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실종설’ 中 스타의 영화 같은 19일…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입력 2021.11.22 (16:52) 수정 2021.11.22 (16:5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彭帥)는 웃는 얼굴로 나타났습니다.

실종됐다는 소문이 난지 꼭 19일 만입니다.

21일 베이징 유소년 테니스 대회에 참석한 펑솨이가 웃으면 손을 흔들고 있다. (출처: 웨이보)21일 베이징 유소년 테니스 대회에 참석한 펑솨이가 웃으면 손을 흔들고 있다. (출처: 웨이보)

펑솨이는 2014년 테니스 복식 세계 랭킹 1위까지 오르며 중국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입니다.

그런 그녀가 19일 동안 행방이 묘연했다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베이징 유소년 테니스 대회(11월 21일 오전)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대체 그녀는 그동안 왜 사라졌고, 어떻게 다시 돌아왔을까요?

■2일 밤 올라온 펑솨이의 글…어떤 내용이길래?

지난 11월 2일 밤 중국의 대표적인 SNS인 웨이보에 있는 펑솨이 공식 계정에 글 하나가 올라옵니다.

펑솨이가 지난 2일 웨이보에 올렸다가 20여 분만에 삭제된 글. (웨이보 갈무리)펑솨이가 지난 2일 웨이보에 올렸다가 20여 분만에 삭제된 글. (웨이보 갈무리)

장가오리(張高麗·75) 중국 국무원 전 부총리가 2018년 은퇴한 뒤 자신을 성폭행했다는 내용입니다.

펑솨이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장 전 부총리와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후는 헤어졌지만 장 전 부총리가 부인과 함께 테니스를 하자며 자신을 집으로 초청한 뒤 성폭행했다고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펑솨이의 의지는 강했습니다.

"부총리쯤 되는 지위에 계셨던 분이라면, (이런 글이) 두렵지 않다고 할 것을 압니다. 하지만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도, 화염을 향해 날아드는 나방이 되더라도, 자멸을 재촉하는 길일지라도 진실을 알리겠습니다." (펑솨이가 웨이보에 올린 글 중에서)

하지만 이 글은 올라온 지 20여 분 만에 삭제됩니다. 그녀의 웨이보 계정도 현재까지 검색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중국 최초 권력층 관련 미투(MeToo)…사라진 펑솨이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파장도 커졌습니다.

첫째 중국 권력층 핵심 인사에 대한 최초의 미투(MeToo) 라는 점, 둘째는 폭로가 나온 시점, 마지막으로 폭로 이후 펑솨이의 묘연해진 행방 때문입니다.

고위직 인사에 대한 미투 폭로 자체가 극히 드문 중국에서, 그것도 중국의 스포츠 스타가, 중국의 19기 6중 전회(내년 제20차 공산당대회를 앞두고 중요한 정치 일정) 개막 며칠 전에 중국 최고지도부 인사에게 성폭행당한 사실을 폭로했습니다.

그 뒤 그녀는 어디서도 소식을 들을 수 없게 됩니다.
'임신한 모습을 봤다.', '감금당했다.' 소문만 퍼져 나갔습니다.

WTA 공식 트위터 계정에서 올린 펑솨이 행방을 찾는 글. (출처: WTA 트위터 공식 계정)WTA 공식 트위터 계정에서 올린 펑솨이 행방을 찾는 글. (출처: WTA 트위터 공식 계정)

게시글과 함께 종적을 감춘 펑솨이, 그녀는 앞에서도 밝혔듯이 유명인입니다.

글이 삭제됐어도 펑솨이 소식은 중국 내서 '공공연한 비밀'로 널리 퍼져나갔습니다. 뉴욕타임스가 그녀의 미투(MeToo) 에 대해 기사를 쓰고 '세계여자 테니스협회(WTA)'가 나서면서부터는 국제 이슈로 비화했습니다.

먼저 현지 시각 11월 14일 WTA에서 펑솨이에 대한 지지 의사가 나왔습니다.

