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이 사라진다”…붕어빵 찾는 앱도 등장

입력 2021.11.21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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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추운 겨울, 길을 걷다보면, 어디선가 달콤하고 구수한 냄새가 난다. 골목길 한 켠에 자리한 붕어빵 가게에서 나오는 맛있는 냄새다. 붕어빵 한 봉지를 들고 집으로 향한다. 하루의 피로를 달래며....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런 붕어빵 가게가 하나둘씩 사라져 가고 있어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그 실태를 취재했다.

잘 익은, 노릇노릇한 붕어빵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잘 익은, 노릇노릇한 붕어빵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 겨울이면 생각나는 그때 그 간식, 붕어빵

기온이 영하와 영상을 오가기 시작하던 이달 중순, 강원도 춘천에 있는 붕어빵 가게를 찾았다. 서너 명의 손님이 오간다. 붕어빵 장수의 손은 쉴 틈이 없다. 날도 쌀쌀한데 손님이 오래 기다릴까봐 부지런을 떤다.


뜨겁게 달궈진 붕어 모양의 틀에 밀가루 반죽을 부어넣고, 그 위에 팥을 덜어 넣는다. 팥 대신 슈크림이나 김칫속 등 다른 재료를 쓰는 가게도 있다. 그리고 다시 밀가루 반죽을 살짝 붓고서 뚜껑을 닫는다. 곧 붕어틀을 '휘리릭' 돌려 반대편도 익힌다. 그렇게 5-6분 정도 기다리면, 따끈 따끈한 붕어빵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갓 만들어낸 붕어빵의 몸통을 반으로 가르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한 입 베어 물면 그 온기가 온몸으로 퍼진다. 역시 겨울철 대표 간식이다.


붕어빵을 받아든 사람들은 저마다 하나쯤 붕어빵에 얽힌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어렸을 때 돈이 없어서 붕어빵을 맘껏 사먹지 못했던 기억, 임신했을 때 붕어빵 하나가 그렇게 먹고싶었던 기억....

초등학생들도 붕어빵 가게를 찾는다. 부담 없는 가격에, 친구들과 거리를 걸어가며 나눠 먹는 재미도 있다. 어린 아이들에게도 붕어빵에 대한 추억이 생기고 있다.

붕어빵을 기다리는 손님붕어빵을 기다리는 손님

팥도, 가스도 자꾸만 비싸져…"가게 운영 힘들다"

강원도 춘천에서 7년째 붕어빵 장사를 하고 있다는 김종일 씨를 만났다. 김 씨는 붕어빵을 팔아 3남매를 키워왔는데, 최근들어 장사가 힘들다고 한다. 가장 큰 이유는 재룟값과 가스비가 올랐기 때문이다.

강원도 춘천시에서 7년 간 붕어빵 장사를 하고 있는 김종일 씨. 추운 날씨에도 열심히 붕어빵을 만들고 있다.강원도 춘천시에서 7년 간 붕어빵 장사를 하고 있는 김종일 씨. 추운 날씨에도 열심히 붕어빵을 만들고 있다.

실제로 붕어빵의 주재료인 팥의 도매가격은 최근 4년 사이 50% 넘게 올랐다. 수입 팥 40kg의 도매가를 보면, 2018년 15만 원에서 올해 24만 원으로 뛰었다. 밀가루값도 올랐다. 밀 1톤당 수입가를 보면 2018년 284달러에서 올해 310달러로, 10% 가까이 상승했다.

붕어빵의 주재료, 팥과 밀가루의 가격이 올랐다.붕어빵의 주재료, 팥과 밀가루의 가격이 올랐다.

붕어빵을 구울 때 사용되는 가스값도 만만치 않다.

김 씨는 답답함을 토로한다.

"가스값도 한 통에 한 4만 원이 넘어간다. 작년 같은 경우는 한 3,000~4,000원이나 5,000원 했는데...."

자연스레 붕어빵 가격도 올랐다. 4년여 전까지만 해도 1,000원이면 붕어빵 4개를 살 수 있었는데, 이젠 2개로 줄었다. 그렇다보니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 손님이 줄어든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재룟값이 올랐으니 어쩌겠는가!

여기에 코로나19로 길 가는 사람들까지 줄어, 매출이 확 줄었다는 것이 김 씨의 설명이다.

붕어빵 가격표에는 붕어빵 2개에 1,000원이라고 적혀있다.붕어빵 가격표에는 붕어빵 2개에 1,000원이라고 적혀있다.

해가 갈수록 줄어드는 붕어빵 가게

상황이 이렇다보니, 붕어빵 가게들이 하나 둘씩 문을 닫아가고 있다. 붕어빵 장수나 붕어빵 체인점 업체 관계자 등 10여 명에게 요즘 장사가 잘 되는지, 노점 수의 변화가 있는지 물어보니, 한결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갈수록 어렵고, 먹고 살기 힘들다."
"붕어빵 노점 수도 줄고 있다."


