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트집 잡는 日…더 꼬인 한일관계 해법은?

입력 2021.11.25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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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7일 미국 워싱턴에서 만난 한·일 외교차관. 이날 회담은 일본 기시다 내각 출범 이후 한·일 양국간 첫 고위급 대면 교류였지만 분위기는 냉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11월 17일 미국 워싱턴에서 만난 한·일 외교차관. 이날 회담은 일본 기시다 내각 출범 이후 한·일 양국간 첫 고위급 대면 교류였지만 분위기는 냉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김창룡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에 대한 일본 측 반발이 잦아들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오늘(25일) 아사히신문 보도를 보면, 일본 집권 자민당은 어제 합동회의에서 김 청장의 독도 방문에 대해 한국에 취할 대항조치를 검토하는 팀을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당내 정책 입안 조직인 외교부회와 외교조사회가 정한 방침입니다.

해당 팀의 검토를 거쳐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에게 구체적인 대항조치를 제언하겠다는 건데, 일단은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비슷한 일은 과거에도 몇 번 있었습니다. 일례로 자민당 외교부회는 올해 1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국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한국 법원 판결이 나왔을 때도, 당시 외무상에게 ICJ 제소와 금융제재 등의 대항조치를 검토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다만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진 않았습니다.

한국 국회에서도, 김 청장의 독도 방문을 문제삼으며 한·미·일 외교차관 공동기자회견을 사실상 무산시킨 일본 측에 정식으로 항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몇몇 의원들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 일본의 여러 인사들이 한 데 모여 한일관계를 논하는 포럼(한국일보 주최, 2021년 코라시아 포럼-신한일관계 : 협력과 존중의 미래를 향하여)이 오늘 열렸습니다.

특히 한일관계에 대한 일본 측 시각을 폭넓게 살펴볼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 일본 측 인사들 "강제동원 판결, 한국 국내 문제…해법 가져와야"

"한국이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오늘 포럼에서 일본 측 인사들이 공통적으로 한 말입니다.

한일관계 악화의 근본적 원인인 과거사 문제, 특히 한국 법원의 일제 강제동원 배상 판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국 측의 주도적 노력이 필요하단 주장입니다.

11월 25일 열린 2021년 코라시아 포럼에 화상으로 참석한 스기야마 신스케 전 주미 일본대사 (출처: 한국일보 생중계 영상 캡처)11월 25일 열린 2021년 코라시아 포럼에 화상으로 참석한 스기야마 신스케 전 주미 일본대사 (출처: 한국일보 생중계 영상 캡처)

한국 주재 경험이 있는 스기야마 신스케 전 주미 일본대사는 포럼에 화상으로 참석해 "징용공(강제동원) 문제는 국내법과 국제법이 서로 상충되는 전형적인 사례가 아닌가 한다"면서 "이런 기본적 법률적 인식을 바탕으로 한국 정부가, 또 한국 전체적으로 노력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런 상태에서 일본 정부와 일본 차원에서도 협조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대화하고 또 협력을 해야 한다"면서도 "문제의 본질은 한국 국내의 문제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는 바"라고 밝혔습니다.

외교관 출신의 마츠카와 루이 일본 자민당 의원도 포럼에 화상으로 참석해 " 한일 간의 최대 현안인 징용공 문제와 관련해 한국 내 지방법원 판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진정한 의미의 한일관계 해결은 없으리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한국 내 법원과 관련된 문제이므로 한국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해결책을 찾아주시길 부탁드린다"면서 "일본으로서는 손 쓸 방도가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마츠카와 의원은 "(강제동원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자세를 한국 쪽에서 구체적으로 보여주신다면, 이를 토대로 다양한 부분에서 신뢰관계를 회복하고 협력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습니다.

도요우라 준이치 요미우리신문 서울지국장도 포럼에서 "(한국이 말하는) '투트랙'이라는 말에 대해 일본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끼는 이유는 중요한 문제인 과거사를 놔두고 협력만 하자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있기 때문"이라며 "'원트랙'으로 해야 문재인 정권이 진지하게 (과거사 문제의) 해결책을 고민하고 빨리 그것을 가져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특히 이건(강제동원 판결) 한국 내에서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일본이 혼자 노력해도 해결이 안되는 문제이고, 먼저 한국이 나서서 해결해 주어야 한다"면서 "그 다음에 일본이 수출규제를 푼다든가 그런 걸 고민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본 측 인사들은 2015년 이른바 '한·일 위안부 합의'를 한국이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마츠카와 의원은 "일본 입장에서는 매우 명확한 사항이, 일본 쪽에서 약속을 파기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점"이라면서 "우리 입장에서 보면 애써 2015년에 한일 합의를 이끌어 냈는데, 이를 (한국이) 휴지 조각으로 만들었다"고 언급했습니다.