스티브 사이먼 WTA 투어 최고경영자(CEO)는 "펑솨이를 비롯한 모든 여성의 말은 검열할 것이 아니라 들을 만한 가치가 있다."면서 "앞으로 나선 펑솨이의 놀라운 용기와 힘에 대해 칭찬한다."고 밝혔는데요.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 오사카 나오미(일본) 선수들도 펑솨이의 안전을 걱정하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의혹만 커져 갔던 펑솨이의 행방이 11월 18일 돌연 이메일 한 통으로 확인됩니다. 미투 게시글을 올린지 16일만입니다.

한 마디로 성폭행 의혹은 사실이 아니며, "나는 아무 문제 없이 집에서 쉬고 있다."는 내용이었는데요.

18일 CGTN 트위터 공식 계정에 올라온 펑솨이 관련 기사. 펑솨이가 WTA에 성폭행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고 공개했다. (출처: CGTN 트위터 공식 계정)18일 CGTN 트위터 공식 계정에 올라온 펑솨이 관련 기사. 펑솨이가 WTA에 성폭행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고 공개했다. (출처: CGTN 트위터 공식 계정)

펑솨이가 WTA에 써 보냈다는 이메일은 놀랍게도 중국 CCTV의 영어 국제 채널 격인 CGTN의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펑솨이의 폭로, 그녀의 행방 등 지금까지 그 어떠한 것도 보도한 적이 없는 중국 매체가 그녀가 '잘 있다'는 메일을 입수했다면서 세계인이 보란 듯 트위터에 공개한 겁니다.

스티브 사이먼 WTA 최고경영자는 "오히려 펑솨이의 안전과 행방에 대한 걱정이 커졌다."는 성명서를 냅니다.

실제 이메일을 펑솨이가 썼는지 궁금하다고도 했습니다.

■백악관까지 "펑솨이 행방 우려", 그 뒤에 벌어진 일은?

펑솨이가 썼다는 이메일이 공개됐지만, 그녀의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더 커졌습니다.

급기야 현지 시각 11월 19일 백악관 젠 사키 대변인까지 나섰습니다. "중국 당국은 그녀의 행방과 안전에 검증 가능한 증거를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같은 날 유엔 인권사무소도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현지 시각 11월 20일에는 영국 외교부도 나섰습니다.

국제사회 모두 펑솨이 그녀가 직접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그 어떤 의혹도 잠재울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건데요.

WTA의 의혹 제기에는 CGTN(중국 CCTV 영어 글로벌 채널)이 답을 내놓았었죠.

'펑솨이는 어디에 있느냐?' 묻는 백악관의 질문에는 다른 중국 매체까지 나섰습니다.

후시진 환구시보 편집인이 20일 펑솨이 사진 3장이 근황 사진이 맞는다며 트위터에 공개했다. (출처: 후시진 트위터 계정)후시진 환구시보 편집인이 20일 펑솨이 사진 3장이 근황 사진이 맞는다며 트위터에 공개했다. (출처: 후시진 트위터 계정)

환구시보(環球時報·중국 관영 매체) 편집인 후시진(胡錫進)은 역시 트위터를 이용해 펑솨이 사진을 공개합니다.

CGTN 기자가 펑솨이 근황이라며 올린 사진 3장이 최근 사진이 맞는다며, 그녀가 곧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고 몇몇 활동에도 참여할 것을 예고했습니다. 백악관에서 우려를 나타낸 지 하루 만에 올린 글입니다.

후시진 환구시보 편집인은 21일에는 펑솨이의 최근 동영상이라며 두 개 영상을 공개했다. (출처: 후시진 트위터 계정)후시진 환구시보 편집인은 21일에는 펑솨이의 최근 동영상이라며 두 개 영상을 공개했다. (출처: 후시진 트위터 계정)

바로 다음 날인 21일에는 사진에서 한발 더 나아갑니다. 후시진 환구시보 편집인은 펑솨이의 모습이라며 짧은 두 개의 동영상을 올리는데요.

약 1분짜리 영상에는 펑솨이가 코치와 친구들과 함께 식사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또 다른 15초 짜리 영상에는 펑솨이가 어딘가로 들어서는 모습이 찍혀 있습니다.

그리고 후시진 편집인이 말한 것처럼, 펑솨이는 21일 공식 석상에 등장했습니다. 더불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통해 직접 자신의 안전을 확인했습니다.

