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위드코로나’ 아프리카, 코로나 알약 치료제에 거는 기대

입력 2021.11.25 (08:00) 수정 2021.11.2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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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가장 뜨거웠던 국제뉴스,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반대하는 유럽 곳곳의 거센 시위였습니다.

네덜란드에서는 성난 시위대가 거리에 불을 지르고, 상점 창문까지 부수기도 했습니다. 네덜란드 전역의 사흘간 시위에서 폭력혐의로 체포된 사람이 130명이 넘었습니다.



■ 유럽 곳곳 '방역통제 강화' 자율성 침해 논란

이른바 '선진국' 시민들이 왜 이렇게 성이 났을까요? 핵심은 3차 추가접종을 하고, 백신 패스를 받아야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는 정부의 방역지침이 '시민들의 자율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백신을 맞을 선택권도 본인에게 있는 것이고, 마스크를 쓰지 않고 공기를 자유롭게 들이마실 권리도 나에게 있는 것이며, 백신을 맞아야 식당이나 공공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의 기본권리인 이동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입니다.

이처럼 경제적으로 상위권에 있는 국가들은 부스터 샷, 3차 코로나 19 백신 접종을 두고 사회적 혼란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3차 접종 현안이 대두되고 있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닐 것입니다.


■ 선진국 3회 백신 맞을 때 빈곤국 0회…아프리카는 '생존 위드코로나'중

그런데 정반대의 상황에 놓여있는 곳도 있습니다. 인구 13억의 아프리카 대륙입니다. 지난 9월 세계보건기구(WHO)는 아프리카 절반 국가에서 2차까지 코로나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전체의 2% 이하라고 밝혔을 정도입니다.

WHO는 연말까지 전 세계 인구 40% 백신 접종 완료 목표 달성도 힘들어 졌다며, 빈곤한 국가에 백신 접종 기회가 주어질 수 있도록 선진국들의 3차 접종을 연기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 19 팬데믹의 상황, 아프리카는 어떤 일상을 살고 있을까요?



지난달 KBS는 국내언론 처음으로 코로나 19 아프리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아프리카 현지 취재를 했습니다.

[연관 기사] “한 달 새 친척 6명 숨져”…한때 세계 최고 사망률 ‘나미비아’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12141

KBS 카메라에 포착된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거리의 모습만 보면, 코로나 이전 모습 같습니다.

마스크를 쓴 사람이 많지 않고, 도심 곳곳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백신 접종률이 극히 낮음에도 방역수칙을 두지 않고 일상생활을 제한하지 않는 이유, '먹고 사는 생존의 문제'가 코로나의 위협보다 더 시급했기 때문입니다.


■ 남아공 가장 큰 걱정 "코로나19 위험보다 실업"

아프리카가 '생존을 위한 위드코로나'를 선택했다는 것은,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걱정거리가 무엇인지를 묻는 한 국제여론조사기관의 설문조사 결과에도 나타납니다. 지난달 국제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28개국 2만 2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세계의 걱정거리'(What Worries World) 조사가 바로 그랬는데요.

남아공에서 코로나19 가 가장 걱정이라고 답한 응답 비율은 33%였습니다. 같은 질문에 대해 일본 72%, 한국 54%, 미국 44%, 영국 40%는 코로나 19가 걱정이라고 답했습니다.


코로나 19 대신 남아공에서 가장 걱정한 것은 실업이었습니다. 남아공 응답자의 65%가 일자리 문제가 가장 큰 걱정이라고 했습니다. 같은 질문에 대해 한국 47%, 일본 27%, 미국 18%, 영국 14%가 실업을 걱정으로 꼽았습니다.


■ 코백스(COVAX) 통한 아프리카 백신공급 실패

국제사회에도 아프리카의 코로나 19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코백스(COVAX)를 통한 백신 공조에 노력을 기울이긴 했지만 성과는 저조했습니다. 선진국 위주의 백신 선계약과 우선 공급 등으로 '백신의 불평등'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겁니다.

일부 백신이 아프리카에 공급되더라도 보관과 운송이 중요한데요. 아프리카에 이를 뒷받침 할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로 꼽히고 있습니다.



또 종교와 미신 등을 이유로 접종을 꺼리는 문화적 이유까지 겹쳐 아프리카에서의 백신 접종 확대는 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 화이자, '코로나 치료제 빈곤국 특허권 개방'…백신 특허권은 여전히 유지

아프리카에서 변이바이러스가 출몰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 대비해 국제사회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이에 화이자는 아프리카를 포함한 95개 빈곤국에 코로나 19 알약 치료제 복제약 제조를 특허료 없이 공급 하기로 했습니다.

코로나 19 치료제 복제약 공급을 위해 화이자가 유엔이 지원하는 의료단체인 국제의약특허풀(MPP)과 계약이 완료된 상황을 보며, 안도감이 들면서도 씁쓸한 마음이 가시지 않습니다.

선진국들 중심으로 3차 백신 접종을 권고하며 신종 감염증에 걸리지 않기 위해 대비하는 상황과 코로나 19에 걸릴 위험을 상정하고 알약 치료제가 공급되는 빈곤국의 현실이 묘하게 겹치기 때문일겁니다.

현재 코로나 19 백신 특허에 대해서는 화이자가 개방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기에, 선진국과 빈곤국의 대비가 더 선명해집니다.

빈곤국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 19 알약 치료제 특허권 개방과 더불어 '세계적 차원에서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한시적으로라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곳에는 백신 특허권에 대한 장벽이 낮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입니다.

