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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스루’에서 안방이 훤히?…사생활 침해 논란
입력 2021.11.23 (07:00) 취재K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최근 차에서 내리지 않고도 음식이나 음료를 받아가는 일명 '드라이브 스루' 매장을 이용하시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특히 '비대면'이 일상화된 코로나19 속에서, 이 같은 매장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데요.

이용객이 붐비는 시간대면 '드라이브 스루' 매장 주변으로 차들이 줄지어 늘어서는 탓에, 도심 교통체증을 유발해 시민의 불편을 초래한다는 민원이 전국 각지에서 잇따르기도 합니다.

이런 가운데, 제주에선 집 바로 옆에 들어서는 '드라이브 스루' 매장으로 인해 '사생활 침해'는 물론 안전사고까지 우려된다는 하소연이 KBS로 접수됐습니다. 어떤 사연인지 취재해봤습니다.

민원이 발생한 제주시 용담이동의 한 신축 드라이브 스루 매장. 내년 초, 한 유명 커피 전문점이 입점해 영업에 들어갈 예정이다.민원이 발생한 제주시 용담이동의 한 신축 드라이브 스루 매장. 내년 초, 한 유명 커피 전문점이 입점해 영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갈등의 시작은 올해 초. 제주시 용담이동 제주국제공항 인근의 한 교차로 변에 있던 텃밭 자리에 2층 규모 '드라이브 스루' 건물이 들어서면서부터입니다.

이 '드라이브 스루' 건물에는 내년 초, 한 유명 커피 전문점이 입점할 예정입니다.

문제가 된 신축 건물 바로 옆으로는 주택 두 채가 접하고 있는데요. 어른 가슴 높이 정도의 담벼락을 사이에 두고, '드라이브 스루' 매장의 차량 진입로와 주택이 떨어진 거리는 겨우 1m 남짓에 불과합니다.

주민들은 이 신축 건물 때문에 한라산 조망권은 물론 일조권까지 잃은 데다, '사생활 침해'를 당할 우려까지 있다고 호소합니다. 신축 현장 부지에 다량의 흙을 쌓아 기존 담 높이만큼 올린 탓에, 매장 쪽에서 주택 안방과 마당이 고스란히 들여다보이게 됐다는 겁니다.

피해 호소 가정 쪽에서 바라본 ‘드라이브 스루’ 차량 진입로. 공사 대지에 1m 이상 성토 작업을 해, 도로가 눈높이까지 올라온 모습이다.피해 호소 가정 쪽에서 바라본 ‘드라이브 스루’ 차량 진입로. 공사 대지에 1m 이상 성토 작업을 해, 도로가 눈높이까지 올라온 모습이다.

주민과 건축 관계자 등에 따르면, 건물 신축 터는 당초 인근 주택가와 똑같은 높이였습니다. 그러나 공사 과정에서 건물 일대 땅에 1m 이상 성토를 해, 매장 쪽에서 주택가를 마치 반지하 방처럼 내려다볼 수 있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주민들은 이 같은 사실을 최근에야 알게 됐습니다. 올해 초, 공사에 들어가면서 공사장 주변으로 높게 천막을 쳐 두었던 탓인데요. 매장 쪽에서 주택을 내려다보는 상황이 될 줄은 전혀 몰랐는데, 천막을 걷고 보니 펼쳐진 현실에 주민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입니다.

피해 호소 가정 방에서 바라본 ‘드라이브 스루’ 차량 진입로. 공사 터에 1m 이상 성토 작업을 해, 도로가 눈높이까지 올라온 모습이다.피해 호소 가정 방에서 바라본 ‘드라이브 스루’ 차량 진입로. 공사 터에 1m 이상 성토 작업을 해, 도로가 눈높이까지 올라온 모습이다.

