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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심야심] ‘밀당’ 고수 김종인과 정치신인 윤석열의 줄다리기
입력 2021.11.27 (08:01) 수정 2021.11.27 (08:03) 여심야심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줄다리기, 기억하시나요? 줄다리기의 묘미는 '밀당'에 있습니다. 기준선 이쪽 저쪽으로 조금씩 오가던 줄이, 마지막에 어느 한쪽으로, 조금만 가 있으면 거기서 승패가 갈립니다.

정치권에서 이런 '밀당'의 고수, 바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입니다. 윤석열 후보 측과 김 전 비대위원장의 '밀당', 서로 '큰 이견은 없다'지만 어느 쪽으로 '조금' 기우느냐에 따라 김 전 비대위원장의 선대위 합류 여부는 결론 날 것입니다.


■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밀당'

김 전 비대위원장이 총괄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하는 건 기정사실로 보였습니다. '합류' 발표가 바로 나오지 않았지만, 주변에선 "윤석열 후보와 수시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김 전 비대위원장, 8일 이런 발언들을 내놓습니다. "총괄선대위원장 맡으려면 확신이 있어야 한다", "선대위는 자리보다 역할이 중요하다", "'자리 사냥꾼'들이 몰린다. 후보가 냉정해야 한다". 줄을 바짝 당긴 것입니다.

윤 후보가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김한길 전 새정치연합 대표와 당 중진 의원 등을 아우르는 '통합형 선대위' 구상으로, 김 전 비대위원장의 반대편으로 줄을 당기는 모양새를 보이던 때였습니다.

이런 '밀당'은 20일 윤 후보가 김병준 전 위원장을 대동하고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듯했습니다. 윤 후보 측은 "김종인 위원장은 김병준 전 위원장이 상임선대원장에 선임되는 것에 동의했다"는 공식 발표까지 합니다.

하지만, 줄은 다시 또 팽팽하게 이쪽 저쪽을 오갑니다. "하루 이틀 기다려달라고 했다"면서 김 전 비대위원장의 합류 발표가 미뤄지고, 김 전 비대위원장은 23일 "내 일상으로 돌아가겠다"고까지 말합니다.


'합류 불발'로 줄이 옮겨가나 했는데, 24일 윤 후보가 김 전 비대위원장과 만찬 회동을 하면서 결과는 또 알 수 없는 상황이 됩니다. 하지만, 이 만남에서도 결론은 없었습니다.

당 내에서는 선대위 구성이 늦어지고 갈등만 부각되는 상황에 우려가 공개적으로 나오기 시작했고, 윤 후보 측 일부 인사들은 "할 만큼 했다", "결별을 위한 명분을 쌓는 수순"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줄다리기가 너무 길어지면 보는 사람도 지루하고, 양쪽의 힘만 빠집니다.


■ 당무 거부·칩거…김종인 '밀당'의 역사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밀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본인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당무를 거부하고 침묵하거나 짧은 말만 내놓으며 버티는 '기술'을 이미 여러 차례 보여왔습니다.

2012년 새누리당 비대위원과 박근혜 대선 캠프 국민행복추진위원장 시절, 김 전 비대위원장은 1년 새 무려 5번 '보이콧'을 했습니다. 인적 쇄신 요구나 경제민주화 주장 등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마다 "사의를 전달했다"는 등의 말을 던지고선, 짧게는 하루에서 길게는 한 달까지 당무를 거부하거나 태업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김 전 비대위원장의 요구가 결국 관철되는 형태로 일단락됐습니다. 일종의 '벼랑 끝 전술'로 '밀당'에서 승리를 거둔 것입니다.


2016년 1월 민주당 선대위원장을 맡았을 때는 현재와 비슷한 '밀당'이 벌어졌습니다.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표는 총선 선대위원장으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영입한 뒤, 무소속 천정배 의원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고려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민주당에 쉽지 않던 호남 민심을 달래기 위한 카드였습니다.

하지만 김 전 비대위원장, "'단독'선대위원장을 한다는 전제 하에 수락했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나는 '공동'선대위원장이니, 이런 모양 갖추기 식의 인적 구성을 가지고 일을 할 수가 없다"고도 했습니다.

