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경찰 늑장 대응에 CCTV 지워져…미제된 폭행 사건

입력 2021.11.26 (21:39) 수정 2021.11.26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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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폭행을 당해 경찰에 신고했는데 이게 미제 사건으로 등록됐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당시 상황이 녹화된 CCTV 화면이 없기 때문이라는데 확인해보니 경찰이 CCTV 저장 기간이 지난 뒤에야 화면 제공을 요청한 탓이었습니다.

경찰은 사건 기록을 우편으로 주고받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했습니다.

민정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30대 직장인 A 씨는 지난달 6일, 서울 지하철 2호선으로 출근하다 옆자리 여성에게 폭행을 당했습니다.

다리를 오므려달라고 요구했다가 시비 끝에 벌어진 일입니다.

[목격자/경찰 신고자 : "옷 목덜미 쪽 있잖아요. 거기를 딱 잡고서는 이렇게 바닥으로 넘어뜨리셨어요. 그다음에 발길질하고 막 주먹으로 때리고 계속 욕하고 이랬었거든요."]

A 씨는 경찰에 신고했는데, 사건은 당일 구로경찰서에 접수됐다가, 엿새 뒤 다시 관악경찰서로 넘겨졌습니다.

관할 경찰서가 바뀐 뒤 A씨가 수사 진행 상황을 묻자, 담당 수사관은 범행 장면 CCTV를 못 구해 탐문 수사중이라고 답했습니다.

전동차내 CCTV 저장기간이 일주일인데, 자신이 사건을 넘겨받은 날은 녹화된 뒤 7일 째라 이미 CCTV가 삭제됐다는 겁니다.

[A 씨/피해자 : "'당연히 잡히겠지. 이렇게 증거가 많은데' 그 생각으로 저는 정신과를 계속 다녔던 거예요. 그 사람들만 믿고 이렇게 기다렸던 건데 내가 바보다. 내가 CCTV 확보하러 다닐걸..."]

담당 수사관은 사건 발생 9일째 되던 날, 서울교통공사에 CCTV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결국 미제사건으로 등록됐습니다.

경찰은 사건 기록을 통상 등기우편으로 보내는데, 대체휴일이 끼면서 시간이 더 걸렸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영/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 : "실시간 전자시스템인 킥스를 열어보지도 않고 등기만을 기다리다가 핵심 증거물이 소멸된 어처구니없는 사안입니다."]

경찰은 앞으로 CCTV 등 증거자료가 소실되지 않도록 초동조치를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민정희입니다.

촬영기자:조정석 윤재구/영상편집:남은주

경찰, 아직도 우편으로 사건 인계?…대책 없나

[앵커]

이 제보 내용 취재한 사회부 민정희 기자와 좀 더 들여다보겠습니다.

민 기자, 요즘도 등기우편으로 기록을 주고받는다?

이걸 어떻게 봐야 합니까?

[기자]

네, 경찰은 등기우편으로 사건 기록을 보내는 게 정해진 절차라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휴일이 끼면서 더 오래 걸렸다는 건데요.

통상 다른 경찰서로 사건을 넘길 때는 형사사법포털인 '킥스'로 옮기기는 합니다.

하지만 진술서나 진술조서 같은 서류들이 있어서 등기우편으로 보낸다고 합니다.

사건 관련 서류를 모두 전산화하기 어렵다는 이유입니다.

하루 수십 건의 사건이 오가기도 하고, 또 수사 관련 서류다 보니 가장 안전한 수단인 등기를 이용한다는 설명입니다.

[앵커]

그래도 서류가 도착하기 전에 접수는 되는 거잖아요.

이 때 먼저 수사를 시작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기자]

네, 긴급한 사건은 전산으로 보내는 동시에 서류를 팩스로 보내는 방식으로, 빠른 수사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건은 그렇지 않습니다.

형사사법포털에 사건이 접수돼도 실제 서류가 등기우편으로 도착해야, 경찰서 내 경무과에서 각 부서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한다고 합니다.

[앵커]

전동차 안 CCTV 보관 기간이 7일, 길지 않습니다.

이런 사례가 또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서울교통공사에 경찰 요청에도 기간이 지나 제공하지 못한 사례가 얼마나 되는지 물어봤는데요.

경찰이 해마다 만 2천~3천 건의 CCTV를 요청하는데, 기간이 지나서 못 준 거는 연간 20~30건 정도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전동차 내부 CCTV는 평균 7일 정도, 역사 내부나 승강장 CCTV는 30일 정도 저장됩니다.

1, 3, 4호선은 전동차 내부에 아예 CCTV가 없기도 합니다.