11월 25일 열린 2021년 코라시아 포럼에 화상으로 참석한 마츠카와 루이 자민당 의원 (출처: 한국일보 생중계 영상 캡처)11월 25일 열린 2021년 코라시아 포럼에 화상으로 참석한 마츠카와 루이 자민당 의원 (출처: 한국일보 생중계 영상 캡처)

스기야마 전 대사도 "저희(일본)가 최종적인 합의라고 생각해 왔던 이른바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기시다-윤병세 합의', 이것은 법적 협약도 아니었고 문서에 의한 정치적 합의에 지나지 않지만 그 내용은 소규모 협약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큰 의미를 담고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그것이 드디어 합의에 도달하게 되었는데 주로 한국 국내에서 많은 지지를 얻지 못하는 유감스러운 상황이 되면서, 말하자면 공중에 떠버린 듯한 그런 상황이 됐다고 본다"고 지적했습니다.

■ "양국 신뢰 회복 없이는 강제동원 문제 해결 안될 것"

다만 한일관계를 풀어나갈 큰 방향을 두고는, 한국과 일본 인사들의 의견이 일치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핵심은 관계 개선의 확고한 의지와 신뢰 회복이었습니다.

스기야마 전 대사는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양국의 의지가 약화된 점을 관계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그는 "한일 간에 문제는 원래부터 (과거사 문제는) 존재했지만 어떻게든 미래지향적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고자 하는 마음, 의지, 결의 이런 것들이 상호 간에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유감스럽게도 지난 수 년 동안 (이것이) 사라졌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한일관계 자체는 (국교 정상화 이후) 제일 안 좋을지도 모르지만 국민감정 전체가 매우 악화되었다는 식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좋은 부분을 보면서 사태를 개선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제언했습니다.

11월 25일 열린 2021년 코라시아 포럼에서 신각수 전 주일대사와 스기야마 신스케 전 주미 일본대사가 대담하고 있다. (출처: 한국일보 생중계 영상 캡처)11월 25일 열린 2021년 코라시아 포럼에서 신각수 전 주일대사와 스기야마 신스케 전 주미 일본대사가 대담하고 있다. (출처: 한국일보 생중계 영상 캡처)

현재의 한일관계를 "복합 다중골절 상태"라고 비유한 신각수 전 주일대사 역시 "제일 중요한 것은 양국 정치 지도자들의 해결 의지, 즉 정치적 의지"라며 "그러한 가운데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주일대사를 지낸 이준규 한국외교협회장은 포럼 마지막 순서인 토론에 참석해, 보다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안했습니다.

이 협회장은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갖고 일본 측과 협의를 진전시키기는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한다"면서 "기발한 해결책이 있을 수 없단 문제도 있지만, 한일 간의 신뢰 관계가 너무 바닥나 있어 우리가 아무리 묘안을 짜서 가지고 가도 일본 쪽이 경청할 준비가 안돼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습니다.

이어 "일본과의 관계 개선 필요성에 대한 (정치 지도자의) 확고한 의지가 관계 개선의 첫 전제 조건"이라면서 "내년 5월 취임하는 새 대통령이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정신을 확고히 지키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취임 이후 늦어도 반 년 내에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획기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맥락입니다.

이 협회장은 "대통령이 취임하고 처음 맞는 8·15 경축사에서 '김대중-오부치 선언'에 버금가는 대일 정책을 발표하고 동시에 물밑으로 일본에게 기념사의 진의는 이것이다라고 전달하면, 우리가 제시하는 (강제동원 문제 해결의) 여러 조건들에 대해 일본이 귀를 열고 들으려는 분위기 조성은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신뢰관계가 어느 정도 회복 된다면 징용공(강제동원),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실무적으로 지혜를 모아 해결책을 찾아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강제동원 배상 판결과 그 후속조치로 진행 중인 일본 기업 국내 자산 현금화 절차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방법론도 일부 언급됐습니다.

토론에 참석한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강제동원 판결은 인권 문제이기도 하지만 일본 기업 자산을 강제집행하는 문제도 연결돼 있단 점에서 철저히 외교 문제"라며 "대일 외교의 한 과제로 설정하고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한국 정부와 한일 청구권 협정 수혜 기업 등이 기금을 조성해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1인당 1억 원인 배상금을) 지원하고, 일본 정부에 법적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법이 이 시점에서 보면 가장 합리적 해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른바 '대위변제' 방식입니다.

