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발견된 남아공…지금 그곳 교민들은?

입력 2021.11.30 (07:01) 수정 2021.11.3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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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선진국들 상당수가 새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Omicron)과 연관된 아프리카 국가에서 오는 사람들의 유입을 차단하고 있습니다.

차단된 나라 가운데 대표적인 곳이 바로 오미크론 바이러스 발견을 처음 보고한 남아프리카공화국입니다. 남아공은 유럽인들이 자주 찾는 관광지였는데요. 코로나 사태 이전 한 해 평균 40만 명의 영국인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습니다.

이맘때면 크리스마스 특수를 맞아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로 북적였던 남아공 최대도시 요하네스버그 OR탐보 국제공항. 현지시간 28일 전 세계에 공개된 모습은 황량합니다.


우리 정부도 신종 변이 바이러스 선제 대응을 위해 28일 0시부로 남아공 등 8개국에 대해 입국제한과 방역강화를 선언했는데요.

남아공에는 3천여 명의 우리교민들이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현장 접근이 차단된 남아공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KBS는 14년째 남아공 케이프타운 인근 빈민집단거주지역에서 선교와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교민 한인섭 씨를 전화인터뷰했습니다.


다음은 기자와의 일문일답.



Q. 남아공 현지 모습 영상을 보면 거리에 마스크를 낀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A. 그렇습니다. 현지인들이 마스크를 잘 끼지 않습니다. 더 정확하게는 바이러스 차단 효과가 있는 KF 마스크를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보통 한화 2천원 상당의 천 마스크를 많이 씁니다. 마트에 가도 중국산 덴탈마스크만 구할 수 있지 KF마스크는 찾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있다고 해도 현지인들에게 너무 비쌉니다.

Q. 백신 접종률이 20%대로 낮은 편인데, 백신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것입니까?

A. 선진국들보다는 백신수급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원하면 기다려서 맞을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아공 거주 한인들은 병원이나 보건소 등에서 백신을 거의 다 접종했습니다. 백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공포감이 현지인들 사이에 많이 조성이 된 것 같습니다. 그런 불신들이 낮은 백신접종률에 기여한다고 생각합니다.


Q. 남아공 변이 발생 보고 후 전 세계에서 빗장을 걸어잠그고 있는데요. 체감되는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A. 교민들은 거의 다 2차 접종까지 완료했기 때문에, 연말연시를 맞아 잠시 고국을 방문하려던 사람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당장 한국에 갈 비행기를 구하기가 많이 어려워졌습니다.

기존에는 두바이를 경유해 한국행을 가는 노선을 많이 이용했는데 경유지인 두바이에서 남아공발 비행기 입항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지금 유일하게 남아있는 노선은 에티오피아를 거쳐 한국으로 가는 것인데, 주3회로 횟수도 많지 않고 많이 돌아가서 3일이나 걸립니다. 가서도 긴 격리를 해야하기 때문에 한국에 방문하는 것을 포기한 분들이 많습니다.



Q. 현지시간 28일 남아공 대통령이 대국민 발표를 했습니다. 주로 어떤 내용을 강조했습니까?

A. 단연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내용이 가장 핵심이었습니다. 변이바이러스가 발생했다고 해도, 기존 백신조차 맞지 않은 국민들이 많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백신을 맞아 변이 전파를 막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백신을 맞아야 하나 생각하는 현지인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Q. 오미크론 발생 보고 이후 남아공 전역에 이동제한 등의 조치가 이뤄지고 있습니까?

A. 아닙니다. 남아공에서는 위기경계에 따라 가장 위험한 5단계부터 가장 저위험의 1단계까지 총 5단계로 운용하고 있는데요. 현재 남아공 전 지역 1단계의 저위험 상태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확진자의 80% 이상이 나오고 있고, 변이바이러스 발생이 보고된 요하네스버그를 포함한 하우탱주도 1단계로 발령중입니다.

