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측 “5·18 피해자에 이미 사과…발포명령 한 적 없어”

입력 2021.11.23 (13:51) 수정 2021.11.23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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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사망한 전두환 씨의 측근이, 전 씨가 생전 5·18 피해자에게 이미 여러 차례 사과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발포 명령은 한 적이 없는 만큼 책임도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전 씨의 최측근인 민정기 전 청와대 공보비서관은 오늘 오전 11시쯤 서울 연희동 전 씨의 집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밝혔습니다.


■ 33년 전 오늘 백담사 갈 때 '미안하다'고 했다

민 전 비서관은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바로 오늘 11월 23일, 33년 전에 백담사 가시던 날인데 그때 성명에도 발표하고 피해자들한테 여러 가지 미안하다는 뜻을 밝히셨다"라며 "광주 청문회 때도 말했고 여러 차례 그런 말을 했다. 광주 피해자들, 유가족들에 대한 그런 말은 이미 하신 바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5·18 상황에서 많은 희생자가 나왔고, 희생자 가운데는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도 많다. 유가족들이 얼마나 애통하겠느냐"라며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3개월 지난 다음에 대통령이 됐다. 광주 사태에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여러 가지 조치들을 충분히 못 하셨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유감스럽다, 그런 말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발포명령 했다는 건 사실관계가 틀렸다"

전 씨가 발포명령을 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사실관계가 틀렸다"라고 주장하며 "전 씨가 책임질 게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민 전 비서관은 "(1980년 5월) 당시에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몇 날, 며칠, 어디에서, 어떤 부대를 어떻게 지휘했고, 누구누구한테 어떻게 발포명령을 했다는 것을 적시하고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물어야 한다. 그리고 거기에 대해서 사죄하라고 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당시 계엄사령관 겸 육군참모총장 이희성 사령관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얘기했다. '그건(광주 진압은) 절대로 내가 했지, 전두환 보안사령관하고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것을 여러 차례 이야기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 "전두환 회고록 3권의 마지막 페이지가 유언"

민 비서관은 전 씨가 4년 출간한 <전두환 회고록>의 마지막 3권, 마지막 페이지에 쓴 글이 사실상 유언이라고 밝혔습니다.

<전두환 회고록> 3권 '황야에 서다'의 마지막 부분에는 전 씨가 2017년 3월 작성한 글이 담겨있습니다.

전 씨는 이 글에서 "나를 역사의 전면에 불러낸 10·26 이후의 상황과 나의 대통령 재임 중의 일에 대한 오해, 나의 허물로 인한 분노와 증오가 국민 화합을 해치고, 국민 모두의 희생과 노력으로 이룬 성취를 빛바래게 한 데 대해 나로서는 변명할 말이 없다"라면서 "나의 허물을 덮어버릴 수도 없는 것이고, 나는 국민의 채찍도 피할 생각이 없다. 나의 허물마저 후대를 위한 거울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난 30년간 침묵을 지켜온 이유이기도 하다"라고 적었습니다.

아울러 전 씨는 "건강한 눈으로, 맑은 정신으로 통일을 이룬 빛나는 조국의 모습을 보고 싶다. 그 전에 내 생이 끝난다면, 북녘 땅이 바라다보이는 전방의 어느 고지에 백골로라도 남아 있으면서 기어이 통일의 그 날을 맞고 싶다"라고 회고록을 마쳤습니다.

■ 노조·시민단체 "국가적 예우, 하지 말라"

민주노총은 전 씨 사망과 관련해 논평에서 "단죄받고 사죄해야 할 전두환이 세상에 없어 더 이상 법적 처벌은 실효가 없으니 남은 것은 역사의 몫이고 산자의 몫"이라며 "정부는 노태우 씨의 경우처럼 국장이니 국가장이니 하는 몰역사적인 퇴행으로 시민들을 분노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노총은 "전두환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죽고 다쳤으며 그 고통은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희생자와 유족들의 뼛속까지 사무쳐있다"라며 "명복을 빌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전국농민회는 "5월 영령에 대한 사과조차 없이 죽은 전두환에 대해 역사의 단죄는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했고, '열린 군대를 위한 시민연대'는 "전두환은 학살자이자 독재자일 뿐"이라며 "어떤 국가적 예우도 하지 말라"고 요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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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두환 측 “5·18 피해자에 이미 사과…발포명령 한 적 없어”
    • 입력 2021-11-23 13:51:19
    • 수정2021-11-23 18:53:17
    취재K
오늘 사망한 전두환 씨의 측근이, 전 씨가 생전 5·18 피해자에게 이미 여러 차례 사과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발포 명령은 한 적이 없는 만큼 책임도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전 씨의 최측근인 민정기 전 청와대 공보비서관은 오늘 오전 11시쯤 서울 연희동 전 씨의 집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밝혔습니다.