한 붕어빵 체인점 업체는 "붕어빵 노점 문의를 해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라고 설명한다. "비교적 큰 금액을 들이지 않고 시작해볼 수 있는 것이 붕어빵 장사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세한 붕어빵 노점들이 매출 감소를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에도 체인점 문의는 많이 들어오지만, 선뜻 장사를 시작하는 사람이 없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해가 갈수록 단속도 강화되고 있다고 한다.

강원도 원주의 한 붕어빵 체인점 업주는 "인도라고 단속하니까 못하게 되고, 코로나19 때문에 겁을 내서 안 하는 사람도 있고, 그래서 줄었다"고 말한다. 강원도 홍천에서 17년 째 장사하는 붕어빵 가게 사장도 "민원이 늘면서, 단속이 자꾸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붕어빵 가게 찾기에 나선 사람들...'붕어빵 앱'까지 등장

추운 날씨에도 붕어빵 노점 앞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추운 날씨에도 붕어빵 노점 앞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붕어빵은 먹고 싶은데, 길거리에선 점점 사라져가는 붕어빵 가게. 소비자들이 직접 붕어빵 가게 찾기에 나섰다. 스마트폰 앱을 만들어 붕어빵 가게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가운데 '가슴속3천원'이라는 앱을 열어봤다. 노점의 위치부터, 음식의 맛과 가격, 운영시간까지 공유한다.

‘가슴속3천원’ 앱에는 길거리 음식을 파는 노점의 위치가 지도에 표시되어 있다.‘가슴속3천원’ 앱에는 길거리 음식을 파는 노점의 위치가 지도에 표시되어 있다.

시민들이 붕어빵 등 길거리 음식을 찾아 헤매이던 건 꽤 오래됐다. 구글 맵에도 3~4년전부터 길거리 음식의 노점 정보를 공유했던 기록이 남아있다.

2017~2018년 사이 구글맵 ‘대동풀빵여지도’를 통해 길거리음식 노점 정보가 많이 공유됐다.2017~2018년 사이 구글맵 ‘대동풀빵여지도’를 통해 길거리음식 노점 정보가 많이 공유됐다.

집에 가는 길, 부담 없이 한 봉지 사 들고 갈 수 있는 추억의 간식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붕어빵.

하지만, 세월이 조금만 더 지나면, 정말 찾아보기 힘든 귀한 간식이 되는 건 아닌지...안타깝다.

붕어빵 노점을 찾은 손님이 붕어빵 한 봉지를 받아든다.붕어빵 노점을 찾은 손님이 붕어빵 한 봉지를 받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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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붕어빵이 사라진다”…붕어빵 찾는 앱도 등장
    • 입력 2021-11-21 07:04:56
    취재K
추운 겨울, 길을 걷다보면, 어디선가 달콤하고 구수한 냄새가 난다. 골목길 한 켠에 자리한 붕어빵 가게에서 나오는 맛있는 냄새다. 붕어빵 한 봉지를 들고 집으로 향한다. 하루의 피로를 달래며....<br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런 붕어빵 가게가 하나둘씩 사라져 가고 있어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그 실태를 취재했다.<br />
잘 익은, 노릇노릇한 붕어빵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 겨울이면 생각나는 그때 그 간식, 붕어빵

기온이 영하와 영상을 오가기 시작하던 이달 중순, 강원도 춘천에 있는 붕어빵 가게를 찾았다. 서너 명의 손님이 오간다. 붕어빵 장수의 손은 쉴 틈이 없다. 날도 쌀쌀한데 손님이 오래 기다릴까봐 부지런을 떤다.


뜨겁게 달궈진 붕어 모양의 틀에 밀가루 반죽을 부어넣고, 그 위에 팥을 덜어 넣는다. 팥 대신 슈크림이나 김칫속 등 다른 재료를 쓰는 가게도 있다. 그리고 다시 밀가루 반죽을 살짝 붓고서 뚜껑을 닫는다. 곧 붕어틀을 '휘리릭' 돌려 반대편도 익힌다. 그렇게 5-6분 정도 기다리면, 따끈 따끈한 붕어빵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갓 만들어낸 붕어빵의 몸통을 반으로 가르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한 입 베어 물면 그 온기가 온몸으로 퍼진다. 역시 겨울철 대표 간식이다.


붕어빵을 받아든 사람들은 저마다 하나쯤 붕어빵에 얽힌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어렸을 때 돈이 없어서 붕어빵을 맘껏 사먹지 못했던 기억, 임신했을 때 붕어빵 하나가 그렇게 먹고싶었던 기억....

