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백현동 ‘50m 옹벽아파트’…수상한 안전성 심의?

입력 2021.12.01 (17:54) 수정 2022.01.10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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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m 높이의 수직 옹벽이 지어진 경기 성남시 백현동 판교 A아파트의 건축 심의 과정에서 안전성 문제가 여러 차례 제기됐던 것으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KBS는 이기인 성남시의원을 통해 2017년 3월부터 5월까지 열린 A아파트에 대한 성남시 건축위원회 심의 결과와 회의록을 입수했습니다. 성남시 건축위는 부시장을 위원장으로, 공무원과 건축구조·토목공학·교통 전문가 20여 명으로 구성됩니다.

이 심의는 성남시가 부지 용도를 녹지에서 준주거지로 4단계 상향 조정(2015년 9월)해 이른바 ‘특혜 논란’이 일고 나서 1년 6개월여 뒤 진행됐습니다.

KBS가 입수한 성남시 건축위원회 심의 결과와 회의록KBS가 입수한 성남시 건축위원회 심의 결과와 회의록

■ “옹벽 높이 15층 규모…안전성·위압감 문제 검토해야”

“옹벽의 안전성과 15층 높이의 위압감에 대한 문제를 고려해 타기관 검토를 요함”
“구조적 안전에 대한 옹벽 안전성 검토가 요구됨”
- 2017년 제3차 건축 소위원회 심의 내용 발췌

유례없는 50m 옹벽은 2017년 3월 열린 제3차 건축소위원회 굴토심의(굴착공사의 안전성과 적정성을 검토하는 심의) 때부터 안전성 문제가 지적됐습니다.

한 위원은 “구조적으로 (옹벽이)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보완할 건지에 대해 대책이 안 보인다”라고 말합니다. 또 “15층 높이에 해당하는 옹벽이 노출되면 입주자가 주거지로 선택하는 데 결정적 문제가 있다”라는 의견도 나옵니다.

하지만 “한국지반공학회에서 전반적으로 (안전성을) 검토한 결과 괜찮은 것으로 중간보고서를 냈다”라는 반론도 있었습니다. 결국 전문기관의 심도 있는 검증을 다시 받는 조건으로 굴토심의는 ‘조건부 의결’ 됩니다.

■ “옹벽에 수압 걸리면 치명적…다시 설계하라”

“높은 옹벽이므로 유지관리를 위한 계측시스템을 설치할 것”
“자문단을 구성해 구조물의 안전성과 시공시에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이행할 것”
“지적사항을 반영해 재설계 후 재심의 신청할 것”
- 2017년 제4차 건축 본위원회 심의 내용 발췌

굴토심의를 통과한 ‘옹벽아파트’는 다음 단계인 구조안전 심의에서 제동이 걸립니다.

2017년 4월 열린 심의에서 한 위원은 “산지 계곡부에 과거 흐르던 물이 있는데, 옹벽에 수압이 걸리면 치명적”이라고 주장합니다. 또 다른 위원은 “토목 구조와 기술사로 구성된 자문단을 구성해서 한 번 더 검토하자”라고 말합니다. “옹벽이 50m 이상 되는 경우가 없는데, 영구계측기(구조물 위험 요소를 사전 인지하는 시스템)를 설치해야 한다”라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전문가들의 부정적 의견이 계속 이어지자, 위원회는 ‘재검토 의결’ 결정을 합니다. 재설계 등 대책이 마련 되기 전까지 심의를 통과시키기 어렵다는 결정입니다.

■ ‘기권 5명’ 표결 끝에 심의 통과…“이례적 의결”

“옹벽 안전에 대한 조치사항 철저히 검증하고 보완해 실행”
- 2017년 제5차 건축 본위원회 심의 내용 발췌

한 달 뒤(2017년 5월) 개최된 구조안전 심의에서 옹벽 문제는 또다시 화두가 됩니다.

여기서는 한국지반공학회가 수행한 옹벽에 대한 연구보고서가 언급됩니다. 한 위원이 “연구보고서가 학회장이 거의 혼자 연구한 것 같고, 참여 연구원은 환경기후변화센터에 소속된 분”이라고 지적한 겁니다. 이어 “옹벽 부분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부지인데,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총체적으로 부실한 심의”라는 말까지 회의에서 나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지반공학회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단체이고, 학회 의견은 부정하기 어려우므로 조건부 통과했으면 좋겠다”라는 반론도 나옵니다.

의견이 엇갈리자 위원회는 결국 표결에 들어갑니다. 참석위원 14명 중에 조건부 의결 8명, 재심의 의결 1명, 기권 5명으로 ‘조건부 의결’로 최종 결론납니다.