이렇게 지하철 CCTV 체계가 제각각이다 보니, 이 부분도 좀 보완돼야겠지만, 경찰이 사건을 처음 접수했을 때 미리 자료를 확보하는 등의 노력을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영상편집:남은주/그래픽:한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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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1-26 21:39:01
    • 수정2021-11-26 22: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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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폭행을 당해 경찰에 신고했는데 이게 미제 사건으로 등록됐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당시 상황이 녹화된 CCTV 화면이 없기 때문이라는데 확인해보니 경찰이 CCTV 저장 기간이 지난 뒤에야 화면 제공을 요청한 탓이었습니다.

경찰은 사건 기록을 우편으로 주고받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했습니다.

민정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30대 직장인 A 씨는 지난달 6일, 서울 지하철 2호선으로 출근하다 옆자리 여성에게 폭행을 당했습니다.

다리를 오므려달라고 요구했다가 시비 끝에 벌어진 일입니다.

[목격자/경찰 신고자 : "옷 목덜미 쪽 있잖아요. 거기를 딱 잡고서는 이렇게 바닥으로 넘어뜨리셨어요. 그다음에 발길질하고 막 주먹으로 때리고 계속 욕하고 이랬었거든요."]

A 씨는 경찰에 신고했는데, 사건은 당일 구로경찰서에 접수됐다가, 엿새 뒤 다시 관악경찰서로 넘겨졌습니다.

관할 경찰서가 바뀐 뒤 A씨가 수사 진행 상황을 묻자, 담당 수사관은 범행 장면 CCTV를 못 구해 탐문 수사중이라고 답했습니다.

전동차내 CCTV 저장기간이 일주일인데, 자신이 사건을 넘겨받은 날은 녹화된 뒤 7일 째라 이미 CCTV가 삭제됐다는 겁니다.

[A 씨/피해자 : "'당연히 잡히겠지. 이렇게 증거가 많은데' 그 생각으로 저는 정신과를 계속 다녔던 거예요. 그 사람들만 믿고 이렇게 기다렸던 건데 내가 바보다. 내가 CCTV 확보하러 다닐걸..."]

담당 수사관은 사건 발생 9일째 되던 날, 서울교통공사에 CCTV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결국 미제사건으로 등록됐습니다.

경찰은 사건 기록을 통상 등기우편으로 보내는데, 대체휴일이 끼면서 시간이 더 걸렸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영/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 : "실시간 전자시스템인 킥스를 열어보지도 않고 등기만을 기다리다가 핵심 증거물이 소멸된 어처구니없는 사안입니다."]

경찰은 앞으로 CCTV 등 증거자료가 소실되지 않도록 초동조치를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민정희입니다.

촬영기자:조정석 윤재구/영상편집:남은주

경찰, 아직도 우편으로 사건 인계?…대책 없나

[앵커]

이 제보 내용 취재한 사회부 민정희 기자와 좀 더 들여다보겠습니다.

민 기자, 요즘도 등기우편으로 기록을 주고받는다?

이걸 어떻게 봐야 합니까?

[기자]

네, 경찰은 등기우편으로 사건 기록을 보내는 게 정해진 절차라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휴일이 끼면서 더 오래 걸렸다는 건데요.

통상 다른 경찰서로 사건을 넘길 때는 형사사법포털인 '킥스'로 옮기기는 합니다.

하지만 진술서나 진술조서 같은 서류들이 있어서 등기우편으로 보낸다고 합니다.

사건 관련 서류를 모두 전산화하기 어렵다는 이유입니다.

하루 수십 건의 사건이 오가기도 하고, 또 수사 관련 서류다 보니 가장 안전한 수단인 등기를 이용한다는 설명입니다.

[앵커]

그래도 서류가 도착하기 전에 접수는 되는 거잖아요.

이 때 먼저 수사를 시작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기자]

네, 긴급한 사건은 전산으로 보내는 동시에 서류를 팩스로 보내는 방식으로, 빠른 수사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건은 그렇지 않습니다.

형사사법포털에 사건이 접수돼도 실제 서류가 등기우편으로 도착해야, 경찰서 내 경무과에서 각 부서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한다고 합니다.

[앵커]

전동차 안 CCTV 보관 기간이 7일, 길지 않습니다.

이런 사례가 또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서울교통공사에 경찰 요청에도 기간이 지나 제공하지 못한 사례가 얼마나 되는지 물어봤는데요.

경찰이 해마다 만 2천~3천 건의 CCTV를 요청하는데, 기간이 지나서 못 준 거는 연간 20~30건 정도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전동차 내부 CCTV는 평균 7일 정도, 역사 내부나 승강장 CCTV는 30일 정도 저장됩니다.

1, 3, 4호선은 전동차 내부에 아예 CCTV가 없기도 합니다.

이렇게 지하철 CCTV 체계가 제각각이다 보니, 이 부분도 좀 보완돼야겠지만, 경찰이 사건을 처음 접수했을 때 미리 자료를 확보하는 등의 노력을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영상편집:남은주/그래픽:한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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