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더미 위에 서대구 KTX역?…폐기물 ‘수십만 톤’ 추정

입력 2021.11.19 (07:00) 수정 2021.11.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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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서부권 발전의 축이 될 서대구 KTX 역사가 다음 달 말 문을 열 예정입니다. 도시의 새로운 성장 동력 터 아래, 수십만 톤 이상의 쓰레기가 묻혀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올해 3월 서대구역 진출입로서 발견된 매립 쓰레기올해 3월 서대구역 진출입로서 발견된 매립 쓰레기

■ 화려한 역사 아래엔 거대한 쓰레기 더미 … 추청치 '수십만 톤 이상'

올해 초, 서대구역 진출입로 공사 중 해당 터 지하에서 40년 넘은 쓰레기가 대량으로 나와 논란이 됐습니다. 당시 주민들은 쓰레기로 인한 심각한 악취가 나자 공사를 멈추고 쓰레기를 치우라며 반발했는데요. 대구시는 쓰레기들을 다 처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쓰레기는 여전했습니다. 다만 보이지 않는 땅 속에 있을 뿐.

올 초 논란이 됐던 역사 진입도로 터엔 5.7m 깊이까지 쓰레기가 있었지만, 윗부분 2.5m까지 약 10,000톤만 처리됐습니다.

또 역사 터 아래에는 9m 아래까지 쓰레기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 가운데 건물 공사에 필요한 특정 지점의 약 40,000톤만 처리됐습니다. 한편 주차장 터에선 쓰레기를 치우지 않았습니다. 쓰레기 위에 그대로 도로를 포장한 것으로 보입니다.



부지 아래 얼마만큼 쓰레기가 있는지, 현재로선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다만 12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부지 전체 면적과 9m 아래까지 쓰레기가 있다는 점 등을 종합할 때 적어도 수십만 톤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대구 서구의회 오세광 의원은 "백만 톤 이상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 거대한 쓰레기 더미, 치우는 건 누구 몫?

폐기물 관리법은 부적정하게 처리된 폐기물이 발생하면 토지 소유자가 적정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땅 주인이 다 치우라는 겁니다.


이를 서대구역 사례에 적용하면, 대구시가 KTX 역사를 짓기 전 쓰레기를 다 치웠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지자체가 쓰레기를 당연히 다 치워왔습니다.

이 때문에 환경단체와 주변 주민 등은 서대구역사 폐기물 처리가 적절했는지 의문을 제기합니다. 쓰레기를 방치하는 과정에서 편법이 의심된다고 말합니다.

이승태 / 분쟁 전문 변호사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레기가 나오면 어떻게 해요? 다 치워요. 일부만 치우는 게 어딨어요?"

"폐기물을 발견했을 때 전부 다 토지 소유자에게 제거하도록 명령을 합니다. 지금 이 땅은 대구광역시 소유의 토지이다 보니까 예산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다른 방법으로 편법적으로 처리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에 대해 대구시는 적절하게 처리했다는 입장입니다. 환경부 지침에 따라 지반 침하가 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적법하게 처리했다는 입장입니다.

대구시가 쓰레기 처리 근거로 제시한 환경부의 ‘사업장 폐기물 질의 회신 사례집’대구시가 쓰레기 처리 근거로 제시한 환경부의 ‘사업장 폐기물 질의 회신 사례집’

대구시 관계자

"지지력 검토를 거쳐서 환경부에 나와 있는 질의회신집이나 관련 규정을 검토해서 적정하게 처리했습니다."

대구시가 말한 환경부 지침은 '2007년 환경부 폐기물 처리 사례집'입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이 사례집을 샅샅이 뒤졌는데, 윗부분 2.5m만 처리하라는 내용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지금으로선 대구시가 임의로 2.5m만 처리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 대구의 새로운 미래 서대구 KTX, 지반 침하·환경 오염 우려

폐기물 처리에 대한 논란의 공방이 거세지는 가운데, 방치된 쓰레기를 두고 안전과 환경 문제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서대구역사로 이어지는 이현삼거리를 보면 도로가 갈라지고 파손된 부분이 곳곳에서 눈에 띄는데요. 주민들은 매년 보수 공사를 하는데도 파손이 반복된다며 이 일대 지하에 묻힌 쓰레기 때문이 아닌지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인근 주민

"차가 지나갈 때마다 지반이 항상 흔들려요. 지진 난 것처럼 건물에 앉아있어도..차들이 지나가면서 금 가는 것도 늘어나고 지반이 점점 내려앉는다는 것을 느껴요"

이뿐만 아니라 서대구역사 터 아래 그대로 남아있는 쓰레기 수십만 톤이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쓰레기 더미에서 염색공단에서 버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폐원단과 주사기, 거즈와 같은 의료 폐기물도 상당수 발견됐기 때문인데요.

