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3시간 대기 중 “귀가하라”…병원은 ‘업무과다’ 해명

입력 2021.11.17 (07:43) 수정 2021.11.17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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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늦은 밤 급성 통증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가 3시간 넘게 대기만 하다 진료를 못 받았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상급 종합병원인데도 치료할 의사가 부족했다는 겁니다.

어떤 내용인지, 양민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A 씨의 11살 난 아들은 지난 4일 밤, 자다가 갑자기 통증을 호소했습니다.

자정이 조금 넘어 A 씨가 향한 곳은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응급실.

당직의에게 예진을 받고 비뇨기과로 배정받았지만, 3시간 넘게 대기하다 그냥 돌아가란 얘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당직 의사가 연락이 안 된다는 거였습니다.

[A 씨/환자 아버지/음성변조 : "안 되면 빨리 다른 병원을 가라고 얘기를 해줘야 되는 거 아니냐. 고통 참은 거는 어떻게 책임을 질 거냐 이러니까는, 저희도 계속 연락을 취했다고. 이런 게 무슨 대학병원 응급실이냐..."]

결국 새벽 3시 반이 돼서야 응급실을 나온 A 씨의 아들은 아침에 다른 비뇨기과 전문 병원에서 '부고환염' 진단을 받았습니다.

[A 씨/환자 아버지 : "원장님이 이렇게 많이 부었냐고 깜짝 놀라시더라고. 약을 2주 이상 꾸준히 먹고..."]

고대 안산병원은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지역응급의료센터입니다.

응급실 전담 전문의 2명 이상을 포함해 전담 의사 4명 이상을 둬야 합니다.

고대 안산병원은 의료진은 규정에 맞게 근무하고 있었지만, 당직 전공의의 업무가 과다해 생긴 일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당직 전공의가 전날 오전부터 24시간 당직 중이었는데, 다른 병동 환자 등을 살피다 호출을 놓쳤다는 겁니다.

이 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합니다.

[송금희/보건의료노조 사무처장 : "응급실만 커버하는 게 아니다 보니까 뭐 병동, 중환자실, 수술까지 다 커버를 해야 하다 보니까 한계가 있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치료가 힘든 상황이라면 환자에게 정확히 상황을 설명한 뒤 신속히 다른 병원으로 옮기도록 안내했어야 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KBS 뉴스 양민철입니다.

촬영기자:김정은 김제원/영상편집:이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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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응급실 3시간 대기 중 “귀가하라”…병원은 ‘업무과다’ 해명
    • 입력 2021-11-17 07:43:17
    • 수정2021-11-17 07:4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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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급성 통증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가 3시간 넘게 대기만 하다 진료를 못 받았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상급 종합병원인데도 치료할 의사가 부족했다는 겁니다.

어떤 내용인지, 양민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A 씨의 11살 난 아들은 지난 4일 밤, 자다가 갑자기 통증을 호소했습니다.

자정이 조금 넘어 A 씨가 향한 곳은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응급실.

당직의에게 예진을 받고 비뇨기과로 배정받았지만, 3시간 넘게 대기하다 그냥 돌아가란 얘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당직 의사가 연락이 안 된다는 거였습니다.

[A 씨/환자 아버지/음성변조 : "안 되면 빨리 다른 병원을 가라고 얘기를 해줘야 되는 거 아니냐. 고통 참은 거는 어떻게 책임을 질 거냐 이러니까는, 저희도 계속 연락을 취했다고. 이런 게 무슨 대학병원 응급실이냐..."]

결국 새벽 3시 반이 돼서야 응급실을 나온 A 씨의 아들은 아침에 다른 비뇨기과 전문 병원에서 '부고환염' 진단을 받았습니다.

[A 씨/환자 아버지 : "원장님이 이렇게 많이 부었냐고 깜짝 놀라시더라고. 약을 2주 이상 꾸준히 먹고..."]

고대 안산병원은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지역응급의료센터입니다.

응급실 전담 전문의 2명 이상을 포함해 전담 의사 4명 이상을 둬야 합니다.

고대 안산병원은 의료진은 규정에 맞게 근무하고 있었지만, 당직 전공의의 업무가 과다해 생긴 일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당직 전공의가 전날 오전부터 24시간 당직 중이었는데, 다른 병동 환자 등을 살피다 호출을 놓쳤다는 겁니다.

이 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합니다.

[송금희/보건의료노조 사무처장 : "응급실만 커버하는 게 아니다 보니까 뭐 병동, 중환자실, 수술까지 다 커버를 해야 하다 보니까 한계가 있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치료가 힘든 상황이라면 환자에게 정확히 상황을 설명한 뒤 신속히 다른 병원으로 옮기도록 안내했어야 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KBS 뉴스 양민철입니다.

촬영기자:김정은 김제원/영상편집:이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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