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청부 사이트’로 착각한 美 50대 여성 ‘전 남편 처리’ 의뢰 했다가 감옥행

입력 2021.11.2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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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트 이름 보고 '전 남편 살인 청부' 의뢰…9년형 선고받아

지난 16년 동안 미국에서 한 인터넷 사이트를 살인 청부업 관련 사이트로 착각해 살인을 의뢰한 청부인이 수백 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22일(현지시간) 가짜 살인 청부 사이트 '렌터히트맨'(RentaHitman)에 얽힌 사연을 보도했습니다.

미국 미시간 남동부에 거주하는 웬디 웨인(52)은 전 남편에 대한 복수를 원하던 중 지난해 우연히 렌터히트맨 사이트를 발견했습니다.

고객의 문제를 맞춤형으로 해결해 준다는 이 사이트는 이름에 청부 살인자를 뜻하는 히트맨(Hitman)도 포함돼 있어 살인 청부 업자가 운영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사이트는 1964년에 제정된 '히트맨정보보호법'(HIPPA)에 따라 고객의 비밀을 확실히 보장해 준다고 광고했으며, 이용 고객 댓글도 달려 있었습니다. 전국에 1만 7,985명의 현장 요원이 있어 고객이 원하는 곳에서 정확히 문제를 해결해 준다고도 적혀 있었습니다.

웨인은 일을 맡겼고 지난해 7월 미시간 남동부의 한 카페에서 현장 요원과 만났습니다. 그는 착수금으로 200달러(한화 약 24만 원)를 건넸고, 일을 끝내면 5천 달러(약 594만 원)를 더 주기로 했습니다. 이어 전 남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뒤 집과 직장 주소를 알려주고 출퇴근 시간까지도 말해줬습니다.

하지만 이 요원은 웨인의 전 남편을 살해하는 대신 웨인을 감옥에 보내기 위한 조서를 작성했습니다. 현장 요원은 경찰이었고, 사이트도 가짜였기 때문입니다.

웨인은 자신의 죄를 인정했고, 살인 모의 혐의로 지난 1월 법원에서 징역 9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렌터히트맨 홈페이지의 가짜 고객평렌터히트맨 홈페이지의 가짜 고객평

■ 유산 문제로 가족 살인 의뢰하기도…16년간 의뢰 수백 건 달해

이 사이트에는 킬러 에이전트인 '구이도 파넬리'가 운영자로 나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북 캘리포니아에 사는 네트워크 보안 전문가인 밥 이네스(54)라는 남성이 2005년 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사이트 이름인 '렌터히트맨'은 네트워크 보안 전문가인 자신을 고용하면 의뢰인의 사이트를 공격(Hit)해 보안을 점검해 주고, 사이트 홍보도 잘해서 흥행(Hit)도 시켜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이름을 확보해 비싼 값에 팔려는 의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업이 잘되지 않아 사이트는 사실상 방치됐습니다.

몇 년 후 이네스는 우연히 이 사이트와 연계된 이메일 300여 통을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이메일의 상당수가 '히트맨'을 청부 살인자로 생각해 살인 의뢰를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중 영국 출신으로 현재 캐나다에 거주 중인 헬렌이란 여성은 아버지 유산을 뺏으려는 3명의 가족을 살해해 달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습니다. 헬렌은 이네스가 메일을 확인한 날에만 2번 더 메일을 보내며 가족의 주소 등 자세한 정보까지 제공했습니다.

결국, 이네스는 경찰인 자신의 친구에게 이 사실을 말했고, 친구가 캐나다 경찰에 연락해 헬렌을 체포했습니다.

이네스는 2005년 웹사이트 개설 이래 650∼700명이 자신에게 연락해 왔으며 약 400명은 실제 의뢰서를 작성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네스는 이 사이트로 여러 번 언론에 노출됐고 지난해에는 롤링스톤스지에도 나왔지만, 여전히 의뢰서가 들어와 정기적으로 경찰에 명단을 넘긴다고 말했습니다.

