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 교통 사고 101차례­…알고 보니 ‘조폭’ 보험사기단

입력 2021.11.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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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 사례 1.

2020년 9월 7일 오후 5시 7분쯤, 대전시 오정동 ‘오정네거리’ 2차선에서 좌회전을 하던 K5 렌터카 차량이 옆 1차선에서 좌회전하던 펠리셰이드 SUV 차량과 추돌합니다.

1차선에서 좌회전을 시도해 마찬가지로 1차선으로 진입해야 할 SUV 차량이 2차선으로 끼어들다 사고가 발생한 겁니다.

보험사 사고 조사에서 SUV 차량이 가해 차량으로 인정돼 8대 2의 과실비율이 나왔습니다. 피해 차량에는 운전자를 포함해 4명이 타고 있었고, 사고로 받아낸 보험금만 580만 원에 달했습니다.


■ 사고 사례 2.

2019년 11월 6일 밤 11시쯤 대전시 봉명동 유성네거리. 유성터미널에서 충남대학교 방면으로 좌회전하던 코란도 SUV 차량을 뒤따라오던 스토닉 렌터카 차량이 그대로 들이받습니다.

오정네거리 추돌사고와 마찬가지로 좌회전하던 차량과 사고가 발생한 건데, 렌터카 운전자와 동승자 등 4명은 이번엔 보험사로부터 1,538만 원의 보험금을 받아냈습니다.


■ 각각의 교통사고 알고 보니 ‘보험사기?’

이들 교통사고는 같은 사람들이 비슷한 사고를 반복해서 당했다는 점에서 의문이 시작됐습니다.

이들은 유독 좌회전을 시도하거나 차선을 침범하는 차량만 골라서 반복적으로 피해를 입었는데, 심지어 사례 1번에서 다룬 오정네거리에서만 똑같은 피해자가 무려 7번이나 동일한 차선침범 사고를 당했습니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피해자가 비슷한 사고를 연속으로 7번 당해…"

결국, 사고가 반복된다는 첩보가 경찰에까지 전달됐습니다.

경찰은 피해자들이 청구한 보험금 내역과 차량 블랙박스, 병원 치료내역 등의 자료를 입수해 보험사기에 해당하는지 수사에 착수했고, 꼬리에 꼬리를 물던 추돌사고는 결국 보험금을 노린 고의 사고로 드러났습니다.


■ 보험사기까지 진출한 ‘조직폭력배’

경찰 수사 결과 교통사고 피해자들은 2018년부터 최근까지 3년에 걸쳐 무려 101차례나 고의사고를 낸 것으로 확인됐는데, 사고에 가담한 인원만 87명입니다.

그런데 이들 중 주도자인 21명은 대전과 경기지역 일대에서 활동하는 조직폭력배의 조직원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들 5개 폭력조직에 소속된 20대 조직원들은 벤츠나 BMW, 재규어 등 외제차량에 4~5명이 탄 후 차선변경과 차선 이탈하는 차량만 골라내 들이받는 수법으로 보험금 6억 원을 타냈습니다.

교차로에서 좌회전 시 차선을 이탈하거나 직진 중 차선을 변경한 차량과 추돌사고가 나면 차선을 바꾸는 차량의 과실비율이 높다는 점을 악용한 겁니다.

"좌회선할 때 차선 침범해 사고가 나면 과실 비율 높다는 점 악용"

또,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들 조직폭력배들은 몸에 새긴 문신 등을 드러내며 교통사고 가해차량이자 보험사기 피해차량인 운전자에게 보험처리를 강요하기도 했습니다.

조직폭력배들의 보험사기 대상이 된 한 사고 차량 운전자 A 씨는 “나이도 젊고, 조폭같이 생겼더라고요. 문신도 있고, 그래서 잘못했다고 하면서 내가 손해 보자고 죄송하다면서 다 물어줄 수밖에 없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또, 대부분 무직의 20대 중반인 피의자들은 많게는 35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범행을 일삼았고, 부당하게 타낸 보험금 대부분은 유흥비로 탕진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범행을 주도한 조직폭력배 24살 A 씨 등을 비롯한 3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4명을 입건해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 상습 사고라는 의심 피하려 ‘명의 도용’

조직폭력배 일당들은 고의 보험사기 의심을 피하려고 지인과 후배 등 가담자 66명을 동원했습니다.

