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슈퍼에서 담배 못 판다?…“석면·납 페인트처럼 퇴출해야”

입력 2021.11.20 (07: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호주 슈퍼마켓의 담배 진열대(출처: 게티 이미지)호주 슈퍼마켓의 담배 진열대(출처: 게티 이미지)

■ 호주 공중보건 전문가 "석면·납 페인트처럼 슈퍼에서 담배 퇴출해야"

슈퍼마켓과 같은 소매업체에서의 담배 판매 금지 일자를 확정하라.
담배 소비세에 의존하지 않고도 세수를 늘릴 새로운 방법을 찾아라.

호주에서 담배 판매를 금지하라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지난 14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호주 공중보건 전문가들이 석면과 납 페인트를 시장에서 퇴출시켰던 것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슈퍼마켓 같은 소매점에서 담배 판매 중단을 결정하고 담배소비세를 대신할 세수를 개발할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같은 요구는 호주의학저널(MJA)에 빅토리아주 암 위원회의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 나왔습니다. 해당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2.8%(1,466명)가 소매점에서의 담배 판매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데 찬성한다고 답했습니다.

조사 결과 발표 직후 호주 퀸즐랜드대 코랄 가트너 교수를 비롯한 담배 규제 정책 전문가들은 "때로는 대중이 정책보다 앞서 있다"며 정부가 '플레인 패키징법'이나 담배 유해성 경고문 같은 소비자의 구매에 초점을 맞춘 조치를 넘어, 공급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라고 밝혔습니다.

'플레인 패키징'(표준 담뱃갑)은 담배 포장에 정해진 색깔과 글꼴로 브랜드 이름만을 표기하고 담배 회사 로고나 색상, 상표, 브랜드 이미지, 판촉 정보 등의 표기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조치입니다. 다른 말로는 담뱃값 포장지 일원화, 표준 포장 혹은 포장규격화라고 합니다. 흡연 억제가 목표인만큼 흡연으로 인한 질병 사진과 경고 문구가 포장에 포함됩니다.

호주가 2012년 세계 최초로 이 방식을 도입하자, 담배회사들의 지원을 받은 담배 원료 수출국 온두라스와 도미니카공화국 등은 이 조치가 무역 장벽이라며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했습니다. WTO는 그러나 2018년 1심 판결에 이어 지난해에도 플레인 패키징은 공중보건을 위한 합법적 수단이며 담배 원료 수출국에 불리한 무역 장벽이 아니라고 재확인했습니다.

호주를 시작으로 프랑스와 영국 등 현재 16개국이 플레인 패키징을 시행 중이며, 내년부터는 헝가리와 덴마크, 미얀마 등에서도 시행됩니다.

이들 전문가는 "담배가 소비재로서의 법적 지위를 유지해 오도록 한 규제 예외주의를 끝낼" 시급한 필요성이 있다며, “담배는 현대 소비자 제품 안전 표준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정부가 오염된 식품, 석면과 납 페인트 같은 안전하지 않은 제품을 시장에서 제거하는 것은 정상"이며 "국제 무역 분쟁에서 호주의 담배 '플레인 패키징법'이 성공적으로 방어한 것은 담배 규제가 상업적 이익을 저해하고 국제 무역에 영향을 미치더라도 국민 건강을 위해 정부가 담배 규제 조치를 도입할 권리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습니다.

호주에서 판매되는 플레인 패키징 제품들 (출처: 게티 이미지)호주에서 판매되는 플레인 패키징 제품들 (출처: 게티 이미지)

가트너 교수는 '플레인 패키징' 때문에 호주가 담배 규제에서 앞서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네덜란드는 2024년부터 슈퍼마켓에서 담배 판매를 금지하는 법을 이미 통과시켰고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벌리 힐스와 맨해튼비치는 올해 1월 1일부터 담배 소매 판매를 종료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뉴질랜드 역시 담배 판매점 수를 크게 줄이고 담배에서 니코틴을 제거하는 등의 새로운 규제 방안을 내놓은 데 이어 몇 주 안에 금연 실행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호주가 오히려 다른 나라에 뒤처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 호주 정부 "주 정부가 담배 소매 결정…흡연 유병률 낮추는 조치 모색"

호주 연방 보건부 대변인은 이에 대해 담배 제품의 소매 판매 관련 결정은 주 정부 권한이라며 "정부는 지방 정부와 계속 협력해 담배의 공급과 수요를 모두 줄이는 조치를 포함해 흡연 유병률을 더 낮추기 위한 다양한 조치를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호주에서는 1960부터 2020년까지 128만 명이 흡연으로 숨졌으며 흡연자의 평균 수명이 비흡연자보다 10년 빠른 것으로 나타나는 등 흡연이 국민들의 조기 사망과 장애의 주요 요인으로 꼽힙니다.

이에 따라 호주에서는 현재 전자담배도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으며, 일부 지방 정부나 전문 기관들은 이전부터 담배 판매 중단을 촉구해왔습니다.

