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생명보다 보험 접수가 우선? 대형 보험사 직원의 엉뚱한 고집

입력 2021.11.17 (11:41) 수정 2021.11.17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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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사람이 크게 다쳤다면, 우선 병원에부터 보내는 건 인간의 도리이자 기본 상식입니다. 그런데 한 대형 보험사 직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환자 이송보다 보험 접수가 우선이라며, 환자 이송을 지연시킨 건데요. 어찌된 일이었을까요?

■ 교통사고로 다쳤는데, "보험 접수부터 하라"

지난달 28일 밤, 대구시 대명동의 한 도로에서 발생한 일입니다. 60대 택시기사 A 씨가 직진 신호를 받고 교차로를 지나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맞은편 차선에서 승용차 한 대가 불법 좌회전을 하며 택시를 들이받았습니다. 가해 차량은 20대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고 있었습니다.


사고 충격이 어찌나 컸던지, A 씨는 내부 장기가 파열됐다고 합니다. 택시도 차체 엔진이 모두 밀리는 등 크게 부서졌습니다.

문제는 사고 직후, 가해 차량 보험사인 삼성화재 직원이 보인 태도입니다. 택시기사 A 씨가 크게 다쳐 병원 이송부터 해야 하는데, 부상자의 상태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보험 접수부터 하라고 요구한 겁니다. '자신은 사고 내용을 모르니, 일단 쌍방이 보험을 접수해야 한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택시기사 A 씨 아들
"사고가 났으면 사람이 괜찮은지 물어 보는 게 상식 아닙니까? 그런데 119 신고도 안 하고, 보험 접수만 요구한 게 너무 화가 나죠."

삼성화재 출동요원 행동지침에는 고객 부상 정도가 심할 경우, 119 등을 이용해 병원으로 신속히 후송 조치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지침은 정작 긴급한 사고 현장에선 무용지물이었습니다.


■ '목숨보다 보험 접수가 먼저냐'…구급차 와도 보험 접수 고집

결국, 뒤이어 도착한 A 씨 아들이 119에 신고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런데 이 직원은 구급차가 도착한 뒤에도 재차 보험 접수를 고집했습니다. 심지어 이런 말도 했다고 합니다.

삼성화재 직원(사고 당시)
"보험 접수하고 가세요. (택시 측이) 보험 접수 안 해주면, 저도(승용차 측 ) 보험 접수 안 해드릴 겁니다."

직원의 고집에 구급차 이송은 10분 가까이 지체됐습니다. 그 사이 A 씨의 고통은 커져만 갔습니다. A 씨의 아들은 어쩔 수 없이 구급차를 먼저 보내고, 현장에 홀로 남아 직원과 실랑이를 벌였다고 합니다.

병원에 도착한 A 씨는 내장이 파열됐다는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직원의 고집으로 수술이 늦어진 겁니다. 아들은 하마터면 큰 일이 날 뻔했다며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A 씨의 진단서. A 씨는 교통 사고로 내장이 파열돼 긴급 수술을 했다.A 씨의 진단서. A 씨는 교통 사고로 내장이 파열돼 긴급 수술을 했다.
A 씨 아들
"삼성화재가 구멍가게도 아니고, 이해가 안 됩니다. 수술이 더 늦어졌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 아닙니까!"


삼성화재 측은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 덧붙였는데, 해당 직원은 본사 직원이 아니라 삼성화재 자회사인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의 협력업체 직원이며, 관련 교육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지만 불편을 드렸다는 겁니다. 또 출동 요원들을 재교육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에 대해 협력업체 직원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꼬리를 자르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옵니다. 또 평소에 얼마나 실적 압박이 컸으면 이런 비인간적인 행위를 했을까, 의구심도 제기됩니다.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 관계자
"사고 출동자에게 관련 교육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으나, 사고 처리 과정에서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즉시 사과 드렸고, 다시 한번 재교육하겠습니다."

