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이틀째 잠행 이준석, 일단 판은 흔들었는데…

입력 2021.12.01 (17:48) 수정 2021.12.0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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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 11월 29일 밤 늦게 SNS에 딱 이 말만 남긴 채 돌연 증발했습니다.

국민의힘 당 대표이자 상임선대위원장 겸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인 이준석 대표 얘기입니다.

■ 초유의 '당대표 잠적 사태'…뒤숭숭한 국민의힘

대선을 채 100일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당대표 잠적 사태'가 발생하자 당은 벌집을 쑤신 듯 뒤숭숭한 분위기입니다.

당 내에선 윤 후보의 2박 3일 충청 방문 일정을 보도를 보고 알게 됐다는 '대표 패싱 논란'과 더불어, 이 대표가 반대한 이수정 경기대 교수의 선대위 영입으로 인해 그동안 쌓인 불만이 터졌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이 대표의 의중을 파악하라는 윤석열 후보의 지시를 받고 권성동 사무총장이 30일 오후, 노원병 당원협의회 사무실을 찾았지만, 이 대표를 만날 순 없었습니다.

그런데 잠적한 이 대표는 의외의 장소에서 포착됐습니다. 부산이었습니다. 김용태 청년최고위원과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 등 측근들도 동행했습니다.

어제(30일) 오후 김해공항에서 KBS 취재진에 포착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어제(30일) 오후 김해공항에서 KBS 취재진에 포착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이후 이 대표는 이성권 부산시 정무특보와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며 지역 현안을 논의한 데 이어 국민의힘 원로 정치인인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배석자 없이 만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보란 듯이 장제원 사무실 방문도

정의화 전 의장은 "당과 나라 걱정을 나눴다"며 "당 내분으로 비치지 않도록 유념하고 후보 중심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정 전 의장은 또 "윤석열 후보가 정치 경험이 많지 않은 분이니 그 점 이해하면서 노력하라고 했고, 이 대표는 경청했다"며 심야 회동에서 나눈 대화 내용을 전했습니다.

'잠적인 듯 잠적 아닌 행보'에 대해 이 대표의 한 측근은 "정권 교체를 위해 어떻게 할 건지 큰 그림을 그리는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오늘(1일)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 지역구 사무실을 방문한 이준석 대표오늘(1일)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 지역구 사무실을 방문한 이준석 대표

1일에는 아예 보란 듯이 윤석열 후보의 최측근인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 지역구 사무실(부산 사상구)을 방문한 사실을 공지했습니다. 그 모습을 담은 사진도 기자들에게 제공했습니다. 당원 증감 추이 등 지역 현안과 관련해 당직자들과 대화를 나눴다는 게 이 대표 측 설명입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합니다.

많은 부산 지역 국민의힘 의원 사무실 중에 하필이면 장제원 의원 지역구 사무실을 콕 집어 방문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대표는 지난 8월 당 내 경선 레이스가 시작될 때, 경선룰을 놓고 윤석열 후보 캠프 관계자들과 신경전을 벌인 뒤 지금까지 숱한 갈등을 겪어왔습니다.

윤석열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에도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선대위 합류 문제와 윤석열 후보 선대위 인선, 운영 방향 등을 놓고 사사건건 부딪쳤습니다.

그만큼 갈등의 골이 깊은 상태입니다. 특히 장 의원과는 공개적으로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워 왔습니다.

■ '잠적인 듯 잠적 아닌' 이준석…노림수는?

이 때문에, 이 대표가 장 의원 지역구 사무실을 찾은 행위 자체가 '대놓고 불만 표시'와 더불어 '경고장을 날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도 "'윤핵관'으로 불리는 '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 발'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그 내용이 자신을 겨냥하는 데 대해 (대표가) 쌓인 게 있었다. 이 시기에 매듭을 한번 짓고 가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며 이런 해석을 뒷받침했습니다.


이준석 대표가 '이대로 흘러가면 안 된다'고 보고, 판을 뒤흔듦으로써 김종인 전 위원장이 선대위 총괄 사령탑으로 합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 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장제원 의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의 지역구 사무실 방문과 관련해 "나도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특별한 입장은 없다"며 "이 대표가 일상적 방문이라고 하니 그냥 그렇게 받아들인다"고 밝혔습니다.

■ 이준석 '잠행'에 엇갈린 시각

이 대표의 '일정 보이콧'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관심사입니다.