주민 고 모 씨는 "문을 열었을 때 안방과 거실은 물론 다 노출이 되기 때문에, 매장이 영업에 들어가면 아예 집 창문을 열지 못하게 됐다"면서 "감옥 생활을 하게 생겼다. 매장 부지에 성토까지 하면서 집 안까지 훤히 들여다보이니, 기가 찰 노릇"이라고 하소연했습니다.

이에 대해 건축 현장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우·오수관 설계 문제로 인해 매장 부지를 1m 이상 높여 조성할 수밖에 없었다. 설계된 대로 시공할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대지 내에서 발생하는 빗물과 하수를 큰 도롯가로 연결되는 배관으로 자연 배수가 되게 하려면, 땅 높이를 조정해야 했다는 겁니다.


주택 옆으로 접하는 '드라이브 스루' 부지가 1m 이상 높아지면서 주민들은 '사생활 침해'를 당하게 된 데다, 차량 급발진으로 인한 안전 사고까지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주택가가 반지하처럼 내려앉게 된 탓에, 매장 영업이 시작되면 차량 매연까지 속수무책으로 견뎌야 하는 상황입니다.

또 다른 주민 김 모 씨는 "장사를 하루 이틀만 하는 것도 아닐 텐데, 평생 집 옆 눈높이로 차가 돌아다닌다니 잠이 안 온다"면서 "주택가는 밑이고 매장은 높아, 운전자들이 만약 급발진이라도 일으키면 사고가 안 나리라는 법이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주민들은 이 같은 형태의 건축 허가를 내준 것에 반발하며 제주시에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해당 건물에 대해 건축 허가를 내준 제주시는 '건축법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제주시 측은 주민과 건축주 사이 중재안으로 '갤러리창' 형태의 울타리를 설치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기존 담 위에 철제 방호벽을 만들어, 사생활을 보호하되 통풍은 원활히 되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 역시 일조권과 조망권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KBS 취재진은 건물주의 입장을 직접 들어보려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제주시 관계자는 "사생활 침해 등 제기되는 우려에 대해서 주민 민원을 해소할 수 있도록, 협의를 중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 ‘드라이브 스루’에서 안방이 훤히?…사생활 침해 논란
    • 입력 2021-11-23 07:00:23
    취재K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최근 차에서 내리지 않고도 음식이나 음료를 받아가는 일명 '드라이브 스루' 매장을 이용하시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특히 '비대면'이 일상화된 코로나19 속에서, 이 같은 매장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데요.

이용객이 붐비는 시간대면 '드라이브 스루' 매장 주변으로 차들이 줄지어 늘어서는 탓에, 도심 교통체증을 유발해 시민의 불편을 초래한다는 민원이 전국 각지에서 잇따르기도 합니다.

이런 가운데, 제주에선 집 바로 옆에 들어서는 '드라이브 스루' 매장으로 인해 '사생활 침해'는 물론 안전사고까지 우려된다는 하소연이 KBS로 접수됐습니다. 어떤 사연인지 취재해봤습니다.

민원이 발생한 제주시 용담이동의 한 신축 드라이브 스루 매장. 내년 초, 한 유명 커피 전문점이 입점해 영업에 들어갈 예정이다.민원이 발생한 제주시 용담이동의 한 신축 드라이브 스루 매장. 내년 초, 한 유명 커피 전문점이 입점해 영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갈등의 시작은 올해 초. 제주시 용담이동 제주국제공항 인근의 한 교차로 변에 있던 텃밭 자리에 2층 규모 '드라이브 스루' 건물이 들어서면서부터입니다.

이 '드라이브 스루' 건물에는 내년 초, 한 유명 커피 전문점이 입점할 예정입니다.

문제가 된 신축 건물 바로 옆으로는 주택 두 채가 접하고 있는데요. 어른 가슴 높이 정도의 담벼락을 사이에 두고, '드라이브 스루' 매장의 차량 진입로와 주택이 떨어진 거리는 겨우 1m 남짓에 불과합니다.