현재 성남시 건축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는 안광림 시의원은 KBS에 “기권 5명이 나와 심의가 통과된 건 매우 이례적”이라면서 “압박이 있었을 수도 있고, 참석한 다수 위원이 ‘기권’이라는 형식으로 반대 의사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A아파트 커뮤니티 센터와 붙어있는 옹벽의 모습A아파트 커뮤니티 센터와 붙어있는 옹벽의 모습

■ ‘옹벽 아파트’ 준공 승인 보류…“안전성 확보해야”

5차 건축 본위원회에서 언급된 한국지반공학회의 연구보고서는 지난 9월 A아파트의 준공승인 보류(사용승인 검사 신청 반려)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성남시는 A아파트 입주에 앞서 6월 아파트 동별에 대해서는 준공 승인했지만, 옹벽과 붙은 커뮤니티 센터의 경우는 승인을 보류했습니다. 성남시가 A아파트 시행사인 ‘성남알앤디피에프브이’에 한국지반공학회와 대한건축학회가 수행한 안전성 검사 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는데, 두 개 보고서 중 한국지반공학회의 보고서는 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지반공학회 보고서에 옹벽 안전에 대한 부정적 내용이 담긴 것 아니냐는 한 일간지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결국, 성남시는 9월 14일 아파트단지 전체에 대한 준공 승인을 보류했고, A아파트 주민들은 현재 커뮤니티 센터를 이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A아파트 시행사인 ‘성남알앤디피에프브이’는 아파트단지 전체가 아닌 동별 준공 승인만 내주는 건 부당하다며 지난 6월 수원지법에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이 재판 선고는 오는 24일로 예정돼 있습니다.

성남시의회 이기인 의원성남시의회 이기인 의원

이기인 의원은 “현재 A아파트 옹벽에 설치된 앵커를 실시간으로 계측 관리할 기계가 충분히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3개밖에 설치되어 있는 것으로 안다”라면서 “안전성 확보를 위해 실시간 계측 관리가 필요하고, 나아가 무리한 용도 변경의 진원지도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 ‘옹벽 아파트’ 주민들 긴급회의…수원지검 성남지청서 수사

1223세대 규모의 A아파트는 지난 6월 입주가 시작됐습니다.

A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내일(2일) 오후 8시 임시 회의를 열고 준공 승인 보류 문제를 논의할 계획입니다.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는 KBS 통화에서 “입주민들이 준공 승인 보류로 재산권 행사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백현동 개발 관련 특혜를 줬다면서 검찰에 고발장을 낸 상태입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수원지검 성남지청으로 이송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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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남 백현동 ‘50m 옹벽아파트’…수상한 안전성 심의?
    • 입력 2021-12-01 17:54:52
    • 수정2022-01-10 15:15:04
    취재K

50m 높이의 수직 옹벽이 지어진 경기 성남시 백현동 판교 A아파트의 건축 심의 과정에서 안전성 문제가 여러 차례 제기됐던 것으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KBS는 이기인 성남시의원을 통해 2017년 3월부터 5월까지 열린 A아파트에 대한 성남시 건축위원회 심의 결과와 회의록을 입수했습니다. 성남시 건축위는 부시장을 위원장으로, 공무원과 건축구조·토목공학·교통 전문가 20여 명으로 구성됩니다.

이 심의는 성남시가 부지 용도를 녹지에서 준주거지로 4단계 상향 조정(2015년 9월)해 이른바 ‘특혜 논란’이 일고 나서 1년 6개월여 뒤 진행됐습니다.

KBS가 입수한 성남시 건축위원회 심의 결과와 회의록
■ “옹벽 높이 15층 규모…안전성·위압감 문제 검토해야”

“옹벽의 안전성과 15층 높이의 위압감에 대한 문제를 고려해 타기관 검토를 요함”
“구조적 안전에 대한 옹벽 안전성 검토가 요구됨”
- 2017년 제3차 건축 소위원회 심의 내용 발췌

유례없는 50m 옹벽은 2017년 3월 열린 제3차 건축소위원회 굴토심의(굴착공사의 안전성과 적정성을 검토하는 심의) 때부터 안전성 문제가 지적됐습니다.

한 위원은 “구조적으로 (옹벽이)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보완할 건지에 대해 대책이 안 보인다”라고 말합니다. 또 “15층 높이에 해당하는 옹벽이 노출되면 입주자가 주거지로 선택하는 데 결정적 문제가 있다”라는 의견도 나옵니다.

하지만 “한국지반공학회에서 전반적으로 (안전성을) 검토한 결과 괜찮은 것으로 중간보고서를 냈다”라는 반론도 있었습니다. 결국 전문기관의 심도 있는 검증을 다시 받는 조건으로 굴토심의는 ‘조건부 의결’ 됩니다.

