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종부세 설명, ‘이것’이 없다

입력 2021.11.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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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1주택자의 세부담은 크지 않습니다>

- 1세대 1주택자는 주택분 종부세 고지 세액 5.7조 원 중 3.5%(13.2만 명, 0.2조 원)를 부담

- 고가주택 보유자의 경우에도 실수요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조치로 세 부담은 크지 않은 수준


■ 정부 "1주택자 세 부담 크지 않아"

어제(22일)에 이어 오늘(23일) 정부가 낸 종합부동산세 자료에는 1가구 1주택의 경우 부담이 크지 않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72.5%는 세액이 평균 50만 원 수준이고, 최대 80%까지 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전체 세액 가운데 1주택자가 납부하는 액수의 비중이 지난해보다 줄어 3.5%에 그친다고도 했습니다.


■ 납세자 반응은? "현실과 다르다"

정부가 집계한 만큼 숫자 자체에는 틀림이 없을 테지만, 납세자들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KBS 제보 시스템과 취재기자들의 메일로 들어온 의견을 일부 소개합니다.

저희집은 1가구 1주택이고 소유는 25년, 거주는 10년이상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전세를 주고 실거주를 안 한다는 이유로 작년에 30만 원대였던 종부세가 375만 원이 넘게 청구되었습니다.

잠실 장미아파트 56평 1채 보유한 40대 남성 실거주자입니다.
1주택자 종부세가 대체적으로 50만원이라는 '부담없네'라는 식의 언론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어,
팩트를 전하려고 제보합니다.
저의 경우는 작년 종부세가 187만 원이었으나, 어제 받은 고지서는 459만 원으로 상향됐습니다.

의견을 주신 분들은 두 가지 점에서 분노했습니다. 하나는 정부에서 집계한 평균 금액이 자신이 내는 돈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부담이 없다'는 정부의 자의적 해석과 달리 실제로는 살림살이에 큰 부담이라는 점입니다.

"종부세를 폐지하라" 거나 "종부세를 내가 왜 내야 하나" 같은 근본적인 반대가 아니라, "정부가 묘사하는 현실이 실제와 다르다"는 내용들이라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제보 내용으로 미루어 이분들은 실거래가 20억 원~30억 원대의 아파트에 사시는 분들이고, 종부세를 납부한 경험도 올해가 처음이 아닙니다. 종부세 자체에 대한 반대로 읽히지는 않았습니다.

■ 근본적 질문에 대답 없는 정부 보도자료

결국, 왜 이렇게 1년 만에 세액이 늘어야 하나? 라는 게 이들의 질문일 겁니다. 문제는 정부의 보도자료나 설명에 이런 내용이 없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23일 배포한 자료 제목은 <'21년 종합부동산세 고지 관련, 사실은 이렇습니다>입니다. 모두 10개의 소주제로 구성됐습니다.

1. 다주택자 및 법인이 늘어난 세액의 대부분을 부담합니다.
2. 1세대 1주택자의 세 부담은 크지 않습니다.
3. 세 부담 상한 적용으로 과도한 세 부담 상승을 방지합니다.
4. 1세대 1주택자 장기보유, 고령 은퇴자의 세 부담은 경감되고, 유동성 문제 완화를 위해 분납 제도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5. 종부세수는 전액 지방으로 배분되어 지자체에서 사용됩니다.
6. 종부세는 지방 균형발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7. 종부세는 재산세와 이중과세 되지 않습니다.
8. 종부세는 인별 과세체계로서 고지 인원 비율은 세대 또는 가구가 아닌 총 인구를 기준으로 계산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9. 종부세 부담의 세입자 전가는 제한적입니다.
10. 우리나라의 보유세 부담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입니다.

22일에 배포한 '주요 쟁점별 설명자료'에도 비슷한 내용이 담겼습니다. 종부세 내는 사람들은 인구의 2%에 해당하는 소수이고, 부자라는 점이 강조됐습니다. 계산이나 통계도 많이 담았습니다. 어떻게든 객관적인 현실을 보여주려는 시도가 엿보입니다.

■ "종부세 납부 인원 소수고, 보유세 부담 낮다"?

그런데 정부의 예를 뒤집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종부세 납부 인원 94만 7천 명은 전체 인구 5,182만 명의 1.8%지만, 주택보유자를 기준으로 하면 1,469만 명 중 6.4%입니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가액 대비 보유세 부담은 OECD 8개국 평균인 0.53%보다 적은 0.16%지만, 그건 1주택자가 내는 보유세가 낮은 현실을 반영한 평균입니다. 2주택 이상인 경우 부동산 가액 대비 보유세 부담이 1%를 훌쩍 넘어설 겁니다.