결국, 문재인 당시 대표가 "김종인 박사님을 선대위의 '원톱'으로 모신 것"이라며 뜻을 접으면서 '밀당'은 마무리됐습니다. 지금과 유사한 선대위 권한을 둘러싼 갈등, '원톱'을 공인받으면서 끝났다는 점은 곱씹어볼만 합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그 뒤 2016년 3월에도 당내 주류 인사들과의 갈등이 비례대표 공천 문제로 폭발하자, 당무를 거부하고 서울 광화문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갔습니다.

"사람을 인격적으로, 그따위로 대접하는 정당에 가서 일을 해주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다". 김 전 비대위원장의 말은 사퇴 표명으로까지 읽혔지만, 문재인 대표 등이 자택으로까지 찾아와 사과하고 설득하자 복귀했습니다. 결국, 김 전 비대위원장의 뜻이 받아들여진 것은 물론입니다.


■ 이번 '밀당'의 결말은?

이번 '밀당'이 언제쯤, 어떻게 마무리될지 현재로선 예측이 어렵습니다.

"'모양새'만 잘 갖춰지면 며칠 안에 합류할 것"(윤석열 캠프 관계자)이라는 예상이 있는 반면, "선대위는 일단 출발하고, 이런저런 문제로 후보가 위기에 부딪히면 12월 말~내년 1월 초 합류할 것이다. 시간은 '김종인의 편'"(당 관계자)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합류를 망설이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알려진 김병준 전 위원장이 26일 "열심히 하겠다", 그러니까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밀당'의 결말은 더욱 알기 어렵게 됐습니다.

'오징어 게임'의 줄다리기는 생각지 못했던 '전술'을 사용한 팀의 승리로 끝납니다. 이번 '밀당'은 '정치 초보' 윤석열 후보의 전술, 그러니까 '정치력'의 시험대이기도 합니다.

어떤 결말이든, 너무 길어지는 '밀당'은 외면받기 쉽습니다. 대통령 후보 윤석열, 정치 인생의 마지막 도전일 수 있는 김종인, 두 사람 모두에게 남은 시간은 길지 않습니다.
  • [여심야심] ‘밀당’ 고수 김종인과 정치신인 윤석열의 줄다리기
    • 입력 2021-11-27 08:01:07
    • 수정2021-11-27 08:03:13
    여심야심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줄다리기, 기억하시나요? 줄다리기의 묘미는 '밀당'에 있습니다. 기준선 이쪽 저쪽으로 조금씩 오가던 줄이, 마지막에 어느 한쪽으로, 조금만 가 있으면 거기서 승패가 갈립니다.

정치권에서 이런 '밀당'의 고수, 바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입니다. 윤석열 후보 측과 김 전 비대위원장의 '밀당', 서로 '큰 이견은 없다'지만 어느 쪽으로 '조금' 기우느냐에 따라 김 전 비대위원장의 선대위 합류 여부는 결론 날 것입니다.


■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밀당'

김 전 비대위원장이 총괄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하는 건 기정사실로 보였습니다. '합류' 발표가 바로 나오지 않았지만, 주변에선 "윤석열 후보와 수시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김 전 비대위원장, 8일 이런 발언들을 내놓습니다. "총괄선대위원장 맡으려면 확신이 있어야 한다", "선대위는 자리보다 역할이 중요하다", "'자리 사냥꾼'들이 몰린다. 후보가 냉정해야 한다". 줄을 바짝 당긴 것입니다.

윤 후보가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김한길 전 새정치연합 대표와 당 중진 의원 등을 아우르는 '통합형 선대위' 구상으로, 김 전 비대위원장의 반대편으로 줄을 당기는 모양새를 보이던 때였습니다.

이런 '밀당'은 20일 윤 후보가 김병준 전 위원장을 대동하고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듯했습니다. 윤 후보 측은 "김종인 위원장은 김병준 전 위원장이 상임선대원장에 선임되는 것에 동의했다"는 공식 발표까지 합니다.

하지만, 줄은 다시 또 팽팽하게 이쪽 저쪽을 오갑니다. "하루 이틀 기다려달라고 했다"면서 김 전 비대위원장의 합류 발표가 미뤄지고, 김 전 비대위원장은 23일 "내 일상으로 돌아가겠다"고까지 말합니다.


