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차관 만난 ‘위안부’ 피해자들, 영국 다큐 주인공으로

입력 2021.12.02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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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박필근 할머니를 찾아가 만났다는 소식이 지난달 30일 전해졌습니다.

외교부는 보도자료에서, 최 차관이 할머니들의 안부를 확인하고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 방안 등에 대한 할머니들의 의견을 청취했다고 밝혔습니다.

최 차관은 보도자료를 배포한 당일 새벽 본인의 트위터에 "도대체, 왜, 무엇을 위해, 우리가 외교를 하는가에 대해 생각이 끊이지 않아 뒤척입니다. 죄송스러울 뿐입니다"라며 할머니들 면담 소식을 알렸습니다.

이번 만남은 외교부의 비공개 면담 요청으로 마련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할머니는 지난달 3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에게 면담을 요구했는데, 외교부가 3주 가량이 흐른 지난주에 차관 면담을 요청해 왔다고 합니다.

이 할머니는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회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또 일본이 ICJ 회부에 응하지 않는다면 한국 정부가 단독으로 유엔 고문방지협약 21조에 규정된 고문방지위원회(CAT)에 일본이 협약을 위반했다고 통보해, 조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할머니는 1일 김부겸 국무총리를 만난 자리에서도 이 같은 요구 사항을 전달했습니다.

■ 영국 공영방송, '위안부' 피해자 문제 조명…"日, 소녀들에게 성 노예 강제"

외교차관을 만난 두 할머니는, 최근 영국의 한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주인공으로 출연했습니다.

영국 공영방송 채널4는 지난달 26일 방영된 시사 다큐 프로그램 <보도되지 않은 세계(Unreported World)>에서, '일본의 전시 성 노예'라는 제목으로 20분 넘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다뤘습니다.
(▶ 다시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BZyYyXKG51s )

영국의 유력 일간지 가디언이 '오늘의 TV' 코너에서 해당 방송을 소개하는 등, 영국 사회에서도 적지 않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진행을 맡은 크리슈난 구루 머시(Krishnan Guru-Murthy) 기자는 "수십 년 동안의 침묵 끝에, 이용수 씨는 일본이 오랫동안 부인해 온 전쟁 범죄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면서 그녀의 목소리를 되찾았다"며 서두를 열었습니다.

그는 "1990년대에 일부 용감한 한국 여성들이 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일본이 무슨 일을 벌였는지에 대한 진실을 드러내기 전까지, 이는 어두운 비밀로 남아 있었다"면서 "그때부터 이 문제는 한국과 일본 사이에 긴장과 분노를 만들어 냈다"고 소개했습니다.

이어 "이 여성들은 '할머니(grandma)'라는 애칭으로 알려져 있는데 대부분 사망했다"면서 마지막 생존자 중 한 명인 이용수 할머니를 대구에서 만났다고 전했습니다.

11월 26일 영국에서 방영된 채널4의 시사 다큐 프로그램 ‘보도되지 않은 세계’의 한 장면. 진행자 크리슈난 구루 머시 기자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집을 찾고 있다. (출처: Unreported World 게시 유튜브 영상 캡처)11월 26일 영국에서 방영된 채널4의 시사 다큐 프로그램 ‘보도되지 않은 세계’의 한 장면. 진행자 크리슈난 구루 머시 기자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집을 찾고 있다. (출처: Unreported World 게시 유튜브 영상 캡처)

구루 머시 기자는 "이 할머니는 일본이 그녀와 같은 한국 소녀들에게 성 노예 일을 강제했다는 점을 인정하기를 원한다"면서 "그러나 지난 30년 간 외교가 (문재 해결에) 실패한 뒤, 그녀는 이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가져간다는 고부담의 새 전략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위안부' 문제를 유엔 고문방지위원회에 가져가야 한다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호소하는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 각 당 대선 후보를 차례로 만나 지지를 요청하는 이 할머니의 모습도 프로그램에서 비중 있게 소개했습니다.

이 할머니는 집에 찾아온 구루 머시 기자와 마주 앉아 "ICJ(국제사법재판소)에 꼭 가야해요. 사죄받기 위해서. 지금까지, 죽을 때까지 끝까지 할 겁니다. 이웃 나라, 약한 나라를 일본이 피해자가 많아요. 그 피해자들도 회복시킬 거예요. 명예 회복이 되도록 할 거예요"라고 말했습니다.

기자는 "1930년대부터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일본군이 강제하거나 속여서 성 노예에 동원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일제 식민지 여성과 소녀는 20만 명으로 추산된다"면서 "그들은 완곡하게 '위안부'라고 불렸으며, 보통 군인들이 있는 외국 위안소 어디로나 보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생존자들은 이를 집단 납치, 강간이라고 부른다"고 밝혔습니다.

