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상품권 팝니다!” 상품권 넘쳐나는데…불법 거래 급증

입력 2021.11.28 (07:04) 수정 2021.11.28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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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랑상품권. 이제는 많이 익숙해진 이름입니다. 이름 그대로 특정 지역 안에서만 쓸 수 있는 지역 화폐입니다.

자금의 역외 유출을 막아 소상공인을 살리고, 궁극적으로 ' 지역 경제를 살리자'라는 취지로 도입됐습니다.처음부터 지역상품권이 활발하게 거래됐던 건 아닙니다.

지역상품권 유행의 첫 시작은 강원도 화천의 산천어축제였습니다. 축제 체험료의 절반 이상을 화천군 내 어디서나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화천사랑상품권으로 돌려줘, 방문객과 지역주민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관광객은 부담이 줄어서 좋고, 화천군 입장에선 역외 자금을 내부로 자연스럽게 유입시킬 수 있어서 좋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 셈입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화천사랑상품권의 40% 이상이 산천어축제 기간에 판매됐고, 당시 판매 금액은 5억 6,000만 원 정도였습니다.


■ 너도나도 '지역상품권' 발행…3년 만에 규모 '50배' 증가

화천사랑상품권이 지역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다고 하자,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를 가리지 않고, 전국 지자체들이 제각각 지역상품권 발행에 뛰어듭니다.

지역상품권 발행 지자체 수는 2018년 66곳에서 2019년 177곳으로 크게 늘더니, 2020년 230곳으로 늘었습니다.

전국 기초자치단체 226곳 가운데 강원도 평창과 속초, 양양, 경남 사천 등 4곳만 자체 지역상품권을 발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상품권 발행 규모는 2018년 3,700억 원이었습니다. 2019년에는 3조 2,000억 원로 10배 정도 늘더니, 지난해는 17조 원까지 급격하게 증가했습니다. 올해도 20조 원 규모로 발행됐습니다. 3년 만에 50배가 넘게 늘어난 겁니다.


■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역상품권, 지역경제 활성화에 보탬"

지역상품권이 지역 경제 활성화 등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지난해 12월 '지방자치 정책브리프'에 <지역사랑상품권의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 분석>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행정안전부 의뢰로 수행한 결과입니다.

정책브리프에 따르면, 전국 지방자치단체 이용자 1,02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상품권 이용자의 월평균 거주 지역 내 소비금액은 29만 9,000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전국 소상공인·자영업자 522명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상품권 도입 뒤 상품권 가맹점의 월평균 매출액은 87만 5,000원 증가(+3.4%)한 반면, 비가맹점의 월평균 매출액은 8만 6,000원 감소(△0.4%)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지역상품권 밀거래 온라인에서 성행…"엄연한 불법"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강원상품권 판매 글.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강원상품권 판매 글.

문제도 있습니다. 지역상품권 밀거래입니다. 유명한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에는 지역상품권 구매와 판매글이 종종 올라옵니다.

한 예로, 10,000원짜리 모바일 강원 상품권을 8,900원에 판다는 글이 올라와 있습니다. 10% 할인 행사 기간이라 원래 가격은 9,000원이면 살 수 있는데, 이보다 100원 더 싸게 파는 겁니다.

판매 경위를 물어보니, "경품 행사에 당첨돼 공짜로 받은 상품권"이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또 다른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10만 원어치 종이 상품권이 8% 할인 판매됐습니다. 지금은 할인율이 5%이기 때문에 더 싸게 파는 것 같지만, 과거 10% 할인행사 때 사들인 상품권에 웃돈을 얹어 판 것으로 추정됩니다.

반대로, 지역상품권을 구매 원가에 사겠다는 팔겠다는 글도 어렵잖게 발견됩니다.

