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워온 전기장판으로 추위 버티죠”…‘지하 휴게실’ 여전
입력 2021.11.30 (21:32)
수정 2021.11.30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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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파트 경비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 문제, 여러 차례 전해드렸는데요.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정부 방침에도 불구하고, 경비원들의 현실은 크게 달라진 게 없습니다.
밤샘 근무 도중 쉴 곳도 마땅치 않은 이들의 실태, 신지수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490여 세대가 사는 한 아파트 경비원 휴게실입니다.
37년된 아파트 지하 공간으로,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쓰레기 포대와 청소도구가 있고, 주민들이 버린 옷장을 사물함으로 씁니다.
[A 씨/아파트 경비원 : "주민들이 오래 쓰다가 또 이사를 가거나 하면, 버리면 갖다가 이렇게..."]
천장에 회색 자재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데, 1급 발암물질인 석면입니다.
[A 씨/아파트 경비원 : "어떤 사람들은 가렵다고 하는 경우도 있고 여기서 자면..."]
경비원들은 심야 시간대 이곳에서 네댓 시간 눈을 붙입니다.
버려진 침대 두개를 가져와 전기장판을 깔았고, 추울 땐 전기히터를 틉니다.
[B 씨/아파트 경비원 : "한겨울 영하로 내려가면 여기서 냉기가 나온다고, 시멘트가 어니까. 전기장판이 이 한기를 없애 주는 건 아니잖아요. 그냥 닿는 데만 따뜻한 거지."]
다른 아파트 경비원 휴게실 한 곳을 찾아가 봤습니다.
여기도 지하에 있는데, 문이 잠겨 있습니다.
경비원들은 이용을 안 해 비밀번호도 모릅니다.
[심 모 씨/아파트 경비원 : "퇴근해 버렸나 보네요. 번호를 알아야 내가 누르지..."]
휴게실이 있어도 못 쓰다 보니 새벽에 쪽잠을 자려면 그냥 경비초소에서 자야 합니다.
누울 공간이 없어 의자 위에 나무판자를 올리고 눈을 붙이기 일쑤입니다.
[심 모 씨/아파트 경비원 : "딱딱해서 못 자요. 의자가 흔들리잖아요, 잠자다 보면. 그래서 (접이식 침대) 가져온 거예요."]
새벽 시간 잠이 들었다가도 주민들이 와서 창문을 두드리면 일어나야 합니다.
[심 모 씨/아파트 경비원 : "이중주차가 돼 있잖아요. 새벽 2시에 차 빼달라고 하면, 인터폰 해서 '차 빼주세요' 하겠어요?"]
한 경비원은 휴게실에 밥상으로 쓸 탁자를 달라고 했다가 출근 8일 만에 계약을 해지당했습니다.
[C 씨/아파트 경비원 : "너무 열악한 거 아니냐고, 이것 좀 개선했으면 좋겠다고 (단톡방에) 올렸더니 (용역회사가) 같이 근무하기 힘들겠다 이렇게..."]
지난달부터 경비원 휴게시설의 온도나 소음규정 등 기준이 강화됐지만, 열악한 실태는 크게 변한 게 없습니다.
KBS 뉴스 신지수입니다.
[앵커]
이 문제 취재한 사회부 신지수 기자와 좀 더 짚어보겠습니다.
신 기자, 아파트 경비원들 쉬는 곳, 직접 가봤죠?
어땠습니까?
[기자]
아파트 2곳을 갔었는데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두 곳이 모두 지하에 있었습니다.
지하실은 냉난방 시설을 설치하기 힘들고, 채광이나 환기가 열악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서울 구로구와 강서구에서 실태조사를 했는데요.
경비원 휴게실이 있는 아파트 절반 가량은 휴게실이 지하에 있었습니다.
[앵커]
지방자치단체에서 경비원 지원 조례도 만든 걸로 알고 있는데요.
도움이 안 되나 봐요.
[기자]
지금까지 경비원 지원 조례를 제정한 지자체가 60여 곳입니다.
문제는 입주자들이 무관심하거나 의지가 없으면 소용이 없다는 건데요.
서울 구로구는 지난해 8월 조례를 통과시켰는데, 지금까지 환경 개선 보조금을 탄 아파트 단지는 3곳 뿐입니다.
입주민들이 직접 사업을 신청해야 하고, 사업자금 100%를 구청이 주는 게 아니라 주민들 부담도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경비원들이 먼저 얘기를 꺼내기도 어렵습니다.