현지 시각 21일 바흐 IOC 위원장이 펑솨이와 영상 통화하는 모습 (출처: 연합)현지 시각 21일 바흐 IOC 위원장이 펑솨이와 영상 통화하는 모습 (출처: 연합)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현지 시각 11월 21일 펑솨이와 30분 정도 영상 통화를 한 겁니다.

IOC는 이후 성명을 내고 펑솨이 현재 베이징 집에서 안전하게 잘 지내고 있으며, 자신의 사생활을 존중받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실종 의혹' 해소됐을까?…'펑솨이 사건'이 남긴 것들

자, 이제 그녀가 직접 모습을 드러냈고 잘 있다고 했으니 이번 실종 의혹은 해소됐을까요?

국제사회는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펑솨이가 과연 정말 감금된 것이 아닌지, 여전히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21일 베이징 유소년 테니스 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펑솨이 (출처: 웨이보)21일 베이징 유소년 테니스 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펑솨이 (출처: 웨이보)

다른 문제들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첫째는 장가오리 전 부총리의 성폭행 여부입니다. "성폭행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펑솨이가 썼다는 이메일 하나로, '중국 최고 권력층의 성폭행 의혹'은 그냥 묻혔습니다.

이메일이 진짜 그녀가 쓴 것이 맞다면, 그녀는 왜 성폭행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번복했을까요? 아니면 지금은 사라진 그녀의 글이 애초 거짓말이었을까요?

사이먼 WTA 투어 최고경영자의 말처럼 "검열당한 그녀가 성폭행당했다는 의혹, 그녀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찍히면 사라진다'는 국제사회의 합리적인 의심도 그대로입니다.

펑솨이는 돌아왔지만(?) 이번 일로 당국에 찍혀 실종설에 휩싸였거나 실제 종적을 감춘 인물들에 대한 사례들이 다시 거론되고 있습니다.

판빙빙이 최근 쇼핑하는 모습이라며 중국 SNS에 19일 올라온 목격 사진 (출처: 텐센트)판빙빙이 최근 쇼핑하는 모습이라며 중국 SNS에 19일 올라온 목격 사진 (출처: 텐센트)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 유명 배우 판빙빙(范氷氷)과 자오웨이(趙薇), 모두 당국에 '찍힌 뒤' 실제 한동안 행방을 알 수 없었던 인물들입니다.

지금도 SNS에 떠도는 사진으로만 모습이 확인될 뿐, 이들은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펑솨이 역시 국제사회가 행방을 묻지 않았더라면 직접 나서서 '자신이 안전하다.'고 확인시킬 수 있었을까요?

국제사회는 '아니다.'라고 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펑솨이 사건' 역시 또 한 번 중국 인권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특파원 리포트] ‘실종설’ 中 스타의 영화 같은 19일…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 입력 2021-11-22 16:52:59
    • 수정2021-11-22 16:55:57
    특파원 리포트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彭帥)는 웃는 얼굴로 나타났습니다.

실종됐다는 소문이 난지 꼭 19일 만입니다.

21일 베이징 유소년 테니스 대회에 참석한 펑솨이가 웃으면 손을 흔들고 있다. (출처: 웨이보)
펑솨이는 2014년 테니스 복식 세계 랭킹 1위까지 오르며 중국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입니다.

그런 그녀가 19일 동안 행방이 묘연했다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베이징 유소년 테니스 대회(11월 21일 오전)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대체 그녀는 그동안 왜 사라졌고, 어떻게 다시 돌아왔을까요?

■2일 밤 올라온 펑솨이의 글…어떤 내용이길래?

지난 11월 2일 밤 중국의 대표적인 SNS인 웨이보에 있는 펑솨이 공식 계정에 글 하나가 올라옵니다.

펑솨이가 지난 2일 웨이보에 올렸다가 20여 분만에 삭제된 글. (웨이보 갈무리)
장가오리(張高麗·75) 중국 국무원 전 부총리가 2018년 은퇴한 뒤 자신을 성폭행했다는 내용입니다.

펑솨이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장 전 부총리와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후는 헤어졌지만 장 전 부총리가 부인과 함께 테니스를 하자며 자신을 집으로 초청한 뒤 성폭행했다고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펑솨이의 의지는 강했습니다.