이네스는 "명단을 경찰에 넘기기 전 반드시 '여전히 우리의 서비스를 원하느냐', '현장 요원과 계약을 추진하길 원하느냐'고 물어 확인한다"며 "다른 사람을 해치려는 사람에게 이 사이트는 가장 손쉬운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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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인청부 사이트’로 착각한 美 50대 여성 ‘전 남편 처리’ 의뢰 했다가 감옥행
    • 입력 2021-11-25 07: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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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트 이름 보고 '전 남편 살인 청부' 의뢰…9년형 선고받아

지난 16년 동안 미국에서 한 인터넷 사이트를 살인 청부업 관련 사이트로 착각해 살인을 의뢰한 청부인이 수백 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22일(현지시간) 가짜 살인 청부 사이트 '렌터히트맨'(RentaHitman)에 얽힌 사연을 보도했습니다.

미국 미시간 남동부에 거주하는 웬디 웨인(52)은 전 남편에 대한 복수를 원하던 중 지난해 우연히 렌터히트맨 사이트를 발견했습니다.

고객의 문제를 맞춤형으로 해결해 준다는 이 사이트는 이름에 청부 살인자를 뜻하는 히트맨(Hitman)도 포함돼 있어 살인 청부 업자가 운영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사이트는 1964년에 제정된 '히트맨정보보호법'(HIPPA)에 따라 고객의 비밀을 확실히 보장해 준다고 광고했으며, 이용 고객 댓글도 달려 있었습니다. 전국에 1만 7,985명의 현장 요원이 있어 고객이 원하는 곳에서 정확히 문제를 해결해 준다고도 적혀 있었습니다.

웨인은 일을 맡겼고 지난해 7월 미시간 남동부의 한 카페에서 현장 요원과 만났습니다. 그는 착수금으로 200달러(한화 약 24만 원)를 건넸고, 일을 끝내면 5천 달러(약 594만 원)를 더 주기로 했습니다. 이어 전 남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뒤 집과 직장 주소를 알려주고 출퇴근 시간까지도 말해줬습니다.

하지만 이 요원은 웨인의 전 남편을 살해하는 대신 웨인을 감옥에 보내기 위한 조서를 작성했습니다. 현장 요원은 경찰이었고, 사이트도 가짜였기 때문입니다.

웨인은 자신의 죄를 인정했고, 살인 모의 혐의로 지난 1월 법원에서 징역 9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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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산 문제로 가족 살인 의뢰하기도…16년간 의뢰 수백 건 달해

이 사이트에는 킬러 에이전트인 '구이도 파넬리'가 운영자로 나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북 캘리포니아에 사는 네트워크 보안 전문가인 밥 이네스(54)라는 남성이 2005년 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사이트 이름인 '렌터히트맨'은 네트워크 보안 전문가인 자신을 고용하면 의뢰인의 사이트를 공격(Hit)해 보안을 점검해 주고, 사이트 홍보도 잘해서 흥행(Hit)도 시켜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이름을 확보해 비싼 값에 팔려는 의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업이 잘되지 않아 사이트는 사실상 방치됐습니다.

몇 년 후 이네스는 우연히 이 사이트와 연계된 이메일 300여 통을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이메일의 상당수가 '히트맨'을 청부 살인자로 생각해 살인 의뢰를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중 영국 출신으로 현재 캐나다에 거주 중인 헬렌이란 여성은 아버지 유산을 뺏으려는 3명의 가족을 살해해 달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습니다. 헬렌은 이네스가 메일을 확인한 날에만 2번 더 메일을 보내며 가족의 주소 등 자세한 정보까지 제공했습니다.

결국, 이네스는 경찰인 자신의 친구에게 이 사실을 말했고, 친구가 캐나다 경찰에 연락해 헬렌을 체포했습니다.

이네스는 2005년 웹사이트 개설 이래 650∼700명이 자신에게 연락해 왔으며 약 400명은 실제 의뢰서를 작성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네스는 이 사이트로 여러 번 언론에 노출됐고 지난해에는 롤링스톤스지에도 나왔지만, 여전히 의뢰서가 들어와 정기적으로 경찰에 명단을 넘긴다고 말했습니다.

이네스는 "명단을 경찰에 넘기기 전 반드시 '여전히 우리의 서비스를 원하느냐', '현장 요원과 계약을 추진하길 원하느냐'고 물어 확인한다"며 "다른 사람을 해치려는 사람에게 이 사이트는 가장 손쉬운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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