[앵커]
그런데 앞서 봤듯이 경비원 휴게시설 기준이 최근에 강화됐잖아요?
[기자]
네, 네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냉난방 시설이 설치돼 있어야 하고요.
적정한 온도와 소음 규정도 생겼습니다.
그런데 이런 규정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거죠.
[앵커]
규정이 있는데, 왜 안 지키는 겁니까?
[기자]
당장은 안 지켜도 별 문제가 없기 때문입니다.
흔히 경비원들이 24시간 맞교대로 근무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감시단속적 근로자라고 해서 감시를 주로 하는 일, 또 중간에 쉬는 시간도 있는 근로 형태로 봅니다.
그런데 감시단속적 근로자로 경비원을 고용하려면 고용노동부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한번 승인을 받아 놓으면 경비원 용역업체를 바꾸지 않는 한 누가 와서 휴게실 규정을 잘 지키는지 따지지 않거든요.
이 때문에 정기적으로 재승인을 받게 하는 법안도 발의됐지만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습니다.
[앵커]
신지수 기자, 여기까지 듣죠.
촬영기자:김진환 김정은 유용규/영상편집:여동용
아파트 경비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 문제, 여러 차례 전해드렸는데요.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정부 방침에도 불구하고, 경비원들의 현실은 크게 달라진 게 없습니다.
밤샘 근무 도중 쉴 곳도 마땅치 않은 이들의 실태, 신지수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490여 세대가 사는 한 아파트 경비원 휴게실입니다.
37년된 아파트 지하 공간으로,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쓰레기 포대와 청소도구가 있고, 주민들이 버린 옷장을 사물함으로 씁니다.
[A 씨/아파트 경비원 : "주민들이 오래 쓰다가 또 이사를 가거나 하면, 버리면 갖다가 이렇게..."]
천장에 회색 자재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데, 1급 발암물질인 석면입니다.
[A 씨/아파트 경비원 : "어떤 사람들은 가렵다고 하는 경우도 있고 여기서 자면..."]
경비원들은 심야 시간대 이곳에서 네댓 시간 눈을 붙입니다.
버려진 침대 두개를 가져와 전기장판을 깔았고, 추울 땐 전기히터를 틉니다.
[B 씨/아파트 경비원 : "한겨울 영하로 내려가면 여기서 냉기가 나온다고, 시멘트가 어니까. 전기장판이 이 한기를 없애 주는 건 아니잖아요. 그냥 닿는 데만 따뜻한 거지."]
다른 아파트 경비원 휴게실 한 곳을 찾아가 봤습니다.
여기도 지하에 있는데, 문이 잠겨 있습니다.
경비원들은 이용을 안 해 비밀번호도 모릅니다.
[심 모 씨/아파트 경비원 : "퇴근해 버렸나 보네요. 번호를 알아야 내가 누르지..."]
휴게실이 있어도 못 쓰다 보니 새벽에 쪽잠을 자려면 그냥 경비초소에서 자야 합니다.
누울 공간이 없어 의자 위에 나무판자를 올리고 눈을 붙이기 일쑤입니다.
[심 모 씨/아파트 경비원 : "딱딱해서 못 자요. 의자가 흔들리잖아요, 잠자다 보면. 그래서 (접이식 침대) 가져온 거예요."]
새벽 시간 잠이 들었다가도 주민들이 와서 창문을 두드리면 일어나야 합니다.
[심 모 씨/아파트 경비원 : "이중주차가 돼 있잖아요. 새벽 2시에 차 빼달라고 하면, 인터폰 해서 '차 빼주세요' 하겠어요?"]
한 경비원은 휴게실에 밥상으로 쓸 탁자를 달라고 했다가 출근 8일 만에 계약을 해지당했습니다.
[C 씨/아파트 경비원 : "너무 열악한 거 아니냐고, 이것 좀 개선했으면 좋겠다고 (단톡방에) 올렸더니 (용역회사가) 같이 근무하기 힘들겠다 이렇게..."]
지난달부터 경비원 휴게시설의 온도나 소음규정 등 기준이 강화됐지만, 열악한 실태는 크게 변한 게 없습니다.
KBS 뉴스 신지수입니다.
[앵커]
이 문제 취재한 사회부 신지수 기자와 좀 더 짚어보겠습니다.
신 기자, 아파트 경비원들 쉬는 곳, 직접 가봤죠?
