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미얀마 탓마도 테러의 끝…‘인간 방패’

입력 2021.11.24 (13:34) 수정 2021.11.2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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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95년 5월 26일
보스니아 내전이 끝나갈 무렵, 세르비아 민병대는 포로로 잡힌 유엔 평화유지군(PKO)을 인간방패로 이용했다. 3명의 포로들을 탄약창고 주변 기둥에 묶어 나토(NATO)군의 공격을 막았다. 전세계가 경악했다.

펠레폰네소스 전쟁 때도 등장했다는 '인간 방패'는 2천년 인류의 전쟁사에 흔한 장면이다.
이라크에서, 시리아에서, 그리고 이번엔 미얀마에서 또 '인간방패'의 야만이 되풀이된다.


2. 2021년 11월 18일

가장 교전이 치열한 미얀마 북서부 친(Chin)주.
미얀마 군은 11월 18일 밤 10시쯤 칼레이 마을에 진입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과 시민군 12명이 붙잡혔다.

그 중 9명은 부상자를 치료하거나 간호 교육을 받던 간호사와 학생들이였다. 현지 언론은 이들이 시민군의 마을 진입을 막기위한 '인간 방패'로 동원됐다고 보도했다. 이들 중 3명은 다음날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주 칼레이에서 체포된 여성들, 대부분 학생들이다. 주민들은 이들이 시민군의 공격을 막기위한 인간방패로 동원됐다고 전했다. 백렘친(23)과 시민군 셰르 탕 푸이아(27), 람 마위아(26)는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의 사진은 한국에서 미얀마 민주화를 지원하는 시민단체가 제공했다. 지난주 칼레이에서 체포된 여성들, 대부분 학생들이다. 주민들은 이들이 시민군의 공격을 막기위한 인간방패로 동원됐다고 전했다. 백렘친(23)과 시민군 셰르 탕 푸이아(27), 람 마위아(26)는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의 사진은 한국에서 미얀마 민주화를 지원하는 시민단체가 제공했다.

3. 2021년 10월 6일 오후 3시

샨주 카테야(Kathea)마을. 미얀마 군은 처음엔 주민 7명을 납치했다.
몇시간 뒤 붙잡힌 주민은 19명으로 늘었다. 이들은 보름이 지난 10월 21일, 5km 정도 떨어진 뻬콘 타운쉽에서 목격됐다. 눈이 가려진 채 포승줄에 묶여 어디론가 끌려갔다. 포로 중에는 60세가 넘은 주민들도 있었다.

이날 미얀마군은 뻬콘 타운쉽을 공격하면서 이들 주민 10여 명을 인간방패로 사용했다고 '미얀마 나우'가 보도했다. 역시 현지 매체인 '이라와디'도 이같은 사실을 시민방위군(PDF)을 통해 확인했다. 시민방위군은 지난 8월말에도 미얀마 군이 시민 30여 명을 인간방패로 동원했다고 주장했다.

 눈이 가려진 채 어디론가 끌고 가는 시민들. 서로 손이 묶여 있다. 노인으로 보이는 포로도 있다.  지난 10월 21일 뻬콘 타운쉽. 사진 이라와디가 주민 SNS인용 눈이 가려진 채 어디론가 끌고 가는 시민들. 서로 손이 묶여 있다. 노인으로 보이는 포로도 있다. 지난 10월 21일 뻬콘 타운쉽. 사진 이라와디가 주민 SNS인용

카테야의 한 여성은 미얀마나우와의 통화에서 가족 2명이 납치 된 뒤 휴대폰이 계속 꺼져있다고 전했다. 10월 17일 뻬콘 타운쉽에서 납치된 또다른 남성은 손이 묶이고 얼굴에 가방을 씌운 뒤 어디론가 끌고 갔다고 마을 주민들이 전했다.


4. 5월 25일 새벽 6시

시민군이 지나던 미얀마군 트럭 6대를 기습 공격하고 며칠 뒤인 지난 5월 25일. 미얀마군이 2만 여 주민이 사는 산성마을 민닷에 진입했다. 헬기 공습과 함께 새벽부터 요란한 교전이 이어졌다.