Q. 남아공 전 지역 1단계의 저위험 상태로 이동을 제한하지 않는 이유 뭐라고 보십니까?

A. 바이러스보다 '먹고사는 문제가 더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코로나 발생 이후 흑인들의 실업률이 75%나 늘었다는 현지 기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백신접종률이 낮고 방역도 허술하니 확진자가 한번 나오면 상점이 문을 닫고, 공장이 없어지는 일이 부지기수였습니다. 당연 일자리가 줄어들겠죠. 7월에 발생한 더반지역의 LG 공장 약탈사건도 코로나로 인한 오랜 봉쇄와 실업, 물가상승, 정치적 이유까지 겹쳤다고 보는 분석이 적지 않았습니다.



관광산업도 남아공의 중요 수입원인데, 이번 변이바이러스로 해외관광객까지 완전히 못 들어오게 됐잖아요. 더 안좋아지는 거죠. 케이프타운에 있는 교민들도 관광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이분들도 이번 선진국들의 봉쇄조치로 타격이 큽니다.

Q. 백신부족 외에도 선진국들이 꼭 알았으면 하는 아프리카 현지 상황 어떤 것이 있습니까?

A. '백신의 불평등' 뿐만 아니라 '마스크의 불평등'도 심각합니다. 맨 먼저 말했듯, 마스크가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KF 마스크가 정말 없습니다. 있다 하더라도 현지인들에게 비쌉니다.

제가 봉사를 하고 있는 이 빈민지역은 에이즈 환자들이 많은 지역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주민들이 더 바이러스에 취약하기 때문에 한국 NGO 단체를 통해 일부 마스크 구호물품을 받아 지원하고 있지만, 양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아이들에게라도 마스크를 먼저 끼워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선교사 한인섭 씨가 남아공 현지에서 저소득 주민들에게 음식과 방역물품 등을 보급하고 있다.선교사 한인섭 씨가 남아공 현지에서 저소득 주민들에게 음식과 방역물품 등을 보급하고 있다.

(인포그래픽: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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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미크론’ 발견된 남아공…지금 그곳 교민들은?
    • 입력 2021-11-30 07:01:20
    • 수정2021-11-30 07:01:37
    세계는 지금

전 세계 선진국들 상당수가 새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Omicron)과 연관된 아프리카 국가에서 오는 사람들의 유입을 차단하고 있습니다.

차단된 나라 가운데 대표적인 곳이 바로 오미크론 바이러스 발견을 처음 보고한 남아프리카공화국입니다. 남아공은 유럽인들이 자주 찾는 관광지였는데요. 코로나 사태 이전 한 해 평균 40만 명의 영국인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습니다.

이맘때면 크리스마스 특수를 맞아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로 북적였던 남아공 최대도시 요하네스버그 OR탐보 국제공항. 현지시간 28일 전 세계에 공개된 모습은 황량합니다.


우리 정부도 신종 변이 바이러스 선제 대응을 위해 28일 0시부로 남아공 등 8개국에 대해 입국제한과 방역강화를 선언했는데요.

남아공에는 3천여 명의 우리교민들이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현장 접근이 차단된 남아공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KBS는 14년째 남아공 케이프타운 인근 빈민집단거주지역에서 선교와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교민 한인섭 씨를 전화인터뷰했습니다.


다음은 기자와의 일문일답.



Q. 남아공 현지 모습 영상을 보면 거리에 마스크를 낀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A. 그렇습니다. 현지인들이 마스크를 잘 끼지 않습니다. 더 정확하게는 바이러스 차단 효과가 있는 KF 마스크를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보통 한화 2천원 상당의 천 마스크를 많이 씁니다. 마트에 가도 중국산 덴탈마스크만 구할 수 있지 KF마스크는 찾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있다고 해도 현지인들에게 너무 비쌉니다.