어땠습니까?
[기자]
아파트 2곳을 갔었는데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두 곳이 모두 지하에 있었습니다.
지하실은 냉난방 시설을 설치하기 힘들고, 채광이나 환기가 열악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서울 구로구와 강서구에서 실태조사를 했는데요.
경비원 휴게실이 있는 아파트 절반 가량은 휴게실이 지하에 있었습니다.
[앵커]
지방자치단체에서 경비원 지원 조례도 만든 걸로 알고 있는데요.
도움이 안 되나 봐요.
[기자]
지금까지 경비원 지원 조례를 제정한 지자체가 60여 곳입니다.
문제는 입주자들이 무관심하거나 의지가 없으면 소용이 없다는 건데요.
서울 구로구는 지난해 8월 조례를 통과시켰는데, 지금까지 환경 개선 보조금을 탄 아파트 단지는 3곳 뿐입니다.
입주민들이 직접 사업을 신청해야 하고, 사업자금 100%를 구청이 주는 게 아니라 주민들 부담도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경비원들이 먼저 얘기를 꺼내기도 어렵습니다.
[앵커]
그런데 앞서 봤듯이 경비원 휴게시설 기준이 최근에 강화됐잖아요?
[기자]
네, 네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냉난방 시설이 설치돼 있어야 하고요.
적정한 온도와 소음 규정도 생겼습니다.
그런데 이런 규정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거죠.
[앵커]
규정이 있는데, 왜 안 지키는 겁니까?
[기자]
당장은 안 지켜도 별 문제가 없기 때문입니다.
흔히 경비원들이 24시간 맞교대로 근무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감시단속적 근로자라고 해서 감시를 주로 하는 일, 또 중간에 쉬는 시간도 있는 근로 형태로 봅니다.
그런데 감시단속적 근로자로 경비원을 고용하려면 고용노동부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한번 승인을 받아 놓으면 경비원 용역업체를 바꾸지 않는 한 누가 와서 휴게실 규정을 잘 지키는지 따지지 않거든요.
이 때문에 정기적으로 재승인을 받게 하는 법안도 발의됐지만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습니다.
[앵커]
신지수 기자, 여기까지 듣죠.
촬영기자:김진환 김정은 유용규/영상편집:여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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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1-11-30 21:32:44
- 수정2021-11-30 22:10:24
[앵커]
아파트 경비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 문제, 여러 차례 전해드렸는데요.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정부 방침에도 불구하고, 경비원들의 현실은 크게 달라진 게 없습니다.
밤샘 근무 도중 쉴 곳도 마땅치 않은 이들의 실태, 신지수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490여 세대가 사는 한 아파트 경비원 휴게실입니다.
37년된 아파트 지하 공간으로,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쓰레기 포대와 청소도구가 있고, 주민들이 버린 옷장을 사물함으로 씁니다.
[A 씨/아파트 경비원 : "주민들이 오래 쓰다가 또 이사를 가거나 하면, 버리면 갖다가 이렇게..."]
천장에 회색 자재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데, 1급 발암물질인 석면입니다.
[A 씨/아파트 경비원 : "어떤 사람들은 가렵다고 하는 경우도 있고 여기서 자면..."]
경비원들은 심야 시간대 이곳에서 네댓 시간 눈을 붙입니다.
버려진 침대 두개를 가져와 전기장판을 깔았고, 추울 땐 전기히터를 틉니다.
[B 씨/아파트 경비원 : "한겨울 영하로 내려가면 여기서 냉기가 나온다고, 시멘트가 어니까. 전기장판이 이 한기를 없애 주는 건 아니잖아요. 그냥 닿는 데만 따뜻한 거지."]
다른 아파트 경비원 휴게실 한 곳을 찾아가 봤습니다.
여기도 지하에 있는데, 문이 잠겨 있습니다.
경비원들은 이용을 안 해 비밀번호도 모릅니다.
[심 모 씨/아파트 경비원 : "퇴근해 버렸나 보네요. 번호를 알아야 내가 누르지..."]
휴게실이 있어도 못 쓰다 보니 새벽에 쪽잠을 자려면 그냥 경비초소에서 자야 합니다.
누울 공간이 없어 의자 위에 나무판자를 올리고 눈을 붙이기 일쑤입니다.
[심 모 씨/아파트 경비원 : "딱딱해서 못 자요. 의자가 흔들리잖아요, 잠자다 보면. 그래서 (접이식 침대) 가져온 거예요."]