모두 다 불법 행위입니다. 지난해 7월 처음 시행된 지역사랑상품권법에는 지역상품권의 재판매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습니다.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10조(가맹점의 준수사항)
① 개별가맹점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가. 물품의 판매 또는 용역의 제공 없이 수취한 지역사랑상품권

제11조(사용자의 준수사항)
① 지역사랑상품권 사용자는 상품권을 재판매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러다 보니, 단속을 피하기 위한 눈속임도 등장합니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도 '지역상품권'이라는 검색 자체를 차단하자, 초성만 올려놓는 지역상품권을 거래를 하고 있습니다. 'ㅇ(이응), ㄴ(니은), ㄹ(리을)'는 온누리상품권입니다.

검색어 차단을 피하기 위해 초성만 올려 거래 암시하는 글. 온누리상품권을 뜻한다.검색어 차단을 피하기 위해 초성만 올려 거래 암시하는 글. 온누리상품권을 뜻한다.

■ "할인 판매와 무료 지급, 불법 유통 부추겨"

밀거래가 성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역상품권이 시중에 너무 많이 풀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제는 최대 10% 할인이 일상이 되고, 경품이나 시상금 등으로 공짜로 주기도 하니 차익을 챙기기 쉬운 구조입니다.

송경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비자발적으로 지역상품권을 얻게 된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보다 더 싼 값을 받더라도 팔고자 하는 유인이 존재하기 때문에 밀거래가 성행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지역사랑상품권의 최대 10% 할인 판매가 일반적인 현상이 됐다.지역사랑상품권의 최대 10% 할인 판매가 일반적인 현상이 됐다.

더 큰 문제는할인 판매의 차액은 결국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 액수가 올해 2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또, 상품권 제작비와 환전수수료 등의 부대비용도 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지역상품권 재판매는 엄연한 불법이지만, 개인간의 거래는 단속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중고거래 사이트에 협조해 지역상품권 거래를 막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종이상품권보다 거래 내역이 상대적으로 투명한 모바일 상품권 발행을 적극 유도하고 있지만, 일부 모바일상품권의 경우 선물하기 기능을 통해 여전히 밀거래가 이뤄지는 걸 확인했다"라며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있는지 검토해보겠다"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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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역상품권 팝니다!” 상품권 넘쳐나는데…불법 거래 급증
    • 입력 2021-11-28 07:04:49
    • 수정2021-11-28 09:36:00
    취재K

지역사랑상품권. 이제는 많이 익숙해진 이름입니다. 이름 그대로 특정 지역 안에서만 쓸 수 있는 지역 화폐입니다.

자금의 역외 유출을 막아 소상공인을 살리고, 궁극적으로 ' 지역 경제를 살리자'라는 취지로 도입됐습니다.처음부터 지역상품권이 활발하게 거래됐던 건 아닙니다.

지역상품권 유행의 첫 시작은 강원도 화천의 산천어축제였습니다. 축제 체험료의 절반 이상을 화천군 내 어디서나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화천사랑상품권으로 돌려줘, 방문객과 지역주민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관광객은 부담이 줄어서 좋고, 화천군 입장에선 역외 자금을 내부로 자연스럽게 유입시킬 수 있어서 좋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 셈입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화천사랑상품권의 40% 이상이 산천어축제 기간에 판매됐고, 당시 판매 금액은 5억 6,000만 원 정도였습니다.


■ 너도나도 '지역상품권' 발행…3년 만에 규모 '50배' 증가

화천사랑상품권이 지역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다고 하자,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를 가리지 않고, 전국 지자체들이 제각각 지역상품권 발행에 뛰어듭니다.

지역상품권 발행 지자체 수는 2018년 66곳에서 2019년 177곳으로 크게 늘더니, 2020년 230곳으로 늘었습니다.

전국 기초자치단체 226곳 가운데 강원도 평창과 속초, 양양, 경남 사천 등 4곳만 자체 지역상품권을 발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상품권 발행 규모는 2018년 3,700억 원이었습니다. 2019년에는 3조 2,000억 원로 10배 정도 늘더니, 지난해는 17조 원까지 급격하게 증가했습니다. 올해도 20조 원 규모로 발행됐습니다. 3년 만에 50배가 넘게 늘어난 겁니다.


