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또 김종인…선거 때면 소환되는 ○○메이커

입력 2021.11.15 (17:35) 수정 2021.11.26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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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 메이커'라는 말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왕을 만드는 사람', 지금 우리 정치에서는 대통령을 만드는, 그런 능력을 지닌 정치 전략가를 지칭하는 말로 쓰입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출판기념회를 열었습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이 자리에서 "진영에 관계 없이, 어느 정당이나 일탈하고 궤도에서 벗어나 당을 재건할 때 김종인 위원장을 모신다"면서 "또다시 역할을 하셔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지 않은가"라고 했습니다.

'킹'을 꿈꾸는 윤 후보, '킹 메이커'의 복귀를 공개 요청했습니다.

■ 정당 살려낸 '심폐소생술사' 평가도

김 전 비대위원장이 명실상부 '킹 메이커'로 불리기 시작한 건 2012년부터입니다.

2012년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캠프에 '행복추진위원장'으로 공약 개발을 맡으면서, 그는 '경제민주화'를 후보의 주요 의제로 끌어올립니다.

'경제민주화' 의제 덕분에 당시 여당 후보였던 박근혜 후보는 이명박 정부와 정책적으로 차별화되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고, 득표에 도움을 받았습니다.

2016년 1월, 이번에는 민주당의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로 여의도 중앙 정치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당시에 비대위의 수장이었음에도, 권한과 대표성을 강조하기 위해 비대위 '대표'라는 직함을 썼습니다)

당시 민주당은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등 비주류 의원들의 잇따른 탈당으로 어수선했습니다. 그해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200석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었습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이해찬 전 대표를 포함해 민주당을 대표하던 중진 의원들을 물갈이하며 혁신을 내세웠고, 총선에서 1당이 됐습니다.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문재인 후보의 대통령 당선은 이때 민주당의 총선 승리가 기반이 됐습니다.

2020년에는 또다시 미래통합당에 합류합니다. 합류 직후 선대위원장으로서 지휘한 21대 총선에서는 참패했지만, 국민의힘으로 당명으로 바꾸고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뒤 탄핵에 대한 공식 사과, 광주에서의 무릎 사과 등 '달라지는' 야당의 모습을 선보이며 지난 4월 서울과 부산 재보선에서 민주당을 꺾었습니다. 국민의힘으로서는 6년 만의 전국 단위 선거 승리였습니다.

이처럼 쉽지 않은 때마다 정 반대 진영을 오가며 거둔 승리의 역사. 김 전 비대위원장이 '킹 메이커'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 혁신·의제 선점…과감한 방향 전환

김 전 비대위원장의 '승리 방정식'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혁신과 의제 선점입니다.

이명박 정부 말기,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이 많은 비판을 받던 무렵 복지와 분배, 대기업 중심의 경제 질서를 벗어난 공정한 시장 경제는 야당이 독점하다시피한 의제였습니다.

하지만, '경제민주화' 전도사였던 김 전 비대위원장이 박근혜 대선 캠프에 합류해 이를 '박근혜 정책'으로 끌어올립니다.

그렇지 않아도 '친이계(親이명박계)'와 갈등을 빚던 박근혜 후보는 재벌 개혁과 복지를 내세우며 '여당 내 야당' 이미지로 자리매김했고, 야당이 노리던 '중원'을 선점할 수 있었습니다.

2016년 민주당 비대위를 맡았을 때는 '충격'이라 할 정도의 물갈이, 혁신을 선보였습니다. "당내 패권주의를 청산하겠다"면서 이해찬, 정청래, 전병헌 의원 등 당의 정체성을 대표하던 이른바 '친노(親노무현)' 인사들을 대거 공천 탈락시켰습니다.

동시에 한미 FTA 협상을 담당했던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 최운열 전 금통위원 등 전문가 그룹을 발탁했습니다.

