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과 법] 간병살인 20대…“살인 고의 있었다”

입력 2021.11.15 (19:32) 수정 2021.11.15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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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얼마 전,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를 퇴원시킨 후 간병을 포기해 사망케 한 아들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징역 4년을 선고했죠.

하지만, 20대 청년이 짊어진 간병 부담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진 걸로 알려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단 목소리가 나오는데요,

'사건과 법' 김혜민 변호사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이게 지난 5월에 있었던 사건입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짚고 넘어가죠?

[답변]

네, 20대 A씨의 아버지는 지난해 9월 뇌출혈로 쓰러져 약 8개월 동안 입원치료를 받아오던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병원비 부담이 컸던 아들 A씨는 4월 중순에 아버지를 퇴원시켰고요,

집으로 돌아온 와 간병을 한 지 일주 만에 아버지의 치료식과 물을 끊었고, 5월 8일 어버이날에 아버지를 사망케 한 사건입니다.

결국, A씨는 존속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1심 재판부는 지난 8월 징역 4년을 선고했습니다.

[앵커]

하지만, 아들의 어려웠던 사정이 알려지면서 선처를 구하는 목소리들도 나왔는데요?

[답변]

네, A씨는 어머니 없이 아버지와 둘이 대구에서 지내왔는데요,

공장노동자로 일하던 아버지가 작년 갑작스럽게 쓰러진 후 온몸이 거의 마비가 된 채 누워서 생활해야 했고요,

약 8개월 동안의 병원비가 무려 2,000만 원이나 청구됐습니다.

20대 초반의 A씨는 군 입대를 위해서 휴학한 상태여서 막대한 병원비를 구할 수가 없었던 데다, 집 가스, 휴대전화 모두 끊길 정도로 어려운 생활을 이어왔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대선후보들이나 시민단체들도 간병살인의 안타까운 비극에 대하여 선처를 바란다고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하지만, 결국 1심 재판부에 이어 얼마 전 열린 항소심에서도 아들에게 4년이 선고됐습니다.

살인의 고의성이 있다고 봤다고요?

[답변]

그렇습니다.

1심 법원은 아버지가 퇴원한 이후부터 A씨가 투약을 전혀 하지 않은 사정 등을 고려해서 살해의 고의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만일 살해의 고의까지는 인정되지 않는다면, 형법상 존속유기치사와 같은 범죄도 해당할 수 있는데요.

법원은 그보다 더 중한 범죄로 존속살해의 고의를 인정했고 항소심 재판부도 이를 그대로 유지하였습니다.

다만 법원은 간병을 홀로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에 미숙한 판단을 한 점을 인정해 4년 형을 확정했습니다.

이는 존속살해 최소형인 7년보다 낮은 형량입니다.

[앵커]

안타까운 게, 아버지가 사망하기 전까지 의료 혜택 등 제도적 도움을 받을 수 없었나, 하는 부분인데요?

[답변]

A씨의 아버지는 나이가 56세로, 요양급여는 만 65세 이상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요양급여도 받을 수 없었고요.

병원 쪽에서는 퇴원과 관련하여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치료비가 부담되어 퇴원 하는 경우, 해당 주민센터나 복지기관을 연결시켜 주는 등 의료복지 서비스와 관련한 조치를 할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합니다.

게다가 A씨는 집에서 간병을 시작한 이후 경제활동도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긴급복지 돌봄 서비스를 받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서비스는 당사자가 알아보고 신청해야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제도를 몰랐다면 이용하는 데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을 걸로 보입니다.

[앵커]

저출산, 고령화 현실 속에서 앞으로 이런 '청년 간병인' 들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잖아요.

가장 시급한 지원책 뭐라고 보세요?

[답변]

현재, 3만 여 명으로 추정 할 뿐 청년 간병인들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가 나온 게 없습니다.

때문에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나 제도적 뒷받침 등도 아직은 매우 열악한 상태입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일단 현 시점의 전국의 청년간병인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위해, 주민센터 단위의 면밀한 실태조사가 필요하고요.

간병비나 생활지원 등도 중요하지만, 청년간병인들이 간병을 하면서도 학업이나 취업 등에 있어 포기하지 않고 병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하루빨리 필요해 보입니다.

참고로, 국번 없이 110 전화을 누르시면 권익위 민원상담센터로 연결돼 자신의 상황에 맞는 복지서비스를 안내받을 수 있다고 하니 현재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앵커]

더불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돌봄과 부양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답변]

이 사건의 경우 만일 A씨가 간병비 지원이나 생계 지원 등을 받았더라면, A씨도 아버지를 죽음에 내모는 끔찍한 결정을 스스로 하지 않았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픈데요.

비단 이는 영케어러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식의 간병도 있고, 배우자의 간병 등도 마찬가지겠죠.

