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 쓰레기, 알면서도 못 치우는 이유

입력 2021.11.18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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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추자도 해상에서 발견된 쓰레기. 양식장 자재들로 추정된다.17일 추자도 해상에서 발견된 쓰레기. 양식장 자재들로 추정된다.

거대한 쓰레기 더미가 항구의 길을 가로막았습니다. 스티로폼부터 밧줄까지, 얽히고 설킨 쓰레기 더미는 작은 언덕을 이뤘습니다.

17일 낮 12시경, 제주의 부속 섬 추자도에서 촬영된 사진입니다. 이 쓰레기, 대체 어디서 온 걸까요?

■ 바다에 둥둥 떠 있는 쓰레기…양식장 자재로 추정

이 쓰레기는 바다 위에 떠 있던 '부유 폐기물'입니다. 추자항에서 배로 1시간가량 거리 해상에 떠 있었는데, 이 근처를 지나던 낚시어선 선장이 쓰레기를 발견해 직접 추자항까지 끌고 온 겁니다.

추자면사무소에 따르면, 이 쓰레기는 양식장 자재로 추정됩니다. 추자도 바깥의 양식장 자재들이 강한 바람에 추자도 해상까지 떠밀려온 것으로 보이는데요. 추자면사무소는 해양쓰레기 수거 인력을 동원해 오늘까지 이틀 동안 쓰레기 분리 작업을 벌였습니다. 분리를 마친 뒤 제주도 내 업체를 통해 처리할 예정입니다.


육안으로 봐도 상당한 양에, 바닷물을 머금어 더 무거워진 쓰레기를 끌고 오기 쉽지 않았지만, 방법이 없었다는 게 낚시어선 선장의 설명입니다.

김종우 선장은 KBS와의 통화에서 "해경 배는 수리 중이라 하고, 행정에선 당장 수거를 못 한다길래 무리해서라도 쓰레기를 끌고 왔다"며 "방어 철이라 가뜩이나 주변에 낚시하는 선박들이 많은데, 혹시나 쓰레기에 걸려 사고라도 당하면 어쩌나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김 선장의 신고로, 추자도어선주협의회에서도 해상 사고를 막기 위해 문자로 쓰레기의 위치를 어선들에 알렸습니다.

하지만 행정당국에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게 김 선장의 주장입니다.

김 선장은 "이런 쓰레기들은 레이더에도 감지되지 않아, 어두운 밤 중엔 대형 사고가 날 수도 있다"며 "오늘 당장 수거하는 게 어렵다면, 사고가 안 나도록 쓰레기 주변에 등이라도 설치해놔야 하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쓰레기 더미가  낚시어선 레이더에 감지되지 않는 모습.쓰레기 더미가 낚시어선 레이더에 감지되지 않는 모습.

행정당국은 어민들의 불만을 이해하면서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고 말합니다. 바다에 떠 있는 쓰레기를 곧바로 수거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겁니다.

제주시에 따르면 바다 위에 쓰레기가 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되면, 주로 한국어촌어항공단에 수거 협조를 요청합니다. 행정당국이 자체적으로 보유한 어장정화선, 즉 쓰레기를 수거할 수 있는 장비 등을 갖춘 선박이 없기 때문입니다.

제주도는 불법 어업 행위를 지도·단속하는 어업지도선과 해양 조사에 나가는 시험조사선 등 배 6척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 중 쓰레기 수거를 목적으로 한 선박은 없습니다.

하지만 공단에서 곧장 출동하기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도내 24개 항구에서 해양 정화 활동을 하는 본연의 업무가 있는데, 출동 요청을 받은 지역이 거리상 먼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밖에도 겨울철같이 해상 날씨가 좋지 않으면 출항이 어렵다는 게 어촌어항공단의 설명입니다.

해상 쓰레기 늘지만, 곧바로 치우지 못하기도

문제는 이 밖의 대안이 있느냐는 겁니다. 제주시 관계자는 "쓰레기가 언제, 어디서 발견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민간 수거 업체와 계약을 맺기도 어렵다"며 "혹시나 하는 사고 위험 때문에, 어선에 부탁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하지만 해상 쓰레기가 발견되는 사례는 나날이 늘고 있다고 말합니다.

제주시 관계자는 "2주 전에도 제주시 구좌읍 해상에서 10톤 넘는 폐로프가 발견돼 수거 작업을 벌였다"며 " 갈수록 쓰레기 부피가 커지고, 무게도 늘어나지만 어떻게 빠른 시간 안에 수거할지 고민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관련법도 아직은 걸음마 단계입니다. 해양 폐기물의 수거와 처리 등을 담은 해양폐기물관리법은 지난해 10월에야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해상 쓰레기, 어떻게 하면 사고 위험 없이 단시간에 수거할 수 있을까요? 어민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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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 위 쓰레기, 알면서도 못 치우는 이유
    • 입력 2021-11-18 14:02:25
    취재K
17일 추자도 해상에서 발견된 쓰레기. 양식장 자재들로 추정된다.
거대한 쓰레기 더미가 항구의 길을 가로막았습니다. 스티로폼부터 밧줄까지, 얽히고 설킨 쓰레기 더미는 작은 언덕을 이뤘습니다.

