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간식 치킨 ‘닭 크기·맛’ 전쟁…뭐가 맞나?

입력 2021.11.2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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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킨 2만 원 시대 … "물가상승, 가맹점 수익개선" VS "비싼데 양 적어"

'국민 간식'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울 정도로 치킨 가격이 뛰었습니다. 국내 1위 치킨 업체의 치킨 한 마리 가격이 얼마 전 2만원이 됐습니다. 해당업체는 "수년간 누적된 인건비 상승과 수수료 부담, 물가 상승 등으로 가맹점 수익성 개선이 절박하다"며 치킨 가격 인상 이유를 밝혔는데요.

아직 다른 업체들의 가격 인상은 없었지만, 선두업체 가격이 일반화되는 '시장 논리'에 따라 자연 상승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안그래도 팍팍한 살림에 마음 놓고 치킨 한 마리 시켜먹기도 어려운 세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일 것입니다.

치킨 문제, 가격뿐만이 아니죠. 먹고 나도 뭔가 허전하다는 '치킨 양에 대한 소비자 불만족'도 적지 않은데요.

이런 소비자들의 불만족에 대해 불을 지핀 '치킨 대전'이 현재 진행 중입니다.

■ 치킨대전 시작, 황교익 "작은 육계 치킨 맛 비고 가격 비싸"

바로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가 18일 SNS에 쓴 "우리나라만 1.5kg의 작은 육계로 치킨을 튀깁니다. 그래서 맛이 비고 가격이 비쌉니다"란 글이 시작됐는데요. 황교익 씨는 이 글에서 "믿기지 않으면 자료를 찾아서 보면 됩니다. 여기 대한민국 국가기관인 국립축산과학원의 자료가 있습니다"고 언급했습니다.

■ 대한양계협회 "작은 닭 맛 없다는 것 부적절"

이후 대한양계협회가 날 선 반박을 하며 황교익 칼럼니스트와 양계협회의 설전은 더 거칠어지고 있는데요. 대한양계협회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작은 닭을 유통하고 있으며, 큰 닭이 경제적인 것은 부인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닭의 일부 성분 함량 차이로 작은 닭은 큰 닭에 비해 맛이 없다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면서 협회는 " 농촌진흥청의 다른 연구에서는 작은 닭이 맛이 더 좋다는 연구도 있다"고 덧붙였는데요.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두 주장의 근거가 되는 자료를 공식 발간한 농촌진흥청에 각 자료를 요청한 뒤 내용을 살펴봤습니다.

■ 황교익 제시 농촌진흥청 자료 " 큰 닭, 지방과 감칠맛 내는 이노산 함량 많아"

먼저, 황교익 씨가 제시한 자료입니다.


해당 자료는 2016년 농촌진흥청이 발간한 「육계 경영관리」입니다. 여기서 닭의 크기와 맛의 관계를 분석한 내용은 46쪽부터 3페이지에 걸쳐 상세히 기록돼 있는데요.

핵심은 "작은 닭 생산으로 맛 관련 인자가 축적되기 이전에 도계해 맛없는 닭고기가 생산된다"는 지적이었습니다. 그 근거로는 "고기 맛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지방과 감칠맛을 내는 이노산 함량이 일반 닭보다 대형 닭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 양계협회 제시 농촌진흥청 자료 " 아미노산 글루탐산, 큰 닭일수록 감소"

대한양계협회가 제시한 농촌진흥청 자료도 분석해 봤습니다. 이 자료는 농촌진흥청 국립축산연구원에서 연구해, 한국 가금학회지에 2012년 기고한 연구서였습니다.


이 논문은 "닭고기 맛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아미노산뿐 아니라, 핵산 물질, 유기산, 당, 젖산 등도 관여한다"며 "아미노산 중 글루탐산(glutamine acid)의 변화는 가슴살에서 사육일령이 경과할수록 감소하는 경향 을 나타냈고, 다리육에서도 가슴육과 유사한 경향"이라고 기술했습니다.

그러면서 논문은 "지방산 변화와 관련해서는 리노렐산(linoleic acid)함량을 살핀 결과, 사육일령이 경과할수록 증가했다"며 맛과 연관성이 있는 물질 모두가 사육일령과 다 같은 연관 관계가 나오지는 않음을 시사했습니다.

결국, 두 자료 모두 농촌진흥청을 통해 연구된 결과였고, 모두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양측의 입장을 지지해주는 상반된 결과를 담고 있는 것이 확인된 상황입니다.