이제는 돌봄을 효심, 가족애 등의 영역으로만 치부할 게 아니라 사회적 돌봄, 국가적 책임으로 바라보고 적극적인 복지정책이 마련돼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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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과 법] 간병살인 20대…“살인 고의 있었다”
    • 입력 2021-11-15 19:32:30
    • 수정2021-11-15 19:48:55
    뉴스7(광주)
[앵커]

얼마 전,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를 퇴원시킨 후 간병을 포기해 사망케 한 아들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징역 4년을 선고했죠.

하지만, 20대 청년이 짊어진 간병 부담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진 걸로 알려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단 목소리가 나오는데요,

'사건과 법' 김혜민 변호사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이게 지난 5월에 있었던 사건입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짚고 넘어가죠?

[답변]

네, 20대 A씨의 아버지는 지난해 9월 뇌출혈로 쓰러져 약 8개월 동안 입원치료를 받아오던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병원비 부담이 컸던 아들 A씨는 4월 중순에 아버지를 퇴원시켰고요,

집으로 돌아온 와 간병을 한 지 일주 만에 아버지의 치료식과 물을 끊었고, 5월 8일 어버이날에 아버지를 사망케 한 사건입니다.

결국, A씨는 존속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1심 재판부는 지난 8월 징역 4년을 선고했습니다.

[앵커]

하지만, 아들의 어려웠던 사정이 알려지면서 선처를 구하는 목소리들도 나왔는데요?

[답변]

네, A씨는 어머니 없이 아버지와 둘이 대구에서 지내왔는데요,

공장노동자로 일하던 아버지가 작년 갑작스럽게 쓰러진 후 온몸이 거의 마비가 된 채 누워서 생활해야 했고요,

약 8개월 동안의 병원비가 무려 2,000만 원이나 청구됐습니다.

20대 초반의 A씨는 군 입대를 위해서 휴학한 상태여서 막대한 병원비를 구할 수가 없었던 데다, 집 가스, 휴대전화 모두 끊길 정도로 어려운 생활을 이어왔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대선후보들이나 시민단체들도 간병살인의 안타까운 비극에 대하여 선처를 바란다고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하지만, 결국 1심 재판부에 이어 얼마 전 열린 항소심에서도 아들에게 4년이 선고됐습니다.

살인의 고의성이 있다고 봤다고요?

[답변]

그렇습니다.

1심 법원은 아버지가 퇴원한 이후부터 A씨가 투약을 전혀 하지 않은 사정 등을 고려해서 살해의 고의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만일 살해의 고의까지는 인정되지 않는다면, 형법상 존속유기치사와 같은 범죄도 해당할 수 있는데요.

법원은 그보다 더 중한 범죄로 존속살해의 고의를 인정했고 항소심 재판부도 이를 그대로 유지하였습니다.

다만 법원은 간병을 홀로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에 미숙한 판단을 한 점을 인정해 4년 형을 확정했습니다.

이는 존속살해 최소형인 7년보다 낮은 형량입니다.

[앵커]

안타까운 게, 아버지가 사망하기 전까지 의료 혜택 등 제도적 도움을 받을 수 없었나, 하는 부분인데요?

[답변]

A씨의 아버지는 나이가 56세로, 요양급여는 만 65세 이상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요양급여도 받을 수 없었고요.

병원 쪽에서는 퇴원과 관련하여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치료비가 부담되어 퇴원 하는 경우, 해당 주민센터나 복지기관을 연결시켜 주는 등 의료복지 서비스와 관련한 조치를 할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합니다.

게다가 A씨는 집에서 간병을 시작한 이후 경제활동도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긴급복지 돌봄 서비스를 받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서비스는 당사자가 알아보고 신청해야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제도를 몰랐다면 이용하는 데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을 걸로 보입니다.

[앵커]

저출산, 고령화 현실 속에서 앞으로 이런 '청년 간병인' 들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잖아요.

가장 시급한 지원책 뭐라고 보세요?

[답변]

현재, 3만 여 명으로 추정 할 뿐 청년 간병인들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가 나온 게 없습니다.

때문에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나 제도적 뒷받침 등도 아직은 매우 열악한 상태입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일단 현 시점의 전국의 청년간병인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위해, 주민센터 단위의 면밀한 실태조사가 필요하고요.

간병비나 생활지원 등도 중요하지만, 청년간병인들이 간병을 하면서도 학업이나 취업 등에 있어 포기하지 않고 병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하루빨리 필요해 보입니다.

참고로, 국번 없이 110 전화을 누르시면 권익위 민원상담센터로 연결돼 자신의 상황에 맞는 복지서비스를 안내받을 수 있다고 하니 현재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앵커]

더불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돌봄과 부양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답변]

이 사건의 경우 만일 A씨가 간병비 지원이나 생계 지원 등을 받았더라면, A씨도 아버지를 죽음에 내모는 끔찍한 결정을 스스로 하지 않았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픈데요.

비단 이는 영케어러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식의 간병도 있고, 배우자의 간병 등도 마찬가지겠죠.

이제는 돌봄을 효심, 가족애 등의 영역으로만 치부할 게 아니라 사회적 돌봄, 국가적 책임으로 바라보고 적극적인 복지정책이 마련돼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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