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원자력이 클린 에너지? 원전 띄우는 마크롱 대통령

입력 2021.11.24 (09:38) 수정 2021.11.24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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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자력 발전, '기후변화' 대응 논리로 부상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렸던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가장 의미 있는 결과를 꼽자면 ‘석탄 발전 감축’ 합의일 것이다.

총회를 주도한 선진국들이 ‘석탄 발전 중단’을 목표로 뛰었지만, 막판 인도가 ‘감축’으로 수정을 요구해 관철 시키면서 의미가 약간 축소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총회를 통해 ‘석탄 발전’이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임을 전 세계가 인정한 셈이어서, 속도는 늦어졌을지 모르지만 ‘석탄 발전’은 결국 퇴출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

2차 산업혁명을 촉발시킨 석탄 에너지의 시대가 머지않아 끝나게 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인도를 중심으로 개발도상국이 석탄 발전을 ‘중단->감축’으로 약화 시킨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석탄을 빠르게 대체할 만한 다른 에너지원을 확보하기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속도가 아직 충분치 않아서인지 선진국들 역시 안정적인 에너지원을 마련하기 위한 고심에 빠졌다.


■ 원전 대국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원전 건설 재개”

지난 11월 9일, 대국민 담화를 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느닷없이 “신규 원자로 건설” 의지를 밝혔다. 2017년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원전 의존도를 낮추겠다고 공언했던 마크롱 대통령이 내년 대선 재도전을 앞두고 신규 원자로 건설을 발표한 건 의미심장한 구석이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밝힌 원전 건설 재개의 이유는 이렇다. “프랑스의 에너지 자립을 보장하고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이는 ‘기후변화에 대응’ 하기위해 신규 원전을 건설하겠다는 논리이다.

원전이 ‘클린(깨끗한) 에너지’라는 선언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원전을 운영하는 프랑스 전력공사 EDF가 마크롱의 발표에 “우리는 준비가 돼 있다”고 동조한 반면 정치권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의 ‘오락가락’ 에너지 정책에 쓴소리가 나왔다.

특히 녹색당은 “원자력은 소비방식, 생활방식, 에너지 소비 등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 우리를 위기에서 구해줄 원전은 없다.”고 마크롱 대통령을 비난했다.


■ 탄소중립과 에너지 위기가 띄운 원전...독일 메르켈 총리는 "반대"

프랑스가 원전으로 돌아서는 분위기는 진작부터 감지됐다. 특히 유가 상승과 유럽으로의 천연가스 공급 부족 현상은 최근까지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꾸준히 늘려오던 유럽 각국에 빨간불을 켰다.

1. 석탄과 석유 같은 화석연료를 줄이면서 2. 에너지 자립을 유지하고 3.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다시 ‘원전’으로 눈길을 돌리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프랑스와 영국, 핀란드 등 유럽 10개 나라 경제에너지 담당 장관들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원전이 필요하다’는 공동기고문을 내기도 했다. ‘소형 모듈화 원자로(SMR)’ 개발에 대한 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독일 메르켈 총리(사실상 임기가 끝나 영향력은 떨어졌으나)는 다른 견해를 분명히 밝혔다. 에너지 전환을 위해 힘들고 어려운 과정이 남아 있지만, 화석이나 원자력으로 돌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전기료 부담이 커진 게 사실이지만 201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45%(석탄 23% 원자력 11%)까지 높였다.

메르켈 총리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원전’으로 돌아가지는 않겠다면서 에너지 전환의 과도기에 독일은 원자력 대신 ‘천연가스’를 임시 방편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글래스고 COP26 석탄발전 감축 진통 끝 합의 2021.11.14영국 글래스고 COP26 석탄발전 감축 진통 끝 합의 2021.11.14

■ 후쿠시마 사고 이후 숨죽였던 원전업계 부상하나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원전업계는 한없이 몸을 낮췄다. 원전사고 이후 일본이 부담해야 했던 유무형의 천문학적 비용을 상기하며 ‘원자력이 경제성이 높다’는 논리도 힘을 잃었다.

그러나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약속 시각이 점점 다가오면서 원전을 ‘클린 에너지’로 분류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3월 ‘유럽위원회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원전을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 분류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한국도 원전 비중 축소를 천명하면서도 세계 곳곳에서 ’한국형 원전 건설‘을 위한 투자와 노력은 계속하는 등 엇갈리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과연 원자력은 미래 지구를 위한 ’클린 에너지‘인가?

전문가가 아닌 기자로서 명확한 결론을 낼 입장은 아니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위험이 아직도 진행 중이라고 보는 한국인들의 상식에 비추어 본다면 이 물음에 과학자들이 어떤 답을 해줄지 궁금하다.