 미얀마 북서부 친(Chin)주의 민닷마을,  과거 ‘걸어서 세계속으로’ 같은 프로그램에 등장할 만큼 부족 고유의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는 평화로운 마을이였다. 사진 sns 미얀마 북서부 친(Chin)주의 민닷마을, 과거 ‘걸어서 세계속으로’ 같은 프로그램에 등장할 만큼 부족 고유의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는 평화로운 마을이였다. 사진 sns

시민군이 밀려나자, 미쳐 피난가지 못한 노인과 여성, 아이들 수백여 명이 마을에 억류됐다. 이중 18명이 차출돼 인간방패로 마을 입구에 배치됐다. 시민군의 마을 진입은 어려워졌다. 주민 상당수는 목숨을 걸고 마을을 빠져나왔다. 민가와 교회 등 수많은 건물이 파손되고 시민군과 주민 수십여 명이 사상했다.

민닷 주민들은 지난 4월, 미얀마군이 반 쿠데타 시위중 체포된 마을 청년들을 석방한다는 약속을 번복하자 정부군에 대한 무장저항을 시작했다.

친주 민닷이 미얀마군에 넘어가자 주민들이 필사적으로 달아나고 있다. 아이를 업고 위태로운 피난길에 오른 한 친족  여성(왼쪽), 총탄이 뚫고 지나간 민닷의 한 교회 유리창. 사진 모두 주민 페이스북 을 현지 언론이 인용친주 민닷이 미얀마군에 넘어가자 주민들이 필사적으로 달아나고 있다. 아이를 업고 위태로운 피난길에 오른 한 친족 여성(왼쪽), 총탄이 뚫고 지나간 민닷의 한 교회 유리창. 사진 모두 주민 페이스북 을 현지 언론이 인용

5 . 8월 13일

미얀마 국경지대 전역에서 미얀마 군의 인간방패 테러가 계속된다.

지난 8월 카야주에서 미얀마군 66사단이 주민 30여 명을 교전 지역 최전방에 배치했다고 이라와디가 보도했다.

마을에 남아있던 농민이거나 식량을 가지러 다시 마을로 들어왔다 체포된(현지 언론은 납치라고 표현한다) 주민들이 대부분이다. 한 명은 15세였다.
지난 6월에는 샨주 모에비에서 10대를 포함한 4명의 주민이 인간방패로 끌려나왔다고 마을을 탈출한 한 주민이 전했다.

"이들은 모에비의 한 교회에서 체포됐으며, 17살 소년은 폭탄을 든 가방을 들었습니다. 철길 건너편에는 시민군(모에비 인민방위군 MBPDF)이 있었습니다. 도주할 수 없도록 이들의 얼굴에 비닐을 씌었습니다"

샨주 모에비에서 탈출한 주민의 손목에 묶인 흔적이 남아있다. 사진 주민 SNS샨주 모에비에서 탈출한 주민의 손목에 묶인 흔적이 남아있다. 사진 주민 SNS

6 .탓마도... 군대에서 테러집단으로

'탓마도(Tatmadaw)'라 불리는 미얀마 군은 과거 소수민족과의 교전에서도 자주 인간방패 전술을 이용했다. 쿠데타 이전인 지난해 10월에는 서부 라카인주에서 주민 20여 명을 아라칸 반군이 개설한 지뢰밭을 앞장서 걷도록 했다.

지뢰가 터지면서 10대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후 휴먼라이츠워치(HRW)등 국제인권단체의 비난이 이어지자, 미얀마군은 진상을 조사하겠다고 했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인간 방패' 범죄는 야만적이다. 미얀마는 가난하지만 야만적인 나라가 아니다.
(인구의 절반인 2,700만 명이 페이스북을 이용한다. 양곤에는 한국의 CGV가 영업중이다)

2021년 '인간방패'의 반인륜 범죄는 계속되고, 우리는 이제 이 참극을 SNS를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목격한다. 폭력은 눈 앞에 있지만, 헤이그 조약이나 제네바 협정은 저 멀리 있다.

쿠데타 군부가 장악한 '탓마도'는 80여 년 전 미얀마 독립을 위해 창설됐다. 하지만 통성이 부족한 정부가 잇달아 집권하면서 군대는 타락하고 부패했다. 살육과 성폭행, 약탈 전문 집단으로 변해간다.