호주 정부는 2030년까지 흡연율을 5% 미만으로 낮춘다는 보건 정책을 세웠지만, 담배업계의 자율규제와 자발적 조치만으로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호주 슈퍼에서 담배 못 판다?…“석면·납 페인트처럼 퇴출해야”
    • 입력 2021-11-20 07:00:51
    세계는 지금
호주 슈퍼마켓의 담배 진열대(출처: 게티 이미지)
■ 호주 공중보건 전문가 "석면·납 페인트처럼 슈퍼에서 담배 퇴출해야"

슈퍼마켓과 같은 소매업체에서의 담배 판매 금지 일자를 확정하라.
담배 소비세에 의존하지 않고도 세수를 늘릴 새로운 방법을 찾아라.

호주에서 담배 판매를 금지하라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지난 14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호주 공중보건 전문가들이 석면과 납 페인트를 시장에서 퇴출시켰던 것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슈퍼마켓 같은 소매점에서 담배 판매 중단을 결정하고 담배소비세를 대신할 세수를 개발할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같은 요구는 호주의학저널(MJA)에 빅토리아주 암 위원회의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 나왔습니다. 해당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2.8%(1,466명)가 소매점에서의 담배 판매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데 찬성한다고 답했습니다.

조사 결과 발표 직후 호주 퀸즐랜드대 코랄 가트너 교수를 비롯한 담배 규제 정책 전문가들은 "때로는 대중이 정책보다 앞서 있다"며 정부가 '플레인 패키징법'이나 담배 유해성 경고문 같은 소비자의 구매에 초점을 맞춘 조치를 넘어, 공급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라고 밝혔습니다.

'플레인 패키징'(표준 담뱃갑)은 담배 포장에 정해진 색깔과 글꼴로 브랜드 이름만을 표기하고 담배 회사 로고나 색상, 상표, 브랜드 이미지, 판촉 정보 등의 표기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조치입니다. 다른 말로는 담뱃값 포장지 일원화, 표준 포장 혹은 포장규격화라고 합니다. 흡연 억제가 목표인만큼 흡연으로 인한 질병 사진과 경고 문구가 포장에 포함됩니다.

호주가 2012년 세계 최초로 이 방식을 도입하자, 담배회사들의 지원을 받은 담배 원료 수출국 온두라스와 도미니카공화국 등은 이 조치가 무역 장벽이라며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했습니다. WTO는 그러나 2018년 1심 판결에 이어 지난해에도 플레인 패키징은 공중보건을 위한 합법적 수단이며 담배 원료 수출국에 불리한 무역 장벽이 아니라고 재확인했습니다.

호주를 시작으로 프랑스와 영국 등 현재 16개국이 플레인 패키징을 시행 중이며, 내년부터는 헝가리와 덴마크, 미얀마 등에서도 시행됩니다.

이들 전문가는 "담배가 소비재로서의 법적 지위를 유지해 오도록 한 규제 예외주의를 끝낼" 시급한 필요성이 있다며, “담배는 현대 소비자 제품 안전 표준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정부가 오염된 식품, 석면과 납 페인트 같은 안전하지 않은 제품을 시장에서 제거하는 것은 정상"이며 "국제 무역 분쟁에서 호주의 담배 '플레인 패키징법'이 성공적으로 방어한 것은 담배 규제가 상업적 이익을 저해하고 국제 무역에 영향을 미치더라도 국민 건강을 위해 정부가 담배 규제 조치를 도입할 권리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습니다.

호주에서 판매되는 플레인 패키징 제품들 (출처: 게티 이미지)
가트너 교수는 '플레인 패키징' 때문에 호주가 담배 규제에서 앞서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네덜란드는 2024년부터 슈퍼마켓에서 담배 판매를 금지하는 법을 이미 통과시켰고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벌리 힐스와 맨해튼비치는 올해 1월 1일부터 담배 소매 판매를 종료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뉴질랜드 역시 담배 판매점 수를 크게 줄이고 담배에서 니코틴을 제거하는 등의 새로운 규제 방안을 내놓은 데 이어 몇 주 안에 금연 실행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호주가 오히려 다른 나라에 뒤처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 호주 정부 "주 정부가 담배 소매 결정…흡연 유병률 낮추는 조치 모색"

호주 연방 보건부 대변인은 이에 대해 담배 제품의 소매 판매 관련 결정은 주 정부 권한이라며 "정부는 지방 정부와 계속 협력해 담배의 공급과 수요를 모두 줄이는 조치를 포함해 흡연 유병률을 더 낮추기 위한 다양한 조치를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호주에서는 1960부터 2020년까지 128만 명이 흡연으로 숨졌으며 흡연자의 평균 수명이 비흡연자보다 10년 빠른 것으로 나타나는 등 흡연이 국민들의 조기 사망과 장애의 주요 요인으로 꼽힙니다.

이에 따라 호주에서는 현재 전자담배도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으며, 일부 지방 정부나 전문 기관들은 이전부터 담배 판매 중단을 촉구해왔습니다.

호주 정부는 2030년까지 흡연율을 5% 미만으로 낮춘다는 보건 정책을 세웠지만, 담배업계의 자율규제와 자발적 조치만으로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