"부총리쯤 되는 지위에 계셨던 분이라면, (이런 글이) 두렵지 않다고 할 것을 압니다. 하지만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도, 화염을 향해 날아드는 나방이 되더라도, 자멸을 재촉하는 길일지라도 진실을 알리겠습니다." (펑솨이가 웨이보에 올린 글 중에서)

하지만 이 글은 올라온 지 20여 분 만에 삭제됩니다. 그녀의 웨이보 계정도 현재까지 검색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중국 최초 권력층 관련 미투(MeToo)…사라진 펑솨이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파장도 커졌습니다.

첫째 중국 권력층 핵심 인사에 대한 최초의 미투(MeToo) 라는 점, 둘째는 폭로가 나온 시점, 마지막으로 폭로 이후 펑솨이의 묘연해진 행방 때문입니다.

고위직 인사에 대한 미투 폭로 자체가 극히 드문 중국에서, 그것도 중국의 스포츠 스타가, 중국의 19기 6중 전회(내년 제20차 공산당대회를 앞두고 중요한 정치 일정) 개막 며칠 전에 중국 최고지도부 인사에게 성폭행당한 사실을 폭로했습니다.

그 뒤 그녀는 어디서도 소식을 들을 수 없게 됩니다.
'임신한 모습을 봤다.', '감금당했다.' 소문만 퍼져 나갔습니다.

WTA 공식 트위터 계정에서 올린 펑솨이 행방을 찾는 글. (출처: WTA 트위터 공식 계정)
게시글과 함께 종적을 감춘 펑솨이, 그녀는 앞에서도 밝혔듯이 유명인입니다.

글이 삭제됐어도 펑솨이 소식은 중국 내서 '공공연한 비밀'로 널리 퍼져나갔습니다. 뉴욕타임스가 그녀의 미투(MeToo) 에 대해 기사를 쓰고 '세계여자 테니스협회(WTA)'가 나서면서부터는 국제 이슈로 비화했습니다.

먼저 현지 시각 11월 14일 WTA에서 펑솨이에 대한 지지 의사가 나왔습니다.

스티브 사이먼 WTA 투어 최고경영자(CEO)는 "펑솨이를 비롯한 모든 여성의 말은 검열할 것이 아니라 들을 만한 가치가 있다."면서 "앞으로 나선 펑솨이의 놀라운 용기와 힘에 대해 칭찬한다."고 밝혔는데요.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 오사카 나오미(일본) 선수들도 펑솨이의 안전을 걱정하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의혹만 커져 갔던 펑솨이의 행방이 11월 18일 돌연 이메일 한 통으로 확인됩니다. 미투 게시글을 올린지 16일만입니다.

한 마디로 성폭행 의혹은 사실이 아니며, "나는 아무 문제 없이 집에서 쉬고 있다."는 내용이었는데요.

18일 CGTN 트위터 공식 계정에 올라온 펑솨이 관련 기사. 펑솨이가 WTA에 성폭행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고 공개했다. (출처: CGTN 트위터 공식 계정)
펑솨이가 WTA에 써 보냈다는 이메일은 놀랍게도 중국 CCTV의 영어 국제 채널 격인 CGTN의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펑솨이의 폭로, 그녀의 행방 등 지금까지 그 어떠한 것도 보도한 적이 없는 중국 매체가 그녀가 '잘 있다'는 메일을 입수했다면서 세계인이 보란 듯 트위터에 공개한 겁니다.

스티브 사이먼 WTA 최고경영자는 "오히려 펑솨이의 안전과 행방에 대한 걱정이 커졌다."는 성명서를 냅니다.

실제 이메일을 펑솨이가 썼는지 궁금하다고도 했습니다.

■백악관까지 "펑솨이 행방 우려", 그 뒤에 벌어진 일은?

펑솨이가 썼다는 이메일이 공개됐지만, 그녀의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더 커졌습니다.

급기야 현지 시각 11월 19일 백악관 젠 사키 대변인까지 나섰습니다. "중국 당국은 그녀의 행방과 안전에 검증 가능한 증거를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같은 날 유엔 인권사무소도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현지 시각 11월 20일에는 영국 외교부도 나섰습니다.