2월 1일 쿠데타 이후 죽은 1,286명의 시민 대다수가 탓마도의 테러로 숨졌다.

참고로 탓마도는 미얀마 말로 '국민의 군대'라는 뜻이다.

95년 5월 26일 세르비아 민병대는 나토(NATO)를 중심으로 한 UN평화유지군의 공습을 막기위해 포로들을 탄약고 주변에 묶었다. 이 영상은 빠르게 전세계에 전해졌다. (사진 AP arch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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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미얀마 탓마도 테러의 끝…‘인간 방패’
    • 입력 2021-11-24 13:34:30
    • 수정2021-11-24 17:27:33
    특파원 리포트

1. 1995년 5월 26일
보스니아 내전이 끝나갈 무렵, 세르비아 민병대는 포로로 잡힌 유엔 평화유지군(PKO)을 인간방패로 이용했다. 3명의 포로들을 탄약창고 주변 기둥에 묶어 나토(NATO)군의 공격을 막았다. 전세계가 경악했다.

펠레폰네소스 전쟁 때도 등장했다는 '인간 방패'는 2천년 인류의 전쟁사에 흔한 장면이다.
이라크에서, 시리아에서, 그리고 이번엔 미얀마에서 또 '인간방패'의 야만이 되풀이된다.


2. 2021년 11월 18일

가장 교전이 치열한 미얀마 북서부 친(Chin)주.
미얀마 군은 11월 18일 밤 10시쯤 칼레이 마을에 진입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과 시민군 12명이 붙잡혔다.

그 중 9명은 부상자를 치료하거나 간호 교육을 받던 간호사와 학생들이였다. 현지 언론은 이들이 시민군의 마을 진입을 막기위한 '인간 방패'로 동원됐다고 보도했다. 이들 중 3명은 다음날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주 칼레이에서 체포된 여성들, 대부분 학생들이다. 주민들은 이들이 시민군의 공격을 막기위한 인간방패로 동원됐다고 전했다. 백렘친(23)과 시민군 셰르 탕 푸이아(27), 람 마위아(26)는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의 사진은 한국에서 미얀마 민주화를 지원하는 시민단체가 제공했다.
3. 2021년 10월 6일 오후 3시

샨주 카테야(Kathea)마을. 미얀마 군은 처음엔 주민 7명을 납치했다.
몇시간 뒤 붙잡힌 주민은 19명으로 늘었다. 이들은 보름이 지난 10월 21일, 5km 정도 떨어진 뻬콘 타운쉽에서 목격됐다. 눈이 가려진 채 포승줄에 묶여 어디론가 끌려갔다. 포로 중에는 60세가 넘은 주민들도 있었다.

이날 미얀마군은 뻬콘 타운쉽을 공격하면서 이들 주민 10여 명을 인간방패로 사용했다고 '미얀마 나우'가 보도했다. 역시 현지 매체인 '이라와디'도 이같은 사실을 시민방위군(PDF)을 통해 확인했다. 시민방위군은 지난 8월말에도 미얀마 군이 시민 30여 명을 인간방패로 동원했다고 주장했다.

 눈이 가려진 채 어디론가 끌고 가는 시민들. 서로 손이 묶여 있다. 노인으로 보이는 포로도 있다.  지난 10월 21일 뻬콘 타운쉽. 사진 이라와디가 주민 SNS인용
카테야의 한 여성은 미얀마나우와의 통화에서 가족 2명이 납치 된 뒤 휴대폰이 계속 꺼져있다고 전했다. 10월 17일 뻬콘 타운쉽에서 납치된 또다른 남성은 손이 묶이고 얼굴에 가방을 씌운 뒤 어디론가 끌고 갔다고 마을 주민들이 전했다.


4. 5월 25일 새벽 6시

시민군이 지나던 미얀마군 트럭 6대를 기습 공격하고 며칠 뒤인 지난 5월 25일. 미얀마군이 2만 여 주민이 사는 산성마을 민닷에 진입했다. 헬기 공습과 함께 새벽부터 요란한 교전이 이어졌다.

