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이재명이 안 보인다”…불붙은 선대위 개편론

입력 2021.11.20 (08:00) 수정 2021.11.26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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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이 안 보인다"

163명의 현역 의원이 모두 참여한 민주당 메머드급 선대위에 경고음이 울렸습니다.

의사결정은 더디고 책임과 권한도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당 내부에서 분출하고 있습니다. 또 국민에게 새로운 기대감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고, 무엇보다도 현재 선대위 체제가 이재명 후보의 장점과 비전을 돋보이게 하지 못한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급기야 후보도 직접 나섰습니다. 이 후보는 지난 15일 선대위 회의에서 "(국민의 기대가) 실망으로 변질되고 있는 느낌"이라며 "기민함이 부족하지 않냐"고 지적했습니다.

그제(18일) 당의 쇄신과 정당개혁을 요구하는 초선 모임들과 간담회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선거일은 다가오는데 선대위가 국민 요구에 부응할 만큼 신속하고 성과 있게 활동하고 있는지 많은 분이 의구심을 갖게 된 것 같다"며 변화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 후보는 "여러 의견이 분출하고 있는 상태에서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제자리를 찾아서 신속하게 필요한 활동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경선 후유증을 극복하고 원팀 만들기에 집중했던 '용광로 선대위'에 어떤 형태로든 곧 변화가 있을 거란 점을 시사한 겁니다.

지난 3일 열린 민주당 20대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지난 3일 열린 민주당 20대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

■ "의원들 앞세워 성공하겠나", "신선함 떨어져 걱정"

민주당 의원들은 스스로 선대위에 의원 얼굴을 내세워 성공할 수 있겠냐고 말합니다.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 호감도가 높은 것도 아닌데 의원들만 잔뜩 앞세운 선대위가 어떻게 성공할 수 있겠냐는 의미입니다.

당 핵심 관계자는 "대선은 미래 비전을 가지고 싸우는 건데 현역 의원들을 앞세워 두니 현재만 보인다, 심한 경우 과거로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며 "후보 주변에 미래를 보여줄 수 있는 신선한 인물을 배치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새로운 얼굴을 내세우려니 민주당은 아직 이렇다 할 외부 인사를 영입해 공개하지 못했습니다.

'탈여의도 정치'로 기대감을 심어 준 이재명 후보가 민주당 속에 파묻히면서 특유의 색깔, 이른바 '이재명다움'을 잃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 "이대로는 안 된다"... 답은 별동대?

최근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 정체 현상까지 더해지면서 현 선대위 체제에 대한 위기감은 증폭됐습니다.

서울을 지역구로 둔 3선 의원은 "원팀이 절박했기 때문에 의원들을 기계적으로 배치했지만, 적재적소에 배치하질 못했다"며 "의원들이 모여서 회의는 많이 하는데 실행되는 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5선의 한 의원은 "원팀 명목으로 선대위에 다 이름은 올려놨지만 무슨 역할을 어디까지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는 의원들도 많다"며 경선 당시 다른 캠프에 있다가 합류하게 된 의원들의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선대위는 일단 급한대로 '긴급대응회의'를 가동했습니다. 가짜뉴스, 허위정보부터 정책까지, 현안 대응을 신속하고 민첩하게 해달라는 후보의 주문을 반영한 겁니다.

관건은 현재의 펑퍼짐한 의사결정 구조를 정비하는 겁니다. '콘트롤 타워'를 명확히 하고, 책임과 권한을 분명하게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면서, 이른바 '별동대' 필요성까지 언급되고 있습니다.

당내 복수의 선대위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별동대'는 소수로 구성된 조직을 따로 신설해 두는 방식보다는 선대위 의사결정시스템을 신속, 기민하게 정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를 경선 때부터 도왔던 의원들이나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춰온 성남 라인 등이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경선 때부터 이 후보 캠프에서 일했던 한 의원은 "어쨌든 선거에 가장 열정을 갖고 있는 건 캠프 때부터 함께 했던 사람들인데 원팀을 만든다는 명목으로 2선으로 전부 배제된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표면적으로 '원팀' 구색을 갖추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누구도 만족할 수 없는 상황이란 겁니다.

다만, 이재명 후보와 가까운 한 의원은 측근 중심으로 조직이 가동될 일은 없다면서 "(언론이 생각하는 방식의) 별동대는 없다, 조직 규모를 줄여서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체계를 단순화하는데 방점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인 한 의원은 "이제 1단계 작업을 마쳤으니 중도로 외연을 확장하는 2단계 인선이 나올 것"이라며 "2단계로의 전환이 더뎠던 측면이 있고 지지율 문제도 있다 보니 지금은 여러 위기 의식이 한꺼번에 표출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습니다.


