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제2 유바리’ 되나…파산 위기 놓인 ‘천년 고도’

입력 2021.11.25 (18:04) 수정 2021.11.2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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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본의 대표적인 역사·관광의 도시 하면 떠오르는 곳, 바로 '교토'인데요.

코로나19 사태 이전 한 해 5천만 명이 다녀갔던 이곳이 '파산'이 입에 오르내릴 정도로 심각한 재정 위기를 겪고 있다고 합니다.

지방자치단체 빚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우리에게도 참고할 만한 내용이 적지 않아 보이는데요.

도쿄 박원기 특파원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박 특파원! 교토라면 코로나 사태 이전에 한국 관광객도 많이 찾았던 도시인데요.

파산 위기설은 왜 나오게 된 겁니까?

[기자]

네, 교토시는 2000년대 들어오면서 한 해 많게는 수천억 원씩 재정 적자를 봐 왔는데요.

지난 6월 교토시장의 이 한 마디가 사태의 심각성을 수면 위로 띄웠습니다.

[카도카와/교토시장/6월 : "이대로라면 10년 안에 교토시 재정은 파탄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교토시가 따져 보니, 올해부터 2025년까지 매년 5천억 ~ 6천억 원씩, 적자가 총 2조 9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교토시는 적자를 메우기 위해 2005년부터 우리의 마이너스 통장과 비슷한 개념인 '공채 상환기금'에도 손을 댔는데,

이 기금도 수년 안에 바닥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오가사와라 스스무/교토시 재정과장 : "앞으로 5년간을 예상해보면 매년 5천억 원에서 6천억 원 정도의 재원 부족이 발생합니다. 이것을 기금으로 메우면 기금이 없어져 버린다고..."]

[앵커]

이 정도까지 적자 문제가 심각해진 이유는 뭘까요?

[기자]

네, 재정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시가 운영하고 있는 지하철 때문입니다.

지을 땐 비싸게 지었는데 막상 이용객이 별로 없어 매년 수백억 원씩 적자를 보게 됐습니다.

유동인구가 많을 법한 시청앞역을 저희 취재진이 가봤는데 이용객이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애초 애초에 지을 때 예상했던 하루 승객 18만 명에는 한 번도 이른 적이 없습니다.

승객 예측에 실패한 건데, 지금까지 1조 원 넘는 적자를 시 재정으로 꾸역꾸역 메워왔습니다.

또,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보육, 노인 관련도 복지 지출도 적자를 키운 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고지마 신타로/교토시 의원 : "단기간 효과를 볼 수 있는 재정적 조치를 취해야 할 상황에 처했습니다. 복지, 시민서비스, 돈 많이 드는 곳에 개혁의 칼을 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됐습니다."]

[앵커]

교토시로서는 허리띠 졸라매기, 혹은 그 이상의 조치가 불가피하겠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교토시는 지난 8월 공무원 숫자를 줄이고 복지 서비스를 대폭 축소하는 내용의 재정개혁 5개년 계획을 밝혔는데요.

시청 직원 급여는 최대 6% 삭감하고, 550명을 줄인다는 계획입니다.

또 보육원에 대한 보조금 지원은 줄이고, 학부모의 보육원 비용 부담은 높이기로 했습니다.

70살 이상 노인이 거의 무료로 버스와 전철을 이용할 수 있는 경로 승차권도, 75살 이상으로 대상을 축소하기로 했는데요.

여기저기서 반발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미나미 히로유키/교토시노조 부위원장 : "반성이라든지 그런 것들이 확실히 제시되지 않은 데다 재정이 심각하다고 하고 (시민 부담이 가중되는 점 등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다부치 케이코/시민/73살 : "(노인들이) 조그만 일이라도 밖으로 나와서 쇼핑하고 마을을 활기차게 하는데, 그런 것도 못 하게 되면 교토시가 죽어버립니다."]

[앵커]

일본에선 앞서 2000년대 중반에 홋카이도 유바리 시가 파산해 큰 충격을 주지 않았나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유바리 시는 석탄 산업이 쇠퇴하고 인구가 급격히 줄자 관광 산업으로 회생을 노렸는데요.

이 과정에서 더 큰 적자를 보게 돼 결국, 파산 선고를 했고 이후 공공 서비스는 거의 마비되다시피 했습니다.

교토의 경우엔 인구도 140만 명이 넘고, 관광산업 기반이 탄탄해서 설마 파산까지 가겠느냐 하는 시각도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20년 가까이 사태를 악화시켜온 건 매우 큰 문제로 여겨지고 있는데요.

결국, 초기에 반발을 두려워해 개혁을 외면하고 미뤄온 지역 정치권 탓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모리 히로유키/리츠메이칸대 정책과학대학원 교수 : "정치가 재정 개혁의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교토시의 재정 위기는) 그 결과입니다. 미루게 되면 상처가 깊어지고, 빨리 그 구조가 보일 때 용기를 내서 정치·행정이 주민 서비스를 검토해야 한다는데 (교훈이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 재정 악화는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또, 그 결과는 어떻게 되는지.

지금 교토시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이기도 하는데요.

일본 내 뿐만 아니라 지자체 채무 30조 원 시대를 연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아 보입니다.