새벽 시간 잠이 들었다가도 주민들이 와서 창문을 두드리면 일어나야 합니다.
[심 모 씨/아파트 경비원 : "이중주차가 돼 있잖아요. 새벽 2시에 차 빼달라고 하면, 인터폰 해서 '차 빼주세요' 하겠어요?"]
한 경비원은 휴게실에 밥상으로 쓸 탁자를 달라고 했다가 출근 8일 만에 계약을 해지당했습니다.
[C 씨/아파트 경비원 : "너무 열악한 거 아니냐고, 이것 좀 개선했으면 좋겠다고 (단톡방에) 올렸더니 (용역회사가) 같이 근무하기 힘들겠다 이렇게..."]
지난달부터 경비원 휴게시설의 온도나 소음규정 등 기준이 강화됐지만, 열악한 실태는 크게 변한 게 없습니다.
KBS 뉴스 신지수입니다.
[앵커]
이 문제 취재한 사회부 신지수 기자와 좀 더 짚어보겠습니다.
신 기자, 아파트 경비원들 쉬는 곳, 직접 가봤죠?
어땠습니까?
[기자]
아파트 2곳을 갔었는데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두 곳이 모두 지하에 있었습니다.
지하실은 냉난방 시설을 설치하기 힘들고, 채광이나 환기가 열악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서울 구로구와 강서구에서 실태조사를 했는데요.
경비원 휴게실이 있는 아파트 절반 가량은 휴게실이 지하에 있었습니다.
[앵커]
지방자치단체에서 경비원 지원 조례도 만든 걸로 알고 있는데요.
도움이 안 되나 봐요.
[기자]
지금까지 경비원 지원 조례를 제정한 지자체가 60여 곳입니다.
문제는 입주자들이 무관심하거나 의지가 없으면 소용이 없다는 건데요.
서울 구로구는 지난해 8월 조례를 통과시켰는데, 지금까지 환경 개선 보조금을 탄 아파트 단지는 3곳 뿐입니다.
입주민들이 직접 사업을 신청해야 하고, 사업자금 100%를 구청이 주는 게 아니라 주민들 부담도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경비원들이 먼저 얘기를 꺼내기도 어렵습니다.
[앵커]
그런데 앞서 봤듯이 경비원 휴게시설 기준이 최근에 강화됐잖아요?
[기자]
네, 네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냉난방 시설이 설치돼 있어야 하고요.
적정한 온도와 소음 규정도 생겼습니다.
그런데 이런 규정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거죠.
[앵커]
규정이 있는데, 왜 안 지키는 겁니까?
[기자]
당장은 안 지켜도 별 문제가 없기 때문입니다.
흔히 경비원들이 24시간 맞교대로 근무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감시단속적 근로자라고 해서 감시를 주로 하는 일, 또 중간에 쉬는 시간도 있는 근로 형태로 봅니다.
그런데 감시단속적 근로자로 경비원을 고용하려면 고용노동부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한번 승인을 받아 놓으면 경비원 용역업체를 바꾸지 않는 한 누가 와서 휴게실 규정을 잘 지키는지 따지지 않거든요.
이 때문에 정기적으로 재승인을 받게 하는 법안도 발의됐지만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습니다.
[앵커]
신지수 기자, 여기까지 듣죠.
촬영기자:김진환 김정은 유용규/영상편집:여동용
아파트 경비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 문제, 여러 차례 전해드렸는데요.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정부 방침에도 불구하고, 경비원들의 현실은 크게 달라진 게 없습니다.
밤샘 근무 도중 쉴 곳도 마땅치 않은 이들의 실태, 신지수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490여 세대가 사는 한 아파트 경비원 휴게실입니다.
37년된 아파트 지하 공간으로,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쓰레기 포대와 청소도구가 있고, 주민들이 버린 옷장을 사물함으로 씁니다.
[A 씨/아파트 경비원 : "주민들이 오래 쓰다가 또 이사를 가거나 하면, 버리면 갖다가 이렇게..."]
천장에 회색 자재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데, 1급 발암물질인 석면입니다.
[A 씨/아파트 경비원 : "어떤 사람들은 가렵다고 하는 경우도 있고 여기서 자면..."]
경비원들은 심야 시간대 이곳에서 네댓 시간 눈을 붙입니다.
버려진 침대 두개를 가져와 전기장판을 깔았고, 추울 땐 전기히터를 틉니다.