■ 또 나오는 '이해찬 등판설'...과연?

선대위 위기론에 대한 해법으로 당 안팎에서 별동대와 더불어 언급된 건, 이해찬 전 대표의 등판설이었습니다. 국민의힘에서 '킹메이커'라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등판이 본격 거론되면서 이해찬 전 대표에게도 관심이 쏠린 겁니다.

2012년, 2017년 대선부터 선대위에 참여해 온 한 인사는 이해찬 전 대표가 "다수의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있다"면서 "지지율 반전 돌파구를 찾는 전략 차원에서 도움을 줄 수 있고, 지지자들에게도 '이길 수 있다'는 경험을 되살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현안과 정책 추진을 둘러싼 당정 갈등이나 후보와 당의 의견 차이 등을 조율하는데 이 전 대표가 모종의 역할을 할 거란 기대감도 있습니다. 이재명 후보가 비주류로서 여전히 당을 장악하는 데 한계를 보이는 만큼 이를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이란 겁니다.

하지만 기대만큼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상왕의 귀환'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것을 우려하는 겁니다.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이재명다움'으로 승부하겠다는 전략과도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 때문에 이 전 대표가 역할을 하더라도 전면보다는 측면에서 지원할 거란 관측에 힘이 실립니다.

■ "선대위 시즌2로 이재명 DNA 이식할 것"

이재명 후보와 가까운 한 인사는 "후보 스타일상 선대위에 문제가 있다고 작심 발언을 했을 때는 복안이 있었을 것"이라며 "선대위 개편 방안에 대한 후보 나름의 단계별 계획이 이미 준비된 상태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책임과 권한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는 게 후보의 생각"이라면서 "이런 기조로 선대위가 정리되면 지금보다 훨씬 의사결정이 명확해질 것이고, 거기에 따른 평가와 책임도 더 분명히 따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선대위 개편안이 윤곽을 드러내면 당에도 조금씩 이재명 DNA가 이식되기 시작했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이재명 색깔'을 강조하는 쪽으로 시즌 2 선대위가 닻을 올릴 거라고 예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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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심야심] “이재명이 안 보인다”…불붙은 선대위 개편론
    • 입력 2021-11-20 08:00:31
    • 수정2021-11-26 10:37:34
    여심야심

"이재명이 안 보인다"

163명의 현역 의원이 모두 참여한 민주당 메머드급 선대위에 경고음이 울렸습니다.

의사결정은 더디고 책임과 권한도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당 내부에서 분출하고 있습니다. 또 국민에게 새로운 기대감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고, 무엇보다도 현재 선대위 체제가 이재명 후보의 장점과 비전을 돋보이게 하지 못한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급기야 후보도 직접 나섰습니다. 이 후보는 지난 15일 선대위 회의에서 "(국민의 기대가) 실망으로 변질되고 있는 느낌"이라며 "기민함이 부족하지 않냐"고 지적했습니다.

그제(18일) 당의 쇄신과 정당개혁을 요구하는 초선 모임들과 간담회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선거일은 다가오는데 선대위가 국민 요구에 부응할 만큼 신속하고 성과 있게 활동하고 있는지 많은 분이 의구심을 갖게 된 것 같다"며 변화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 후보는 "여러 의견이 분출하고 있는 상태에서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제자리를 찾아서 신속하게 필요한 활동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경선 후유증을 극복하고 원팀 만들기에 집중했던 '용광로 선대위'에 어떤 형태로든 곧 변화가 있을 거란 점을 시사한 겁니다.

지난 3일 열린 민주당 20대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
■ "의원들 앞세워 성공하겠나", "신선함 떨어져 걱정"

민주당 의원들은 스스로 선대위에 의원 얼굴을 내세워 성공할 수 있겠냐고 말합니다.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 호감도가 높은 것도 아닌데 의원들만 잔뜩 앞세운 선대위가 어떻게 성공할 수 있겠냐는 의미입니다.

당 핵심 관계자는 "대선은 미래 비전을 가지고 싸우는 건데 현역 의원들을 앞세워 두니 현재만 보인다, 심한 경우 과거로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며 "후보 주변에 미래를 보여줄 수 있는 신선한 인물을 배치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새로운 얼굴을 내세우려니 민주당은 아직 이렇다 할 외부 인사를 영입해 공개하지 못했습니다.