■ 농촌진흥청 " 연구설정기준 달라 두 연구결과 동등비교 어려워"

농촌진흥청은 KBS와의 통화에서 "농촌진흥청은 연구결과를 발표한 것"인데 "연구자가 다르고, 연구과제마다 설정 기준 등이 다 달라서 그 결과가 똑같이 일치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농촌진흥청은 "황교익 씨가 근거로 든 연구물은 닭의 맛 결정 요인으로 지방과 이노산 등을 중점적 요인으로 보았지만, 대한양계협회가 제시한 연구물은 글루탐산 등을 맛 결정 요소로 분석했다"며 "연구 설정이 같지 않아 결과만을 놓고 동등 비교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농촌진흥청은 또 "닭의 크기와 치킨 맛의 상관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닭의 크기와 사육환경, 연구분석요인 등이 동일한 환경에서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면서도 "그렇게 실험이 진행된다고 해도 맛이라는 것은 결국 주관적인 요소가 개입되는 것이기에 모두가 만족할 만한 과학적인 연구 결과를 얻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설전 속 공통점 "치킨 가격 비싸다"

양측간 설전 속에 접점은 찾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래도 '공통점'은 있어 보입니다. 황교익 씨의 '치킨 가격이 너무 과하다'는 지적에 대해 대한양계협회도 수긍했다는 점인데요.

대한양계협회는 "현재 1.5kg 생닭을 가공업체에 납품하는 가격은 2,100원~2,200원 정도"며 "가공업체에서 다시 대형 치킨 업체에 납품하는 가격은 2,700원~2,800원 선"이라며 "치킨 가격 상승에 생닭 원가가 미치는 영향은 높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양계협회는 "전체 닭 수요 시장에서 대형 치킨 업체가 차지하는 비율이 40% 정도로 큰 손님이라 영향력이 크다"며 "생닭 원가에 비해 치킨 가격이 왜 비싼건지 공론화하고 싶을 정도로 답답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협회는 "결국 생산자인 우리가 생닭 가격에 비해 치킨가격이 거품이라고 얘기하면 피해 보는 것은 대형치킨업체보다 당장 손님 주문이 떨어져 가맹비 어찌내야 하나 고민하는 동네 치킨가게 업자들일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습니다.

(인포그래픽: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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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간식 치킨 ‘닭 크기·맛’ 전쟁…뭐가 맞나?
    • 입력 2021-11-26 07:01:29
    취재K

■ 치킨 2만 원 시대 … "물가상승, 가맹점 수익개선" VS "비싼데 양 적어"

'국민 간식'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울 정도로 치킨 가격이 뛰었습니다. 국내 1위 치킨 업체의 치킨 한 마리 가격이 얼마 전 2만원이 됐습니다. 해당업체는 "수년간 누적된 인건비 상승과 수수료 부담, 물가 상승 등으로 가맹점 수익성 개선이 절박하다"며 치킨 가격 인상 이유를 밝혔는데요.

아직 다른 업체들의 가격 인상은 없었지만, 선두업체 가격이 일반화되는 '시장 논리'에 따라 자연 상승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안그래도 팍팍한 살림에 마음 놓고 치킨 한 마리 시켜먹기도 어려운 세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일 것입니다.

치킨 문제, 가격뿐만이 아니죠. 먹고 나도 뭔가 허전하다는 '치킨 양에 대한 소비자 불만족'도 적지 않은데요.

이런 소비자들의 불만족에 대해 불을 지핀 '치킨 대전'이 현재 진행 중입니다.

■ 치킨대전 시작, 황교익 "작은 육계 치킨 맛 비고 가격 비싸"

바로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가 18일 SNS에 쓴 "우리나라만 1.5kg의 작은 육계로 치킨을 튀깁니다. 그래서 맛이 비고 가격이 비쌉니다"란 글이 시작됐는데요. 황교익 씨는 이 글에서 "믿기지 않으면 자료를 찾아서 보면 됩니다. 여기 대한민국 국가기관인 국립축산과학원의 자료가 있습니다"고 언급했습니다.

■ 대한양계협회 "작은 닭 맛 없다는 것 부적절"

이후 대한양계협회가 날 선 반박을 하며 황교익 칼럼니스트와 양계협회의 설전은 더 거칠어지고 있는데요. 대한양계협회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작은 닭을 유통하고 있으며, 큰 닭이 경제적인 것은 부인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닭의 일부 성분 함량 차이로 작은 닭은 큰 닭에 비해 맛이 없다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면서 협회는 " 농촌진흥청의 다른 연구에서는 작은 닭이 맛이 더 좋다는 연구도 있다"고 덧붙였는데요.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두 주장의 근거가 되는 자료를 공식 발간한 농촌진흥청에 각 자료를 요청한 뒤 내용을 살펴봤습니다.