■ “옹벽에 수압 걸리면 치명적…다시 설계하라”

“높은 옹벽이므로 유지관리를 위한 계측시스템을 설치할 것”
“자문단을 구성해 구조물의 안전성과 시공시에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이행할 것”
“지적사항을 반영해 재설계 후 재심의 신청할 것”
- 2017년 제4차 건축 본위원회 심의 내용 발췌

굴토심의를 통과한 ‘옹벽아파트’는 다음 단계인 구조안전 심의에서 제동이 걸립니다.

2017년 4월 열린 심의에서 한 위원은 “산지 계곡부에 과거 흐르던 물이 있는데, 옹벽에 수압이 걸리면 치명적”이라고 주장합니다. 또 다른 위원은 “토목 구조와 기술사로 구성된 자문단을 구성해서 한 번 더 검토하자”라고 말합니다. “옹벽이 50m 이상 되는 경우가 없는데, 영구계측기(구조물 위험 요소를 사전 인지하는 시스템)를 설치해야 한다”라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전문가들의 부정적 의견이 계속 이어지자, 위원회는 ‘재검토 의결’ 결정을 합니다. 재설계 등 대책이 마련 되기 전까지 심의를 통과시키기 어렵다는 결정입니다.

■ ‘기권 5명’ 표결 끝에 심의 통과…“이례적 의결”

“옹벽 안전에 대한 조치사항 철저히 검증하고 보완해 실행”
- 2017년 제5차 건축 본위원회 심의 내용 발췌

한 달 뒤(2017년 5월) 개최된 구조안전 심의에서 옹벽 문제는 또다시 화두가 됩니다.

여기서는 한국지반공학회가 수행한 옹벽에 대한 연구보고서가 언급됩니다. 한 위원이 “연구보고서가 학회장이 거의 혼자 연구한 것 같고, 참여 연구원은 환경기후변화센터에 소속된 분”이라고 지적한 겁니다. 이어 “옹벽 부분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부지인데,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총체적으로 부실한 심의”라는 말까지 회의에서 나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지반공학회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단체이고, 학회 의견은 부정하기 어려우므로 조건부 통과했으면 좋겠다”라는 반론도 나옵니다.

의견이 엇갈리자 위원회는 결국 표결에 들어갑니다. 참석위원 14명 중에 조건부 의결 8명, 재심의 의결 1명, 기권 5명으로 ‘조건부 의결’로 최종 결론납니다.

현재 성남시 건축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는 안광림 시의원은 KBS에 “기권 5명이 나와 심의가 통과된 건 매우 이례적”이라면서 “압박이 있었을 수도 있고, 참석한 다수 위원이 ‘기권’이라는 형식으로 반대 의사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A아파트 커뮤니티 센터와 붙어있는 옹벽의 모습
■ ‘옹벽 아파트’ 준공 승인 보류…“안전성 확보해야”

5차 건축 본위원회에서 언급된 한국지반공학회의 연구보고서는 지난 9월 A아파트의 준공승인 보류(사용승인 검사 신청 반려)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성남시는 A아파트 입주에 앞서 6월 아파트 동별에 대해서는 준공 승인했지만, 옹벽과 붙은 커뮤니티 센터의 경우는 승인을 보류했습니다. 성남시가 A아파트 시행사인 ‘성남알앤디피에프브이’에 한국지반공학회와 대한건축학회가 수행한 안전성 검사 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는데, 두 개 보고서 중 한국지반공학회의 보고서는 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지반공학회 보고서에 옹벽 안전에 대한 부정적 내용이 담긴 것 아니냐는 한 일간지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결국, 성남시는 9월 14일 아파트단지 전체에 대한 준공 승인을 보류했고, A아파트 주민들은 현재 커뮤니티 센터를 이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A아파트 시행사인 ‘성남알앤디피에프브이’는 아파트단지 전체가 아닌 동별 준공 승인만 내주는 건 부당하다며 지난 6월 수원지법에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이 재판 선고는 오는 24일로 예정돼 있습니다.

성남시의회 이기인 의원
이기인 의원은 “현재 A아파트 옹벽에 설치된 앵커를 실시간으로 계측 관리할 기계가 충분히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3개밖에 설치되어 있는 것으로 안다”라면서 “안전성 확보를 위해 실시간 계측 관리가 필요하고, 나아가 무리한 용도 변경의 진원지도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 ‘옹벽 아파트’ 주민들 긴급회의…수원지검 성남지청서 수사

1223세대 규모의 A아파트는 지난 6월 입주가 시작됐습니다.

A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내일(2일) 오후 8시 임시 회의를 열고 준공 승인 보류 문제를 논의할 계획입니다.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는 KBS 통화에서 “입주민들이 준공 승인 보류로 재산권 행사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백현동 개발 관련 특혜를 줬다면서 검찰에 고발장을 낸 상태입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수원지검 성남지청으로 이송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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