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늑장 대응에 CCTV 지워져…미제된 지하철 폭행 사건

입력 2021.11.26 (19:30) 수정 2021.11.26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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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시비 끝에 폭행을 당한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했는데, 미제 사건으로 등록됐다는 제보가 접수됐습니다.

범행 장면이 녹화된 CCTV화면을 경찰이 못 구했기 때문인데요.

알고보니 경찰이 CCTV 저장 기간이 지난 뒤 화면 제공을 요청하는 바람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민정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30대 직장인 A 씨는 지난달 6일, 서울 지하철 2호선으로 출근하다 옆자리 여성에게 폭행을 당했습니다.

다리를 오므려달라고 요구했다가 시비 끝에 벌어진 일입니다.

[목격자/경찰 신고자 : "옷 목덜미 쪽 있잖아요. 거기를 딱 잡고서 이렇게 바닥으로 넘어뜨리셨어요. 그다음에 발길질하고 막 주먹으로 때리고 계속 욕하고 이랬었거든요."]

A 씨는 경찰에 신고했는데, 사건은 당일 구로경찰서에 접수됐다가, 엿새 뒤 다시 관악경찰서로 넘겨졌습니다.

관할 경찰서가 바뀐 뒤 A씨가 수사 진행 상황을 묻자, 담당 수사관은 범행 장면 CCTV를 못 구해 탐문 수사 중이라고 답했습니다.

전동차 내 CCTV 저장 기간이 일주일인데, 자신이 사건을 넘겨받은 날은 녹화된 뒤 7일 째라 이미 CCTV가 삭제됐다는 겁니다.

[A 씨/피해자 : "'당연히 잡히겠지. 이렇게 증거가 많은데' 그 생각으로 저는 정신과를 계속 다녔던 거예요. 그 사람들만 믿고 이렇게 기다렸던 건데 내가 바보다. 내가 CCTV 확보하러 다닐걸..."]

담당 수사관은 사건 발생 9일째 되던 날, 서울교통공사에 CCTV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결국, 미제사건으로 등록됐습니다.

경찰은 사건 기록을 통상 등기우편으로 보내는데, 대체휴일이 끼면서 시간이 더 걸렸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영/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 : "실시간 전자시스템인 킥스(형사사법포털)를 열어보지도 않고, 등기만을 기다리다가 핵심 증거물이 소멸된 어처구니없는 사안입니다."]

경찰은 앞으로 CCTV 등 증거자료가 소실되지 않도록 초동조치를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민정희입니다.

촬영기자:조정석 윤재구/영상편집:남은주/그래픽: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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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늑장 대응에 CCTV 지워져…미제된 지하철 폭행 사건
    • 입력 2021-11-26 19:30:31
    • 수정2021-11-26 19:38:34
    뉴스 7
[앵커]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시비 끝에 폭행을 당한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했는데, 미제 사건으로 등록됐다는 제보가 접수됐습니다.

범행 장면이 녹화된 CCTV화면을 경찰이 못 구했기 때문인데요.

알고보니 경찰이 CCTV 저장 기간이 지난 뒤 화면 제공을 요청하는 바람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민정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30대 직장인 A 씨는 지난달 6일, 서울 지하철 2호선으로 출근하다 옆자리 여성에게 폭행을 당했습니다.

다리를 오므려달라고 요구했다가 시비 끝에 벌어진 일입니다.

[목격자/경찰 신고자 : "옷 목덜미 쪽 있잖아요. 거기를 딱 잡고서 이렇게 바닥으로 넘어뜨리셨어요. 그다음에 발길질하고 막 주먹으로 때리고 계속 욕하고 이랬었거든요."]

A 씨는 경찰에 신고했는데, 사건은 당일 구로경찰서에 접수됐다가, 엿새 뒤 다시 관악경찰서로 넘겨졌습니다.

관할 경찰서가 바뀐 뒤 A씨가 수사 진행 상황을 묻자, 담당 수사관은 범행 장면 CCTV를 못 구해 탐문 수사 중이라고 답했습니다.

전동차 내 CCTV 저장 기간이 일주일인데, 자신이 사건을 넘겨받은 날은 녹화된 뒤 7일 째라 이미 CCTV가 삭제됐다는 겁니다.

[A 씨/피해자 : "'당연히 잡히겠지. 이렇게 증거가 많은데' 그 생각으로 저는 정신과를 계속 다녔던 거예요. 그 사람들만 믿고 이렇게 기다렸던 건데 내가 바보다. 내가 CCTV 확보하러 다닐걸..."]

담당 수사관은 사건 발생 9일째 되던 날, 서울교통공사에 CCTV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결국, 미제사건으로 등록됐습니다.

경찰은 사건 기록을 통상 등기우편으로 보내는데, 대체휴일이 끼면서 시간이 더 걸렸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영/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 : "실시간 전자시스템인 킥스(형사사법포털)를 열어보지도 않고, 등기만을 기다리다가 핵심 증거물이 소멸된 어처구니없는 사안입니다."]

경찰은 앞으로 CCTV 등 증거자료가 소실되지 않도록 초동조치를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민정희입니다.

촬영기자:조정석 윤재구/영상편집:남은주/그래픽: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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