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스마트워치에서 나온 경찰 목소리에 “신고한거냐?”…경찰 엉뚱한 곳 출동

입력 2021.11.2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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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신변보호를 받던 3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남성은, 여성이 갖고 있던 스마트워치에서 경찰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을 듣고 피해자의 신고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앞서 범행 하루 전날에는 한 대형마트에서 범행도구를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김 씨, 범행 전날 부산→서울…흉기도 미리 구입

KBS 취재 결과, 30대 남성 김 모 씨는 전 여자친구를 살해하기 바로 전날인 지난 18일 서울로 올라온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김 씨의 거주지는 부산입니다.

버스를 타고 상경한 뒤에는 서울 중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흉기를 구매했습니다. 경찰은 김 씨가 흉기를 사는 모습이 담긴 CCTV를 확보했습니다. 이후 김 씨는 서울 종로의 한 숙박업소에서 잤습니다. 흉기를 산 곳도, 잠을 잔 곳도 모두 피해자의 집과 멀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범행을 저지른 19일, 김 씨는 피해자의 차량이 오피스텔 주차장에 있는 걸 보고 피해자가 사는 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이때가 오전 11시쯤입니다. 김 씨는 복도에서 기다리다 피해자가 집에서 나오자, 집에 들어가자고 종용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가 이를 거부했고, 이때 경찰에서 받은 스마트워치를 한 차례 눌렀습니다.


■ 스마트워치에서 흘러나온 경찰 목소리에 "신고한거냐?"

신변보호용 스마트워치는 손목시계와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긴급상황에서 버튼 하나만 누르면 112에 신고가 되고 위치정보도 전송됩니다.

SOS 긴급통화도 가능해 경찰서 상황실과 대화할 수 있습니다. 만약 범죄 피해자가 신고 버튼을 눌렀는데도 통화가 되지 않으면, 스마트워치의 강제 수신 기능을 활용해 피해자 주변 현장음을 들을 수 있습니다. 당사자가 직접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도 위험에 처했는지 파악하려는 목적입니다.

피해자가 스마트워치를 1차로 눌렀던 시간은 오전 11시 29분입니다. 이때 자동으로 상황실과의 통화 기능이 활성화됐습니다. 경찰관의 말소리가 스마트워치에서 나온 겁니다.

경찰 조사에서 김 씨는 스마트워치에서 남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신고한 거냐"며 자신이 흥분했고, 이때 피해자를 흉기로 찔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시 스마트워치를 통해 서울경찰청 112상황실에 전달된 피해자의 목소리에는 "안 할게, 안 할게"라며 신고를 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말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절박하게 상대방을 부르는 말도 담겨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통화내용은 수사와 관계돼 확인해주기 어렵다"면서도 "현장음 청취는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 엉뚱한 곳 출동한 경찰…뒤이어 다시 스마트워치 2차 신고

스마트워치의 위칫값이 실제 피해자가 있던 곳과는 400m 정도 떨어진 곳으로 나왔고, 경찰은 오전 11시 32분 엉뚱한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1분 뒤인 오전 11시 33분, 피해자는 다시 스마트워치로 2차 신고를 했습니다. 경찰이 피해자 집으로 출동을 시작한 건 오전 11시 34분입니다.

*지난 19일, 서울 중구 신변보호 대상자 신고 및 출동내용*
오전
11시 29분 - 피해자, 스마트 워치 1차 신고
11시 32분 - 경찰, 피해자 실제 있던 곳에서 약 400m 떨어진 곳 도착
11시 33분 - 피해자, 스마트워치 2차 신고
11시 34분 - 경찰, 피해자 집 출동
11시 35분 - 목격자 119신고 "피흘리며 쓰러져있다"
11시 37분 - 목격자 112에도 신고
11시 41분 - 경찰 피해자 집 도착

하지만 1차 신고와 2차 신고까지의 '골든타임 4분'이 지나고, 오전 11시 35분 오피스텔의 한 주민은 쓰러져있는 여성을 보고 119에 신고합니다. 남성은 도주한 후였고, 경찰은 출동하기 전이었습니다.

KBS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오영훈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당시 119상황실 녹취록을 보면 목격자는 "사람이 쓰러져서, 피 흘리고 쓰러져있다. 의식은 있는 거 같은데 피를 너무 많이 흘렸다. 머리 부분에서 피가 나는 것 같다"라며 신고합니다. 이 주민은 뒤이어 112에도 신고를 했습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한 때는 오전 11시 41분으로 처음 스마트워치로 신고가 접수되고 12분이 지난 때였습니다.

경찰은 사건 이후 스마트워치의 위치 오차값을 줄이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피해자의 신고 상황에 따라 경찰이 응답할지 아니면 청취만 할지, 또 버튼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스마트워치 개선 방법에 대해서는 아직 밝힌 바 없습니다.

