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서 걸려온 ‘그놈 목소리’에…코로나 빈틈 노린 유학생 납치빙자 사기

입력 2021.11.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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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 피싱(voice phishing) , 전화를 걸어 음성(voice)으로 금융정보와 같은 개인정보(Private Data)를 빼내 돈을 가로채 '낚는'(Fishing)다는 의미가 내포된 말이죠.

매일 발생하는 일상사건으로 수년째 뉴스를 장식하고 있어, 이제는 신조어가 아닌 구문으로 들릴 정도입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수사관 목소리를 사칭했던, 이 보이스피싱 사기범 목소리 기억하는 분 많으실겁니다. 지난해 20대 취업준비생이 이 일당에게 사기를 당한 뒤 비관하다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수사기관을 사칭하며 치밀하게 움직였던 조직원들이 올해 초 검거됐습니다.

[연관기사: 「20대 청년 죽음 내몬 ‘가짜 김민수 검사’ 검거」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162767]

이 나쁜 목소리들을 잡기 위한 수사력의 대대적 투입에도 불구하고, '그놈 목소리'는 현재도 진화 중입니다.

이번에는 영국입니다. 영국에 유학 간 한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보이스피싱이 이번 달에만 연달아 2건이나 발생했습니다.

지난 11월 11일 목요일 아침 9시, 평범한 하루를 시작하고 있던 한 주부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영국에 유학 가 있는 아들 휴대전화 번호였습니다. 영국시각은 자정이어서 보통 아들이 전화를 걸지 않는 시간대인데 이상하다 싶으면서도 전화를 받았습니다.

불길한 직감은 곧 현실로 펼쳐졌습니다. 아들 전화였지만, 목소리는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그놈 목소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들은 납치됐고, 쇠파이프로 머리를 맞아 피를 흘리고 있으니 5천만 원을 보내라."

코로나 19로 영국에 있는 아들이 한국에 오기도 어렵고, 한국에 있는 가족이 아들에게 가기도 어려웠던 상황은 피해를 키웠습니다. 엄마는 '그놈 목소리'가 시키는 대로 현금 5천만 원을 준비했고, 그놈 목소리가 만나라 한 한국 연락책에 그 돈을 전달했습니다.

다른 방도로 영국에 있는 아들의 안위를 확인하려 했지만, 현지는 밤 12시가 넘어 연락이 잘되지 않았습니다. 5천만 원을 주고 ,아들이 무사하길 바라며, 영국의 아침이 오길 기다리고 있는데 '그놈 목소리' 또 전화를 걸어옵니다.

5천만 원을 추가로 보내라는 지시였습니다. 이상함을 간파한 엄마는 경찰과 외교부 영사콜센터에 신고했고, 얼마 뒤 아들이 친구들과 무사하게 잘 지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영국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그놈 목소리'는 대담하게도 다음 날 또 사기를 치려합니다. 11월 12일 한국시각 오후 3시, 영국시각 오전 6시. 영국에 유학 간 딸을 둔 엄마에게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이번에도 번호는 딸의 번호였습니다.

의심없이 전화를 받은 엄마에게 '그놈 목소리'는 말했습니다. "엄마, 내가 지금 납치돼 성폭행을 당했는데 죽고싶다, 도와줘" 라고.

딸의 목소리가 맞나 싶기도 했지만, 정신없이 울고 있는 목소리에 정확히 확인할 수 없었고, 바로 다른 남자가 전화를 가로채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 딸이 중국 유학생이었으면 해코지 할 텐데 같은 한국인이라 그럴 생각은 없다. 전화를 끊지 말고 돈을 보내라"고 협박합니다.

코로나로 왕래를 못한 가족에게 이런 전화를 받는다면 판단력이 흐려지기 쉽습니다. 피해자 역시 딸을 구하기 위해 5천만 원 현금인출을 위해 은행에 갔습니다. 보이스피싱을 의심한 은행직원과 경찰의 출동으로 '그놈 목소리'는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울면서 딸이라고 주장했던 '그놈 목소리'에게 가족들만 알 수 있는 추억을 물었는데 당황한 사기범이 전화를 끊어버린 겁니다. 현지 연락책을 통해 확인한 결과, 딸은 평소처럼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보이스피싱을 수사하는 전문가들도 '그놈 목소리' 가운데 자녀 유괴를 빌미로 현금을 요구하는 사례를 악질로 꼽습니다. 자식이 납치됐다는데 이성을 찾아 보이스피싱을 의심할 부모가 많지 않음을 교묘하게 노렸기 때문이죠.

