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의 끝은 살인”…죽음 못 막은 현행법 한계는?

입력 2021.11.2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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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과태료·벌금으로는 충동 막기 어려워
유치장·구치소 유치 적극 활용해야
'반의사불벌' 삭제 ·'스토킹' 정의 확대 요구도


오늘(11월 25일)은 UN이 정한 '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 날'입니다. 가정폭력, 스토킹·교제폭력, 성폭력·성희롱, 성매매, 디지털 성범죄 등 여성에 대한 폭력은 여전히 다양하고 복합적인 모습으로 우리 일상에 끊임없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19일엔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30대 여성이 전 남자친구에게 살해되며, 스토킹 범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숨진 여성이 무려 1년 가까이 심한 스토킹을 당해왔고 경찰에 수차례 도움을 요청했지만, 끝내 참혹한 범죄를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분노했습니다.

스토킹 가해자를 처벌할 법이 없었던 건지, 있는 법이 너무 약했던 건지, 그것도 아니라면 현장 경찰관의 대응이 지나치게 미흡했던 건지, 분석은 다양합니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빈 틈을 메우는 일은 남은 이들의 몫일 겁니다.


■ 법은 있지만 어기면 그만?…"과태료·벌금만으로 충동 막기 어려워"

스토킹 범죄는 그 특성상 재발 우려가 높습니다.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해자의 접근을 차단하는 일입니다. 스토킹처벌법에 ①응급조치, ②긴급응급조치, ③잠정조치라는 단계별 분리 수단을 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조치들은 지난 19일 사건에서 본 것처럼 한순간에 무용해지기도 합니다. 경찰이 급할 때 곧바로 취할 수 있는 긴급응급조치의 경우, 어기더라도 과태료 처분이 전부입니다.

잠정조치의 경우 위반 시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지만, 법원의 사전 승인을 거쳐야 해 시간이 걸리고 수사나 재판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재차 접근할 위험이 있습니다. 두 조치 모두 기간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한계입니다.

이에 대해 김구슬 이화여대 젠더법학연구소 연구원은 "경찰→검찰→ 법원의 단계를 거치지 않고,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접근금지 명령을 청구해 신속한 결정을 받아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가정폭력처벌법'에는 피해자 등이 경찰이나 검찰을 거치지 않고 법원에 직접 신청해 보호를 받을 수 있는 피해자 보호명령 제도가 있습니다.

김 연구원은 또 긴급응급조치 위반의 경우 스토킹 범죄에 준해 처벌하고, 잠정조치 위반의 경우 가중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일본의 스토커 규제법은 금지명령 뒤 스토킹 행위를 다시 범한 경우에 대해서는 가중처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정상적인 행동 양상을 보이는 스토커에게, 과태료나 벌금은 사실상 충동을 억제할 수 있는 수단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당장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는 겁니다. 그렇다 보니, 피해자는 숨어다니는데 정작 가해자는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합니다.


■ "유치장 유치도 적극 활용해야"…'형벌' 아닌 '피해자 보호'로 접근

결국 잠정조치 가운데 가장 강력한 '유치' 조치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번 사건 가해자의 경우에도 다른 잠정조치는 적용받았지만, 유치장·구치소 유치까지 이뤄지지는 않았는데요. 체포와 구속에 준하는 조치이다 보니, 현장 경찰이 여기까지 나아가는 데 부담을 느낀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경찰은 지난 19일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남성에 대해 유치장 또는 구치소 유치 조치는 하지 않았다.경찰은 지난 19일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남성에 대해 유치장 또는 구치소 유치 조치는 하지 않았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유치 조치를 형벌적 개념으로 보는 게 아니라 피해자에게는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고, 가해자에게는 자기의 행동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할 수 있는 의료적 개입을 하는 두 가지 시간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혜진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 역시 "경찰도 인권 보호와 피해자 보호 사이에서 고민되는 지점이 있을 것"이라며 "이제는 조금 생각을 달리해서 피해자의 인권에 조금 더 집중해야 할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 보복이 두려운 피해자 지키려면…"반의사불벌 규정 없애야"

현행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되,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다면 처벌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스토킹 범죄의 특성상,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반의사불벌' 규정을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스토킹 사건의 상당수는 과거에 연인 관계였거나 친밀한 사이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 피해자는 자신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가해자와의 관계를 고려해 어쩔 수 없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힐 수도 있습니다. 자신에게 상대방의 처벌 여부가 달려 있다는 생각에, 죄책감이나 부담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건, 보복이 두려워 처벌 의사를 표시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독일과 일본도 초기에는 스토킹 범죄를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로 규정했지만, 최근 개정을 통해 친고죄 조항을 삭제했습니다.

사실 비슷한 지적은 반의사불벌 조항을 갖고 있는 '가정폭력처벌법'에 대해서도 똑같이 제기됐습니다. 가정 내 폭력의 경우에도 피해자가 처벌 의사를 표하기는 굉장히 어렵기 때문인데요.