김 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살해혐의는 인정하면서도 피해자와 이야기를 하다 범행을 저질렀고, 스토킹 신고에 대한 보복은 아니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김 씨가 미리 흉기를 구매한 점 등에 비춰 계획적인 살인에 무게를 두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김 씨는 어제(22일) 살인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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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스마트워치에서 나온 경찰 목소리에 “신고한거냐?”…경찰 엉뚱한 곳 출동
    • 입력 2021-11-23 17:31:52
    취재K

경찰 신변보호를 받던 3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남성은, 여성이 갖고 있던 스마트워치에서 경찰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을 듣고 피해자의 신고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앞서 범행 하루 전날에는 한 대형마트에서 범행도구를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김 씨, 범행 전날 부산→서울…흉기도 미리 구입

KBS 취재 결과, 30대 남성 김 모 씨는 전 여자친구를 살해하기 바로 전날인 지난 18일 서울로 올라온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김 씨의 거주지는 부산입니다.

버스를 타고 상경한 뒤에는 서울 중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흉기를 구매했습니다. 경찰은 김 씨가 흉기를 사는 모습이 담긴 CCTV를 확보했습니다. 이후 김 씨는 서울 종로의 한 숙박업소에서 잤습니다. 흉기를 산 곳도, 잠을 잔 곳도 모두 피해자의 집과 멀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범행을 저지른 19일, 김 씨는 피해자의 차량이 오피스텔 주차장에 있는 걸 보고 피해자가 사는 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이때가 오전 11시쯤입니다. 김 씨는 복도에서 기다리다 피해자가 집에서 나오자, 집에 들어가자고 종용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가 이를 거부했고, 이때 경찰에서 받은 스마트워치를 한 차례 눌렀습니다.


■ 스마트워치에서 흘러나온 경찰 목소리에 "신고한거냐?"

신변보호용 스마트워치는 손목시계와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긴급상황에서 버튼 하나만 누르면 112에 신고가 되고 위치정보도 전송됩니다.

SOS 긴급통화도 가능해 경찰서 상황실과 대화할 수 있습니다. 만약 범죄 피해자가 신고 버튼을 눌렀는데도 통화가 되지 않으면, 스마트워치의 강제 수신 기능을 활용해 피해자 주변 현장음을 들을 수 있습니다. 당사자가 직접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도 위험에 처했는지 파악하려는 목적입니다.

피해자가 스마트워치를 1차로 눌렀던 시간은 오전 11시 29분입니다. 이때 자동으로 상황실과의 통화 기능이 활성화됐습니다. 경찰관의 말소리가 스마트워치에서 나온 겁니다.

경찰 조사에서 김 씨는 스마트워치에서 남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신고한 거냐"며 자신이 흥분했고, 이때 피해자를 흉기로 찔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시 스마트워치를 통해 서울경찰청 112상황실에 전달된 피해자의 목소리에는 "안 할게, 안 할게"라며 신고를 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말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절박하게 상대방을 부르는 말도 담겨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통화내용은 수사와 관계돼 확인해주기 어렵다"면서도 "현장음 청취는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 엉뚱한 곳 출동한 경찰…뒤이어 다시 스마트워치 2차 신고

스마트워치의 위칫값이 실제 피해자가 있던 곳과는 400m 정도 떨어진 곳으로 나왔고, 경찰은 오전 11시 32분 엉뚱한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1분 뒤인 오전 11시 33분, 피해자는 다시 스마트워치로 2차 신고를 했습니다. 경찰이 피해자 집으로 출동을 시작한 건 오전 11시 34분입니다.

*지난 19일, 서울 중구 신변보호 대상자 신고 및 출동내용*
오전
11시 29분 - 피해자, 스마트 워치 1차 신고
11시 32분 - 경찰, 피해자 실제 있던 곳에서 약 400m 떨어진 곳 도착
11시 33분 - 피해자, 스마트워치 2차 신고
11시 34분 - 경찰, 피해자 집 출동
11시 35분 - 목격자 119신고 "피흘리며 쓰러져있다"
11시 37분 - 목격자 112에도 신고
11시 41분 - 경찰 피해자 집 도착

하지만 1차 신고와 2차 신고까지의 '골든타임 4분'이 지나고, 오전 11시 35분 오피스텔의 한 주민은 쓰러져있는 여성을 보고 119에 신고합니다. 남성은 도주한 후였고, 경찰은 출동하기 전이었습니다.

KBS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오영훈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당시 119상황실 녹취록을 보면 목격자는 "사람이 쓰러져서, 피 흘리고 쓰러져있다. 의식은 있는 거 같은데 피를 너무 많이 흘렸다. 머리 부분에서 피가 나는 것 같다"라며 신고합니다. 이 주민은 뒤이어 112에도 신고를 했습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한 때는 오전 11시 41분으로 처음 스마트워치로 신고가 접수되고 12분이 지난 때였습니다.

경찰은 사건 이후 스마트워치의 위치 오차값을 줄이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피해자의 신고 상황에 따라 경찰이 응답할지 아니면 청취만 할지, 또 버튼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스마트워치 개선 방법에 대해서는 아직 밝힌 바 없습니다.

김 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살해혐의는 인정하면서도 피해자와 이야기를 하다 범행을 저질렀고, 스토킹 신고에 대한 보복은 아니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김 씨가 미리 흉기를 구매한 점 등에 비춰 계획적인 살인에 무게를 두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김 씨는 어제(22일) 살인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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