초등학생들도 붕어빵 가게를 찾는다. 부담 없는 가격에, 친구들과 거리를 걸어가며 나눠 먹는 재미도 있다. 어린 아이들에게도 붕어빵에 대한 추억이 생기고 있다.

붕어빵을 기다리는 손님
팥도, 가스도 자꾸만 비싸져…"가게 운영 힘들다"

강원도 춘천에서 7년째 붕어빵 장사를 하고 있다는 김종일 씨를 만났다. 김 씨는 붕어빵을 팔아 3남매를 키워왔는데, 최근들어 장사가 힘들다고 한다. 가장 큰 이유는 재룟값과 가스비가 올랐기 때문이다.

강원도 춘천시에서 7년 간 붕어빵 장사를 하고 있는 김종일 씨. 추운 날씨에도 열심히 붕어빵을 만들고 있다.
실제로 붕어빵의 주재료인 팥의 도매가격은 최근 4년 사이 50% 넘게 올랐다. 수입 팥 40kg의 도매가를 보면, 2018년 15만 원에서 올해 24만 원으로 뛰었다. 밀가루값도 올랐다. 밀 1톤당 수입가를 보면 2018년 284달러에서 올해 310달러로, 10% 가까이 상승했다.

붕어빵의 주재료, 팥과 밀가루의 가격이 올랐다.
붕어빵을 구울 때 사용되는 가스값도 만만치 않다.

김 씨는 답답함을 토로한다.

"가스값도 한 통에 한 4만 원이 넘어간다. 작년 같은 경우는 한 3,000~4,000원이나 5,000원 했는데...."

자연스레 붕어빵 가격도 올랐다. 4년여 전까지만 해도 1,000원이면 붕어빵 4개를 살 수 있었는데, 이젠 2개로 줄었다. 그렇다보니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 손님이 줄어든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재룟값이 올랐으니 어쩌겠는가!

여기에 코로나19로 길 가는 사람들까지 줄어, 매출이 확 줄었다는 것이 김 씨의 설명이다.

붕어빵 가격표에는 붕어빵 2개에 1,000원이라고 적혀있다.
해가 갈수록 줄어드는 붕어빵 가게

상황이 이렇다보니, 붕어빵 가게들이 하나 둘씩 문을 닫아가고 있다. 붕어빵 장수나 붕어빵 체인점 업체 관계자 등 10여 명에게 요즘 장사가 잘 되는지, 노점 수의 변화가 있는지 물어보니, 한결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갈수록 어렵고, 먹고 살기 힘들다."
"붕어빵 노점 수도 줄고 있다."


한 붕어빵 체인점 업체는 "붕어빵 노점 문의를 해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라고 설명한다. "비교적 큰 금액을 들이지 않고 시작해볼 수 있는 것이 붕어빵 장사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세한 붕어빵 노점들이 매출 감소를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에도 체인점 문의는 많이 들어오지만, 선뜻 장사를 시작하는 사람이 없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해가 갈수록 단속도 강화되고 있다고 한다.

강원도 원주의 한 붕어빵 체인점 업주는 "인도라고 단속하니까 못하게 되고, 코로나19 때문에 겁을 내서 안 하는 사람도 있고, 그래서 줄었다"고 말한다. 강원도 홍천에서 17년 째 장사하는 붕어빵 가게 사장도 "민원이 늘면서, 단속이 자꾸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붕어빵 가게 찾기에 나선 사람들...'붕어빵 앱'까지 등장

추운 날씨에도 붕어빵 노점 앞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붕어빵은 먹고 싶은데, 길거리에선 점점 사라져가는 붕어빵 가게. 소비자들이 직접 붕어빵 가게 찾기에 나섰다. 스마트폰 앱을 만들어 붕어빵 가게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가운데 '가슴속3천원'이라는 앱을 열어봤다. 노점의 위치부터, 음식의 맛과 가격, 운영시간까지 공유한다.

‘가슴속3천원’ 앱에는 길거리 음식을 파는 노점의 위치가 지도에 표시되어 있다.
시민들이 붕어빵 등 길거리 음식을 찾아 헤매이던 건 꽤 오래됐다. 구글 맵에도 3~4년전부터 길거리 음식의 노점 정보를 공유했던 기록이 남아있다.

2017~2018년 사이 구글맵 ‘대동풀빵여지도’를 통해 길거리음식 노점 정보가 많이 공유됐다.
집에 가는 길, 부담 없이 한 봉지 사 들고 갈 수 있는 추억의 간식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붕어빵.

하지만, 세월이 조금만 더 지나면, 정말 찾아보기 힘든 귀한 간식이 되는 건 아닌지...안타깝다.

붕어빵 노점을 찾은 손님이 붕어빵 한 봉지를 받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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