이런 행보는 결과적으로는, 민주당이 호남 기반·'친노'·민주화 운동 출신 인사들 위주의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해 전국 정당으로 거듭나는 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2020년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나서도 당을 혁신하면서, 이른바 '태극기 부대'로 대표되는 극우 세력에 휘둘리지 않고 '탄핵의 강'을 건너는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국민의힘이라는 당 이름도 이 때 만들어졌습니다.

■ 성과 뒤 꼬리표 '트러블 메이커'

하지만 한편으론, 그때마다 적지 않은 갈등을 일으키는 '트러블 메이커'라는 평가도 따라다닙니다.

2012년 박근혜 후보 캠프 시절에는 '경제민주화'를 공약으로 내세우는 과정에서 '좌클릭'이라는 당내 인사들의 반발에 부딪혔습니다. 그때마다 김 전 위원장은 당사에 출근하지 않고, 당무를 거부하는 거친 방법으로 자신의 의지를 관철했습니다.

2016년 민주당 비대위 대표 시절에도, 2020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시절에도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요청했고, 거의 전권을 얻어냈습니다.

이후 물갈이, 혁신은 당내 거센 반발을 불러왔습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그때마다 대화와 타협으로 조용히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거친 언어로 반박하고 반발을 억누르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 이번에는 '킹 메이커'?·'트러블 메이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이번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의 총괄 선대위원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됩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이 또 한 번 '킹 메이커'로서의 능력을 발휘하기를 기대하는 것입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벌써부터 선대위의 '인적 쇄신', '혁신'을 윤석열 후보에게 간접적으로 주문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경선 캠프에 합류했던 중진 의원들의 후퇴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익숙하게 봐왔던 김 전 비대위원장의 '성공 방정식'입니다.

윤 후보 측과 김 전 위원장 측은 이미 물밑에서 선대위 구성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윤석열 캠프에서 '공'을 세웠던 중진 의원들의 불만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의 이번 도전, '킹 메이커'와 '트러블 메이커' 사이, 어떤 모습으로 끝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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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심야심] 또 김종인…선거 때면 소환되는 ○○메이커
    • 입력 2021-11-15 17:35:53
    • 수정2021-11-26 10:37:32
    여심야심

'킹 메이커'라는 말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왕을 만드는 사람', 지금 우리 정치에서는 대통령을 만드는, 그런 능력을 지닌 정치 전략가를 지칭하는 말로 쓰입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출판기념회를 열었습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이 자리에서 "진영에 관계 없이, 어느 정당이나 일탈하고 궤도에서 벗어나 당을 재건할 때 김종인 위원장을 모신다"면서 "또다시 역할을 하셔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지 않은가"라고 했습니다.

'킹'을 꿈꾸는 윤 후보, '킹 메이커'의 복귀를 공개 요청했습니다.

■ 정당 살려낸 '심폐소생술사' 평가도

김 전 비대위원장이 명실상부 '킹 메이커'로 불리기 시작한 건 2012년부터입니다.

2012년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캠프에 '행복추진위원장'으로 공약 개발을 맡으면서, 그는 '경제민주화'를 후보의 주요 의제로 끌어올립니다.

'경제민주화' 의제 덕분에 당시 여당 후보였던 박근혜 후보는 이명박 정부와 정책적으로 차별화되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고, 득표에 도움을 받았습니다.

2016년 1월, 이번에는 민주당의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로 여의도 중앙 정치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당시에 비대위의 수장이었음에도, 권한과 대표성을 강조하기 위해 비대위 '대표'라는 직함을 썼습니다)

당시 민주당은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등 비주류 의원들의 잇따른 탈당으로 어수선했습니다. 그해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200석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었습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이해찬 전 대표를 포함해 민주당을 대표하던 중진 의원들을 물갈이하며 혁신을 내세웠고, 총선에서 1당이 됐습니다.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문재인 후보의 대통령 당선은 이때 민주당의 총선 승리가 기반이 됐습니다.

