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명확한 살인” 황예진 씨 유족의 절규…침묵한 피고인

입력 2021.11.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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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당일인 지난 7월 25일 새벽, 피의자 이 모 씨가 피해자 황 씨를 오피스텔 1층으로 끌고 가는 모습.사건 당일인 지난 7월 25일 새벽, 피의자 이 모 씨가 피해자 황 씨를 오피스텔 1층으로 끌고 가는 모습.

연인 관계였던 황예진 씨를 폭행해 숨지게 한 31살 남성 이 모 씨에 대한 2차 공판기일이 어제(18일) 열렸습니다.

재판부는 공판에서 37분 분량의 사건 당일 CCTV 영상을 틀고, 당시 상황을 분석했습니다. 사건 당일 폭행 장면이 고스란히 담긴 CCTV 영상은 앞서 언론을 통해 공개된 바 있습니다.

검찰은 재생되는 영상에 맞춰, 재판부에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고인 이 씨의 변호사는 ‘피해자가 먼저 이 씨를 잡아챘다’라며 항변하기도 했습니다.

유족 측이 언론에 공개한 사건 당일 CCTV 화면유족 측이 언론에 공개한 사건 당일 CCTV 화면

■ “사건 직후, 황 씨의 휴대전화 조작…포렌식 못하고 있어”

검찰은 이 씨가 사건 직후, 피해자 황 씨의 휴대전화를 조작했다고 밝혔습니다. 황 씨가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질 때, 혼자 오피스텔 건물에 남은 이 씨가 황 씨의 방에 들어가 휴대전화를 조작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수사 과정에서 황 씨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두 차례 시도했지만 결국 잠금을 풀지 못했다며,비밀번호가 변경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이 씨 측은 ‘그런 적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황 씨의 유족은 재판 직후 취재진을 만나 “황 씨의 휴대전화는 아이폰 기종으로 어머니가 비밀번호를 알지만, 그 비밀번호가 변경됐다”라고 설명했습니다.


■ ‘추가 폭력’ 담긴 SNS 기록 등 공개…“해킹 시도 정황도 있어”

어제 재판에선 고 황예진 씨의 어머니가 검찰 측 증인으로 직접 나서, 황 씨가 추가로 폭행을 당했다는 정황을 보여주는 SNS 내용 등을 진술했습니다.

황 씨의 어머니는 딸의 노트북 등을 통해 카카오톡 메시지나 이 씨와 주고받은 이메일 내용, 카드사용 내역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딸과 이 씨의 지인이나 친구들을 통해 생전 둘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들을 수도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딸은 피고인과 사귀며 피고인의 또 다른 여자 문제, 잦은 성인 동영상 시청 문제, 이 씨가 옮긴 성병, 임신 가능성 문제로 힘들었습니다. 자주 싸우고 피해자가 힘든 모습을 보이면, 피고인은 ‘왜 또 짜증이냐’며 싸웠습니다.”


지난 4일 첫 공판기일 직후, 취재진 앞에서 입장을 밝히는 고 황예진 씨의 어머니.지난 4일 첫 공판기일 직후, 취재진 앞에서 입장을 밝히는 고 황예진 씨의 어머니.

황 씨의 어머니는 두 사람의 관계를 잘 아는 친구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전해 들었다고 합니다.

이 씨가 친구들에게 딸에 대해 ‘짐승’ ‘미친 X’과 같은 심한 욕설을 하고, 사후 피임약을 구하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피고인이 딸을 성적 해소 목적으로 이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사건 발생했을 때도 무차별로 딸을 폭행하고, 의식이 없을 때도 알리바이를 남기려 하고 살리려고 노력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 단어들이 두 사람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황 씨의 어머니는 황 씨가 의식을 잃고 병원에 있던 시기, 황 씨의 네이버·구글 이메일 계정 비밀번호를 누군가가 바꾸려 한 시도가 수차례 있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씨가 본인에게 불리한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삭제하기 위해서 해킹시도를 했다고 생각한다며, 해킹 시도를 한 IP 주소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황 씨의 어머니는 딸의 죽음이 우발적 폭행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CCTV 영상을 통해 모두 7차례의 폭행이 발생했음을 확인했다”라면서 “이건 명확한 살인이므로 공소장 변경을 통해 피고인에게 살인죄를 물어달라”라고 호소했습니다.