[B 씨/아파트 경비원 : "한겨울 영하로 내려가면 여기서 냉기가 나온다고, 시멘트가 어니까. 전기장판이 이 한기를 없애 주는 건 아니잖아요. 그냥 닿는 데만 따뜻한 거지."]
다른 아파트 경비원 휴게실 한 곳을 찾아가 봤습니다.
여기도 지하에 있는데, 문이 잠겨 있습니다.
경비원들은 이용을 안 해 비밀번호도 모릅니다.
[심 모 씨/아파트 경비원 : "퇴근해 버렸나 보네요. 번호를 알아야 내가 누르지..."]
휴게실이 있어도 못 쓰다 보니 새벽에 쪽잠을 자려면 그냥 경비초소에서 자야 합니다.
누울 공간이 없어 의자 위에 나무판자를 올리고 눈을 붙이기 일쑤입니다.
[심 모 씨/아파트 경비원 : "딱딱해서 못 자요. 의자가 흔들리잖아요, 잠자다 보면. 그래서 (접이식 침대) 가져온 거예요."]
새벽 시간 잠이 들었다가도 주민들이 와서 창문을 두드리면 일어나야 합니다.
[심 모 씨/아파트 경비원 : "이중주차가 돼 있잖아요. 새벽 2시에 차 빼달라고 하면, 인터폰 해서 '차 빼주세요' 하겠어요?"]
한 경비원은 휴게실에 밥상으로 쓸 탁자를 달라고 했다가 출근 8일 만에 계약을 해지당했습니다.
[C 씨/아파트 경비원 : "너무 열악한 거 아니냐고, 이것 좀 개선했으면 좋겠다고 (단톡방에) 올렸더니 (용역회사가) 같이 근무하기 힘들겠다 이렇게..."]
지난달부터 경비원 휴게시설의 온도나 소음규정 등 기준이 강화됐지만, 열악한 실태는 크게 변한 게 없습니다.
KBS 뉴스 신지수입니다.
[앵커]
이 문제 취재한 사회부 신지수 기자와 좀 더 짚어보겠습니다.
신 기자, 아파트 경비원들 쉬는 곳, 직접 가봤죠?
어땠습니까?
[기자]
아파트 2곳을 갔었는데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두 곳이 모두 지하에 있었습니다.
지하실은 냉난방 시설을 설치하기 힘들고, 채광이나 환기가 열악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서울 구로구와 강서구에서 실태조사를 했는데요.
경비원 휴게실이 있는 아파트 절반 가량은 휴게실이 지하에 있었습니다.
[앵커]
지방자치단체에서 경비원 지원 조례도 만든 걸로 알고 있는데요.
도움이 안 되나 봐요.
[기자]
지금까지 경비원 지원 조례를 제정한 지자체가 60여 곳입니다.
문제는 입주자들이 무관심하거나 의지가 없으면 소용이 없다는 건데요.
서울 구로구는 지난해 8월 조례를 통과시켰는데, 지금까지 환경 개선 보조금을 탄 아파트 단지는 3곳 뿐입니다.
입주민들이 직접 사업을 신청해야 하고, 사업자금 100%를 구청이 주는 게 아니라 주민들 부담도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경비원들이 먼저 얘기를 꺼내기도 어렵습니다.
[앵커]
그런데 앞서 봤듯이 경비원 휴게시설 기준이 최근에 강화됐잖아요?
[기자]
네, 네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냉난방 시설이 설치돼 있어야 하고요.
적정한 온도와 소음 규정도 생겼습니다.
그런데 이런 규정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거죠.
[앵커]
규정이 있는데, 왜 안 지키는 겁니까?
[기자]
당장은 안 지켜도 별 문제가 없기 때문입니다.
흔히 경비원들이 24시간 맞교대로 근무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감시단속적 근로자라고 해서 감시를 주로 하는 일, 또 중간에 쉬는 시간도 있는 근로 형태로 봅니다.
그런데 감시단속적 근로자로 경비원을 고용하려면 고용노동부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한번 승인을 받아 놓으면 경비원 용역업체를 바꾸지 않는 한 누가 와서 휴게실 규정을 잘 지키는지 따지지 않거든요.
이 때문에 정기적으로 재승인을 받게 하는 법안도 발의됐지만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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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수 기자, 여기까지 듣죠.
촬영기자:김진환 김정은 유용규/영상편집:여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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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수 기자 j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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