서대구역사 매립 쓰레기서대구역사 매립 쓰레기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해봤습니다. 쓰레기 상태를 확인한 전문가는 매립 폐기물이 장기간 지하에 방치되면 침출수나 메탄 가스 , 지반 침하 등이 발생할 가능성 있다며 이 토양에 대한 정밀 조사와 지반 안전성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영훈 / 안동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오염된 토양일 것 같아요. 이런 상태의 흙을 제가 조사해보면 거의 중금속 나오거든요. 아직 안정화가 되지 않은 폐기물이 굉장히 많아요. 재확인이 필요할 것 같고요."

■ 시료 조사 의뢰자는 진입도로 시공사? 믿기 힘든 해명들

환경 오염 우려에 대해 대구시는 보건환경연구원의 폐 토사 조사 자료를 제시했습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납, 비소, 수은, 카드뮴 등의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대구시는 쓰레기를 처리하지 않아도 환경 문제가 없다는 것이죠.

그런데 KBS 취재 결과, 조사 의뢰자는 대구시가 아닌 서대구역 진입도로 공사업체였습니다. 때문에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조사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는데요.

시험성적서 수신자는 00토건입니다. 즉 사업자인 00토건이 의뢰한 자료를 근거로 제시했습니다.시험성적서 수신자는 00토건입니다. 즉 사업자인 00토건이 의뢰한 자료를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재조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대구시의 입장은 이렇습니다.

대구시 관계자

"공사가 거의 끝난 상황에 누가 의혹을 제기한다고 해서 또 입회시켜서 재조사를 하는 게 발주처 입장에서는 행정 처리가 어려울 것 같아요."

"서대구역 광장조성 사업과 서대구역세권개발 사업 공사가 시작될 때 정밀하게 검토해서 전체적으로 폐기물 처리 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

공사가 마무리된 곳은 재조사가 어렵다, 부지 내 다른 곳을 조성할 땐 투명하게 조성하겠다는 해명. 환경단체와 인근 주민들은 쉽게 납득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구의 새로운 미래가 될 서대구KTX 역 조성 사업. 하지만 부적정한 쓰레기 논란 속에 의혹만 쌓여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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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쓰레기 더미 위에 서대구 KTX역?…폐기물 ‘수십만 톤’ 추정
    • 입력 2021-11-19 07:00:15
    • 수정2021-11-19 07:00:26
    취재K

대구 서부권 발전의 축이 될 서대구 KTX 역사가 다음 달 말 문을 열 예정입니다. 도시의 새로운 성장 동력 터 아래, 수십만 톤 이상의 쓰레기가 묻혀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올해 3월 서대구역 진출입로서 발견된 매립 쓰레기
■ 화려한 역사 아래엔 거대한 쓰레기 더미 … 추청치 '수십만 톤 이상'

올해 초, 서대구역 진출입로 공사 중 해당 터 지하에서 40년 넘은 쓰레기가 대량으로 나와 논란이 됐습니다. 당시 주민들은 쓰레기로 인한 심각한 악취가 나자 공사를 멈추고 쓰레기를 치우라며 반발했는데요. 대구시는 쓰레기들을 다 처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쓰레기는 여전했습니다. 다만 보이지 않는 땅 속에 있을 뿐.

올 초 논란이 됐던 역사 진입도로 터엔 5.7m 깊이까지 쓰레기가 있었지만, 윗부분 2.5m까지 약 10,000톤만 처리됐습니다.

또 역사 터 아래에는 9m 아래까지 쓰레기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 가운데 건물 공사에 필요한 특정 지점의 약 40,000톤만 처리됐습니다. 한편 주차장 터에선 쓰레기를 치우지 않았습니다. 쓰레기 위에 그대로 도로를 포장한 것으로 보입니다.



부지 아래 얼마만큼 쓰레기가 있는지, 현재로선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다만 12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부지 전체 면적과 9m 아래까지 쓰레기가 있다는 점 등을 종합할 때 적어도 수십만 톤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대구 서구의회 오세광 의원은 "백만 톤 이상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 거대한 쓰레기 더미, 치우는 건 누구 몫?

폐기물 관리법은 부적정하게 처리된 폐기물이 발생하면 토지 소유자가 적정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땅 주인이 다 치우라는 겁니다.


