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보호 중 피살 여성’ 1년간 6번 신고…경찰 공식 사과

입력 2021.11.22 (13:35) 수정 2021.11.22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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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자친구에게 스토킹을 당해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이 피살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공식으로 사과했습니다.

서울경찰청은 오늘(22일) "경찰 조직이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신 한 분의 소중한 생명을 지켜드리지 못한 부분에 대해 국민의 질책을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고인과 유족,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밝혔습니다.


■ 1년간 경찰 신고 6번…지난해 12월 24일 부산서 첫 신고

피해자는 1년간 전 남자친구에게 괴롭힘을 당하면서, 112에 모두 6차례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부산에서 1차례, 이후 서울에서 5차례입니다.

부산경찰청은 지난해 12월 24일, 피해자가 112에 신고했다가 나중에 '오인 신고'로 입장을 바꿨다고 밝혔습니다. 피해자는 남자친구가 몰래 비밀번호를 치고 집에 들어와 옷, 가방, 신발을 가져갔다고 신고했습니다.

며칠 뒤 피해자가 경찰에 출석했지만, 진술 과정에서 "생각해보니 헤어지면서 남자친구에게 비밀번호를 알려주며 짐을 가져가라 그랬다. 잘못 신고한 것"이라며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 내사가 종결됐다는 게 경찰 설명입니다.

이후 서울에서 5차례 더 신고가 이어졌습니다. 지난 6월 26일 피해자는 "남자친구가 짐을 가지러 왔다고 하면서 집에 들어오려고 한다"라며 신고했습니다. 경찰은, 당시는 스토킹 처벌법 시행 전이라 현장 출동해 전 남자친구 김 모 씨에게 경고장을 발부하고 지하철역까지 격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지난 7일, 피해자가 분리 조치를 요구하며 신고해 경찰이 출동해 피해자에 대한 신변보호 조치를 하고, 스마트워치를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네 번째는 다음날인 8일, 짐을 가지러 집에 가야 하는데 동행해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다섯 번째는 9일, 피의자가 피해자의 직장으로 찾아갔을 때입니다. 피해자는 피의자 김 씨를 회사 앞에서 만난 뒤 헤어졌는데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며, 찾아줄 수 있냐고 신고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저녁에 퇴근할 때 경찰관이 여성을 집까지 동행해 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마지막 신고는 사건이 일어난 당일인 지난 19일입니다.

경찰은 지난 7일 피해자가 신고했을 당시, 피의자가 임의동행을 거부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김 씨가 현행범이 아니어서 체포할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 피의자 "주차장의 피해자 차 보고 알아" 진술

피해자는 지난 7일 신변보호 대상자가 된 뒤, 며칠간 경찰이 제공한 임시숙소에서 지내다 퇴소해 직장동료의 집에 머물며 출퇴근했습니다.

이후 짐을 챙기기 위해 주거지로 돌아간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경찰은 지난 18일 피해자가 집에 들어가는 CCTV를 확인했다며, 피의자 김 씨가 '피해자의 차가 주차장에 있는 것을 보고 피해자가 돌아온 것을 알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전했습니다.

김 씨는 지난 19일 피해자의 자택 오피스텔 복도에서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뒤 도주했는데, 결국 동대구역 근처 호텔에서 다음날 붙잡혔습니다. 도주 당시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가져가 서울 강남구 신사역의 화장실에 다른 옷들과 함께 버리고 간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경찰은 정확한 살인 동기와 범행 도구 구입경로 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피해 여성이 경찰에 신고하고, 법원에서 접근금지 명령 등을 내린 점 등이 범행에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선 "그런 부분도 감안해서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향후 신상공개도 검토해 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법원은 오늘 피의자 김 씨의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도망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 경찰, 공식 사과…"스토킹 대응 TF 구성"

경찰은 신변보호를 결정한 뒤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100m 이내 접근금지와 통신금지 등의 '잠정 조치', 임시숙소 제공, 신고자와 동행해 주거지에 방문하고 안전을 확인하는 등의 조치를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시행된 스토킹 처벌법에 따라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잠정 조치' 가운데 하나로 가해자를 유치장이나 구치소에 유치할 수 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또 피해자가 피살되던 날 스마트워치를 이용해 두 차례 신고했지만, 경찰이 초기에 엉뚱한 곳으로 출동하면서 첫 신고 뒤 12분이 지나서야 사건 현장에 도착했다는 비판도 제기됐습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서울 중부경찰서장과 외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스토킹 범죄 대응 개선 TF'를 만들어 최대한 빨리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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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변보호 중 피살 여성’ 1년간 6번 신고…경찰 공식 사과
    • 입력 2021-11-22 13:35:56
    • 수정2021-11-22 19:57:42
    취재K
전 남자친구에게 스토킹을 당해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이 피살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공식으로 사과했습니다.