경찰 수사에서 이들은 사고를 내기에 앞서 사전에 범행 장소를 답사하고 조를 여러 개 편성해 상습 사고 의심까지 피하는 주도면밀한 모습도 보였습니다.

특히, 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험사에서 나온 보험사고 처리 담당자가 사고 당사자 확인을 소홀히 하는 점을 노려 타인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보험금을 청구하기도 했습니다.

이밖에 범행에 가담한 조직폭력배 후배들이 범행을 주저하거나 기피하면서 다른 지역으로 도망을 가면 추적해 다시 범행에 가담하도록 강요하기도 했습니다.

또, 고의사고를 내며 받아낸 보험금 대부분을 조직폭력배들이 가로채고 사고에 가담한 가담자들에게는 수고비 명목의 돈을 줬다고 경찰은 설명했습니다.


■ 보험사기 막으려면 ‘경찰 신고’가 우선돼야

경찰은 이 같은 조직폭력배들의 조직적인 보험사기에서 피해자가 되지 않으려면 대수롭지 않은 사고라도 경찰에 신고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사고를 낸 차량 운전자들이 경찰에 신고할 경우 ‘벌점’을 무는 것 때문에 신고를 주저하는 점을 조직폭력배들이 악용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대전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이두한 대장은 “조폭이 개입된 것으로 의심되는 교통사고는 아무리 경미한 사고라고 해도 경찰에도 반드시 신고를 해줘야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당부했습니다.

이 밖에 경찰은 이들 조직폭력배 일당들로부터 보험사기를 당한 101명의 피해자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원 사기 피해금 환급제도’를 통해 할증된 자동차보험료 등에 대해서 돌려받을 수 있도록 피해 회복을 추진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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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의 교통 사고 101차례­…알고 보니 ‘조폭’ 보험사기단
    • 입력 2021-11-16 07:00:04
    취재K

■ 사고 사례 1.

2020년 9월 7일 오후 5시 7분쯤, 대전시 오정동 ‘오정네거리’ 2차선에서 좌회전을 하던 K5 렌터카 차량이 옆 1차선에서 좌회전하던 펠리셰이드 SUV 차량과 추돌합니다.

1차선에서 좌회전을 시도해 마찬가지로 1차선으로 진입해야 할 SUV 차량이 2차선으로 끼어들다 사고가 발생한 겁니다.

보험사 사고 조사에서 SUV 차량이 가해 차량으로 인정돼 8대 2의 과실비율이 나왔습니다. 피해 차량에는 운전자를 포함해 4명이 타고 있었고, 사고로 받아낸 보험금만 580만 원에 달했습니다.


■ 사고 사례 2.

2019년 11월 6일 밤 11시쯤 대전시 봉명동 유성네거리. 유성터미널에서 충남대학교 방면으로 좌회전하던 코란도 SUV 차량을 뒤따라오던 스토닉 렌터카 차량이 그대로 들이받습니다.

오정네거리 추돌사고와 마찬가지로 좌회전하던 차량과 사고가 발생한 건데, 렌터카 운전자와 동승자 등 4명은 이번엔 보험사로부터 1,538만 원의 보험금을 받아냈습니다.


■ 각각의 교통사고 알고 보니 ‘보험사기?’

이들 교통사고는 같은 사람들이 비슷한 사고를 반복해서 당했다는 점에서 의문이 시작됐습니다.

이들은 유독 좌회전을 시도하거나 차선을 침범하는 차량만 골라서 반복적으로 피해를 입었는데, 심지어 사례 1번에서 다룬 오정네거리에서만 똑같은 피해자가 무려 7번이나 동일한 차선침범 사고를 당했습니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피해자가 비슷한 사고를 연속으로 7번 당해…"

결국, 사고가 반복된다는 첩보가 경찰에까지 전달됐습니다.