이에 대해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이번 주까지는 대표가 예정된 행사와 일정을 다 취소할 거 같고, 언제 서울로 돌아올 지도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당분간 잠행이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윤 후보는 이 대표 잠적과 관련해 "자세한 이유는 만나서 얘기를 들어봐야 알 거 같다"며 "얘기를 듣기로는 본인(대표) 휴대전화를 다 꺼놓고 있다고 해서, 무리하게 연락을 하는 것보다 본인이 생각을 정리한 뒤 당무에 복귀하게 되면 (대화를 나누겠다)"고 밝혔습니다.

당장 이 대표의 소재를 파악해 만나는 것보다는 선대위 회의 등을 통해 대화하겠다는 뜻을 밝힌 겁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당 내 시선은 엇갈리는 기류입니다.

'당 대표까지 설 자리를 잃으면 대선을 어떻게 치르려는 건가. 후보가 리더십을 발휘할 때다'(김태호 의원)라며 후보의 역할을 주문하는가 하면, '집권을 꿈꾸는 야당 대표인가, 정권 교체를 포기한 야당 대표인가'(장성민 전 의원)라며 이 대표를 규탄하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윤 후보 측 일부 관계자는 "이건 일종의 권력 투쟁이다. 300만 당원을 대표하는 당 대표가 이런 식으로 떼를 쓰는 게 맞는거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다만 대선을 앞두고 적전 분열과 자중지란이 길어질수록 국민의힘과 윤 후보, 이 대표 모두에게 '마이너스'라는 데는 다들 동의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럼에도 내홍은 확산 되는 양상입니다.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선 '이준석 대표를 탄핵해야 한다'는 글이 쏟아지고 있고, 이에 맞서 '대표 패싱은 안 된다'는 반박 글이 올라오는 등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2016년 3월 24일 '옥새 파동' 당시 부산 영도다리를 찾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2016년 3월 24일 '옥새 파동' 당시 부산 영도다리를 찾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당 안팎에선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벌어졌던 김무성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의 옥새 파동이 연상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옥새 파동'이란 김무성 대표가 20대 총선 후보자 등록 마감을 하루 앞두고, 친박계 공천에 반발해 공천안에 당 대표 직인을 찍지 않고 부산 영도다리를 찾은 일화를 뜻합니다.

'옥새 파동' 여파로 새누리당은 20대 총선에서 참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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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심야심] 이틀째 잠행 이준석, 일단 판은 흔들었는데…
    • 입력 2021-12-01 17:48:36
    • 수정2021-12-01 17:49:47
    여심야심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 11월 29일 밤 늦게 SNS에 딱 이 말만 남긴 채 돌연 증발했습니다.

국민의힘 당 대표이자 상임선대위원장 겸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인 이준석 대표 얘기입니다.

■ 초유의 '당대표 잠적 사태'…뒤숭숭한 국민의힘

대선을 채 100일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당대표 잠적 사태'가 발생하자 당은 벌집을 쑤신 듯 뒤숭숭한 분위기입니다.

당 내에선 윤 후보의 2박 3일 충청 방문 일정을 보도를 보고 알게 됐다는 '대표 패싱 논란'과 더불어, 이 대표가 반대한 이수정 경기대 교수의 선대위 영입으로 인해 그동안 쌓인 불만이 터졌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이 대표의 의중을 파악하라는 윤석열 후보의 지시를 받고 권성동 사무총장이 30일 오후, 노원병 당원협의회 사무실을 찾았지만, 이 대표를 만날 순 없었습니다.

그런데 잠적한 이 대표는 의외의 장소에서 포착됐습니다. 부산이었습니다. 김용태 청년최고위원과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 등 측근들도 동행했습니다.

어제(30일) 오후 김해공항에서 KBS 취재진에 포착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이후 이 대표는 이성권 부산시 정무특보와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며 지역 현안을 논의한 데 이어 국민의힘 원로 정치인인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배석자 없이 만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보란 듯이 장제원 사무실 방문도

정의화 전 의장은 "당과 나라 걱정을 나눴다"며 "당 내분으로 비치지 않도록 유념하고 후보 중심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정 전 의장은 또 "윤석열 후보가 정치 경험이 많지 않은 분이니 그 점 이해하면서 노력하라고 했고, 이 대표는 경청했다"며 심야 회동에서 나눈 대화 내용을 전했습니다.