17일 낮 12시경, 제주의 부속 섬 추자도에서 촬영된 사진입니다. 이 쓰레기, 대체 어디서 온 걸까요?

■ 바다에 둥둥 떠 있는 쓰레기…양식장 자재로 추정

이 쓰레기는 바다 위에 떠 있던 '부유 폐기물'입니다. 추자항에서 배로 1시간가량 거리 해상에 떠 있었는데, 이 근처를 지나던 낚시어선 선장이 쓰레기를 발견해 직접 추자항까지 끌고 온 겁니다.

추자면사무소에 따르면, 이 쓰레기는 양식장 자재로 추정됩니다. 추자도 바깥의 양식장 자재들이 강한 바람에 추자도 해상까지 떠밀려온 것으로 보이는데요. 추자면사무소는 해양쓰레기 수거 인력을 동원해 오늘까지 이틀 동안 쓰레기 분리 작업을 벌였습니다. 분리를 마친 뒤 제주도 내 업체를 통해 처리할 예정입니다.


육안으로 봐도 상당한 양에, 바닷물을 머금어 더 무거워진 쓰레기를 끌고 오기 쉽지 않았지만, 방법이 없었다는 게 낚시어선 선장의 설명입니다.

김종우 선장은 KBS와의 통화에서 "해경 배는 수리 중이라 하고, 행정에선 당장 수거를 못 한다길래 무리해서라도 쓰레기를 끌고 왔다"며 "방어 철이라 가뜩이나 주변에 낚시하는 선박들이 많은데, 혹시나 쓰레기에 걸려 사고라도 당하면 어쩌나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김 선장의 신고로, 추자도어선주협의회에서도 해상 사고를 막기 위해 문자로 쓰레기의 위치를 어선들에 알렸습니다.

하지만 행정당국에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게 김 선장의 주장입니다.

김 선장은 "이런 쓰레기들은 레이더에도 감지되지 않아, 어두운 밤 중엔 대형 사고가 날 수도 있다"며 "오늘 당장 수거하는 게 어렵다면, 사고가 안 나도록 쓰레기 주변에 등이라도 설치해놔야 하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쓰레기 더미가  낚시어선 레이더에 감지되지 않는 모습.
행정당국은 어민들의 불만을 이해하면서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고 말합니다. 바다에 떠 있는 쓰레기를 곧바로 수거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겁니다.

제주시에 따르면 바다 위에 쓰레기가 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되면, 주로 한국어촌어항공단에 수거 협조를 요청합니다. 행정당국이 자체적으로 보유한 어장정화선, 즉 쓰레기를 수거할 수 있는 장비 등을 갖춘 선박이 없기 때문입니다.

제주도는 불법 어업 행위를 지도·단속하는 어업지도선과 해양 조사에 나가는 시험조사선 등 배 6척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 중 쓰레기 수거를 목적으로 한 선박은 없습니다.

하지만 공단에서 곧장 출동하기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도내 24개 항구에서 해양 정화 활동을 하는 본연의 업무가 있는데, 출동 요청을 받은 지역이 거리상 먼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밖에도 겨울철같이 해상 날씨가 좋지 않으면 출항이 어렵다는 게 어촌어항공단의 설명입니다.

해상 쓰레기 늘지만, 곧바로 치우지 못하기도

문제는 이 밖의 대안이 있느냐는 겁니다. 제주시 관계자는 "쓰레기가 언제, 어디서 발견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민간 수거 업체와 계약을 맺기도 어렵다"며 "혹시나 하는 사고 위험 때문에, 어선에 부탁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하지만 해상 쓰레기가 발견되는 사례는 나날이 늘고 있다고 말합니다.

제주시 관계자는 "2주 전에도 제주시 구좌읍 해상에서 10톤 넘는 폐로프가 발견돼 수거 작업을 벌였다"며 " 갈수록 쓰레기 부피가 커지고, 무게도 늘어나지만 어떻게 빠른 시간 안에 수거할지 고민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관련법도 아직은 걸음마 단계입니다. 해양 폐기물의 수거와 처리 등을 담은 해양폐기물관리법은 지난해 10월에야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해상 쓰레기, 어떻게 하면 사고 위험 없이 단시간에 수거할 수 있을까요? 어민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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