박보람 법률사무소 비움 변호사는 "공소의 제기와 처벌과 관련해서만 피해자 의사를 묻는 것은 오히려 사건처리 전반에 대한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게 되는 셈이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 스토킹의 끝은 살인…"피해 정확히 판단할 '전문성' 길러야"

단순히 반의사불벌 규정을 없애는 것뿐 아니라, 범죄 피해를 제대로 읽을 수 있는 눈을 길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입니다. 과거 남녀 사이의 사랑싸움 정도로 치부됐던 스토킹이지만, 그 끝은 결국 '살인'이라는 것을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는 겁니다.

서혜진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스토킹 범죄의 특성상 제3자나 경찰이 봤을 때 정확히 피해 상황을 확인하거나 인식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며 "피해자가 오랜 시간 스토킹에 시달리고 가해자로부터 심리적으로 상당히 지배되어 있고 종속된 상황이라면 피해 상황을 제대로 진술하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이 피해자의 피해 맥락을 충분히 이해하고, 피해자가 어떤 피해를 당했는지 구체적으로 진술을 청취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 '스토킹' 정의 넓혀야…"주변인까지 보호 확대"

현행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 행위의 유형을 매우 구체적으로 나열하고 있습니다. 따라다니거나 집이나 직장, 학교 부근에서 기다리는 행위, 우편이나 정보통신망으로 글과 영상을 보내는 행위 등입니다.

하지만 이 유형이 다소 제한적이라, 현실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는 구체적인 스토킹 행위를 모두 담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특히, 최근 새롭게 대두된 사이버 스토킹에 대해서 그렇습니다.

전문가들은 처벌 사각지대를 없애려면 먼저 '일반규정'을 두고 그 예시조항으로서 구체적인 유형을 규정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스토킹 행위 피해자를 동거인이나 가족을 넘어서 밀접한 관계에 있는 주변인까지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박보람 법률사무소 비움 변호사는 "행위의 직접 상대방이나 스토킹의 주된 목적이 되는 상대방뿐만 아니라 그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접근하는 행위 역시 불안감과 공포감을 일으키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처벌법상 긴급응급조치나 잠정조치는 그 보호범위를 상대방이나 피해자로 한정함으로써 행위 상대방과 밀접한 사람 전반에 대한 보호는커녕 행위대상인 동거인, 가족에 대한 보호조치까지도 완전히 배제하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1999년 처음 발의된 뒤 22년 만에 시행된 스토킹처벌법입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법이 시행된 지 한 달 만에 관련 사건으로 2,774건, 하루 평균 103건이 신고됐다고 합니다. 너무 쉽게 무용론을 말하기엔 피해자들이 이 법에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가 드러납니다. 현장의 의견과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잘 반영돼 더욱 촘촘한 법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인포그래픽: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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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토킹의 끝은 살인”…죽음 못 막은 현행법 한계는?
    • 입력 2021-11-25 07:01:18
    취재K
과태료·벌금으로는 충동 막기 어려워<br />유치장·구치소 유치 적극 활용해야<br />'반의사불벌' 삭제 ·'스토킹' 정의 확대 요구도

오늘(11월 25일)은 UN이 정한 '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 날'입니다. 가정폭력, 스토킹·교제폭력, 성폭력·성희롱, 성매매, 디지털 성범죄 등 여성에 대한 폭력은 여전히 다양하고 복합적인 모습으로 우리 일상에 끊임없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19일엔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30대 여성이 전 남자친구에게 살해되며, 스토킹 범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숨진 여성이 무려 1년 가까이 심한 스토킹을 당해왔고 경찰에 수차례 도움을 요청했지만, 끝내 참혹한 범죄를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분노했습니다.

스토킹 가해자를 처벌할 법이 없었던 건지, 있는 법이 너무 약했던 건지, 그것도 아니라면 현장 경찰관의 대응이 지나치게 미흡했던 건지, 분석은 다양합니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빈 틈을 메우는 일은 남은 이들의 몫일 겁니다.


■ 법은 있지만 어기면 그만?…"과태료·벌금만으로 충동 막기 어려워"

스토킹 범죄는 그 특성상 재발 우려가 높습니다.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해자의 접근을 차단하는 일입니다. 스토킹처벌법에 ①응급조치, ②긴급응급조치, ③잠정조치라는 단계별 분리 수단을 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조치들은 지난 19일 사건에서 본 것처럼 한순간에 무용해지기도 합니다. 경찰이 급할 때 곧바로 취할 수 있는 긴급응급조치의 경우, 어기더라도 과태료 처분이 전부입니다.

잠정조치의 경우 위반 시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지만, 법원의 사전 승인을 거쳐야 해 시간이 걸리고 수사나 재판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재차 접근할 위험이 있습니다. 두 조치 모두 기간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한계입니다.

이에 대해 김구슬 이화여대 젠더법학연구소 연구원은 "경찰→검찰→ 법원의 단계를 거치지 않고,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접근금지 명령을 청구해 신속한 결정을 받아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가정폭력처벌법'에는 피해자 등이 경찰이나 검찰을 거치지 않고 법원에 직접 신청해 보호를 받을 수 있는 피해자 보호명령 제도가 있습니다.

