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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팀장] 3등항해사 추행한 2등항해사 “호감 관계”…재판부 “업무상 위력”
입력 2021.11.24 (19:31) 수정 2021.11.24 (20:06) 뉴스7(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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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사고의 뒷이야기를 자세히 풀어보는 사건팀장 시간입니다.

성용희 사건팀장, 오늘은 어떤 사건입니까?

[기자]

네, 대형 선박은 장기간 운항 중에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고, 업무 공간도 제한적이다 보니 근무자들의 위계질서가 엄격한 편입니다.

실제로 한 해운회사의 취업규칙에는 '직무상 상사의 명령에 순응해 부여된 직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는데요.

이런 위계질서를 악용해 운항 중인 선박에서 상급자인 2등항해사 남성이 하급자인 3등항해사 여성을 추행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재판에 넘겨진 이 남성, 호감 관계에서 있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신체접촉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오늘은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해운회사의 선박 내에서 발생한 추행 사건과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앵커]

해운업계에 대해 생소한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사건 당시에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자세히 들어볼까요?

[기자]

네, 2017년 2월이었습니다.

30대 남성 A 씨는 한 해운회사에서 일하며 2등항해사로 15만 톤급 벌크선에 타고 있었는데요.

그런데 이때 막 실습 항해를 마친 여성 B 씨가 3등항해사로 같은 배에 타게 됐습니다.

이 두 사람은 소속된 부서는 달랐지만 당직근무로 교대하면서 조타실 같은 장소에서 함께 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요.

또 A 씨가 1등항해사를 대신해 선박 생활이나 업무에 대해 포괄적인 지도를 하고 있어 업무적으로 마주치는 일이 잦았습니다.

그렇게 1년여를 한 배에서 근무했는데, 2018년 10월쯤부터 A 씨의 본격적인 추행이 시작됐습니다.

[앵커]

대형 선박이라고 하더라도 많은 선원이 근무하는 곳이잖아요?

범행이 교묘했을 것 같아요.

[기자]

네, 범행은 주로 단둘이 있던 공간이나 CCTV 사각지대에서 벌어졌습니다.

조타실에서 당직근무를 교대할 때 신체 접촉이 있었는데 조타실은 CCTV 사각지대였고 단 두 사람만 있어 주위에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또 A 씨는 B 씨가 소파에 혼자 앉아 있을 때 무릎을 베고 누운 뒤 B 씨가 피하려고 하자 강제로 볼에 입맞춤을 하기도 했습니다.

개인 공간인 A 씨와 B 씨의 방에서도 이런 추행이 있었는데요.

A 씨의 범행은 두 달여 동안 5차례나 이어졌습니다.

[앵커]

두 달 동안 5차례나 추행이 이어졌다.

이렇게 범행이 계속된 건 앞서 말했던 것처럼 선박조직의 엄격한 위계질서 때문이었던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B 씨가 피해를 당할 때마다 "왜 이러십니까"라고 말하거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등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도 범행은 이어졌습니다.

그럼에도 B 씨는 근무를 계속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선박조직 특성상 상급자에게 상당한 권위가 부여돼 있었고, 강하게 문제를 제기할 경우 직속 상급자인 A 씨로부터 업무상 불이익을 받을 것이 우려됐기 때문입니다.

B 씨는 이후 법정에서 자신이 신체 접촉을 거부하는 내색을 보였을 때 실제로 업무상 불이익 조치가 이어졌다고 진술하기도 했습니다.

또 A 씨가 선장과 친분 관계를 유지하며 상당히 두터운 신뢰를 쌓고 있었는데 A 씨의 평가나 의견이 업무 수행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점, 추행 이후에도 다음 날 또다시 함께 업무를 할 수밖에 없었던 점도 문제였습니다.

[앵커]

피해 여성이 용기를 내기 쉽지 않았을 텐데, 이 남성 어떻게 법정에 서게 된 건가요?

