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의 고독’…산악인 故 박영석도 그랬다

입력 2021.11.1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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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인 고 박영석(1963~2011)산악인 고 박영석(1963~2011)

‘계속 올라갈 수 있을까? 아니면 포기하고 내려가야 할까? 대원들이 지금 나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해발 8천m급 히말라야 고봉을 오르는 등반 대장들은 어느 순간 한 번쯤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원들의 의견도 들어본 후 최종 판단을 한다. 등반 성공 여부에 앞서 본인과 대원들의 생명이 걸려 있는 경우가 많기에 위험 상황에서 그 판단과 결정은 빠르고 정확해야 한다.

인간으로서 나약해지기 싫은 상태에서, 무언가를 결정해야 하는 짧은 순간, 등반 대장들은 고독감을 느낀다고 한다. 운명이다. 오롯이 혼자 짊어진 책임이다.

최근 어느 산악인이 책에서 말한 ‘1%의 고독’은 그래서 더욱 많이 와닿는다.


■ 故 박영석 대장 10주기

2011년 10월 18일 히말라야 안나푸르나(8,091m) 남벽 아래서 대원 2명과 실종된 고 박영석 대장.

지난달 18일이 정확하게 10주기였다. ‘위드 코로나’ 시행 전이어서 추모 행사가 열리지 못했다. 대신 오늘(19일) 서울시 산악문화체험센터에서 간단한 행사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박 대장의 일대기를 되돌아보며 다시 한번 그를 그리워했다.

1980년 고등학생 시절 ‘동국대 산악부 마나슬루 등정 성공’ 카퍼레이드 목격. 1983년 동국대 입학과 동시에 산악부 가입. 이후 해외 등정과 탐험 활동. 2005년 세계 최초 산악 그랜드슬램 달성(히말라야 8천m급 14개봉/7대륙 최고봉 등정+남/북극점 도달). 그리고 2011년 안나푸르나 남벽 아래서 눈사태로 실종.

박영석 추모행사(서울시 산악문화체험센터)박영석 추모행사(서울시 산악문화체험센터)

■ “과거보다 미래를 이야기하자”

박 대장이 실제로 자신의 입으로 자주 말한 것은 ‘1%의 고독’보다 ‘1%의 가능성’이었다. “1%의 가능성만 있으면 포기하지 않고 도전한다. 나는 대중에게 과거 등반한 내용보다 미래 등반할 내용을 말하고 싶다.”

1963년생, 우리 나이 49살에 도전했던 안나푸르나 남벽 신루트 개척. 주변에서 체력적인 어려움을 거론했지만, 박 대장은 네팔로 향했다.

하지만 등반 초기 맞닥뜨린 기상 악화와 낙석, 눈사태로 하산을 결정해야 했다(그 순간 ‘1%의 고독’을 느꼈을 것이다). 이후 엄청난 굉음을 일으키며 쏟아진 마지막 눈사태로 후배 대원 2명과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 ‘늘 잠재돼 있는 사람’

추모 행사엔 이인정 아시아산악연맹 회장과 황희 문체부 장관 등 50여 명이 참가했다. 박 대장을 물심양면으로 후원했던 이 회장은 “같이 산을 다녔던 추억들이 떠오른다. 늘 나의 내면에 잠재돼 있는 사람이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내년 3월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갈 예정이다. 가까이서 영석이 이름을 불러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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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의 고독’…산악인 故 박영석도 그랬다
    • 입력 2021-11-19 17:30:59
    스포츠K
산악인 고 박영석(1963~2011)
‘계속 올라갈 수 있을까? 아니면 포기하고 내려가야 할까? 대원들이 지금 나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해발 8천m급 히말라야 고봉을 오르는 등반 대장들은 어느 순간 한 번쯤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원들의 의견도 들어본 후 최종 판단을 한다. 등반 성공 여부에 앞서 본인과 대원들의 생명이 걸려 있는 경우가 많기에 위험 상황에서 그 판단과 결정은 빠르고 정확해야 한다.

인간으로서 나약해지기 싫은 상태에서, 무언가를 결정해야 하는 짧은 순간, 등반 대장들은 고독감을 느낀다고 한다. 운명이다. 오롯이 혼자 짊어진 책임이다.

최근 어느 산악인이 책에서 말한 ‘1%의 고독’은 그래서 더욱 많이 와닿는다.


■ 故 박영석 대장 10주기

2011년 10월 18일 히말라야 안나푸르나(8,091m) 남벽 아래서 대원 2명과 실종된 고 박영석 대장.

지난달 18일이 정확하게 10주기였다. ‘위드 코로나’ 시행 전이어서 추모 행사가 열리지 못했다. 대신 오늘(19일) 서울시 산악문화체험센터에서 간단한 행사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박 대장의 일대기를 되돌아보며 다시 한번 그를 그리워했다.

1980년 고등학생 시절 ‘동국대 산악부 마나슬루 등정 성공’ 카퍼레이드 목격. 1983년 동국대 입학과 동시에 산악부 가입. 이후 해외 등정과 탐험 활동. 2005년 세계 최초 산악 그랜드슬램 달성(히말라야 8천m급 14개봉/7대륙 최고봉 등정+남/북극점 도달). 그리고 2011년 안나푸르나 남벽 아래서 눈사태로 실종.

박영석 추모행사(서울시 산악문화체험센터)
■ “과거보다 미래를 이야기하자”

박 대장이 실제로 자신의 입으로 자주 말한 것은 ‘1%의 고독’보다 ‘1%의 가능성’이었다. “1%의 가능성만 있으면 포기하지 않고 도전한다. 나는 대중에게 과거 등반한 내용보다 미래 등반할 내용을 말하고 싶다.”

1963년생, 우리 나이 49살에 도전했던 안나푸르나 남벽 신루트 개척. 주변에서 체력적인 어려움을 거론했지만, 박 대장은 네팔로 향했다.

하지만 등반 초기 맞닥뜨린 기상 악화와 낙석, 눈사태로 하산을 결정해야 했다(그 순간 ‘1%의 고독’을 느꼈을 것이다). 이후 엄청난 굉음을 일으키며 쏟아진 마지막 눈사태로 후배 대원 2명과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 ‘늘 잠재돼 있는 사람’

추모 행사엔 이인정 아시아산악연맹 회장과 황희 문체부 장관 등 50여 명이 참가했다. 박 대장을 물심양면으로 후원했던 이 회장은 “같이 산을 다녔던 추억들이 떠오른다. 늘 나의 내면에 잠재돼 있는 사람이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내년 3월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갈 예정이다. 가까이서 영석이 이름을 불러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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