2020년에는 또다시 미래통합당에 합류합니다. 합류 직후 선대위원장으로서 지휘한 21대 총선에서는 참패했지만, 국민의힘으로 당명으로 바꾸고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뒤 탄핵에 대한 공식 사과, 광주에서의 무릎 사과 등 '달라지는' 야당의 모습을 선보이며 지난 4월 서울과 부산 재보선에서 민주당을 꺾었습니다. 국민의힘으로서는 6년 만의 전국 단위 선거 승리였습니다.

이처럼 쉽지 않은 때마다 정 반대 진영을 오가며 거둔 승리의 역사. 김 전 비대위원장이 '킹 메이커'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 혁신·의제 선점…과감한 방향 전환

김 전 비대위원장의 '승리 방정식'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혁신과 의제 선점입니다.

이명박 정부 말기,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이 많은 비판을 받던 무렵 복지와 분배, 대기업 중심의 경제 질서를 벗어난 공정한 시장 경제는 야당이 독점하다시피한 의제였습니다.

하지만, '경제민주화' 전도사였던 김 전 비대위원장이 박근혜 대선 캠프에 합류해 이를 '박근혜 정책'으로 끌어올립니다.

그렇지 않아도 '친이계(親이명박계)'와 갈등을 빚던 박근혜 후보는 재벌 개혁과 복지를 내세우며 '여당 내 야당' 이미지로 자리매김했고, 야당이 노리던 '중원'을 선점할 수 있었습니다.

2016년 민주당 비대위를 맡았을 때는 '충격'이라 할 정도의 물갈이, 혁신을 선보였습니다. "당내 패권주의를 청산하겠다"면서 이해찬, 정청래, 전병헌 의원 등 당의 정체성을 대표하던 이른바 '친노(親노무현)' 인사들을 대거 공천 탈락시켰습니다.

동시에 한미 FTA 협상을 담당했던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 최운열 전 금통위원 등 전문가 그룹을 발탁했습니다.

이런 행보는 결과적으로는, 민주당이 호남 기반·'친노'·민주화 운동 출신 인사들 위주의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해 전국 정당으로 거듭나는 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2020년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나서도 당을 혁신하면서, 이른바 '태극기 부대'로 대표되는 극우 세력에 휘둘리지 않고 '탄핵의 강'을 건너는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국민의힘이라는 당 이름도 이 때 만들어졌습니다.

■ 성과 뒤 꼬리표 '트러블 메이커'

하지만 한편으론, 그때마다 적지 않은 갈등을 일으키는 '트러블 메이커'라는 평가도 따라다닙니다.

2012년 박근혜 후보 캠프 시절에는 '경제민주화'를 공약으로 내세우는 과정에서 '좌클릭'이라는 당내 인사들의 반발에 부딪혔습니다. 그때마다 김 전 위원장은 당사에 출근하지 않고, 당무를 거부하는 거친 방법으로 자신의 의지를 관철했습니다.

2016년 민주당 비대위 대표 시절에도, 2020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시절에도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요청했고, 거의 전권을 얻어냈습니다.

이후 물갈이, 혁신은 당내 거센 반발을 불러왔습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그때마다 대화와 타협으로 조용히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거친 언어로 반박하고 반발을 억누르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 이번에는 '킹 메이커'?·'트러블 메이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이번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의 총괄 선대위원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됩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이 또 한 번 '킹 메이커'로서의 능력을 발휘하기를 기대하는 것입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벌써부터 선대위의 '인적 쇄신', '혁신'을 윤석열 후보에게 간접적으로 주문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경선 캠프에 합류했던 중진 의원들의 후퇴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익숙하게 봐왔던 김 전 비대위원장의 '성공 방정식'입니다.

윤 후보 측과 김 전 위원장 측은 이미 물밑에서 선대위 구성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윤석열 캠프에서 '공'을 세웠던 중진 의원들의 불만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의 이번 도전, '킹 메이커'와 '트러블 메이커' 사이, 어떤 모습으로 끝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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