장성한 아들임에도 납치됐다는 소식에 돈 5백만 원을 바로 보낸 노모의 얘기를 들어보면 '당하면 정신없겠구나' 하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20017년 12월 12일 KBS 뉴스9 〈가족 납치 사기 전화 급증…‘그 놈 목소리’ 이렇게 대응〉

이번 영국 유학생 대상 보이스피싱 사기 수법에서도 봤듯이, 전화번호를 조작하는 변작기로 가족의 전화번호나 실제 휴대전화처럼 010 번호로 꾸미는 수법도 일반화되며 보이스피싱 피해가 더 커지고 있습니다.

경찰이 파악한 지난해 보이스피싱 사기 피해액은 역대 최대인 7,000억 원 이었습니다. 하루 19억 원, 심야 시간대를 제외하면 사실상 시간당 1억 원씩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한겁니다.


진화하는 '그놈 목소리'를 잡기 위해서는 '나는 안 당하겠지'란 생각을 버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합니다.

언제든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그놈 목소리'가 내 전화로 들려온다면 우선 전화를 끊고 시간을 끌어 침착히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된 조언입니다.

곽대경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 가족의 전화번호로 전화가 걸려오더라도 의심을 해야 한다"라며 "가장 문제는 심리전인데, 상황을 파악할 시간을 벌 수 있도록 전화를 끊고 정말 가족의 신변이 위험한 것인지, 수사기관에서 전화를 한게 맞는지 공식적인 연락을 꼭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곽 교수는 또 "코로나 19 장기화로 해외 체류 가족과 연락이 예전만큼 잘 안되는 경우도 많은데, 이를 노린 사기에 대비해 현재 가족이 거주하고 있는 외국의 주소와 관련 연락처를 정확히 파악해 비상시 연락을 바로 취할 수 있도록 해야 범죄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코로나 장기화로 해외에 멀리 떨어져 사는 가족들 걱정되는 분들 많을 텐데요. 이 연약한 마음을 노린 '그놈 목소리'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오늘이라도 전화나 인터넷 화상 채팅 등으로 가족의 안위를 파악해보면 어떨까요. '그놈 목소리'로 의심되는 전화가 걸려온다면 외교부 영사콜센터나 경찰청에 바로 신고하시기 바랍니다.

※ 외교부 영사콜센터 한국: 02-3210-0404 해외:+82-2-3210-0404
※ 경찰청 112

(인포그래픽: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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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1-24 07:00:37
    취재K

보이스 피싱(voice phishing) , 전화를 걸어 음성(voice)으로 금융정보와 같은 개인정보(Private Data)를 빼내 돈을 가로채 '낚는'(Fishing)다는 의미가 내포된 말이죠.

매일 발생하는 일상사건으로 수년째 뉴스를 장식하고 있어, 이제는 신조어가 아닌 구문으로 들릴 정도입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수사관 목소리를 사칭했던, 이 보이스피싱 사기범 목소리 기억하는 분 많으실겁니다. 지난해 20대 취업준비생이 이 일당에게 사기를 당한 뒤 비관하다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수사기관을 사칭하며 치밀하게 움직였던 조직원들이 올해 초 검거됐습니다.

[연관기사: 「20대 청년 죽음 내몬 ‘가짜 김민수 검사’ 검거」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162767]

이 나쁜 목소리들을 잡기 위한 수사력의 대대적 투입에도 불구하고, '그놈 목소리'는 현재도 진화 중입니다.

이번에는 영국입니다. 영국에 유학 간 한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보이스피싱이 이번 달에만 연달아 2건이나 발생했습니다.

지난 11월 11일 목요일 아침 9시, 평범한 하루를 시작하고 있던 한 주부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영국에 유학 가 있는 아들 휴대전화 번호였습니다. 영국시각은 자정이어서 보통 아들이 전화를 걸지 않는 시간대인데 이상하다 싶으면서도 전화를 받았습니다.

불길한 직감은 곧 현실로 펼쳐졌습니다. 아들 전화였지만, 목소리는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그놈 목소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들은 납치됐고, 쇠파이프로 머리를 맞아 피를 흘리고 있으니 5천만 원을 보내라."

코로나 19로 영국에 있는 아들이 한국에 오기도 어렵고, 한국에 있는 가족이 아들에게 가기도 어려웠던 상황은 피해를 키웠습니다. 엄마는 '그놈 목소리'가 시키는 대로 현금 5천만 원을 준비했고, 그놈 목소리가 만나라 한 한국 연락책에 그 돈을 전달했습니다.