(인포그래픽: 김현수, 김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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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존 위드코로나’ 아프리카, 코로나 알약 치료제에 거는 기대
    • 입력 2021-11-25 08:00:22
    • 수정2021-11-25 09:01:09
    세계는 지금

요 며칠 가장 뜨거웠던 국제뉴스,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반대하는 유럽 곳곳의 거센 시위였습니다.

네덜란드에서는 성난 시위대가 거리에 불을 지르고, 상점 창문까지 부수기도 했습니다. 네덜란드 전역의 사흘간 시위에서 폭력혐의로 체포된 사람이 130명이 넘었습니다.



■ 유럽 곳곳 '방역통제 강화' 자율성 침해 논란

이른바 '선진국' 시민들이 왜 이렇게 성이 났을까요? 핵심은 3차 추가접종을 하고, 백신 패스를 받아야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는 정부의 방역지침이 '시민들의 자율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백신을 맞을 선택권도 본인에게 있는 것이고, 마스크를 쓰지 않고 공기를 자유롭게 들이마실 권리도 나에게 있는 것이며, 백신을 맞아야 식당이나 공공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의 기본권리인 이동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입니다.

이처럼 경제적으로 상위권에 있는 국가들은 부스터 샷, 3차 코로나 19 백신 접종을 두고 사회적 혼란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3차 접종 현안이 대두되고 있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닐 것입니다.


■ 선진국 3회 백신 맞을 때 빈곤국 0회…아프리카는 '생존 위드코로나'중

그런데 정반대의 상황에 놓여있는 곳도 있습니다. 인구 13억의 아프리카 대륙입니다. 지난 9월 세계보건기구(WHO)는 아프리카 절반 국가에서 2차까지 코로나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전체의 2% 이하라고 밝혔을 정도입니다.

WHO는 연말까지 전 세계 인구 40% 백신 접종 완료 목표 달성도 힘들어 졌다며, 빈곤한 국가에 백신 접종 기회가 주어질 수 있도록 선진국들의 3차 접종을 연기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 19 팬데믹의 상황, 아프리카는 어떤 일상을 살고 있을까요?



지난달 KBS는 국내언론 처음으로 코로나 19 아프리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아프리카 현지 취재를 했습니다.

[연관 기사] “한 달 새 친척 6명 숨져”…한때 세계 최고 사망률 ‘나미비아’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12141

KBS 카메라에 포착된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거리의 모습만 보면, 코로나 이전 모습 같습니다.

마스크를 쓴 사람이 많지 않고, 도심 곳곳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백신 접종률이 극히 낮음에도 방역수칙을 두지 않고 일상생활을 제한하지 않는 이유, '먹고 사는 생존의 문제'가 코로나의 위협보다 더 시급했기 때문입니다.


■ 남아공 가장 큰 걱정 "코로나19 위험보다 실업"

아프리카가 '생존을 위한 위드코로나'를 선택했다는 것은,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걱정거리가 무엇인지를 묻는 한 국제여론조사기관의 설문조사 결과에도 나타납니다. 지난달 국제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28개국 2만 2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세계의 걱정거리'(What Worries World) 조사가 바로 그랬는데요.

남아공에서 코로나19 가 가장 걱정이라고 답한 응답 비율은 33%였습니다. 같은 질문에 대해 일본 72%, 한국 54%, 미국 44%, 영국 40%는 코로나 19가 걱정이라고 답했습니다.


코로나 19 대신 남아공에서 가장 걱정한 것은 실업이었습니다. 남아공 응답자의 65%가 일자리 문제가 가장 큰 걱정이라고 했습니다. 같은 질문에 대해 한국 47%, 일본 27%, 미국 18%, 영국 14%가 실업을 걱정으로 꼽았습니다.


■ 코백스(COVAX) 통한 아프리카 백신공급 실패

국제사회에도 아프리카의 코로나 19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코백스(COVAX)를 통한 백신 공조에 노력을 기울이긴 했지만 성과는 저조했습니다. 선진국 위주의 백신 선계약과 우선 공급 등으로 '백신의 불평등'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겁니다.

일부 백신이 아프리카에 공급되더라도 보관과 운송이 중요한데요. 아프리카에 이를 뒷받침 할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로 꼽히고 있습니다.



또 종교와 미신 등을 이유로 접종을 꺼리는 문화적 이유까지 겹쳐 아프리카에서의 백신 접종 확대는 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 화이자, '코로나 치료제 빈곤국 특허권 개방'…백신 특허권은 여전히 유지

아프리카에서 변이바이러스가 출몰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 대비해 국제사회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이에 화이자는 아프리카를 포함한 95개 빈곤국에 코로나 19 알약 치료제 복제약 제조를 특허료 없이 공급 하기로 했습니다.

코로나 19 치료제 복제약 공급을 위해 화이자가 유엔이 지원하는 의료단체인 국제의약특허풀(MPP)과 계약이 완료된 상황을 보며, 안도감이 들면서도 씁쓸한 마음이 가시지 않습니다.

선진국들 중심으로 3차 백신 접종을 권고하며 신종 감염증에 걸리지 않기 위해 대비하는 상황과 코로나 19에 걸릴 위험을 상정하고 알약 치료제가 공급되는 빈곤국의 현실이 묘하게 겹치기 때문일겁니다.

현재 코로나 19 백신 특허에 대해서는 화이자가 개방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기에, 선진국과 빈곤국의 대비가 더 선명해집니다.

빈곤국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 19 알약 치료제 특허권 개방과 더불어 '세계적 차원에서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한시적으로라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곳에는 백신 특허권에 대한 장벽이 낮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입니다.

(인포그래픽: 김현수, 김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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