'합류 불발'로 줄이 옮겨가나 했는데, 24일 윤 후보가 김 전 비대위원장과 만찬 회동을 하면서 결과는 또 알 수 없는 상황이 됩니다. 하지만, 이 만남에서도 결론은 없었습니다.

당 내에서는 선대위 구성이 늦어지고 갈등만 부각되는 상황에 우려가 공개적으로 나오기 시작했고, 윤 후보 측 일부 인사들은 "할 만큼 했다", "결별을 위한 명분을 쌓는 수순"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줄다리기가 너무 길어지면 보는 사람도 지루하고, 양쪽의 힘만 빠집니다.


■ 당무 거부·칩거…김종인 '밀당'의 역사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밀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본인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당무를 거부하고 침묵하거나 짧은 말만 내놓으며 버티는 '기술'을 이미 여러 차례 보여왔습니다.

2012년 새누리당 비대위원과 박근혜 대선 캠프 국민행복추진위원장 시절, 김 전 비대위원장은 1년 새 무려 5번 '보이콧'을 했습니다. 인적 쇄신 요구나 경제민주화 주장 등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마다 "사의를 전달했다"는 등의 말을 던지고선, 짧게는 하루에서 길게는 한 달까지 당무를 거부하거나 태업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김 전 비대위원장의 요구가 결국 관철되는 형태로 일단락됐습니다. 일종의 '벼랑 끝 전술'로 '밀당'에서 승리를 거둔 것입니다.


2016년 1월 민주당 선대위원장을 맡았을 때는 현재와 비슷한 '밀당'이 벌어졌습니다.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표는 총선 선대위원장으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영입한 뒤, 무소속 천정배 의원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고려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민주당에 쉽지 않던 호남 민심을 달래기 위한 카드였습니다.

하지만 김 전 비대위원장, "'단독'선대위원장을 한다는 전제 하에 수락했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나는 '공동'선대위원장이니, 이런 모양 갖추기 식의 인적 구성을 가지고 일을 할 수가 없다"고도 했습니다.

결국, 문재인 당시 대표가 "김종인 박사님을 선대위의 '원톱'으로 모신 것"이라며 뜻을 접으면서 '밀당'은 마무리됐습니다. 지금과 유사한 선대위 권한을 둘러싼 갈등, '원톱'을 공인받으면서 끝났다는 점은 곱씹어볼만 합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그 뒤 2016년 3월에도 당내 주류 인사들과의 갈등이 비례대표 공천 문제로 폭발하자, 당무를 거부하고 서울 광화문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갔습니다.

"사람을 인격적으로, 그따위로 대접하는 정당에 가서 일을 해주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다". 김 전 비대위원장의 말은 사퇴 표명으로까지 읽혔지만, 문재인 대표 등이 자택으로까지 찾아와 사과하고 설득하자 복귀했습니다. 결국, 김 전 비대위원장의 뜻이 받아들여진 것은 물론입니다.


■ 이번 '밀당'의 결말은?

이번 '밀당'이 언제쯤, 어떻게 마무리될지 현재로선 예측이 어렵습니다.

"'모양새'만 잘 갖춰지면 며칠 안에 합류할 것"(윤석열 캠프 관계자)이라는 예상이 있는 반면, "선대위는 일단 출발하고, 이런저런 문제로 후보가 위기에 부딪히면 12월 말~내년 1월 초 합류할 것이다. 시간은 '김종인의 편'"(당 관계자)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합류를 망설이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알려진 김병준 전 위원장이 26일 "열심히 하겠다", 그러니까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밀당'의 결말은 더욱 알기 어렵게 됐습니다.

'오징어 게임'의 줄다리기는 생각지 못했던 '전술'을 사용한 팀의 승리로 끝납니다. 이번 '밀당'은 '정치 초보' 윤석열 후보의 전술, 그러니까 '정치력'의 시험대이기도 합니다.

어떤 결말이든, 너무 길어지는 '밀당'은 외면받기 쉽습니다. 대통령 후보 윤석열, 정치 인생의 마지막 도전일 수 있는 김종인, 두 사람 모두에게 남은 시간은 길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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