주민들은 이 신축 건물 때문에 한라산 조망권은 물론 일조권까지 잃은 데다, '사생활 침해'를 당할 우려까지 있다고 호소합니다. 신축 현장 부지에 다량의 흙을 쌓아 기존 담 높이만큼 올린 탓에, 매장 쪽에서 주택 안방과 마당이 고스란히 들여다보이게 됐다는 겁니다.

피해 호소 가정 쪽에서 바라본 ‘드라이브 스루’ 차량 진입로. 공사 대지에 1m 이상 성토 작업을 해, 도로가 눈높이까지 올라온 모습이다.피해 호소 가정 쪽에서 바라본 ‘드라이브 스루’ 차량 진입로. 공사 대지에 1m 이상 성토 작업을 해, 도로가 눈높이까지 올라온 모습이다.

주민과 건축 관계자 등에 따르면, 건물 신축 터는 당초 인근 주택가와 똑같은 높이였습니다. 그러나 공사 과정에서 건물 일대 땅에 1m 이상 성토를 해, 매장 쪽에서 주택가를 마치 반지하 방처럼 내려다볼 수 있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주민들은 이 같은 사실을 최근에야 알게 됐습니다. 올해 초, 공사에 들어가면서 공사장 주변으로 높게 천막을 쳐 두었던 탓인데요. 매장 쪽에서 주택을 내려다보는 상황이 될 줄은 전혀 몰랐는데, 천막을 걷고 보니 펼쳐진 현실에 주민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입니다.

피해 호소 가정 방에서 바라본 ‘드라이브 스루’ 차량 진입로. 공사 터에 1m 이상 성토 작업을 해, 도로가 눈높이까지 올라온 모습이다.피해 호소 가정 방에서 바라본 ‘드라이브 스루’ 차량 진입로. 공사 터에 1m 이상 성토 작업을 해, 도로가 눈높이까지 올라온 모습이다.

주민 고 모 씨는 "문을 열었을 때 안방과 거실은 물론 다 노출이 되기 때문에, 매장이 영업에 들어가면 아예 집 창문을 열지 못하게 됐다"면서 "감옥 생활을 하게 생겼다. 매장 부지에 성토까지 하면서 집 안까지 훤히 들여다보이니, 기가 찰 노릇"이라고 하소연했습니다.

이에 대해 건축 현장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우·오수관 설계 문제로 인해 매장 부지를 1m 이상 높여 조성할 수밖에 없었다. 설계된 대로 시공할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대지 내에서 발생하는 빗물과 하수를 큰 도롯가로 연결되는 배관으로 자연 배수가 되게 하려면, 땅 높이를 조정해야 했다는 겁니다.


주택 옆으로 접하는 '드라이브 스루' 부지가 1m 이상 높아지면서 주민들은 '사생활 침해'를 당하게 된 데다, 차량 급발진으로 인한 안전 사고까지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주택가가 반지하처럼 내려앉게 된 탓에, 매장 영업이 시작되면 차량 매연까지 속수무책으로 견뎌야 하는 상황입니다.

또 다른 주민 김 모 씨는 "장사를 하루 이틀만 하는 것도 아닐 텐데, 평생 집 옆 눈높이로 차가 돌아다닌다니 잠이 안 온다"면서 "주택가는 밑이고 매장은 높아, 운전자들이 만약 급발진이라도 일으키면 사고가 안 나리라는 법이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주민들은 이 같은 형태의 건축 허가를 내준 것에 반발하며 제주시에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해당 건물에 대해 건축 허가를 내준 제주시는 '건축법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제주시 측은 주민과 건축주 사이 중재안으로 '갤러리창' 형태의 울타리를 설치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기존 담 위에 철제 방호벽을 만들어, 사생활을 보호하되 통풍은 원활히 되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 역시 일조권과 조망권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KBS 취재진은 건물주의 입장을 직접 들어보려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제주시 관계자는 "사생활 침해 등 제기되는 우려에 대해서 주민 민원을 해소할 수 있도록, 협의를 중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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