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후] 계좌이체 메시지에 ‘한 번만 더 연락해’…재판부 “스토킹 범죄”

입력 2021.11.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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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만나자" 문자, 메일에 계좌이체 메시지까지…피해자 엄마에게도 협박 연락

A 씨는 2019년 4월 B 씨와 교제를 시작했습니다. 만남은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A 씨는 7월부터 B 씨에게 여러 차례 이별을 통보했고 9월에 헤어졌습니다.

그러나 A 씨를 향한 마음을 접을 수 없었던 B 씨.

그는 7월 초부터 9월 중순까지 A 씨에게 다시 만나자는 문자를 10여 차례 보냈습니다. A 씨가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며 피하자 그 뒤엔 다시 만나자는 메일을 13차례 보냈습니다. A 씨가 메일 계정까지 삭제해버리자, B 씨는 10월 26일부터 사흘간 A 씨의 계좌번호로 '한번만더연락해'라는 송금 메시지를 33차례 남겼습니다.

B 씨는 그로부터 7개월쯤 지난 2020년 5월 19일과 20일 A 씨가 운영하는 회사 SNS(인스타그램) 계정으로 다시 연락 달라는 메시지를 십여 차례 전송했습니다.

이렇게 끝이었을까? 아니었습니다.

B 씨는 2020년 5월 20일 늦은 오후 A 씨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A 씨가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한 뒤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전화번호 알려면 충분히 알 수 있다, 일부러 알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언제든 번호를 알아내 연락할 듯 위협했습니다.

다음 날 새벽 1시쯤엔 '세상 일 몰라서 마주칠 수 있어요. 우연히 네 딸을 만나더라도 그냥 지나칠 수 있게 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새벽 3시쯤엔 A 씨와 통화하며 '복수면 이렇게 안 하지, 복수하려면 할 수도 있어. 내가 곱게 얘기해주면 복수가 아니지'라고 위협했습니다.

B 씨의 협박성 문자와 전화는 7월에도 이어졌습니다. B 씨는 A 씨가 자신에게 연락하는 것은 물론 직접 사과할 것을 계속해서 요구했습니다.

A 씨는 결국 겁에 질려 경찰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B 씨는 A 씨와 그 가족에게 연락하지 말라는 경찰의 당부 직후에도 "갑자기 이러는 게 아니라 계속 이 상태니까. 억누르고 살뿐이었어요. 연락하라 하세요. A한테 제대로 처리하라 하세요"라는 문자를 보내고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습니다.

A 씨는 극도의 불안감과 공포감을 느끼며 불안장애와 불면증, 심각한 우울증을 앓았습니다. A 씨 어머니 역시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B 씨는 A 씨의 공소제기 이후 A 씨의 탄원서 제출 등에 항의하면서 형사 고소를 언급했고, 손해배상도 청구했습니다.

B 씨는 "A 씨에 대한 안부를 묻는 의도가 있을 뿐이었고, 자신의 언급은 해악의 고지라고 보기 어렵고 실제로 A 씨가 두려움을 느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협박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의 판단은 어땠을까?

춘천지법 형사1단독 재판부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과 협박 혐의를 인정해 B 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보아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법익 침해를 고지함으로써 협박을 하였다고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피해자 A 씨가 절교와 절연의 의사를 분명하고 적극적으로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B 씨가 더 집요하게 연락을 하거나 시도했다"며 "스토킹 처벌법이 올해 10월 시행돼 적용하지 못했을 뿐 스토킹 범죄에 충분히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또한 "B씨의 범행은 죄명이나 표면적인 사실관계보다 죄질이 더 나쁘다고 판단된다"고 판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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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후] 계좌이체 메시지에 ‘한 번만 더 연락해’…재판부 “스토킹 범죄”
    • 입력 2021-11-16 07:00:06
    취재후·사건후

■ "다시 만나자" 문자, 메일에 계좌이체 메시지까지…피해자 엄마에게도 협박 연락

A 씨는 2019년 4월 B 씨와 교제를 시작했습니다. 만남은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A 씨는 7월부터 B 씨에게 여러 차례 이별을 통보했고 9월에 헤어졌습니다.

그러나 A 씨를 향한 마음을 접을 수 없었던 B 씨.

그는 7월 초부터 9월 중순까지 A 씨에게 다시 만나자는 문자를 10여 차례 보냈습니다. A 씨가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며 피하자 그 뒤엔 다시 만나자는 메일을 13차례 보냈습니다. A 씨가 메일 계정까지 삭제해버리자, B 씨는 10월 26일부터 사흘간 A 씨의 계좌번호로 '한번만더연락해'라는 송금 메시지를 33차례 남겼습니다.

B 씨는 그로부터 7개월쯤 지난 2020년 5월 19일과 20일 A 씨가 운영하는 회사 SNS(인스타그램) 계정으로 다시 연락 달라는 메시지를 십여 차례 전송했습니다.

이렇게 끝이었을까? 아니었습니다.

B 씨는 2020년 5월 20일 늦은 오후 A 씨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A 씨가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한 뒤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전화번호 알려면 충분히 알 수 있다, 일부러 알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언제든 번호를 알아내 연락할 듯 위협했습니다.

다음 날 새벽 1시쯤엔 '세상 일 몰라서 마주칠 수 있어요. 우연히 네 딸을 만나더라도 그냥 지나칠 수 있게 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새벽 3시쯤엔 A 씨와 통화하며 '복수면 이렇게 안 하지, 복수하려면 할 수도 있어. 내가 곱게 얘기해주면 복수가 아니지'라고 위협했습니다.

B 씨의 협박성 문자와 전화는 7월에도 이어졌습니다. B 씨는 A 씨가 자신에게 연락하는 것은 물론 직접 사과할 것을 계속해서 요구했습니다.

A 씨는 결국 겁에 질려 경찰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B 씨는 A 씨와 그 가족에게 연락하지 말라는 경찰의 당부 직후에도 "갑자기 이러는 게 아니라 계속 이 상태니까. 억누르고 살뿐이었어요. 연락하라 하세요. A한테 제대로 처리하라 하세요"라는 문자를 보내고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습니다.

A 씨는 극도의 불안감과 공포감을 느끼며 불안장애와 불면증, 심각한 우울증을 앓았습니다. A 씨 어머니 역시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B 씨는 A 씨의 공소제기 이후 A 씨의 탄원서 제출 등에 항의하면서 형사 고소를 언급했고, 손해배상도 청구했습니다.

B 씨는 "A 씨에 대한 안부를 묻는 의도가 있을 뿐이었고, 자신의 언급은 해악의 고지라고 보기 어렵고 실제로 A 씨가 두려움을 느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협박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의 판단은 어땠을까?

춘천지법 형사1단독 재판부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과 협박 혐의를 인정해 B 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보아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법익 침해를 고지함으로써 협박을 하였다고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피해자 A 씨가 절교와 절연의 의사를 분명하고 적극적으로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B 씨가 더 집요하게 연락을 하거나 시도했다"며 "스토킹 처벌법이 올해 10월 시행돼 적용하지 못했을 뿐 스토킹 범죄에 충분히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또한 "B씨의 범행은 죄명이나 표면적인 사실관계보다 죄질이 더 나쁘다고 판단된다"고 판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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