장기보유공제와 고령자공제 폭을 넓혀둔 건 사실인데, 여기 해당하지 않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집 산 지 얼마 안 된, 젊은 사람들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납세자들의 질문, 정부가 공을 들여 설명해야 하는 내용은 어쩌면 "왜 고가 주택 보유자,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부담을 올려야 하나?" 즉, "왜 종부세를 더 내야 하나?"일 것입니다.

종합부동산세법에 보면 이 세금의 목적이 나옵니다. 첫째는 부동산 보유에 대한 과세 형평 제고, 두 번째는 부동산 시장 안정, 세 번째가 지방 재정 균형 발전입니다.

법의 목적에 충실하게 세율을 조정해 온 거라면 "부동산 가격 안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종부세 부담을 늘리는 게 불가피하다"거나 "수도권과 지방 격차가 심해지는 요즘, 종부세수가 지방 재정에 중요하다"거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어서 부유층 자산 가치가 늘어나는 만큼 과세할 필요가 있다"고 답해야겠죠.

■ "종부세는 지역 균형발전 위한 세금"

정부에서 일부 이 같은 설명을 하기도 했습니다. 김태주 세제실장은 23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종부세수는 중앙 정부가 재정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서 쓰는 돈이 절대 아니고 지방으로 간다"며 "국세청에서 걷어 행정안전부로 넘기면 지방에 재정 여건이나 인구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나눠줘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서 쓰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납세자로서는 법의 목적에 찬성보다는 반대할 가능성이 크고, 왜? 라는 질문에 답하다 보면 논쟁이 길어지고 소모적이 됩니다. 결국 정부가 고지서를 받아든 국민들에게 "괜찮을 거다"라고 에둘러 답하는 방법을 택한 것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닙니다.

■ 종부세액도, 논란도 커질 수 밖에...

세율에 손대지 않아도, 종부세는 내년에 올해보다 더 올라갑니다. 종합부동산 세액을 계산할 때 곱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이 내년부터는 100%로 올해보다 확대되기 때문입니다. 공시가격이 올라가도 세액은 늘어납니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종합부동산세 세입을 6조 6천억 원으로 올해보다 1조 원 이상 늘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납세자들의 근본적인 물음에 답하지 못하면, 종부세를 둘러싼 잡음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8장을 빼곡히 채운 설명자료에도 정보가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그래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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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의 종부세 설명, ‘이것’이 없다
    • 입력 2021-11-24 07:00:36
    취재K

<1세대 1주택자의 세부담은 크지 않습니다>

- 1세대 1주택자는 주택분 종부세 고지 세액 5.7조 원 중 3.5%(13.2만 명, 0.2조 원)를 부담

- 고가주택 보유자의 경우에도 실수요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조치로 세 부담은 크지 않은 수준


■ 정부 "1주택자 세 부담 크지 않아"

어제(22일)에 이어 오늘(23일) 정부가 낸 종합부동산세 자료에는 1가구 1주택의 경우 부담이 크지 않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72.5%는 세액이 평균 50만 원 수준이고, 최대 80%까지 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전체 세액 가운데 1주택자가 납부하는 액수의 비중이 지난해보다 줄어 3.5%에 그친다고도 했습니다.


■ 납세자 반응은? "현실과 다르다"

정부가 집계한 만큼 숫자 자체에는 틀림이 없을 테지만, 납세자들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KBS 제보 시스템과 취재기자들의 메일로 들어온 의견을 일부 소개합니다.

저희집은 1가구 1주택이고 소유는 25년, 거주는 10년이상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전세를 주고 실거주를 안 한다는 이유로 작년에 30만 원대였던 종부세가 375만 원이 넘게 청구되었습니다.

잠실 장미아파트 56평 1채 보유한 40대 남성 실거주자입니다.
1주택자 종부세가 대체적으로 50만원이라는 '부담없네'라는 식의 언론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어,
팩트를 전하려고 제보합니다.
저의 경우는 작년 종부세가 187만 원이었으나, 어제 받은 고지서는 459만 원으로 상향됐습니다.

의견을 주신 분들은 두 가지 점에서 분노했습니다. 하나는 정부에서 집계한 평균 금액이 자신이 내는 돈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부담이 없다'는 정부의 자의적 해석과 달리 실제로는 살림살이에 큰 부담이라는 점입니다.

"종부세를 폐지하라" 거나 "종부세를 내가 왜 내야 하나" 같은 근본적인 반대가 아니라, "정부가 묘사하는 현실이 실제와 다르다"는 내용들이라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제보 내용으로 미루어 이분들은 실거래가 20억 원~30억 원대의 아파트에 사시는 분들이고, 종부세를 납부한 경험도 올해가 처음이 아닙니다. 종부세 자체에 대한 반대로 읽히지는 않았습니다.