[기자]

네, B 씨는 범행 6개월이 지난 뒤 A 씨와 또다시 같은 배에 타게 될 상황에 놓이자 용기를 냈습니다.

회사 인사팀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한 건데요.

인사팀이 경찰에 신고했고 결국, A 씨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그런데 법정에 서게 된 A 씨, 이해하기 힘든 주장을 내놨는데요.

B 씨와 다른 부서에 소속돼 있어 자신은 업무상 위력을 행사할 지위에 있지 않았고, 신체적 접촉은 B 씨와 호감이 있는 관계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것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앵커]

1심 법원은 이런 주장에 대해 어떻게 판단했습니까?

[기자]

네, 1심 법원은 다른 부서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전자해도시스템 같은 업무 관련 교육을 하는 등 A 씨가 보호, 감독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봤습니다.

또 3등항해사의 업무에 '상급자 보좌 및 지시사항 이행'이 포함돼 있는데,

이런 점 때문에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못한다는 점을 악용해 추행한 것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A 씨와 B 씨가 나눈 SNS 대화 내용 등을 보면 특별히 호감이 있는 사이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앵커]

A 씨가 항소했나요?

[기자]

네, 1심에서 한 주장을 항소 이유로 들었고요.

형도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 역시 A 씨의 범행을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범행 일부는 추행 정도가 가볍지 않고 직속 하급자인 피해자를 추행한 점으로 봤을 때 죄질도 나쁘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피해자가 범행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으로 회사를 그만두게 됐고, A 씨가 여전히 이 사건을 애정 문제로 치부하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며 유죄로 인정하고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다만 B 씨가 처벌을 바란다기보다는 또다시 함께 근무하는 것을 피하고자 피해 사실을 알린 점, A 씨가 이 사건으로 퇴사 조치된 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은 참작됐습니다.

A 씨가 상고하지 않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의 형이 확정됐는데요.

폐쇄적이고 상명하복의 특수성이 있는 해운 선박 회사 조직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사 범죄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 [사건팀장] 3등항해사 추행한 2등항해사 “호감 관계”…재판부 “업무상 위력”
    • 입력 2021-11-24 19:31:40
    • 수정2021-11-24 20:06:44
    뉴스7(대전)
[앵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사고의 뒷이야기를 자세히 풀어보는 사건팀장 시간입니다.

성용희 사건팀장, 오늘은 어떤 사건입니까?

[기자]

네, 대형 선박은 장기간 운항 중에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고, 업무 공간도 제한적이다 보니 근무자들의 위계질서가 엄격한 편입니다.

실제로 한 해운회사의 취업규칙에는 '직무상 상사의 명령에 순응해 부여된 직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는데요.

이런 위계질서를 악용해 운항 중인 선박에서 상급자인 2등항해사 남성이 하급자인 3등항해사 여성을 추행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재판에 넘겨진 이 남성, 호감 관계에서 있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신체접촉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오늘은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해운회사의 선박 내에서 발생한 추행 사건과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앵커]

해운업계에 대해 생소한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사건 당시에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자세히 들어볼까요?

[기자]

네, 2017년 2월이었습니다.

30대 남성 A 씨는 한 해운회사에서 일하며 2등항해사로 15만 톤급 벌크선에 타고 있었는데요.

그런데 이때 막 실습 항해를 마친 여성 B 씨가 3등항해사로 같은 배에 타게 됐습니다.

이 두 사람은 소속된 부서는 달랐지만 당직근무로 교대하면서 조타실 같은 장소에서 함께 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요.

또 A 씨가 1등항해사를 대신해 선박 생활이나 업무에 대해 포괄적인 지도를 하고 있어 업무적으로 마주치는 일이 잦았습니다.

그렇게 1년여를 한 배에서 근무했는데, 2018년 10월쯤부터 A 씨의 본격적인 추행이 시작됐습니다.

[앵커]

대형 선박이라고 하더라도 많은 선원이 근무하는 곳이잖아요?