사회적 합의를 위한 논의도 활발해지길 기대한다. ‘술에 술 탄 듯 물에 물 탄 듯’ 유야 무야 넘어갈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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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원자력이 클린 에너지? 원전 띄우는 마크롱 대통령
    • 입력 2021-11-24 09:38:06
    • 수정2021-11-24 09:39:40
    특파원 리포트

■ 원자력 발전, '기후변화' 대응 논리로 부상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렸던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가장 의미 있는 결과를 꼽자면 ‘석탄 발전 감축’ 합의일 것이다.

총회를 주도한 선진국들이 ‘석탄 발전 중단’을 목표로 뛰었지만, 막판 인도가 ‘감축’으로 수정을 요구해 관철 시키면서 의미가 약간 축소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총회를 통해 ‘석탄 발전’이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임을 전 세계가 인정한 셈이어서, 속도는 늦어졌을지 모르지만 ‘석탄 발전’은 결국 퇴출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

2차 산업혁명을 촉발시킨 석탄 에너지의 시대가 머지않아 끝나게 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인도를 중심으로 개발도상국이 석탄 발전을 ‘중단->감축’으로 약화 시킨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석탄을 빠르게 대체할 만한 다른 에너지원을 확보하기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속도가 아직 충분치 않아서인지 선진국들 역시 안정적인 에너지원을 마련하기 위한 고심에 빠졌다.


■ 원전 대국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원전 건설 재개”

지난 11월 9일, 대국민 담화를 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느닷없이 “신규 원자로 건설” 의지를 밝혔다. 2017년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원전 의존도를 낮추겠다고 공언했던 마크롱 대통령이 내년 대선 재도전을 앞두고 신규 원자로 건설을 발표한 건 의미심장한 구석이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밝힌 원전 건설 재개의 이유는 이렇다. “프랑스의 에너지 자립을 보장하고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이는 ‘기후변화에 대응’ 하기위해 신규 원전을 건설하겠다는 논리이다.

원전이 ‘클린(깨끗한) 에너지’라는 선언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원전을 운영하는 프랑스 전력공사 EDF가 마크롱의 발표에 “우리는 준비가 돼 있다”고 동조한 반면 정치권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의 ‘오락가락’ 에너지 정책에 쓴소리가 나왔다.

특히 녹색당은 “원자력은 소비방식, 생활방식, 에너지 소비 등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 우리를 위기에서 구해줄 원전은 없다.”고 마크롱 대통령을 비난했다.


■ 탄소중립과 에너지 위기가 띄운 원전...독일 메르켈 총리는 "반대"

프랑스가 원전으로 돌아서는 분위기는 진작부터 감지됐다. 특히 유가 상승과 유럽으로의 천연가스 공급 부족 현상은 최근까지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꾸준히 늘려오던 유럽 각국에 빨간불을 켰다.

1. 석탄과 석유 같은 화석연료를 줄이면서 2. 에너지 자립을 유지하고 3.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다시 ‘원전’으로 눈길을 돌리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프랑스와 영국, 핀란드 등 유럽 10개 나라 경제에너지 담당 장관들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원전이 필요하다’는 공동기고문을 내기도 했다. ‘소형 모듈화 원자로(SMR)’ 개발에 대한 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독일 메르켈 총리(사실상 임기가 끝나 영향력은 떨어졌으나)는 다른 견해를 분명히 밝혔다. 에너지 전환을 위해 힘들고 어려운 과정이 남아 있지만, 화석이나 원자력으로 돌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전기료 부담이 커진 게 사실이지만 201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45%(석탄 23% 원자력 11%)까지 높였다.

메르켈 총리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원전’으로 돌아가지는 않겠다면서 에너지 전환의 과도기에 독일은 원자력 대신 ‘천연가스’를 임시 방편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글래스고 COP26 석탄발전 감축 진통 끝 합의 2021.11.14
■ 후쿠시마 사고 이후 숨죽였던 원전업계 부상하나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원전업계는 한없이 몸을 낮췄다. 원전사고 이후 일본이 부담해야 했던 유무형의 천문학적 비용을 상기하며 ‘원자력이 경제성이 높다’는 논리도 힘을 잃었다.

그러나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약속 시각이 점점 다가오면서 원전을 ‘클린 에너지’로 분류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3월 ‘유럽위원회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원전을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 분류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한국도 원전 비중 축소를 천명하면서도 세계 곳곳에서 ’한국형 원전 건설‘을 위한 투자와 노력은 계속하는 등 엇갈리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과연 원자력은 미래 지구를 위한 ’클린 에너지‘인가?

전문가가 아닌 기자로서 명확한 결론을 낼 입장은 아니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위험이 아직도 진행 중이라고 보는 한국인들의 상식에 비추어 본다면 이 물음에 과학자들이 어떤 답을 해줄지 궁금하다.

사회적 합의를 위한 논의도 활발해지길 기대한다. ‘술에 술 탄 듯 물에 물 탄 듯’ 유야 무야 넘어갈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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