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제자 교수 시키려 했나?’…국립대 교수 채용 비리 의혹

입력 2021.11.19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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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경북대 국악학과에서 신임 교수를 뽑았는데 특정 인물을 내정하고 짜맞추기식 채용이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취재진이 살펴보니, 의심할 만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런데 국립대학인 경북대는 이러한 의혹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 국악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한 소문

국악계 관계자
"경북대 국악학과에서 정말 이상한 채용이 이뤄졌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았죠."

지난 7월, 경북대 국악학과는 신임 교수를 채용했습니다. 그런데 채용 결과가 이상하다는 의혹이 국악계에서 터져 나왔습니다. 실력이 가장 떨어지는 경북대 출신 지원자 A 씨가 교수가 됐다는 겁니다.

경북대 국악학과.경북대 국악학과.

우선 채용 전공부터 문제였습니다. 올해 초까지 경북대에는 가야금과 해금, 피리 전공 교수 3명만 있었는데요. 대금과 거문고 등 다른 악기는 전공 교수가 퇴임한 지 오래돼, 전공 학생들은 같은 등록금을 내고도 정작 교수의 지도를 받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상반기 공채에서 이미 전공 교수가 있는 가야금 교수를 또 뽑기로 한 겁니다.

경북대 관계자
"거문고와 대금 교수님이 퇴임한 지 3년이 지났는데, 이미 교수가 있는 가야금 교수를 뽑는 건 이상하죠.
특정인을 뽑으려고 그런 거 아니겠어요?"

현직 가야금 전공 교수의 입김이 우려되는 상황. 실제 채용된 교수 역시 현직 교수의 제자였습니다. 게다가 두 사람이 오랫동안 같은 연주단체에서 활동해 온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심지어 현직 가야금 교수는 10년 전 교수 채용 비리 사건으로 징계까지 받았던 인물이었습니다.

현직 가야금 교수와 채용된 이는 사제 간으로, 오랜 기간 같은 단체에서 활동했다.현직 가야금 교수와 채용된 이는 사제 간으로, 오랜 기간 같은 단체에서 활동했다.

특정 전공 교수가 재직 중인 상황에서 같은 전공 교수를 추가 채용한 건 전례 없는 일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전공 교수가 없는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도 두말할 것 없겠죠.

윤중강/국악 평론가(문화재위원)
"현직 교수가 2년이라는 임기가 남아 있는데, 후임 교수를 채용하는 것 자체가 거기서부터 잘못됐다고 저는 생각하고요. 전임자가 후임자를 뽑는 데 있어서 일정 부분 뭔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철저하게 배제해야 하는 거죠."

실기연주 심사 기준도 의혹을 더 하고 있습니다. 경북대는 3시간 분량의 가야금 곡과 연주 범위를 지정했는데, 공교롭게도 채용된 이가 공채 직전 가진 개인 연주회에서 연주한 곡, 범위와 유사했던 겁니다.

국악계 관계자
"실기 과목을 이렇게 많이 지정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마치 누군가를 위해서 실기 연주곡을 지정한 것 아닌가? 이런 의심이 들 정도…."

객관적인 지표인 수상 경력도 경북대 출신 지원자가 탈락한 두 후보에 비해 떨어진다는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실제 다른 학교 출신의 두 후보는 국내 국악계에서 가야금 연주로는 손에 꼽히는 인재들이었습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경북대 측은 가야금을 전공하는 학생이 많아 가야금을 뽑았고, 실기 연주곡 범위도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일괄 지정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일체의 진상 조사 없이 교수 임명을 강행했습니다.

■ 짜 맞춘 듯 매겨진 점수…"제자 밀어주기?"

그런데 지난 국정감사에서 해당 공채 심사 배점표가 공개되면서 논란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심사위원 5명 가운데 경북대 음대 교수인 2명이 채용된 이에게는 각각 30점 만점을, 다른 학교 출신인 탈락자들에게는 6점을 준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당장교 출신 제자를 채용하기 위해 점수를 몰아줬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습니다.

국악계 관계자
"30점과 6점 차이는 납득이 안 되는 차이입니다. 제자를 뽑으려고 작정한 거라고 봐야 하는 아닌가요?"

그러나 경북대는 여전히 교수 채용은 해당 학과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며, 제기된 모든 의혹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교수 채용 비리 의혹은 그 내용을 현재 진행형으로 더해가는 중입니다.

■ 의혹에 또 다른 의혹… 특정 인물 내정설까지

현재 경북대 국악학과는 비리 의혹 와중에 또 교수를 채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또 전공 교수가 있는 해금 분야를 추가 채용하려고 하는 겁니다. 또다시 채용 관련 영향력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미 지역 국악계에서는 특정 인물 내정설까지 파다하다고 하는데요. 이 때문에 국립대 교수 공채인데도 지원자가 한 자릿수에 그치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경북대 국악학과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해당 전공 학생이 더 많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경북대 본부 측 역시 문제 의식이 없기는 마찬가집니다. 그저 '학과 자율성'만을 내세우며, 어쩔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는 겁니다.

경북대 본부 관계자
"저희는 교수님들을 믿을 수밖에 없어요. 그분들이 전문가잖아요. 자율성을 존중해야죠."

전문성과 자율성, 물론 중요합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문제를 제기하고, 그 내용 역시 의심할 만한 부분이 있다면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진상 파악이라도 해보는 게 맞지 않을까요?