지난해 구급차 이송 방해사건 당시 택시기사 모습.지난해 구급차 이송 방해사건 당시 택시기사 모습.
이번 사고가 특히 아찔한 건, 지난해 발생한 구급차 방해 사건 때문입니다. 지난해 6월 서울에선 한 택시 기사가 접촉사고 처리를 요구하며 구급차를 가로막는 바람에 병원 이송이 늦어져 70대 응급환자가 제때 치료를 못 받고 숨졌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A 씨는 수술을 잘 마친 뒤, 열흘 만에 퇴원해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그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람 목숨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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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 생명보다 보험 접수가 우선? 대형 보험사 직원의 엉뚱한 고집
    • 입력 2021-11-17 11:41:37
    • 수정2021-11-17 13:09:59
    취재K

교통사고로 사람이 크게 다쳤다면, 우선 병원에부터 보내는 건 인간의 도리이자 기본 상식입니다. 그런데 한 대형 보험사 직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환자 이송보다 보험 접수가 우선이라며, 환자 이송을 지연시킨 건데요. 어찌된 일이었을까요?

■ 교통사고로 다쳤는데, "보험 접수부터 하라"

지난달 28일 밤, 대구시 대명동의 한 도로에서 발생한 일입니다. 60대 택시기사 A 씨가 직진 신호를 받고 교차로를 지나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맞은편 차선에서 승용차 한 대가 불법 좌회전을 하며 택시를 들이받았습니다. 가해 차량은 20대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고 있었습니다.


사고 충격이 어찌나 컸던지, A 씨는 내부 장기가 파열됐다고 합니다. 택시도 차체 엔진이 모두 밀리는 등 크게 부서졌습니다.

문제는 사고 직후, 가해 차량 보험사인 삼성화재 직원이 보인 태도입니다. 택시기사 A 씨가 크게 다쳐 병원 이송부터 해야 하는데, 부상자의 상태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보험 접수부터 하라고 요구한 겁니다. '자신은 사고 내용을 모르니, 일단 쌍방이 보험을 접수해야 한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택시기사 A 씨 아들
"사고가 났으면 사람이 괜찮은지 물어 보는 게 상식 아닙니까? 그런데 119 신고도 안 하고, 보험 접수만 요구한 게 너무 화가 나죠."

삼성화재 출동요원 행동지침에는 고객 부상 정도가 심할 경우, 119 등을 이용해 병원으로 신속히 후송 조치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지침은 정작 긴급한 사고 현장에선 무용지물이었습니다.


■ '목숨보다 보험 접수가 먼저냐'…구급차 와도 보험 접수 고집

결국, 뒤이어 도착한 A 씨 아들이 119에 신고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런데 이 직원은 구급차가 도착한 뒤에도 재차 보험 접수를 고집했습니다. 심지어 이런 말도 했다고 합니다.

삼성화재 직원(사고 당시)
"보험 접수하고 가세요. (택시 측이) 보험 접수 안 해주면, 저도(승용차 측 ) 보험 접수 안 해드릴 겁니다."

직원의 고집에 구급차 이송은 10분 가까이 지체됐습니다. 그 사이 A 씨의 고통은 커져만 갔습니다. A 씨의 아들은 어쩔 수 없이 구급차를 먼저 보내고, 현장에 홀로 남아 직원과 실랑이를 벌였다고 합니다.

병원에 도착한 A 씨는 내장이 파열됐다는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직원의 고집으로 수술이 늦어진 겁니다. 아들은 하마터면 큰 일이 날 뻔했다며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A 씨의 진단서. A 씨는 교통 사고로 내장이 파열돼 긴급 수술을 했다.
A 씨 아들
"삼성화재가 구멍가게도 아니고, 이해가 안 됩니다. 수술이 더 늦어졌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 아닙니까!"


삼성화재 측은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 덧붙였는데, 해당 직원은 본사 직원이 아니라 삼성화재 자회사인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의 협력업체 직원이며, 관련 교육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지만 불편을 드렸다는 겁니다. 또 출동 요원들을 재교육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에 대해 협력업체 직원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꼬리를 자르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옵니다. 또 평소에 얼마나 실적 압박이 컸으면 이런 비인간적인 행위를 했을까, 의구심도 제기됩니다.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 관계자
"사고 출동자에게 관련 교육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으나, 사고 처리 과정에서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즉시 사과 드렸고, 다시 한번 재교육하겠습니다."

지난해 구급차 이송 방해사건 당시 택시기사 모습.이번 사고가 특히 아찔한 건, 지난해 발생한 구급차 방해 사건 때문입니다. 지난해 6월 서울에선 한 택시 기사가 접촉사고 처리를 요구하며 구급차를 가로막는 바람에 병원 이송이 늦어져 70대 응급환자가 제때 치료를 못 받고 숨졌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A 씨는 수술을 잘 마친 뒤, 열흘 만에 퇴원해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그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람 목숨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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