■ 백번이라도 사과하고 싶다던 피고인…유족에겐 ‘침묵’

재판부는 어제 공판에서 피고인 이 씨에게 ‘증인으로 나온 황 씨의 어머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며 발언의 기회를 줬습니다.

하지만 이 씨는 침묵했습니다. 재판부가 ‘피해자 모친을 만난 건데 할 말이 없냐’라며 재차 물었지만, 이 씨는 고개만 저었습니다.


이 씨 측은 지난번 공판 때 ‘피해자 가족에게 백 번이고 사과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막상 기회가 주어졌는데도 침묵을 지킨 겁니다.

결국, 재판부는 이 씨의 변호인에게 ‘어떤 방법으로 유족 측에 사과할 거냐’라고 구체적인 계획을 물었습니다. 이에 대해 이 씨 측 변호인은 “백 번이라도 사과하고 싶지만, 피해자 변호인과 연락할 방법이 없다”라며, 사과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황 씨의 어머니는 이 씨에게 충분히 사과할 기회가 있었다면서, 앞으로 이 씨와 합의를 하거나 사과를 받아들일 의사가 없다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 “나에겐 딸이며 친구이며 전부…억울한 죽음 밝히기 전 슬퍼하지 않을 것”

“엄마·아빠는 슬퍼할 시간이 없습니다…. 억울한 죽음 밝히기 전에는 슬퍼하지 않기로 약속했습니다.”

황 씨의 어머니는 ‘현재 가족들이 어찌 지내냐’는 검찰의 질문에 울먹이며 이렇게 답했습니다. ‘피해자가 어떤 존재’인지 묻는 말에는 “저에게는 딸이며, 친구이며, 저의 전부”라고 답했습니다.

“제가 겪었던 슬픔을 다른 엄마·아빠가 겪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황 씨의 유족이 원하는 것은 이런 아픔이 반복되지 않는 것입니다. 황 씨 부모가 딸의 실명과 사건 당일 CCTV, 그리고 생전 황 씨의 데이트 폭력 피해 정황을 용기 내서 밝힌 이유입니다.

다음 달 13일에 열리는 3회 공판기일에는 피고인 이 씨에 대한 심문이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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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1-19 07: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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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당일인 지난 7월 25일 새벽, 피의자 이 모 씨가 피해자 황 씨를 오피스텔 1층으로 끌고 가는 모습.
연인 관계였던 황예진 씨를 폭행해 숨지게 한 31살 남성 이 모 씨에 대한 2차 공판기일이 어제(18일) 열렸습니다.

재판부는 공판에서 37분 분량의 사건 당일 CCTV 영상을 틀고, 당시 상황을 분석했습니다. 사건 당일 폭행 장면이 고스란히 담긴 CCTV 영상은 앞서 언론을 통해 공개된 바 있습니다.

검찰은 재생되는 영상에 맞춰, 재판부에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고인 이 씨의 변호사는 ‘피해자가 먼저 이 씨를 잡아챘다’라며 항변하기도 했습니다.

유족 측이 언론에 공개한 사건 당일 CCTV 화면
■ “사건 직후, 황 씨의 휴대전화 조작…포렌식 못하고 있어”

검찰은 이 씨가 사건 직후, 피해자 황 씨의 휴대전화를 조작했다고 밝혔습니다. 황 씨가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질 때, 혼자 오피스텔 건물에 남은 이 씨가 황 씨의 방에 들어가 휴대전화를 조작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수사 과정에서 황 씨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두 차례 시도했지만 결국 잠금을 풀지 못했다며,비밀번호가 변경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이 씨 측은 ‘그런 적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황 씨의 유족은 재판 직후 취재진을 만나 “황 씨의 휴대전화는 아이폰 기종으로 어머니가 비밀번호를 알지만, 그 비밀번호가 변경됐다”라고 설명했습니다.


■ ‘추가 폭력’ 담긴 SNS 기록 등 공개…“해킹 시도 정황도 있어”

어제 재판에선 고 황예진 씨의 어머니가 검찰 측 증인으로 직접 나서, 황 씨가 추가로 폭행을 당했다는 정황을 보여주는 SNS 내용 등을 진술했습니다.