 미얀마 북서부 친(Chin)주의 민닷마을,  과거 ‘걸어서 세계속으로’ 같은 프로그램에 등장할 만큼 부족 고유의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는 평화로운 마을이였다. 사진 sns
시민군이 밀려나자, 미쳐 피난가지 못한 노인과 여성, 아이들 수백여 명이 마을에 억류됐다. 이중 18명이 차출돼 인간방패로 마을 입구에 배치됐다. 시민군의 마을 진입은 어려워졌다. 주민 상당수는 목숨을 걸고 마을을 빠져나왔다. 민가와 교회 등 수많은 건물이 파손되고 시민군과 주민 수십여 명이 사상했다.

민닷 주민들은 지난 4월, 미얀마군이 반 쿠데타 시위중 체포된 마을 청년들을 석방한다는 약속을 번복하자 정부군에 대한 무장저항을 시작했다.

친주 민닷이 미얀마군에 넘어가자 주민들이 필사적으로 달아나고 있다. 아이를 업고 위태로운 피난길에 오른 한 친족  여성(왼쪽), 총탄이 뚫고 지나간 민닷의 한 교회 유리창. 사진 모두 주민 페이스북 을 현지 언론이 인용
5 . 8월 13일

미얀마 국경지대 전역에서 미얀마 군의 인간방패 테러가 계속된다.

지난 8월 카야주에서 미얀마군 66사단이 주민 30여 명을 교전 지역 최전방에 배치했다고 이라와디가 보도했다.

마을에 남아있던 농민이거나 식량을 가지러 다시 마을로 들어왔다 체포된(현지 언론은 납치라고 표현한다) 주민들이 대부분이다. 한 명은 15세였다.
지난 6월에는 샨주 모에비에서 10대를 포함한 4명의 주민이 인간방패로 끌려나왔다고 마을을 탈출한 한 주민이 전했다.

"이들은 모에비의 한 교회에서 체포됐으며, 17살 소년은 폭탄을 든 가방을 들었습니다. 철길 건너편에는 시민군(모에비 인민방위군 MBPDF)이 있었습니다. 도주할 수 없도록 이들의 얼굴에 비닐을 씌었습니다"

샨주 모에비에서 탈출한 주민의 손목에 묶인 흔적이 남아있다. 사진 주민 SNS
6 .탓마도... 군대에서 테러집단으로

'탓마도(Tatmadaw)'라 불리는 미얀마 군은 과거 소수민족과의 교전에서도 자주 인간방패 전술을 이용했다. 쿠데타 이전인 지난해 10월에는 서부 라카인주에서 주민 20여 명을 아라칸 반군이 개설한 지뢰밭을 앞장서 걷도록 했다.

지뢰가 터지면서 10대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후 휴먼라이츠워치(HRW)등 국제인권단체의 비난이 이어지자, 미얀마군은 진상을 조사하겠다고 했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인간 방패' 범죄는 야만적이다. 미얀마는 가난하지만 야만적인 나라가 아니다.
(인구의 절반인 2,700만 명이 페이스북을 이용한다. 양곤에는 한국의 CGV가 영업중이다)

2021년 '인간방패'의 반인륜 범죄는 계속되고, 우리는 이제 이 참극을 SNS를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목격한다. 폭력은 눈 앞에 있지만, 헤이그 조약이나 제네바 협정은 저 멀리 있다.

쿠데타 군부가 장악한 '탓마도'는 80여 년 전 미얀마 독립을 위해 창설됐다. 하지만 통성이 부족한 정부가 잇달아 집권하면서 군대는 타락하고 부패했다. 살육과 성폭행, 약탈 전문 집단으로 변해간다.

2월 1일 쿠데타 이후 죽은 1,286명의 시민 대다수가 탓마도의 테러로 숨졌다.

참고로 탓마도는 미얀마 말로 '국민의 군대'라는 뜻이다.

95년 5월 26일 세르비아 민병대는 나토(NATO)를 중심으로 한 UN평화유지군의 공습을 막기위해 포로들을 탄약고 주변에 묶었다. 이 영상은 빠르게 전세계에 전해졌다. (사진 AP arch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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