교수 채용 비리 의혹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으면서 국립 경북대의 신뢰는 땅에 떨어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논란으로 상처 입을 학생들의 처지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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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기 제자 교수 시키려 했나?’…국립대 교수 채용 비리 의혹
    • 입력 2021-11-19 10:02:04
    취재K

대구의 경북대 국악학과에서 신임 교수를 뽑았는데 특정 인물을 내정하고 짜맞추기식 채용이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취재진이 살펴보니, 의심할 만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런데 국립대학인 경북대는 이러한 의혹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 국악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한 소문

국악계 관계자
"경북대 국악학과에서 정말 이상한 채용이 이뤄졌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았죠."

지난 7월, 경북대 국악학과는 신임 교수를 채용했습니다. 그런데 채용 결과가 이상하다는 의혹이 국악계에서 터져 나왔습니다. 실력이 가장 떨어지는 경북대 출신 지원자 A 씨가 교수가 됐다는 겁니다.

경북대 국악학과.
우선 채용 전공부터 문제였습니다. 올해 초까지 경북대에는 가야금과 해금, 피리 전공 교수 3명만 있었는데요. 대금과 거문고 등 다른 악기는 전공 교수가 퇴임한 지 오래돼, 전공 학생들은 같은 등록금을 내고도 정작 교수의 지도를 받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상반기 공채에서 이미 전공 교수가 있는 가야금 교수를 또 뽑기로 한 겁니다.

경북대 관계자
"거문고와 대금 교수님이 퇴임한 지 3년이 지났는데, 이미 교수가 있는 가야금 교수를 뽑는 건 이상하죠.
특정인을 뽑으려고 그런 거 아니겠어요?"

현직 가야금 전공 교수의 입김이 우려되는 상황. 실제 채용된 교수 역시 현직 교수의 제자였습니다. 게다가 두 사람이 오랫동안 같은 연주단체에서 활동해 온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심지어 현직 가야금 교수는 10년 전 교수 채용 비리 사건으로 징계까지 받았던 인물이었습니다.

현직 가야금 교수와 채용된 이는 사제 간으로, 오랜 기간 같은 단체에서 활동했다.
특정 전공 교수가 재직 중인 상황에서 같은 전공 교수를 추가 채용한 건 전례 없는 일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전공 교수가 없는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도 두말할 것 없겠죠.

윤중강/국악 평론가(문화재위원)
"현직 교수가 2년이라는 임기가 남아 있는데, 후임 교수를 채용하는 것 자체가 거기서부터 잘못됐다고 저는 생각하고요. 전임자가 후임자를 뽑는 데 있어서 일정 부분 뭔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철저하게 배제해야 하는 거죠."

실기연주 심사 기준도 의혹을 더 하고 있습니다. 경북대는 3시간 분량의 가야금 곡과 연주 범위를 지정했는데, 공교롭게도 채용된 이가 공채 직전 가진 개인 연주회에서 연주한 곡, 범위와 유사했던 겁니다.

국악계 관계자
"실기 과목을 이렇게 많이 지정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마치 누군가를 위해서 실기 연주곡을 지정한 것 아닌가? 이런 의심이 들 정도…."

객관적인 지표인 수상 경력도 경북대 출신 지원자가 탈락한 두 후보에 비해 떨어진다는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실제 다른 학교 출신의 두 후보는 국내 국악계에서 가야금 연주로는 손에 꼽히는 인재들이었습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경북대 측은 가야금을 전공하는 학생이 많아 가야금을 뽑았고, 실기 연주곡 범위도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일괄 지정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일체의 진상 조사 없이 교수 임명을 강행했습니다.

■ 짜 맞춘 듯 매겨진 점수…"제자 밀어주기?"

그런데 지난 국정감사에서 해당 공채 심사 배점표가 공개되면서 논란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심사위원 5명 가운데 경북대 음대 교수인 2명이 채용된 이에게는 각각 30점 만점을, 다른 학교 출신인 탈락자들에게는 6점을 준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당장교 출신 제자를 채용하기 위해 점수를 몰아줬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습니다.

국악계 관계자
"30점과 6점 차이는 납득이 안 되는 차이입니다. 제자를 뽑으려고 작정한 거라고 봐야 하는 아닌가요?"

그러나 경북대는 여전히 교수 채용은 해당 학과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며, 제기된 모든 의혹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교수 채용 비리 의혹은 그 내용을 현재 진행형으로 더해가는 중입니다.

■ 의혹에 또 다른 의혹… 특정 인물 내정설까지

현재 경북대 국악학과는 비리 의혹 와중에 또 교수를 채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또 전공 교수가 있는 해금 분야를 추가 채용하려고 하는 겁니다. 또다시 채용 관련 영향력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미 지역 국악계에서는 특정 인물 내정설까지 파다하다고 하는데요. 이 때문에 국립대 교수 공채인데도 지원자가 한 자릿수에 그치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경북대 국악학과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해당 전공 학생이 더 많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경북대 본부 측 역시 문제 의식이 없기는 마찬가집니다. 그저 '학과 자율성'만을 내세우며, 어쩔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는 겁니다.

경북대 본부 관계자
"저희는 교수님들을 믿을 수밖에 없어요. 그분들이 전문가잖아요. 자율성을 존중해야죠."

전문성과 자율성, 물론 중요합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문제를 제기하고, 그 내용 역시 의심할 만한 부분이 있다면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진상 파악이라도 해보는 게 맞지 않을까요?

교수 채용 비리 의혹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으면서 국립 경북대의 신뢰는 땅에 떨어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논란으로 상처 입을 학생들의 처지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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