도요우라 준이치 요미우리신문 서울지국장은 이 같은 대위변제안이 "일본이 받아들일 수 있는 안"이었다면서도 지금은 기대감이 사라진 상태라고 말했는데요.

실제 한국 정부는 일본에 강제동원 문제 해법을 위한 여러 아이디어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본 측의 호응이 없는 상황에서 결국 양국의 신뢰 회복이라는 장기 과제를 놓고 냉랭한 기류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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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도’ 트집 잡는 日…더 꼬인 한일관계 해법은?
    • 입력 2021-11-25 19:27:33
    취재K
11월 17일 미국 워싱턴에서 만난 한·일 외교차관. 이날 회담은 일본 기시다 내각 출범 이후 한·일 양국간 첫 고위급 대면 교류였지만 분위기는 냉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김창룡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에 대한 일본 측 반발이 잦아들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오늘(25일) 아사히신문 보도를 보면, 일본 집권 자민당은 어제 합동회의에서 김 청장의 독도 방문에 대해 한국에 취할 대항조치를 검토하는 팀을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당내 정책 입안 조직인 외교부회와 외교조사회가 정한 방침입니다.

해당 팀의 검토를 거쳐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에게 구체적인 대항조치를 제언하겠다는 건데, 일단은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비슷한 일은 과거에도 몇 번 있었습니다. 일례로 자민당 외교부회는 올해 1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국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한국 법원 판결이 나왔을 때도, 당시 외무상에게 ICJ 제소와 금융제재 등의 대항조치를 검토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다만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진 않았습니다.

한국 국회에서도, 김 청장의 독도 방문을 문제삼으며 한·미·일 외교차관 공동기자회견을 사실상 무산시킨 일본 측에 정식으로 항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몇몇 의원들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 일본의 여러 인사들이 한 데 모여 한일관계를 논하는 포럼(한국일보 주최, 2021년 코라시아 포럼-신한일관계 : 협력과 존중의 미래를 향하여)이 오늘 열렸습니다.

특히 한일관계에 대한 일본 측 시각을 폭넓게 살펴볼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 일본 측 인사들 "강제동원 판결, 한국 국내 문제…해법 가져와야"

"한국이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오늘 포럼에서 일본 측 인사들이 공통적으로 한 말입니다.

한일관계 악화의 근본적 원인인 과거사 문제, 특히 한국 법원의 일제 강제동원 배상 판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국 측의 주도적 노력이 필요하단 주장입니다.

11월 25일 열린 2021년 코라시아 포럼에 화상으로 참석한 스기야마 신스케 전 주미 일본대사 (출처: 한국일보 생중계 영상 캡처)
한국 주재 경험이 있는 스기야마 신스케 전 주미 일본대사는 포럼에 화상으로 참석해 "징용공(강제동원) 문제는 국내법과 국제법이 서로 상충되는 전형적인 사례가 아닌가 한다"면서 "이런 기본적 법률적 인식을 바탕으로 한국 정부가, 또 한국 전체적으로 노력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런 상태에서 일본 정부와 일본 차원에서도 협조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대화하고 또 협력을 해야 한다"면서도 "문제의 본질은 한국 국내의 문제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는 바"라고 밝혔습니다.

외교관 출신의 마츠카와 루이 일본 자민당 의원도 포럼에 화상으로 참석해 " 한일 간의 최대 현안인 징용공 문제와 관련해 한국 내 지방법원 판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진정한 의미의 한일관계 해결은 없으리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한국 내 법원과 관련된 문제이므로 한국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해결책을 찾아주시길 부탁드린다"면서 "일본으로서는 손 쓸 방도가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마츠카와 의원은 "(강제동원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자세를 한국 쪽에서 구체적으로 보여주신다면, 이를 토대로 다양한 부분에서 신뢰관계를 회복하고 협력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습니다.

도요우라 준이치 요미우리신문 서울지국장도 포럼에서 "(한국이 말하는) '투트랙'이라는 말에 대해 일본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끼는 이유는 중요한 문제인 과거사를 놔두고 협력만 하자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있기 때문"이라며 "'원트랙'으로 해야 문재인 정권이 진지하게 (과거사 문제의) 해결책을 고민하고 빨리 그것을 가져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특히 이건(강제동원 판결) 한국 내에서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일본이 혼자 노력해도 해결이 안되는 문제이고, 먼저 한국이 나서서 해결해 주어야 한다"면서 "그 다음에 일본이 수출규제를 푼다든가 그런 걸 고민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본 측 인사들은 2015년 이른바 '한·일 위안부 합의'를 한국이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마츠카와 의원은 "일본 입장에서는 매우 명확한 사항이, 일본 쪽에서 약속을 파기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점"이라면서 "우리 입장에서 보면 애써 2015년에 한일 합의를 이끌어 냈는데, 이를 (한국이) 휴지 조각으로 만들었다"고 언급했습니다.