'탈여의도 정치'로 기대감을 심어 준 이재명 후보가 민주당 속에 파묻히면서 특유의 색깔, 이른바 '이재명다움'을 잃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 "이대로는 안 된다"... 답은 별동대?

최근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 정체 현상까지 더해지면서 현 선대위 체제에 대한 위기감은 증폭됐습니다.

서울을 지역구로 둔 3선 의원은 "원팀이 절박했기 때문에 의원들을 기계적으로 배치했지만, 적재적소에 배치하질 못했다"며 "의원들이 모여서 회의는 많이 하는데 실행되는 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5선의 한 의원은 "원팀 명목으로 선대위에 다 이름은 올려놨지만 무슨 역할을 어디까지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는 의원들도 많다"며 경선 당시 다른 캠프에 있다가 합류하게 된 의원들의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선대위는 일단 급한대로 '긴급대응회의'를 가동했습니다. 가짜뉴스, 허위정보부터 정책까지, 현안 대응을 신속하고 민첩하게 해달라는 후보의 주문을 반영한 겁니다.

관건은 현재의 펑퍼짐한 의사결정 구조를 정비하는 겁니다. '콘트롤 타워'를 명확히 하고, 책임과 권한을 분명하게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면서, 이른바 '별동대' 필요성까지 언급되고 있습니다.

당내 복수의 선대위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별동대'는 소수로 구성된 조직을 따로 신설해 두는 방식보다는 선대위 의사결정시스템을 신속, 기민하게 정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를 경선 때부터 도왔던 의원들이나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춰온 성남 라인 등이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경선 때부터 이 후보 캠프에서 일했던 한 의원은 "어쨌든 선거에 가장 열정을 갖고 있는 건 캠프 때부터 함께 했던 사람들인데 원팀을 만든다는 명목으로 2선으로 전부 배제된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표면적으로 '원팀' 구색을 갖추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누구도 만족할 수 없는 상황이란 겁니다.

다만, 이재명 후보와 가까운 한 의원은 측근 중심으로 조직이 가동될 일은 없다면서 "(언론이 생각하는 방식의) 별동대는 없다, 조직 규모를 줄여서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체계를 단순화하는데 방점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인 한 의원은 "이제 1단계 작업을 마쳤으니 중도로 외연을 확장하는 2단계 인선이 나올 것"이라며 "2단계로의 전환이 더뎠던 측면이 있고 지지율 문제도 있다 보니 지금은 여러 위기 의식이 한꺼번에 표출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습니다.


■ 또 나오는 '이해찬 등판설'...과연?

선대위 위기론에 대한 해법으로 당 안팎에서 별동대와 더불어 언급된 건, 이해찬 전 대표의 등판설이었습니다. 국민의힘에서 '킹메이커'라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등판이 본격 거론되면서 이해찬 전 대표에게도 관심이 쏠린 겁니다.

2012년, 2017년 대선부터 선대위에 참여해 온 한 인사는 이해찬 전 대표가 "다수의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있다"면서 "지지율 반전 돌파구를 찾는 전략 차원에서 도움을 줄 수 있고, 지지자들에게도 '이길 수 있다'는 경험을 되살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현안과 정책 추진을 둘러싼 당정 갈등이나 후보와 당의 의견 차이 등을 조율하는데 이 전 대표가 모종의 역할을 할 거란 기대감도 있습니다. 이재명 후보가 비주류로서 여전히 당을 장악하는 데 한계를 보이는 만큼 이를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이란 겁니다.

하지만 기대만큼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상왕의 귀환'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것을 우려하는 겁니다.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이재명다움'으로 승부하겠다는 전략과도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 때문에 이 전 대표가 역할을 하더라도 전면보다는 측면에서 지원할 거란 관측에 힘이 실립니다.

■ "선대위 시즌2로 이재명 DNA 이식할 것"

이재명 후보와 가까운 한 인사는 "후보 스타일상 선대위에 문제가 있다고 작심 발언을 했을 때는 복안이 있었을 것"이라며 "선대위 개편 방안에 대한 후보 나름의 단계별 계획이 이미 준비된 상태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책임과 권한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는 게 후보의 생각"이라면서 "이런 기조로 선대위가 정리되면 지금보다 훨씬 의사결정이 명확해질 것이고, 거기에 따른 평가와 책임도 더 분명히 따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선대위 개편안이 윤곽을 드러내면 당에도 조금씩 이재명 DNA가 이식되기 시작했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이재명 색깔'을 강조하는 쪽으로 시즌 2 선대위가 닻을 올릴 거라고 예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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