범행이 교묘했을 것 같아요.

[기자]

네, 범행은 주로 단둘이 있던 공간이나 CCTV 사각지대에서 벌어졌습니다.

조타실에서 당직근무를 교대할 때 신체 접촉이 있었는데 조타실은 CCTV 사각지대였고 단 두 사람만 있어 주위에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또 A 씨는 B 씨가 소파에 혼자 앉아 있을 때 무릎을 베고 누운 뒤 B 씨가 피하려고 하자 강제로 볼에 입맞춤을 하기도 했습니다.

개인 공간인 A 씨와 B 씨의 방에서도 이런 추행이 있었는데요.

A 씨의 범행은 두 달여 동안 5차례나 이어졌습니다.

[앵커]

두 달 동안 5차례나 추행이 이어졌다.

이렇게 범행이 계속된 건 앞서 말했던 것처럼 선박조직의 엄격한 위계질서 때문이었던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B 씨가 피해를 당할 때마다 "왜 이러십니까"라고 말하거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등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도 범행은 이어졌습니다.

그럼에도 B 씨는 근무를 계속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선박조직 특성상 상급자에게 상당한 권위가 부여돼 있었고, 강하게 문제를 제기할 경우 직속 상급자인 A 씨로부터 업무상 불이익을 받을 것이 우려됐기 때문입니다.

B 씨는 이후 법정에서 자신이 신체 접촉을 거부하는 내색을 보였을 때 실제로 업무상 불이익 조치가 이어졌다고 진술하기도 했습니다.

또 A 씨가 선장과 친분 관계를 유지하며 상당히 두터운 신뢰를 쌓고 있었는데 A 씨의 평가나 의견이 업무 수행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점, 추행 이후에도 다음 날 또다시 함께 업무를 할 수밖에 없었던 점도 문제였습니다.

[앵커]

피해 여성이 용기를 내기 쉽지 않았을 텐데, 이 남성 어떻게 법정에 서게 된 건가요?

[기자]

네, B 씨는 범행 6개월이 지난 뒤 A 씨와 또다시 같은 배에 타게 될 상황에 놓이자 용기를 냈습니다.

회사 인사팀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한 건데요.

인사팀이 경찰에 신고했고 결국, A 씨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그런데 법정에 서게 된 A 씨, 이해하기 힘든 주장을 내놨는데요.

B 씨와 다른 부서에 소속돼 있어 자신은 업무상 위력을 행사할 지위에 있지 않았고, 신체적 접촉은 B 씨와 호감이 있는 관계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것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앵커]

1심 법원은 이런 주장에 대해 어떻게 판단했습니까?

[기자]

네, 1심 법원은 다른 부서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전자해도시스템 같은 업무 관련 교육을 하는 등 A 씨가 보호, 감독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봤습니다.

또 3등항해사의 업무에 '상급자 보좌 및 지시사항 이행'이 포함돼 있는데,

이런 점 때문에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못한다는 점을 악용해 추행한 것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A 씨와 B 씨가 나눈 SNS 대화 내용 등을 보면 특별히 호감이 있는 사이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앵커]

A 씨가 항소했나요?

[기자]

네, 1심에서 한 주장을 항소 이유로 들었고요.

형도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 역시 A 씨의 범행을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범행 일부는 추행 정도가 가볍지 않고 직속 하급자인 피해자를 추행한 점으로 봤을 때 죄질도 나쁘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피해자가 범행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으로 회사를 그만두게 됐고, A 씨가 여전히 이 사건을 애정 문제로 치부하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며 유죄로 인정하고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다만 B 씨가 처벌을 바란다기보다는 또다시 함께 근무하는 것을 피하고자 피해 사실을 알린 점, A 씨가 이 사건으로 퇴사 조치된 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은 참작됐습니다.

A 씨가 상고하지 않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의 형이 확정됐는데요.

폐쇄적이고 상명하복의 특수성이 있는 해운 선박 회사 조직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사 범죄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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