■ 근본적 질문에 대답 없는 정부 보도자료

결국, 왜 이렇게 1년 만에 세액이 늘어야 하나? 라는 게 이들의 질문일 겁니다. 문제는 정부의 보도자료나 설명에 이런 내용이 없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23일 배포한 자료 제목은 <'21년 종합부동산세 고지 관련, 사실은 이렇습니다>입니다. 모두 10개의 소주제로 구성됐습니다.

1. 다주택자 및 법인이 늘어난 세액의 대부분을 부담합니다.
2. 1세대 1주택자의 세 부담은 크지 않습니다.
3. 세 부담 상한 적용으로 과도한 세 부담 상승을 방지합니다.
4. 1세대 1주택자 장기보유, 고령 은퇴자의 세 부담은 경감되고, 유동성 문제 완화를 위해 분납 제도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5. 종부세수는 전액 지방으로 배분되어 지자체에서 사용됩니다.
6. 종부세는 지방 균형발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7. 종부세는 재산세와 이중과세 되지 않습니다.
8. 종부세는 인별 과세체계로서 고지 인원 비율은 세대 또는 가구가 아닌 총 인구를 기준으로 계산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9. 종부세 부담의 세입자 전가는 제한적입니다.
10. 우리나라의 보유세 부담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입니다.

22일에 배포한 '주요 쟁점별 설명자료'에도 비슷한 내용이 담겼습니다. 종부세 내는 사람들은 인구의 2%에 해당하는 소수이고, 부자라는 점이 강조됐습니다. 계산이나 통계도 많이 담았습니다. 어떻게든 객관적인 현실을 보여주려는 시도가 엿보입니다.

■ "종부세 납부 인원 소수고, 보유세 부담 낮다"?

그런데 정부의 예를 뒤집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종부세 납부 인원 94만 7천 명은 전체 인구 5,182만 명의 1.8%지만, 주택보유자를 기준으로 하면 1,469만 명 중 6.4%입니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가액 대비 보유세 부담은 OECD 8개국 평균인 0.53%보다 적은 0.16%지만, 그건 1주택자가 내는 보유세가 낮은 현실을 반영한 평균입니다. 2주택 이상인 경우 부동산 가액 대비 보유세 부담이 1%를 훌쩍 넘어설 겁니다.

장기보유공제와 고령자공제 폭을 넓혀둔 건 사실인데, 여기 해당하지 않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집 산 지 얼마 안 된, 젊은 사람들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납세자들의 질문, 정부가 공을 들여 설명해야 하는 내용은 어쩌면 "왜 고가 주택 보유자,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부담을 올려야 하나?" 즉, "왜 종부세를 더 내야 하나?"일 것입니다.

종합부동산세법에 보면 이 세금의 목적이 나옵니다. 첫째는 부동산 보유에 대한 과세 형평 제고, 두 번째는 부동산 시장 안정, 세 번째가 지방 재정 균형 발전입니다.

법의 목적에 충실하게 세율을 조정해 온 거라면 "부동산 가격 안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종부세 부담을 늘리는 게 불가피하다"거나 "수도권과 지방 격차가 심해지는 요즘, 종부세수가 지방 재정에 중요하다"거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어서 부유층 자산 가치가 늘어나는 만큼 과세할 필요가 있다"고 답해야겠죠.

■ "종부세는 지역 균형발전 위한 세금"

정부에서 일부 이 같은 설명을 하기도 했습니다. 김태주 세제실장은 23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종부세수는 중앙 정부가 재정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서 쓰는 돈이 절대 아니고 지방으로 간다"며 "국세청에서 걷어 행정안전부로 넘기면 지방에 재정 여건이나 인구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나눠줘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서 쓰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납세자로서는 법의 목적에 찬성보다는 반대할 가능성이 크고, 왜? 라는 질문에 답하다 보면 논쟁이 길어지고 소모적이 됩니다. 결국 정부가 고지서를 받아든 국민들에게 "괜찮을 거다"라고 에둘러 답하는 방법을 택한 것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닙니다.

■ 종부세액도, 논란도 커질 수 밖에...

세율에 손대지 않아도, 종부세는 내년에 올해보다 더 올라갑니다. 종합부동산 세액을 계산할 때 곱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이 내년부터는 100%로 올해보다 확대되기 때문입니다. 공시가격이 올라가도 세액은 늘어납니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종합부동산세 세입을 6조 6천억 원으로 올해보다 1조 원 이상 늘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납세자들의 근본적인 물음에 답하지 못하면, 종부세를 둘러싼 잡음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8장을 빼곡히 채운 설명자료에도 정보가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그래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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