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병! 물럿거라!”…조상들은 전염병에 어떻게 대처했을까?

입력 2021.11.23 (19:44) 수정 2021.11.23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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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 세계가 코로나와 함께 살고 있는 요즘, 그 옛날 우리 조상들은 전염병에 어떻게 대처했을까 궁금하실 텐데요.

열악한 환경에서도 서로에 대한 믿음과 절제로 전염병을 극복했던 조상의 지혜를 만나볼 수 있는 색다른 전시가 열립니다.

정연욱 기자입니다.

[리포트]

까만 먹으로 눈동자를 찍어 넣는 순간 드러나는 험상궂은 얼굴, 2m 남짓한 오리나무를 깎아 만든 두 장승을 마을 입구에 세우고, 역병으로부터 주민들을 지켜달라는 간절한 기원을 담은 '장승제'를 지냅니다.

[손종규/장승제 '축관' : "서로를 보듬어 화합된 모습으로 평화롭게 일상을 지속할 수 있기를 굽어살펴 주시길 기원하옵니다."]

남한산성 인근 마을에서 해마다 음력 2월 초에 지내고 있는 '장승제'는 400년 전 병자호란이 몰고 온 역병이 만들어낸 의식입니다.

일반에 최초로 공개된 이 낡은 문서에는 조선 중기인 1547년, 역병을 쫓는 글자를 써서 창에 붙였다는 내용이 담겨 있고, 조선 후기인 1778년, 조선 8도를 휩쓴 두창으로 자식을 잃은 아버지의 비통함도 생생한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경남 통영에서 정월 대보름 무렵 열렸던 통영오광대 놀이, 여기에 등장하는 손님탈에는 온통 빨간 두창 자국이 찍혀 있습니다.

역병을 '손님'으로 신격화했던 두려움을 엿볼 수 있는 흔적입니다.

역병이 돌면 지인의 집이나 사찰로 몸을 피했던 '피접'은 코로나 시대 자가격리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으로, 예나 지금이나 전염병을 이겨내는 가장 큰 힘은 '공동체 의식'이란 점을 새삼 일깨우고 있습니다.

[이건욱/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 : "영웅이 나오는 것이 아니고 영웅들이 나오는 것이죠. 그 영웅들은 바로 우리 자신이었더라고요. 우리 자신들이 좀 더 고통받는 사람들을 먼저 생각해보고 내가 먼저 조심하고. 이러면서 정말 희한하게 역사는 그렇게 흘러왔더라고요."]

이번 전시에선 조선 시대 풍속뿐 아니라 현대의 전염병 극복 과정도 함께 확인할 수 있는 자료 350여 점이 공개됩니다.

KBS 뉴스 정연욱입니다.

촬영기자:김연태/영상편집:이진이/그래픽: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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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병! 물럿거라!”…조상들은 전염병에 어떻게 대처했을까?
    • 입력 2021-11-23 19:44:26
    • 수정2021-11-23 19:56:05
    뉴스 7
[앵커]

전 세계가 코로나와 함께 살고 있는 요즘, 그 옛날 우리 조상들은 전염병에 어떻게 대처했을까 궁금하실 텐데요.

열악한 환경에서도 서로에 대한 믿음과 절제로 전염병을 극복했던 조상의 지혜를 만나볼 수 있는 색다른 전시가 열립니다.

정연욱 기자입니다.

[리포트]

까만 먹으로 눈동자를 찍어 넣는 순간 드러나는 험상궂은 얼굴, 2m 남짓한 오리나무를 깎아 만든 두 장승을 마을 입구에 세우고, 역병으로부터 주민들을 지켜달라는 간절한 기원을 담은 '장승제'를 지냅니다.

[손종규/장승제 '축관' : "서로를 보듬어 화합된 모습으로 평화롭게 일상을 지속할 수 있기를 굽어살펴 주시길 기원하옵니다."]

남한산성 인근 마을에서 해마다 음력 2월 초에 지내고 있는 '장승제'는 400년 전 병자호란이 몰고 온 역병이 만들어낸 의식입니다.

일반에 최초로 공개된 이 낡은 문서에는 조선 중기인 1547년, 역병을 쫓는 글자를 써서 창에 붙였다는 내용이 담겨 있고, 조선 후기인 1778년, 조선 8도를 휩쓴 두창으로 자식을 잃은 아버지의 비통함도 생생한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경남 통영에서 정월 대보름 무렵 열렸던 통영오광대 놀이, 여기에 등장하는 손님탈에는 온통 빨간 두창 자국이 찍혀 있습니다.

역병을 '손님'으로 신격화했던 두려움을 엿볼 수 있는 흔적입니다.

역병이 돌면 지인의 집이나 사찰로 몸을 피했던 '피접'은 코로나 시대 자가격리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으로, 예나 지금이나 전염병을 이겨내는 가장 큰 힘은 '공동체 의식'이란 점을 새삼 일깨우고 있습니다.

[이건욱/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 : "영웅이 나오는 것이 아니고 영웅들이 나오는 것이죠. 그 영웅들은 바로 우리 자신이었더라고요. 우리 자신들이 좀 더 고통받는 사람들을 먼저 생각해보고 내가 먼저 조심하고. 이러면서 정말 희한하게 역사는 그렇게 흘러왔더라고요."]

이번 전시에선 조선 시대 풍속뿐 아니라 현대의 전염병 극복 과정도 함께 확인할 수 있는 자료 350여 점이 공개됩니다.

KBS 뉴스 정연욱입니다.

촬영기자:김연태/영상편집:이진이/그래픽: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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