■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역상품권, 지역경제 활성화에 보탬"

지역상품권이 지역 경제 활성화 등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지난해 12월 '지방자치 정책브리프'에 <지역사랑상품권의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 분석>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행정안전부 의뢰로 수행한 결과입니다.

정책브리프에 따르면, 전국 지방자치단체 이용자 1,02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상품권 이용자의 월평균 거주 지역 내 소비금액은 29만 9,000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전국 소상공인·자영업자 522명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상품권 도입 뒤 상품권 가맹점의 월평균 매출액은 87만 5,000원 증가(+3.4%)한 반면, 비가맹점의 월평균 매출액은 8만 6,000원 감소(△0.4%)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지역상품권 밀거래 온라인에서 성행…"엄연한 불법"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강원상품권 판매 글.
문제도 있습니다. 지역상품권 밀거래입니다. 유명한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에는 지역상품권 구매와 판매글이 종종 올라옵니다.

한 예로, 10,000원짜리 모바일 강원 상품권을 8,900원에 판다는 글이 올라와 있습니다. 10% 할인 행사 기간이라 원래 가격은 9,000원이면 살 수 있는데, 이보다 100원 더 싸게 파는 겁니다.

판매 경위를 물어보니, "경품 행사에 당첨돼 공짜로 받은 상품권"이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또 다른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10만 원어치 종이 상품권이 8% 할인 판매됐습니다. 지금은 할인율이 5%이기 때문에 더 싸게 파는 것 같지만, 과거 10% 할인행사 때 사들인 상품권에 웃돈을 얹어 판 것으로 추정됩니다.

반대로, 지역상품권을 구매 원가에 사겠다는 팔겠다는 글도 어렵잖게 발견됩니다.

모두 다 불법 행위입니다. 지난해 7월 처음 시행된 지역사랑상품권법에는 지역상품권의 재판매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습니다.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10조(가맹점의 준수사항)
① 개별가맹점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가. 물품의 판매 또는 용역의 제공 없이 수취한 지역사랑상품권

제11조(사용자의 준수사항)
① 지역사랑상품권 사용자는 상품권을 재판매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러다 보니, 단속을 피하기 위한 눈속임도 등장합니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도 '지역상품권'이라는 검색 자체를 차단하자, 초성만 올려놓는 지역상품권을 거래를 하고 있습니다. 'ㅇ(이응), ㄴ(니은), ㄹ(리을)'는 온누리상품권입니다.

검색어 차단을 피하기 위해 초성만 올려 거래 암시하는 글. 온누리상품권을 뜻한다.
■ "할인 판매와 무료 지급, 불법 유통 부추겨"

밀거래가 성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역상품권이 시중에 너무 많이 풀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제는 최대 10% 할인이 일상이 되고, 경품이나 시상금 등으로 공짜로 주기도 하니 차익을 챙기기 쉬운 구조입니다.

송경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비자발적으로 지역상품권을 얻게 된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보다 더 싼 값을 받더라도 팔고자 하는 유인이 존재하기 때문에 밀거래가 성행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지역사랑상품권의 최대 10% 할인 판매가 일반적인 현상이 됐다.
더 큰 문제는할인 판매의 차액은 결국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 액수가 올해 2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또, 상품권 제작비와 환전수수료 등의 부대비용도 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지역상품권 재판매는 엄연한 불법이지만, 개인간의 거래는 단속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중고거래 사이트에 협조해 지역상품권 거래를 막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종이상품권보다 거래 내역이 상대적으로 투명한 모바일 상품권 발행을 적극 유도하고 있지만, 일부 모바일상품권의 경우 선물하기 기능을 통해 여전히 밀거래가 이뤄지는 걸 확인했다"라며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있는지 검토해보겠다"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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