김 연구원은 또 긴급응급조치 위반의 경우 스토킹 범죄에 준해 처벌하고, 잠정조치 위반의 경우 가중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일본의 스토커 규제법은 금지명령 뒤 스토킹 행위를 다시 범한 경우에 대해서는 가중처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정상적인 행동 양상을 보이는 스토커에게, 과태료나 벌금은 사실상 충동을 억제할 수 있는 수단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당장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는 겁니다. 그렇다 보니, 피해자는 숨어다니는데 정작 가해자는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합니다.


■ "유치장 유치도 적극 활용해야"…'형벌' 아닌 '피해자 보호'로 접근

결국 잠정조치 가운데 가장 강력한 '유치' 조치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번 사건 가해자의 경우에도 다른 잠정조치는 적용받았지만, 유치장·구치소 유치까지 이뤄지지는 않았는데요. 체포와 구속에 준하는 조치이다 보니, 현장 경찰이 여기까지 나아가는 데 부담을 느낀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경찰은 지난 19일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남성에 대해 유치장 또는 구치소 유치 조치는 하지 않았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유치 조치를 형벌적 개념으로 보는 게 아니라 피해자에게는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고, 가해자에게는 자기의 행동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할 수 있는 의료적 개입을 하는 두 가지 시간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혜진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 역시 "경찰도 인권 보호와 피해자 보호 사이에서 고민되는 지점이 있을 것"이라며 "이제는 조금 생각을 달리해서 피해자의 인권에 조금 더 집중해야 할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 보복이 두려운 피해자 지키려면…"반의사불벌 규정 없애야"

현행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되,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다면 처벌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스토킹 범죄의 특성상,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반의사불벌' 규정을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스토킹 사건의 상당수는 과거에 연인 관계였거나 친밀한 사이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 피해자는 자신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가해자와의 관계를 고려해 어쩔 수 없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힐 수도 있습니다. 자신에게 상대방의 처벌 여부가 달려 있다는 생각에, 죄책감이나 부담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건, 보복이 두려워 처벌 의사를 표시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독일과 일본도 초기에는 스토킹 범죄를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로 규정했지만, 최근 개정을 통해 친고죄 조항을 삭제했습니다.

사실 비슷한 지적은 반의사불벌 조항을 갖고 있는 '가정폭력처벌법'에 대해서도 똑같이 제기됐습니다. 가정 내 폭력의 경우에도 피해자가 처벌 의사를 표하기는 굉장히 어렵기 때문인데요.

박보람 법률사무소 비움 변호사는 "공소의 제기와 처벌과 관련해서만 피해자 의사를 묻는 것은 오히려 사건처리 전반에 대한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게 되는 셈이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 스토킹의 끝은 살인…"피해 정확히 판단할 '전문성' 길러야"

단순히 반의사불벌 규정을 없애는 것뿐 아니라, 범죄 피해를 제대로 읽을 수 있는 눈을 길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입니다. 과거 남녀 사이의 사랑싸움 정도로 치부됐던 스토킹이지만, 그 끝은 결국 '살인'이라는 것을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는 겁니다.

서혜진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스토킹 범죄의 특성상 제3자나 경찰이 봤을 때 정확히 피해 상황을 확인하거나 인식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며 "피해자가 오랜 시간 스토킹에 시달리고 가해자로부터 심리적으로 상당히 지배되어 있고 종속된 상황이라면 피해 상황을 제대로 진술하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이 피해자의 피해 맥락을 충분히 이해하고, 피해자가 어떤 피해를 당했는지 구체적으로 진술을 청취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 '스토킹' 정의 넓혀야…"주변인까지 보호 확대"

현행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 행위의 유형을 매우 구체적으로 나열하고 있습니다. 따라다니거나 집이나 직장, 학교 부근에서 기다리는 행위, 우편이나 정보통신망으로 글과 영상을 보내는 행위 등입니다.

하지만 이 유형이 다소 제한적이라, 현실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는 구체적인 스토킹 행위를 모두 담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특히, 최근 새롭게 대두된 사이버 스토킹에 대해서 그렇습니다.

전문가들은 처벌 사각지대를 없애려면 먼저 '일반규정'을 두고 그 예시조항으로서 구체적인 유형을 규정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스토킹 행위 피해자를 동거인이나 가족을 넘어서 밀접한 관계에 있는 주변인까지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박보람 법률사무소 비움 변호사는 "행위의 직접 상대방이나 스토킹의 주된 목적이 되는 상대방뿐만 아니라 그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접근하는 행위 역시 불안감과 공포감을 일으키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처벌법상 긴급응급조치나 잠정조치는 그 보호범위를 상대방이나 피해자로 한정함으로써 행위 상대방과 밀접한 사람 전반에 대한 보호는커녕 행위대상인 동거인, 가족에 대한 보호조치까지도 완전히 배제하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1999년 처음 발의된 뒤 22년 만에 시행된 스토킹처벌법입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법이 시행된 지 한 달 만에 관련 사건으로 2,774건, 하루 평균 103건이 신고됐다고 합니다. 너무 쉽게 무용론을 말하기엔 피해자들이 이 법에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가 드러납니다. 현장의 의견과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잘 반영돼 더욱 촘촘한 법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인포그래픽: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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