다른 방도로 영국에 있는 아들의 안위를 확인하려 했지만, 현지는 밤 12시가 넘어 연락이 잘되지 않았습니다. 5천만 원을 주고 ,아들이 무사하길 바라며, 영국의 아침이 오길 기다리고 있는데 '그놈 목소리' 또 전화를 걸어옵니다.

5천만 원을 추가로 보내라는 지시였습니다. 이상함을 간파한 엄마는 경찰과 외교부 영사콜센터에 신고했고, 얼마 뒤 아들이 친구들과 무사하게 잘 지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영국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그놈 목소리'는 대담하게도 다음 날 또 사기를 치려합니다. 11월 12일 한국시각 오후 3시, 영국시각 오전 6시. 영국에 유학 간 딸을 둔 엄마에게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이번에도 번호는 딸의 번호였습니다.

의심없이 전화를 받은 엄마에게 '그놈 목소리'는 말했습니다. "엄마, 내가 지금 납치돼 성폭행을 당했는데 죽고싶다, 도와줘" 라고.

딸의 목소리가 맞나 싶기도 했지만, 정신없이 울고 있는 목소리에 정확히 확인할 수 없었고, 바로 다른 남자가 전화를 가로채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 딸이 중국 유학생이었으면 해코지 할 텐데 같은 한국인이라 그럴 생각은 없다. 전화를 끊지 말고 돈을 보내라"고 협박합니다.

코로나로 왕래를 못한 가족에게 이런 전화를 받는다면 판단력이 흐려지기 쉽습니다. 피해자 역시 딸을 구하기 위해 5천만 원 현금인출을 위해 은행에 갔습니다. 보이스피싱을 의심한 은행직원과 경찰의 출동으로 '그놈 목소리'는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울면서 딸이라고 주장했던 '그놈 목소리'에게 가족들만 알 수 있는 추억을 물었는데 당황한 사기범이 전화를 끊어버린 겁니다. 현지 연락책을 통해 확인한 결과, 딸은 평소처럼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보이스피싱을 수사하는 전문가들도 '그놈 목소리' 가운데 자녀 유괴를 빌미로 현금을 요구하는 사례를 악질로 꼽습니다. 자식이 납치됐다는데 이성을 찾아 보이스피싱을 의심할 부모가 많지 않음을 교묘하게 노렸기 때문이죠.

장성한 아들임에도 납치됐다는 소식에 돈 5백만 원을 바로 보낸 노모의 얘기를 들어보면 '당하면 정신없겠구나' 하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20017년 12월 12일 KBS 뉴스9 〈가족 납치 사기 전화 급증…‘그 놈 목소리’ 이렇게 대응〉

이번 영국 유학생 대상 보이스피싱 사기 수법에서도 봤듯이, 전화번호를 조작하는 변작기로 가족의 전화번호나 실제 휴대전화처럼 010 번호로 꾸미는 수법도 일반화되며 보이스피싱 피해가 더 커지고 있습니다.

경찰이 파악한 지난해 보이스피싱 사기 피해액은 역대 최대인 7,000억 원 이었습니다. 하루 19억 원, 심야 시간대를 제외하면 사실상 시간당 1억 원씩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한겁니다.


진화하는 '그놈 목소리'를 잡기 위해서는 '나는 안 당하겠지'란 생각을 버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합니다.

언제든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그놈 목소리'가 내 전화로 들려온다면 우선 전화를 끊고 시간을 끌어 침착히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된 조언입니다.

곽대경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 가족의 전화번호로 전화가 걸려오더라도 의심을 해야 한다"라며 "가장 문제는 심리전인데, 상황을 파악할 시간을 벌 수 있도록 전화를 끊고 정말 가족의 신변이 위험한 것인지, 수사기관에서 전화를 한게 맞는지 공식적인 연락을 꼭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곽 교수는 또 "코로나 19 장기화로 해외 체류 가족과 연락이 예전만큼 잘 안되는 경우도 많은데, 이를 노린 사기에 대비해 현재 가족이 거주하고 있는 외국의 주소와 관련 연락처를 정확히 파악해 비상시 연락을 바로 취할 수 있도록 해야 범죄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코로나 장기화로 해외에 멀리 떨어져 사는 가족들 걱정되는 분들 많을 텐데요. 이 연약한 마음을 노린 '그놈 목소리'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오늘이라도 전화나 인터넷 화상 채팅 등으로 가족의 안위를 파악해보면 어떨까요. '그놈 목소리'로 의심되는 전화가 걸려온다면 외교부 영사콜센터나 경찰청에 바로 신고하시기 바랍니다.

※ 외교부 영사콜센터 한국: 02-3210-0404 해외:+82-2-3210-0404
※ 경찰청 112

(인포그래픽: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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