Q. 백신 접종률이 20%대로 낮은 편인데, 백신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것입니까?

A. 선진국들보다는 백신수급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원하면 기다려서 맞을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아공 거주 한인들은 병원이나 보건소 등에서 백신을 거의 다 접종했습니다. 백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공포감이 현지인들 사이에 많이 조성이 된 것 같습니다. 그런 불신들이 낮은 백신접종률에 기여한다고 생각합니다.


Q. 남아공 변이 발생 보고 후 전 세계에서 빗장을 걸어잠그고 있는데요. 체감되는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A. 교민들은 거의 다 2차 접종까지 완료했기 때문에, 연말연시를 맞아 잠시 고국을 방문하려던 사람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당장 한국에 갈 비행기를 구하기가 많이 어려워졌습니다.

기존에는 두바이를 경유해 한국행을 가는 노선을 많이 이용했는데 경유지인 두바이에서 남아공발 비행기 입항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지금 유일하게 남아있는 노선은 에티오피아를 거쳐 한국으로 가는 것인데, 주3회로 횟수도 많지 않고 많이 돌아가서 3일이나 걸립니다. 가서도 긴 격리를 해야하기 때문에 한국에 방문하는 것을 포기한 분들이 많습니다.



Q. 현지시간 28일 남아공 대통령이 대국민 발표를 했습니다. 주로 어떤 내용을 강조했습니까?

A. 단연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내용이 가장 핵심이었습니다. 변이바이러스가 발생했다고 해도, 기존 백신조차 맞지 않은 국민들이 많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백신을 맞아 변이 전파를 막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백신을 맞아야 하나 생각하는 현지인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Q. 오미크론 발생 보고 이후 남아공 전역에 이동제한 등의 조치가 이뤄지고 있습니까?

A. 아닙니다. 남아공에서는 위기경계에 따라 가장 위험한 5단계부터 가장 저위험의 1단계까지 총 5단계로 운용하고 있는데요. 현재 남아공 전 지역 1단계의 저위험 상태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확진자의 80% 이상이 나오고 있고, 변이바이러스 발생이 보고된 요하네스버그를 포함한 하우탱주도 1단계로 발령중입니다.

Q. 남아공 전 지역 1단계의 저위험 상태로 이동을 제한하지 않는 이유 뭐라고 보십니까?

A. 바이러스보다 '먹고사는 문제가 더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코로나 발생 이후 흑인들의 실업률이 75%나 늘었다는 현지 기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백신접종률이 낮고 방역도 허술하니 확진자가 한번 나오면 상점이 문을 닫고, 공장이 없어지는 일이 부지기수였습니다. 당연 일자리가 줄어들겠죠. 7월에 발생한 더반지역의 LG 공장 약탈사건도 코로나로 인한 오랜 봉쇄와 실업, 물가상승, 정치적 이유까지 겹쳤다고 보는 분석이 적지 않았습니다.



관광산업도 남아공의 중요 수입원인데, 이번 변이바이러스로 해외관광객까지 완전히 못 들어오게 됐잖아요. 더 안좋아지는 거죠. 케이프타운에 있는 교민들도 관광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이분들도 이번 선진국들의 봉쇄조치로 타격이 큽니다.

Q. 백신부족 외에도 선진국들이 꼭 알았으면 하는 아프리카 현지 상황 어떤 것이 있습니까?

A. '백신의 불평등' 뿐만 아니라 '마스크의 불평등'도 심각합니다. 맨 먼저 말했듯, 마스크가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KF 마스크가 정말 없습니다. 있다 하더라도 현지인들에게 비쌉니다.

제가 봉사를 하고 있는 이 빈민지역은 에이즈 환자들이 많은 지역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주민들이 더 바이러스에 취약하기 때문에 한국 NGO 단체를 통해 일부 마스크 구호물품을 받아 지원하고 있지만, 양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아이들에게라도 마스크를 먼저 끼워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선교사 한인섭 씨가 남아공 현지에서 저소득 주민들에게 음식과 방역물품 등을 보급하고 있다.
(인포그래픽: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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