'잠적인 듯 잠적 아닌 행보'에 대해 이 대표의 한 측근은 "정권 교체를 위해 어떻게 할 건지 큰 그림을 그리는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오늘(1일)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 지역구 사무실을 방문한 이준석 대표
1일에는 아예 보란 듯이 윤석열 후보의 최측근인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 지역구 사무실(부산 사상구)을 방문한 사실을 공지했습니다. 그 모습을 담은 사진도 기자들에게 제공했습니다. 당원 증감 추이 등 지역 현안과 관련해 당직자들과 대화를 나눴다는 게 이 대표 측 설명입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합니다.

많은 부산 지역 국민의힘 의원 사무실 중에 하필이면 장제원 의원 지역구 사무실을 콕 집어 방문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대표는 지난 8월 당 내 경선 레이스가 시작될 때, 경선룰을 놓고 윤석열 후보 캠프 관계자들과 신경전을 벌인 뒤 지금까지 숱한 갈등을 겪어왔습니다.

윤석열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에도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선대위 합류 문제와 윤석열 후보 선대위 인선, 운영 방향 등을 놓고 사사건건 부딪쳤습니다.

그만큼 갈등의 골이 깊은 상태입니다. 특히 장 의원과는 공개적으로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워 왔습니다.

■ '잠적인 듯 잠적 아닌' 이준석…노림수는?

이 때문에, 이 대표가 장 의원 지역구 사무실을 찾은 행위 자체가 '대놓고 불만 표시'와 더불어 '경고장을 날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도 "'윤핵관'으로 불리는 '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 발'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그 내용이 자신을 겨냥하는 데 대해 (대표가) 쌓인 게 있었다. 이 시기에 매듭을 한번 짓고 가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며 이런 해석을 뒷받침했습니다.


이준석 대표가 '이대로 흘러가면 안 된다'고 보고, 판을 뒤흔듦으로써 김종인 전 위원장이 선대위 총괄 사령탑으로 합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 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장제원 의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의 지역구 사무실 방문과 관련해 "나도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특별한 입장은 없다"며 "이 대표가 일상적 방문이라고 하니 그냥 그렇게 받아들인다"고 밝혔습니다.

■ 이준석 '잠행'에 엇갈린 시각

이 대표의 '일정 보이콧'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관심사입니다.

이에 대해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이번 주까지는 대표가 예정된 행사와 일정을 다 취소할 거 같고, 언제 서울로 돌아올 지도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당분간 잠행이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윤 후보는 이 대표 잠적과 관련해 "자세한 이유는 만나서 얘기를 들어봐야 알 거 같다"며 "얘기를 듣기로는 본인(대표) 휴대전화를 다 꺼놓고 있다고 해서, 무리하게 연락을 하는 것보다 본인이 생각을 정리한 뒤 당무에 복귀하게 되면 (대화를 나누겠다)"고 밝혔습니다.

당장 이 대표의 소재를 파악해 만나는 것보다는 선대위 회의 등을 통해 대화하겠다는 뜻을 밝힌 겁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당 내 시선은 엇갈리는 기류입니다.

'당 대표까지 설 자리를 잃으면 대선을 어떻게 치르려는 건가. 후보가 리더십을 발휘할 때다'(김태호 의원)라며 후보의 역할을 주문하는가 하면, '집권을 꿈꾸는 야당 대표인가, 정권 교체를 포기한 야당 대표인가'(장성민 전 의원)라며 이 대표를 규탄하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윤 후보 측 일부 관계자는 "이건 일종의 권력 투쟁이다. 300만 당원을 대표하는 당 대표가 이런 식으로 떼를 쓰는 게 맞는거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다만 대선을 앞두고 적전 분열과 자중지란이 길어질수록 국민의힘과 윤 후보, 이 대표 모두에게 '마이너스'라는 데는 다들 동의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럼에도 내홍은 확산 되는 양상입니다.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선 '이준석 대표를 탄핵해야 한다'는 글이 쏟아지고 있고, 이에 맞서 '대표 패싱은 안 된다'는 반박 글이 올라오는 등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2016년 3월 24일 '옥새 파동' 당시 부산 영도다리를 찾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당 안팎에선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벌어졌던 김무성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의 옥새 파동이 연상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옥새 파동'이란 김무성 대표가 20대 총선 후보자 등록 마감을 하루 앞두고, 친박계 공천에 반발해 공천안에 당 대표 직인을 찍지 않고 부산 영도다리를 찾은 일화를 뜻합니다.

'옥새 파동' 여파로 새누리당은 20대 총선에서 참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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