지금까지 도쿄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촬영:안병욱/영상편집: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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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1-25 18:04:50
    • 수정2021-11-25 18:3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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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본의 대표적인 역사·관광의 도시 하면 떠오르는 곳, 바로 '교토'인데요.

코로나19 사태 이전 한 해 5천만 명이 다녀갔던 이곳이 '파산'이 입에 오르내릴 정도로 심각한 재정 위기를 겪고 있다고 합니다.

지방자치단체 빚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우리에게도 참고할 만한 내용이 적지 않아 보이는데요.

도쿄 박원기 특파원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박 특파원! 교토라면 코로나 사태 이전에 한국 관광객도 많이 찾았던 도시인데요.

파산 위기설은 왜 나오게 된 겁니까?

[기자]

네, 교토시는 2000년대 들어오면서 한 해 많게는 수천억 원씩 재정 적자를 봐 왔는데요.

지난 6월 교토시장의 이 한 마디가 사태의 심각성을 수면 위로 띄웠습니다.

[카도카와/교토시장/6월 : "이대로라면 10년 안에 교토시 재정은 파탄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교토시가 따져 보니, 올해부터 2025년까지 매년 5천억 ~ 6천억 원씩, 적자가 총 2조 9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교토시는 적자를 메우기 위해 2005년부터 우리의 마이너스 통장과 비슷한 개념인 '공채 상환기금'에도 손을 댔는데,

이 기금도 수년 안에 바닥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오가사와라 스스무/교토시 재정과장 : "앞으로 5년간을 예상해보면 매년 5천억 원에서 6천억 원 정도의 재원 부족이 발생합니다. 이것을 기금으로 메우면 기금이 없어져 버린다고..."]

[앵커]

이 정도까지 적자 문제가 심각해진 이유는 뭘까요?

[기자]

네, 재정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시가 운영하고 있는 지하철 때문입니다.

지을 땐 비싸게 지었는데 막상 이용객이 별로 없어 매년 수백억 원씩 적자를 보게 됐습니다.

유동인구가 많을 법한 시청앞역을 저희 취재진이 가봤는데 이용객이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애초 애초에 지을 때 예상했던 하루 승객 18만 명에는 한 번도 이른 적이 없습니다.

승객 예측에 실패한 건데, 지금까지 1조 원 넘는 적자를 시 재정으로 꾸역꾸역 메워왔습니다.

또,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보육, 노인 관련도 복지 지출도 적자를 키운 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고지마 신타로/교토시 의원 : "단기간 효과를 볼 수 있는 재정적 조치를 취해야 할 상황에 처했습니다. 복지, 시민서비스, 돈 많이 드는 곳에 개혁의 칼을 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됐습니다."]

[앵커]

교토시로서는 허리띠 졸라매기, 혹은 그 이상의 조치가 불가피하겠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교토시는 지난 8월 공무원 숫자를 줄이고 복지 서비스를 대폭 축소하는 내용의 재정개혁 5개년 계획을 밝혔는데요.

시청 직원 급여는 최대 6% 삭감하고, 550명을 줄인다는 계획입니다.

또 보육원에 대한 보조금 지원은 줄이고, 학부모의 보육원 비용 부담은 높이기로 했습니다.

70살 이상 노인이 거의 무료로 버스와 전철을 이용할 수 있는 경로 승차권도, 75살 이상으로 대상을 축소하기로 했는데요.

여기저기서 반발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미나미 히로유키/교토시노조 부위원장 : "반성이라든지 그런 것들이 확실히 제시되지 않은 데다 재정이 심각하다고 하고 (시민 부담이 가중되는 점 등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다부치 케이코/시민/73살 : "(노인들이) 조그만 일이라도 밖으로 나와서 쇼핑하고 마을을 활기차게 하는데, 그런 것도 못 하게 되면 교토시가 죽어버립니다."]

[앵커]

일본에선 앞서 2000년대 중반에 홋카이도 유바리 시가 파산해 큰 충격을 주지 않았나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유바리 시는 석탄 산업이 쇠퇴하고 인구가 급격히 줄자 관광 산업으로 회생을 노렸는데요.

이 과정에서 더 큰 적자를 보게 돼 결국, 파산 선고를 했고 이후 공공 서비스는 거의 마비되다시피 했습니다.

교토의 경우엔 인구도 140만 명이 넘고, 관광산업 기반이 탄탄해서 설마 파산까지 가겠느냐 하는 시각도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20년 가까이 사태를 악화시켜온 건 매우 큰 문제로 여겨지고 있는데요.

결국, 초기에 반발을 두려워해 개혁을 외면하고 미뤄온 지역 정치권 탓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모리 히로유키/리츠메이칸대 정책과학대학원 교수 : "정치가 재정 개혁의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교토시의 재정 위기는) 그 결과입니다. 미루게 되면 상처가 깊어지고, 빨리 그 구조가 보일 때 용기를 내서 정치·행정이 주민 서비스를 검토해야 한다는데 (교훈이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 재정 악화는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또, 그 결과는 어떻게 되는지.

지금 교토시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이기도 하는데요.

일본 내 뿐만 아니라 지자체 채무 30조 원 시대를 연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아 보입니다.

지금까지 도쿄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촬영:안병욱/영상편집: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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