■ 황교익 제시 농촌진흥청 자료 " 큰 닭, 지방과 감칠맛 내는 이노산 함량 많아"

먼저, 황교익 씨가 제시한 자료입니다.


해당 자료는 2016년 농촌진흥청이 발간한 「육계 경영관리」입니다. 여기서 닭의 크기와 맛의 관계를 분석한 내용은 46쪽부터 3페이지에 걸쳐 상세히 기록돼 있는데요.

핵심은 "작은 닭 생산으로 맛 관련 인자가 축적되기 이전에 도계해 맛없는 닭고기가 생산된다"는 지적이었습니다. 그 근거로는 "고기 맛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지방과 감칠맛을 내는 이노산 함량이 일반 닭보다 대형 닭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 양계협회 제시 농촌진흥청 자료 " 아미노산 글루탐산, 큰 닭일수록 감소"

대한양계협회가 제시한 농촌진흥청 자료도 분석해 봤습니다. 이 자료는 농촌진흥청 국립축산연구원에서 연구해, 한국 가금학회지에 2012년 기고한 연구서였습니다.


이 논문은 "닭고기 맛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아미노산뿐 아니라, 핵산 물질, 유기산, 당, 젖산 등도 관여한다"며 "아미노산 중 글루탐산(glutamine acid)의 변화는 가슴살에서 사육일령이 경과할수록 감소하는 경향 을 나타냈고, 다리육에서도 가슴육과 유사한 경향"이라고 기술했습니다.

그러면서 논문은 "지방산 변화와 관련해서는 리노렐산(linoleic acid)함량을 살핀 결과, 사육일령이 경과할수록 증가했다"며 맛과 연관성이 있는 물질 모두가 사육일령과 다 같은 연관 관계가 나오지는 않음을 시사했습니다.

결국, 두 자료 모두 농촌진흥청을 통해 연구된 결과였고, 모두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양측의 입장을 지지해주는 상반된 결과를 담고 있는 것이 확인된 상황입니다.

■ 농촌진흥청 " 연구설정기준 달라 두 연구결과 동등비교 어려워"

농촌진흥청은 KBS와의 통화에서 "농촌진흥청은 연구결과를 발표한 것"인데 "연구자가 다르고, 연구과제마다 설정 기준 등이 다 달라서 그 결과가 똑같이 일치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농촌진흥청은 "황교익 씨가 근거로 든 연구물은 닭의 맛 결정 요인으로 지방과 이노산 등을 중점적 요인으로 보았지만, 대한양계협회가 제시한 연구물은 글루탐산 등을 맛 결정 요소로 분석했다"며 "연구 설정이 같지 않아 결과만을 놓고 동등 비교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농촌진흥청은 또 "닭의 크기와 치킨 맛의 상관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닭의 크기와 사육환경, 연구분석요인 등이 동일한 환경에서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면서도 "그렇게 실험이 진행된다고 해도 맛이라는 것은 결국 주관적인 요소가 개입되는 것이기에 모두가 만족할 만한 과학적인 연구 결과를 얻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설전 속 공통점 "치킨 가격 비싸다"

양측간 설전 속에 접점은 찾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래도 '공통점'은 있어 보입니다. 황교익 씨의 '치킨 가격이 너무 과하다'는 지적에 대해 대한양계협회도 수긍했다는 점인데요.

대한양계협회는 "현재 1.5kg 생닭을 가공업체에 납품하는 가격은 2,100원~2,200원 정도"며 "가공업체에서 다시 대형 치킨 업체에 납품하는 가격은 2,700원~2,800원 선"이라며 "치킨 가격 상승에 생닭 원가가 미치는 영향은 높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양계협회는 "전체 닭 수요 시장에서 대형 치킨 업체가 차지하는 비율이 40% 정도로 큰 손님이라 영향력이 크다"며 "생닭 원가에 비해 치킨 가격이 왜 비싼건지 공론화하고 싶을 정도로 답답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협회는 "결국 생산자인 우리가 생닭 가격에 비해 치킨가격이 거품이라고 얘기하면 피해 보는 것은 대형치킨업체보다 당장 손님 주문이 떨어져 가맹비 어찌내야 하나 고민하는 동네 치킨가게 업자들일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습니다.

(인포그래픽: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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