황 씨의 어머니는 딸의 노트북 등을 통해 카카오톡 메시지나 이 씨와 주고받은 이메일 내용, 카드사용 내역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딸과 이 씨의 지인이나 친구들을 통해 생전 둘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들을 수도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딸은 피고인과 사귀며 피고인의 또 다른 여자 문제, 잦은 성인 동영상 시청 문제, 이 씨가 옮긴 성병, 임신 가능성 문제로 힘들었습니다. 자주 싸우고 피해자가 힘든 모습을 보이면, 피고인은 ‘왜 또 짜증이냐’며 싸웠습니다.”


지난 4일 첫 공판기일 직후, 취재진 앞에서 입장을 밝히는 고 황예진 씨의 어머니.
황 씨의 어머니는 두 사람의 관계를 잘 아는 친구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전해 들었다고 합니다.

이 씨가 친구들에게 딸에 대해 ‘짐승’ ‘미친 X’과 같은 심한 욕설을 하고, 사후 피임약을 구하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피고인이 딸을 성적 해소 목적으로 이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사건 발생했을 때도 무차별로 딸을 폭행하고, 의식이 없을 때도 알리바이를 남기려 하고 살리려고 노력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 단어들이 두 사람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황 씨의 어머니는 황 씨가 의식을 잃고 병원에 있던 시기, 황 씨의 네이버·구글 이메일 계정 비밀번호를 누군가가 바꾸려 한 시도가 수차례 있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씨가 본인에게 불리한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삭제하기 위해서 해킹시도를 했다고 생각한다며, 해킹 시도를 한 IP 주소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황 씨의 어머니는 딸의 죽음이 우발적 폭행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CCTV 영상을 통해 모두 7차례의 폭행이 발생했음을 확인했다”라면서 “이건 명확한 살인이므로 공소장 변경을 통해 피고인에게 살인죄를 물어달라”라고 호소했습니다.


■ 백번이라도 사과하고 싶다던 피고인…유족에겐 ‘침묵’

재판부는 어제 공판에서 피고인 이 씨에게 ‘증인으로 나온 황 씨의 어머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며 발언의 기회를 줬습니다.

하지만 이 씨는 침묵했습니다. 재판부가 ‘피해자 모친을 만난 건데 할 말이 없냐’라며 재차 물었지만, 이 씨는 고개만 저었습니다.


이 씨 측은 지난번 공판 때 ‘피해자 가족에게 백 번이고 사과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막상 기회가 주어졌는데도 침묵을 지킨 겁니다.

결국, 재판부는 이 씨의 변호인에게 ‘어떤 방법으로 유족 측에 사과할 거냐’라고 구체적인 계획을 물었습니다. 이에 대해 이 씨 측 변호인은 “백 번이라도 사과하고 싶지만, 피해자 변호인과 연락할 방법이 없다”라며, 사과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황 씨의 어머니는 이 씨에게 충분히 사과할 기회가 있었다면서, 앞으로 이 씨와 합의를 하거나 사과를 받아들일 의사가 없다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 “나에겐 딸이며 친구이며 전부…억울한 죽음 밝히기 전 슬퍼하지 않을 것”

“엄마·아빠는 슬퍼할 시간이 없습니다…. 억울한 죽음 밝히기 전에는 슬퍼하지 않기로 약속했습니다.”

황 씨의 어머니는 ‘현재 가족들이 어찌 지내냐’는 검찰의 질문에 울먹이며 이렇게 답했습니다. ‘피해자가 어떤 존재’인지 묻는 말에는 “저에게는 딸이며, 친구이며, 저의 전부”라고 답했습니다.

“제가 겪었던 슬픔을 다른 엄마·아빠가 겪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황 씨의 유족이 원하는 것은 이런 아픔이 반복되지 않는 것입니다. 황 씨 부모가 딸의 실명과 사건 당일 CCTV, 그리고 생전 황 씨의 데이트 폭력 피해 정황을 용기 내서 밝힌 이유입니다.

다음 달 13일에 열리는 3회 공판기일에는 피고인 이 씨에 대한 심문이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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