■ 33년 전 오늘 백담사 갈 때 '미안하다'고 했다

민 전 비서관은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바로 오늘 11월 23일, 33년 전에 백담사 가시던 날인데 그때 성명에도 발표하고 피해자들한테 여러 가지 미안하다는 뜻을 밝히셨다"라며 "광주 청문회 때도 말했고 여러 차례 그런 말을 했다. 광주 피해자들, 유가족들에 대한 그런 말은 이미 하신 바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5·18 상황에서 많은 희생자가 나왔고, 희생자 가운데는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도 많다. 유가족들이 얼마나 애통하겠느냐"라며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3개월 지난 다음에 대통령이 됐다. 광주 사태에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여러 가지 조치들을 충분히 못 하셨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유감스럽다, 그런 말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발포명령 했다는 건 사실관계가 틀렸다"

전 씨가 발포명령을 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사실관계가 틀렸다"라고 주장하며 "전 씨가 책임질 게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민 전 비서관은 "(1980년 5월) 당시에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몇 날, 며칠, 어디에서, 어떤 부대를 어떻게 지휘했고, 누구누구한테 어떻게 발포명령을 했다는 것을 적시하고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물어야 한다. 그리고 거기에 대해서 사죄하라고 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당시 계엄사령관 겸 육군참모총장 이희성 사령관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얘기했다. '그건(광주 진압은) 절대로 내가 했지, 전두환 보안사령관하고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것을 여러 차례 이야기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 "전두환 회고록 3권의 마지막 페이지가 유언"

민 비서관은 전 씨가 4년 출간한 <전두환 회고록>의 마지막 3권, 마지막 페이지에 쓴 글이 사실상 유언이라고 밝혔습니다.

<전두환 회고록> 3권 '황야에 서다'의 마지막 부분에는 전 씨가 2017년 3월 작성한 글이 담겨있습니다.

전 씨는 이 글에서 "나를 역사의 전면에 불러낸 10·26 이후의 상황과 나의 대통령 재임 중의 일에 대한 오해, 나의 허물로 인한 분노와 증오가 국민 화합을 해치고, 국민 모두의 희생과 노력으로 이룬 성취를 빛바래게 한 데 대해 나로서는 변명할 말이 없다"라면서 "나의 허물을 덮어버릴 수도 없는 것이고, 나는 국민의 채찍도 피할 생각이 없다. 나의 허물마저 후대를 위한 거울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난 30년간 침묵을 지켜온 이유이기도 하다"라고 적었습니다.

아울러 전 씨는 "건강한 눈으로, 맑은 정신으로 통일을 이룬 빛나는 조국의 모습을 보고 싶다. 그 전에 내 생이 끝난다면, 북녘 땅이 바라다보이는 전방의 어느 고지에 백골로라도 남아 있으면서 기어이 통일의 그 날을 맞고 싶다"라고 회고록을 마쳤습니다.

■ 노조·시민단체 "국가적 예우, 하지 말라"

민주노총은 전 씨 사망과 관련해 논평에서 "단죄받고 사죄해야 할 전두환이 세상에 없어 더 이상 법적 처벌은 실효가 없으니 남은 것은 역사의 몫이고 산자의 몫"이라며 "정부는 노태우 씨의 경우처럼 국장이니 국가장이니 하는 몰역사적인 퇴행으로 시민들을 분노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노총은 "전두환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죽고 다쳤으며 그 고통은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희생자와 유족들의 뼛속까지 사무쳐있다"라며 "명복을 빌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전국농민회는 "5월 영령에 대한 사과조차 없이 죽은 전두환에 대해 역사의 단죄는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했고, '열린 군대를 위한 시민연대'는 "전두환은 학살자이자 독재자일 뿐"이라며 "어떤 국가적 예우도 하지 말라"고 요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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