경찰은 피해자들이 청구한 보험금 내역과 차량 블랙박스, 병원 치료내역 등의 자료를 입수해 보험사기에 해당하는지 수사에 착수했고, 꼬리에 꼬리를 물던 추돌사고는 결국 보험금을 노린 고의 사고로 드러났습니다.


■ 보험사기까지 진출한 ‘조직폭력배’

경찰 수사 결과 교통사고 피해자들은 2018년부터 최근까지 3년에 걸쳐 무려 101차례나 고의사고를 낸 것으로 확인됐는데, 사고에 가담한 인원만 87명입니다.

그런데 이들 중 주도자인 21명은 대전과 경기지역 일대에서 활동하는 조직폭력배의 조직원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들 5개 폭력조직에 소속된 20대 조직원들은 벤츠나 BMW, 재규어 등 외제차량에 4~5명이 탄 후 차선변경과 차선 이탈하는 차량만 골라내 들이받는 수법으로 보험금 6억 원을 타냈습니다.

교차로에서 좌회전 시 차선을 이탈하거나 직진 중 차선을 변경한 차량과 추돌사고가 나면 차선을 바꾸는 차량의 과실비율이 높다는 점을 악용한 겁니다.

"좌회선할 때 차선 침범해 사고가 나면 과실 비율 높다는 점 악용"

또,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들 조직폭력배들은 몸에 새긴 문신 등을 드러내며 교통사고 가해차량이자 보험사기 피해차량인 운전자에게 보험처리를 강요하기도 했습니다.

조직폭력배들의 보험사기 대상이 된 한 사고 차량 운전자 A 씨는 “나이도 젊고, 조폭같이 생겼더라고요. 문신도 있고, 그래서 잘못했다고 하면서 내가 손해 보자고 죄송하다면서 다 물어줄 수밖에 없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또, 대부분 무직의 20대 중반인 피의자들은 많게는 35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범행을 일삼았고, 부당하게 타낸 보험금 대부분은 유흥비로 탕진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범행을 주도한 조직폭력배 24살 A 씨 등을 비롯한 3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4명을 입건해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 상습 사고라는 의심 피하려 ‘명의 도용’

조직폭력배 일당들은 고의 보험사기 의심을 피하려고 지인과 후배 등 가담자 66명을 동원했습니다.

경찰 수사에서 이들은 사고를 내기에 앞서 사전에 범행 장소를 답사하고 조를 여러 개 편성해 상습 사고 의심까지 피하는 주도면밀한 모습도 보였습니다.

특히, 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험사에서 나온 보험사고 처리 담당자가 사고 당사자 확인을 소홀히 하는 점을 노려 타인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보험금을 청구하기도 했습니다.

이밖에 범행에 가담한 조직폭력배 후배들이 범행을 주저하거나 기피하면서 다른 지역으로 도망을 가면 추적해 다시 범행에 가담하도록 강요하기도 했습니다.

또, 고의사고를 내며 받아낸 보험금 대부분을 조직폭력배들이 가로채고 사고에 가담한 가담자들에게는 수고비 명목의 돈을 줬다고 경찰은 설명했습니다.


■ 보험사기 막으려면 ‘경찰 신고’가 우선돼야

경찰은 이 같은 조직폭력배들의 조직적인 보험사기에서 피해자가 되지 않으려면 대수롭지 않은 사고라도 경찰에 신고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사고를 낸 차량 운전자들이 경찰에 신고할 경우 ‘벌점’을 무는 것 때문에 신고를 주저하는 점을 조직폭력배들이 악용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대전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이두한 대장은 “조폭이 개입된 것으로 의심되는 교통사고는 아무리 경미한 사고라고 해도 경찰에도 반드시 신고를 해줘야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당부했습니다.

이 밖에 경찰은 이들 조직폭력배 일당들로부터 보험사기를 당한 101명의 피해자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원 사기 피해금 환급제도’를 통해 할증된 자동차보험료 등에 대해서 돌려받을 수 있도록 피해 회복을 추진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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