11월 25일 열린 2021년 코라시아 포럼에 화상으로 참석한 마츠카와 루이 자민당 의원 (출처: 한국일보 생중계 영상 캡처)
스기야마 전 대사도 "저희(일본)가 최종적인 합의라고 생각해 왔던 이른바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기시다-윤병세 합의', 이것은 법적 협약도 아니었고 문서에 의한 정치적 합의에 지나지 않지만 그 내용은 소규모 협약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큰 의미를 담고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그것이 드디어 합의에 도달하게 되었는데 주로 한국 국내에서 많은 지지를 얻지 못하는 유감스러운 상황이 되면서, 말하자면 공중에 떠버린 듯한 그런 상황이 됐다고 본다"고 지적했습니다.

■ "양국 신뢰 회복 없이는 강제동원 문제 해결 안될 것"

다만 한일관계를 풀어나갈 큰 방향을 두고는, 한국과 일본 인사들의 의견이 일치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핵심은 관계 개선의 확고한 의지와 신뢰 회복이었습니다.

스기야마 전 대사는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양국의 의지가 약화된 점을 관계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그는 "한일 간에 문제는 원래부터 (과거사 문제는) 존재했지만 어떻게든 미래지향적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고자 하는 마음, 의지, 결의 이런 것들이 상호 간에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유감스럽게도 지난 수 년 동안 (이것이) 사라졌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한일관계 자체는 (국교 정상화 이후) 제일 안 좋을지도 모르지만 국민감정 전체가 매우 악화되었다는 식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좋은 부분을 보면서 사태를 개선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제언했습니다.

11월 25일 열린 2021년 코라시아 포럼에서 신각수 전 주일대사와 스기야마 신스케 전 주미 일본대사가 대담하고 있다. (출처: 한국일보 생중계 영상 캡처)
현재의 한일관계를 "복합 다중골절 상태"라고 비유한 신각수 전 주일대사 역시 "제일 중요한 것은 양국 정치 지도자들의 해결 의지, 즉 정치적 의지"라며 "그러한 가운데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주일대사를 지낸 이준규 한국외교협회장은 포럼 마지막 순서인 토론에 참석해, 보다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안했습니다.

이 협회장은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갖고 일본 측과 협의를 진전시키기는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한다"면서 "기발한 해결책이 있을 수 없단 문제도 있지만, 한일 간의 신뢰 관계가 너무 바닥나 있어 우리가 아무리 묘안을 짜서 가지고 가도 일본 쪽이 경청할 준비가 안돼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습니다.

이어 "일본과의 관계 개선 필요성에 대한 (정치 지도자의) 확고한 의지가 관계 개선의 첫 전제 조건"이라면서 "내년 5월 취임하는 새 대통령이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정신을 확고히 지키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취임 이후 늦어도 반 년 내에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획기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맥락입니다.

이 협회장은 "대통령이 취임하고 처음 맞는 8·15 경축사에서 '김대중-오부치 선언'에 버금가는 대일 정책을 발표하고 동시에 물밑으로 일본에게 기념사의 진의는 이것이다라고 전달하면, 우리가 제시하는 (강제동원 문제 해결의) 여러 조건들에 대해 일본이 귀를 열고 들으려는 분위기 조성은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신뢰관계가 어느 정도 회복 된다면 징용공(강제동원),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실무적으로 지혜를 모아 해결책을 찾아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강제동원 배상 판결과 그 후속조치로 진행 중인 일본 기업 국내 자산 현금화 절차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방법론도 일부 언급됐습니다.

토론에 참석한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강제동원 판결은 인권 문제이기도 하지만 일본 기업 자산을 강제집행하는 문제도 연결돼 있단 점에서 철저히 외교 문제"라며 "대일 외교의 한 과제로 설정하고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한국 정부와 한일 청구권 협정 수혜 기업 등이 기금을 조성해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1인당 1억 원인 배상금을) 지원하고, 일본 정부에 법적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법이 이 시점에서 보면 가장 합리적 해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른바 '대위변제' 방식입니다.

도요우라 준이치 요미우리신문 서울지국장은 이 같은 대위변제안이 "일본이 받아들일 수 있는 안"이었다면서도 지금은 기대감이 사라진 상태라고 말했는데요.

실제 한국 정부는 일본에 강제동원 문제 해법을 위한 여러 아이디어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본 측의 호응이 없는 상황에서 결국 양국의 신뢰 회복이라는 장기 과제를 놓고 냉랭한 기류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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