이를 서대구역 사례에 적용하면, 대구시가 KTX 역사를 짓기 전 쓰레기를 다 치웠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지자체가 쓰레기를 당연히 다 치워왔습니다.

이 때문에 환경단체와 주변 주민 등은 서대구역사 폐기물 처리가 적절했는지 의문을 제기합니다. 쓰레기를 방치하는 과정에서 편법이 의심된다고 말합니다.

이승태 / 분쟁 전문 변호사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레기가 나오면 어떻게 해요? 다 치워요. 일부만 치우는 게 어딨어요?"

"폐기물을 발견했을 때 전부 다 토지 소유자에게 제거하도록 명령을 합니다. 지금 이 땅은 대구광역시 소유의 토지이다 보니까 예산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다른 방법으로 편법적으로 처리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에 대해 대구시는 적절하게 처리했다는 입장입니다. 환경부 지침에 따라 지반 침하가 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적법하게 처리했다는 입장입니다.

대구시가 쓰레기 처리 근거로 제시한 환경부의 ‘사업장 폐기물 질의 회신 사례집’
대구시 관계자

"지지력 검토를 거쳐서 환경부에 나와 있는 질의회신집이나 관련 규정을 검토해서 적정하게 처리했습니다."

대구시가 말한 환경부 지침은 '2007년 환경부 폐기물 처리 사례집'입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이 사례집을 샅샅이 뒤졌는데, 윗부분 2.5m만 처리하라는 내용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지금으로선 대구시가 임의로 2.5m만 처리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 대구의 새로운 미래 서대구 KTX, 지반 침하·환경 오염 우려

폐기물 처리에 대한 논란의 공방이 거세지는 가운데, 방치된 쓰레기를 두고 안전과 환경 문제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서대구역사로 이어지는 이현삼거리를 보면 도로가 갈라지고 파손된 부분이 곳곳에서 눈에 띄는데요. 주민들은 매년 보수 공사를 하는데도 파손이 반복된다며 이 일대 지하에 묻힌 쓰레기 때문이 아닌지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인근 주민

"차가 지나갈 때마다 지반이 항상 흔들려요. 지진 난 것처럼 건물에 앉아있어도..차들이 지나가면서 금 가는 것도 늘어나고 지반이 점점 내려앉는다는 것을 느껴요"

이뿐만 아니라 서대구역사 터 아래 그대로 남아있는 쓰레기 수십만 톤이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쓰레기 더미에서 염색공단에서 버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폐원단과 주사기, 거즈와 같은 의료 폐기물도 상당수 발견됐기 때문인데요.

서대구역사 매립 쓰레기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해봤습니다. 쓰레기 상태를 확인한 전문가는 매립 폐기물이 장기간 지하에 방치되면 침출수나 메탄 가스 , 지반 침하 등이 발생할 가능성 있다며 이 토양에 대한 정밀 조사와 지반 안전성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영훈 / 안동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오염된 토양일 것 같아요. 이런 상태의 흙을 제가 조사해보면 거의 중금속 나오거든요. 아직 안정화가 되지 않은 폐기물이 굉장히 많아요. 재확인이 필요할 것 같고요."

■ 시료 조사 의뢰자는 진입도로 시공사? 믿기 힘든 해명들

환경 오염 우려에 대해 대구시는 보건환경연구원의 폐 토사 조사 자료를 제시했습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납, 비소, 수은, 카드뮴 등의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대구시는 쓰레기를 처리하지 않아도 환경 문제가 없다는 것이죠.

그런데 KBS 취재 결과, 조사 의뢰자는 대구시가 아닌 서대구역 진입도로 공사업체였습니다. 때문에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조사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는데요.

시험성적서 수신자는 00토건입니다. 즉 사업자인 00토건이 의뢰한 자료를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재조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대구시의 입장은 이렇습니다.

대구시 관계자

"공사가 거의 끝난 상황에 누가 의혹을 제기한다고 해서 또 입회시켜서 재조사를 하는 게 발주처 입장에서는 행정 처리가 어려울 것 같아요."

"서대구역 광장조성 사업과 서대구역세권개발 사업 공사가 시작될 때 정밀하게 검토해서 전체적으로 폐기물 처리 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

공사가 마무리된 곳은 재조사가 어렵다, 부지 내 다른 곳을 조성할 땐 투명하게 조성하겠다는 해명. 환경단체와 인근 주민들은 쉽게 납득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구의 새로운 미래가 될 서대구KTX 역 조성 사업. 하지만 부적정한 쓰레기 논란 속에 의혹만 쌓여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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