서울경찰청은 오늘(22일) "경찰 조직이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신 한 분의 소중한 생명을 지켜드리지 못한 부분에 대해 국민의 질책을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고인과 유족,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밝혔습니다.


■ 1년간 경찰 신고 6번…지난해 12월 24일 부산서 첫 신고

피해자는 1년간 전 남자친구에게 괴롭힘을 당하면서, 112에 모두 6차례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부산에서 1차례, 이후 서울에서 5차례입니다.

부산경찰청은 지난해 12월 24일, 피해자가 112에 신고했다가 나중에 '오인 신고'로 입장을 바꿨다고 밝혔습니다. 피해자는 남자친구가 몰래 비밀번호를 치고 집에 들어와 옷, 가방, 신발을 가져갔다고 신고했습니다.

며칠 뒤 피해자가 경찰에 출석했지만, 진술 과정에서 "생각해보니 헤어지면서 남자친구에게 비밀번호를 알려주며 짐을 가져가라 그랬다. 잘못 신고한 것"이라며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 내사가 종결됐다는 게 경찰 설명입니다.

이후 서울에서 5차례 더 신고가 이어졌습니다. 지난 6월 26일 피해자는 "남자친구가 짐을 가지러 왔다고 하면서 집에 들어오려고 한다"라며 신고했습니다. 경찰은, 당시는 스토킹 처벌법 시행 전이라 현장 출동해 전 남자친구 김 모 씨에게 경고장을 발부하고 지하철역까지 격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지난 7일, 피해자가 분리 조치를 요구하며 신고해 경찰이 출동해 피해자에 대한 신변보호 조치를 하고, 스마트워치를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네 번째는 다음날인 8일, 짐을 가지러 집에 가야 하는데 동행해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다섯 번째는 9일, 피의자가 피해자의 직장으로 찾아갔을 때입니다. 피해자는 피의자 김 씨를 회사 앞에서 만난 뒤 헤어졌는데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며, 찾아줄 수 있냐고 신고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저녁에 퇴근할 때 경찰관이 여성을 집까지 동행해 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마지막 신고는 사건이 일어난 당일인 지난 19일입니다.

경찰은 지난 7일 피해자가 신고했을 당시, 피의자가 임의동행을 거부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김 씨가 현행범이 아니어서 체포할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 피의자 "주차장의 피해자 차 보고 알아" 진술

피해자는 지난 7일 신변보호 대상자가 된 뒤, 며칠간 경찰이 제공한 임시숙소에서 지내다 퇴소해 직장동료의 집에 머물며 출퇴근했습니다.

이후 짐을 챙기기 위해 주거지로 돌아간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경찰은 지난 18일 피해자가 집에 들어가는 CCTV를 확인했다며, 피의자 김 씨가 '피해자의 차가 주차장에 있는 것을 보고 피해자가 돌아온 것을 알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전했습니다.

김 씨는 지난 19일 피해자의 자택 오피스텔 복도에서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뒤 도주했는데, 결국 동대구역 근처 호텔에서 다음날 붙잡혔습니다. 도주 당시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가져가 서울 강남구 신사역의 화장실에 다른 옷들과 함께 버리고 간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경찰은 정확한 살인 동기와 범행 도구 구입경로 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피해 여성이 경찰에 신고하고, 법원에서 접근금지 명령 등을 내린 점 등이 범행에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선 "그런 부분도 감안해서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향후 신상공개도 검토해 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법원은 오늘 피의자 김 씨의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도망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 경찰, 공식 사과…"스토킹 대응 TF 구성"

경찰은 신변보호를 결정한 뒤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100m 이내 접근금지와 통신금지 등의 '잠정 조치', 임시숙소 제공, 신고자와 동행해 주거지에 방문하고 안전을 확인하는 등의 조치를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시행된 스토킹 처벌법에 따라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잠정 조치' 가운데 하나로 가해자를 유치장이나 구치소에 유치할 수 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또 피해자가 피살되던 날 스마트워치를 이용해 두 차례 신고했지만, 경찰이 초기에 엉뚱한 곳으로 출동하면서 첫 신고 뒤 12분이 지나서야 사건 현장에 도착했다는 비판도 제기됐습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서울 중부경찰서장과 외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스토킹 범죄 대응 개선 TF'를 만들어 최대한 빨리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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