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의 낭만, 야영…“이것만은 조심해야”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산과 꽁꽁 얼어붙은 호수를 바라보면 마음이 절로 평안해 집니다. 찬 바람에 손이 오들오들 떨려도 밖에서 구워먹는 고기 맛은 그야말로 꿀맛입니다. 이런 매력 때문에 겨울철에도 캠핑을 나서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낭만 가득한 시간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 캠핑장 화재 최근 5년간 121건…14명 부상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전국 야영장에서 화재 121건이 발생해 14명이 다쳤습니다. 이로 인한 재산피해는 6억 원에 이릅니다. 올해(2021년)도 캠핑 사고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2021년 1월 강원도 원주시에서 발생한 캠핑 화재. 텐트 안에서 부탄가스를 녹이던 중 가스가 폭발했다.

텐트가 뼈대만 남았습니다. 지난 1월 강원도 원주시에서 발생한 캠핑장 화재입니다. 텐트 안에 등유 난로를 들여놓고 그 근처에서 부탄가스를 녹이던 중 가스가 폭발해 두 사람이 다쳤습니다.

2021년 1월 강원도 횡성군에서 발생한 캠핑 화재.

같은 달 강원도 횡성에서는 이동식 주택 '카라반'이 새까맣게 탔습니다. 기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입니다. 8천만 원어치의 재산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소방당국은 카라반 아래쪽에 달린 배터리가 과충전되면서 폭발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캠핑 화재 예방 위해 부탄가스, 난방기기 취급 주의해야

캠핑 중 화재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부탄가스나 난방기기, 전기용품 등을 취급할 경우 주의해야 합니다.

부탄가스 사용 시 폭발로 인한 화재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캠핑을 가면 꼭 사용하는 것 중 하나가 부탄가스입니다. 그런데 추운 날씨에 가스가 냉각되었다고 불 옆에 두고 녹이거나 뜨거운 물을 붓는 등의 행동을 해선 안 됩니다. 외부에서 가해지는 열로 부탄가스의 내부 압력이 올라가다가 결국 폭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탄가스를 꺼내 보관할 때도, 가스레인지나 난로 등 화기 등에서 멀리 떨어뜨려 놓아야 합니다.

캠핑 시 많이 사용되는 난방기기는 넘어지지 않도록 잘 고정해야 한다.

난로와 같은 난방기기를 사용할 때도 주의해야 합니다. 난방기기는 바람이나 외부 충격에 넘어지지 않도록 잘 고정해 놓아야 합니다. 특히 유류를 사용하는 난로가 넘어질 경우 안에 있던 유증기까지 더해져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가스나 기름이 아닌, 전기를 쓴다고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캠핑용품 사용을 위해 '문어발 식'으로 전기 콘센트를 사용할 경우 화재 위험이 있습니다. 한꺼번에 많은 콘센트를 사용하는 것은 자제해야 합니다.

비나 눈이 올 경우 감전 우려가 높기 때문에 전원을 꺼놓아야 합니다. 전기장판의 경우 라텍스 등 두꺼운 침구류와는 함께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 "잠시 잠든 사이"…일산화탄소 중독 사망 사고 주의

캠핑 중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도 자주 발생합니다. 일산화탄소(CO)는 산소가 부족한 경우 가스나 기름이 불완전하게 연소되며 발생합니다. 밀폐된 공간에서 불이 계속 타오를 경우 일산화탄소가 발생할 수 있는 겁니다.

2021년 11월 20일 경남 합천군에서 발생한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 차량 안에서 잠을 자던 부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20일 경남 합천군에서 캠핑 중 차량 안에서 60대 부부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지인들과 함께 낚시하러 야영을 갔다가 생긴 사고였습니다. 차량 안에는 가스를 이용한 난방기기가 있었고, 경찰은 일산화탄소 중독을 사고 원인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2021년 5월 강원도 양양군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 차량 안에서 야영하는 ‘차박’ 중 화재가 발생해 차량이 불에 탔다.

한국소비자원은 2016년부터 2021년 10월까지 캠핑장 안에서 가스누설과 가스폭발 사고 23건이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차량에서 야영을 즐기는 '차박' 등 캠핑장이 아닌 곳에서 발생한 사고까지 합치면 사고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 일산화탄소 중독 예방 위해 불은 끄고 멀리 두기·환기 필수

무색무취. 일산화탄소의 특징입니다. 색이 없고 냄새가 없다 보니 일산화탄소가 주변에 가득하다고 해도 알아차리기 쉽지 않습니다. 사전에 일산화탄소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글램핑 시설 안에 환기가 잘 되도록 창을 냈다.

텐트 안으로 난로를 들여 놓고 환기를 위해 입구를 활짝 열어놓았다.

춥다고 텐트 안으로 난방기기를 둘 경우 매우 위험합니다. 난방기기를 사용할 경우에는 반드시 환기구를 확보해야 합니다. 차량 문을 열거나 텐트 문을 열어두어야 합니다.

화재나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두꺼운 침구나 침낭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사용한 화기는 텐트에서 멀리 떨어뜨려 놓아야 한다.

난방기기 대신 두꺼운 침구로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취침 시 가스를 사용하는 조명을 끄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또, 음식을 해 먹고 불씨가 남은 화로를 텐트 안에 두어선 안 됩니다. 반드시 불씨를 완전히 없애고 연기가 텐트 내부로 들어오지 않도록 멀리 두어야 합니다.

휴대용 일산화탄소 경보기. 한 손에 들어오는 크기로 휴대가 간편하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휴대용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챙기는 것이 좋겠습니다. 일산화탄소가 발생했을 경우 경보음을 통해 알려주는 용품입니다.


■ 캠핑장 화재 안전시설 필수…연기감지기, 일산화탄소 경보기 등

2019년 개정된 관광진흥법 시행규칙. 야영장 사업자가 지켜야 할 화재 안전수칙이 담겨있다.

캠핑장 화재 사고와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가 잇따르자 2019년 야영장 사업자가 안전 규칙을 지키도록 법이 개정되었습니다.

춘천의 한 캠핑장 모습. 큰 천막으로 지어진 글램핌장이 줄지어 있다.

글램핑장 천장 쪽에 연기감지기와 일산화탄소 경보기가 달려 있다.

관광진흥법 시행규칙을 보면 각 시설별로 소화기와 연기감지기,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설치하도록 했습니다. 또 야영용 천막 2개소 또는 100㎡마다 1개 이상의 소화기도 잘 보이는 곳에 비치하도록 했습니다.

사업자는 이용객들에게 화재 안전 규칙을 안내하도록 돼 있습니다. 사업자는 밀폐된 야영 시설 안에서 화기 용품 사용이 금지된 것과 누전 차단기가 설치되지 않은 경우 전기용품을 사용하지 않도록 안내해야 합니다.

캠핑장 이용자들 또한 방문한 캠핑장에 이런 시설이 제대로 설치되어 있는지 꼼꼼하게 확인하고 무엇보다 안전규칙을 잘 따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