한 내에 다 못 쓰는 경우, 백신 거부자가 많아 아예 유통기한 6개월을 넘기는 경우, 싹 다 버려집니다.

미국 보건당국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서 이미 2천4백만 회 접종 분량의 백신이 버려졌습니다.

미국 전역에 배포된 전체 백신의 약 5% 가량입니다.

백신이 남아돌아 그간 버려진 백신엔 무심했던 미국.

그런데, 미국과 멕시코 국경 일부 지역에서 버리는 백신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주 미국 국경이 본격적으로 열린 데 따른 겁니다.

백신 접종자에게만 한정된 개방이지만, 미국과 접한 멕시코의 접종률은 WHO 기준 아직 50% 미만.

[마르샤 블레든/샌디에이고 주민 : "(국경 개방이) 안전할지 자신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국경 인근으로는 가지 않을 것 같아요. 하지만 개방이 필요하다는 건 인정해요. 좀 복합적인 심정이죠."]

결국 국경 재개방을 앞둔 지난달, 샌디에이고 카운티 정부와 이 지역 국회의원들까지 나서 남은 백신을 멕시코와 나누게 해달라고 연방정부에 요청했습니다.

인도적 이유도 있었지만, 주민 건강을 우선한 요청이었습니다.

[제스 맨델/UC 샌디에이고 의대 교수 : "백신 나눔은 샌디에이고는 물론 다른 국경지역의 미국인들도 보호하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더 잘 통제해야, 코로나19가 양쪽 국경 모두에서 사라질 겁니다."]

백악관은 백신은 지자체가 아닌 국가가 통제해야 한다며 거절했지만, 주민들의 생각은 좀 다릅니다.

[파블로 라미레즈/샌디에이고 주민 : "백신을 다른 나라에 나눠주는 건 정말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스스로가 안전해지도록 돕는 방법입니다."]

위드코로나의 시작,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선 백신 독점보다는 나눔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국경 지역부터 시작되고 있습니다.

샌디에이고에서 KBS 뉴스 이정민입니다.

촬영기자:오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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