국제사회 모두 펑솨이 그녀가 직접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그 어떤 의혹도 잠재울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건데요.

WTA의 의혹 제기에는 CGTN(중국 CCTV 영어 글로벌 채널)이 답을 내놓았었죠.

'펑솨이는 어디에 있느냐?' 묻는 백악관의 질문에는 다른 중국 매체까지 나섰습니다.

후시진 환구시보 편집인이 20일 펑솨이 사진 3장이 근황 사진이 맞는다며 트위터에 공개했다. (출처: 후시진 트위터 계정)
환구시보(環球時報·중국 관영 매체) 편집인 후시진(胡錫進)은 역시 트위터를 이용해 펑솨이 사진을 공개합니다.

CGTN 기자가 펑솨이 근황이라며 올린 사진 3장이 최근 사진이 맞는다며, 그녀가 곧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고 몇몇 활동에도 참여할 것을 예고했습니다. 백악관에서 우려를 나타낸 지 하루 만에 올린 글입니다.

후시진 환구시보 편집인은 21일에는 펑솨이의 최근 동영상이라며 두 개 영상을 공개했다. (출처: 후시진 트위터 계정)
바로 다음 날인 21일에는 사진에서 한발 더 나아갑니다. 후시진 환구시보 편집인은 펑솨이의 모습이라며 짧은 두 개의 동영상을 올리는데요.

약 1분짜리 영상에는 펑솨이가 코치와 친구들과 함께 식사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또 다른 15초 짜리 영상에는 펑솨이가 어딘가로 들어서는 모습이 찍혀 있습니다.

그리고 후시진 편집인이 말한 것처럼, 펑솨이는 21일 공식 석상에 등장했습니다. 더불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통해 직접 자신의 안전을 확인했습니다.

현지 시각 21일 바흐 IOC 위원장이 펑솨이와 영상 통화하는 모습 (출처: 연합)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현지 시각 11월 21일 펑솨이와 30분 정도 영상 통화를 한 겁니다.

IOC는 이후 성명을 내고 펑솨이 현재 베이징 집에서 안전하게 잘 지내고 있으며, 자신의 사생활을 존중받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실종 의혹' 해소됐을까?…'펑솨이 사건'이 남긴 것들

자, 이제 그녀가 직접 모습을 드러냈고 잘 있다고 했으니 이번 실종 의혹은 해소됐을까요?

국제사회는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펑솨이가 과연 정말 감금된 것이 아닌지, 여전히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21일 베이징 유소년 테니스 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펑솨이 (출처: 웨이보)
다른 문제들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첫째는 장가오리 전 부총리의 성폭행 여부입니다. "성폭행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펑솨이가 썼다는 이메일 하나로, '중국 최고 권력층의 성폭행 의혹'은 그냥 묻혔습니다.

이메일이 진짜 그녀가 쓴 것이 맞다면, 그녀는 왜 성폭행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번복했을까요? 아니면 지금은 사라진 그녀의 글이 애초 거짓말이었을까요?

사이먼 WTA 투어 최고경영자의 말처럼 "검열당한 그녀가 성폭행당했다는 의혹, 그녀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찍히면 사라진다'는 국제사회의 합리적인 의심도 그대로입니다.

펑솨이는 돌아왔지만(?) 이번 일로 당국에 찍혀 실종설에 휩싸였거나 실제 종적을 감춘 인물들에 대한 사례들이 다시 거론되고 있습니다.

판빙빙이 최근 쇼핑하는 모습이라며 중국 SNS에 19일 올라온 목격 사진 (출처: 텐센트)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 유명 배우 판빙빙(范氷氷)과 자오웨이(趙薇), 모두 당국에 '찍힌 뒤' 실제 한동안 행방을 알 수 없었던 인물들입니다.

지금도 SNS에 떠도는 사진으로만 모습이 확인될 뿐, 이들은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펑솨이 역시 국제사회가 행방을 묻지 않았더라면 직접 나서서 '자신이 안전하다.'고 확인시킬 수 있었을까요?

국제사회는 '아니다.'라고 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펑솨이 사건' 역시 또 한 번 중국 인권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