■ 이용수 할머니 증언에 "참혹한 이야기"…류석춘 전 교수 인터뷰도

이용수 할머니는 14살의 나이에 한 일본 남자가 자신을 대구역으로 끌고 가 기차에 태웠다면서 "장난인 줄 알았다"고 회상했습니다.

구루 머시 기자는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들어가는 것은 이 할머니에게는 고통스러운 일"이라면서 "그러나 그녀(이 할머니)는 일본이 무엇에 사과를 해야하는지 전 세계가 알기를 원했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나에게 해주겠다고 요청했다"고 전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과거 자신이 겪은 피해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출처: Unreported World 게시 유튜브 영상 캡처)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과거 자신이 겪은 피해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출처: Unreported World 게시 유튜브 영상 캡처)

"이제 얼마나 상하이에서 있었는지 모르는데 어느 날 배가 가기 시작했어요. 내가 막 토하고 머리도 아프고 해서 기어 가지고 화장실을 갔어요. 일어서려고 보니까 군인 구두가 이렇게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또 이래 보니까 군인이 못나오게 딱 막더라고요. 그래서 군인 팔을 세게 물었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이 사람이 여기(뺨)를 때리는 그건 (느낌이) 났는데 그 당시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어요. 그러니까 언니들이 와서 보니까 (제가)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 있었어요. 그래서 담요를 이래 들쳐 보니까, 내가 이렇게 보니까 언니들한테 막 달려 들어요. 그때까지도 나는 왜 그렇게 달려드는지 몰랐어요."

- 이용수 할머니, 영국 채널4 '보도되지 않은 세계' 인터뷰 중

이 같은 이 할머니의 고백을 구루 머시 기자는 "물리적, 성적, 심리적 아동 학대의 참혹한 이야기"라고 평가했습니다.

이후 프로그램은 '위안부' 피해자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수요시위 맞대응 성격의 시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비춥니다.

그러면서 이 현장에서 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를 인터뷰했습니다. 지난해 정년 퇴임한 류 전 교수는 2019년 학교 강의 도중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에 비유해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이 일관적이지 않다면서 “1살이든 92살이든 거짓말쟁이는 거짓말쟁이”라고 말했다.  (출처: Unreported World 게시 유튜브 영상 캡처)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이 일관적이지 않다면서 “1살이든 92살이든 거짓말쟁이는 거짓말쟁이”라고 말했다. (출처: Unreported World 게시 유튜브 영상 캡처)

류 전 교수는 "이 여성들이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냐"고 묻는 구루 머시 기자의 질문에 "그들이 처음 세상에 나와 소위 '진실'이라는 걸 말했을 때, 그들이 그때 말했던 이야기랑 지금 말하는 이야기가 완전히 다르다"면서 피해자들의 증언이 일관적이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그들이 강요를 당한 건지 아니면 자발적으로 간 건지, 노예였는지 또는 돈을 받는 매춘부였는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왜 증언을 못믿는 거냐"는 질문에 류 전 교수는 일본군 문서를 근거로 들며 "그들은 매춘 알선업자한테서 여성들을 모집했는데, 그 알선업자들은 17세 이하의 어떤 여성도 데리고 올 수 없었다고 돼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기자는 "그 알선업자들이 소녀들에게 나이를 물었다고 생각하냐"고 물었고, 류 전 교수는 "당사자나 부모에게 물었을 것"이라고 응수했습니다. 또 "92살 여성을 거짓말쟁이로 부르는 게 부끄럽지 않냐"는 물음에는 웃으면서 "1살이든 92살이든 거짓말쟁이는 거짓말쟁이"라고 말했습니다.

■ "시간 너무 지났다" 한탄…옥스포드 대학서 특별상영회 예정

프로그램은 후반부에 "우리는 세상에 (신원이) 알려진 또 다른 유일한 생존자인 '박 할머니'를 만나러 갔다"면서 포항에 사는 박필근 할머니와 이용수 할머니가 만나는 장면도 다뤘습니다.

박 할머니는 "일본의 사과를 위해 싸우고 싶으시냐,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시냐"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 "너무 지나갔다. 오늘 죽든 내일 죽든 죽을 때 돼서 뭐하겠나"라고 한탄했습니다.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싶냐는 질문에는 "(이용수 할머니와) 똑같이 해야죠. (움직이지 못해도) 마음이라도 해야죠"라고 대답했습니다.


프로그램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채널4의 문의에 "이 사건('위안부' 문제)을 국제재판소에 맡기는 방안을 주의깊게 고려할 것"이라고 답변했습니다. 반면 일본 정부는 답변을 거부하며,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로 이 문제는 해결됐다는 입장을 유지했습니다.

구루 머시 기자는 이 할머니가 피해 사실에 대해 갖는 분노 만큼이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데 대해서도 큰 분노를 가진 것 같았다고 마지막에 소회를 밝혔습니다.

이 할머니가 대표로 있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ICJ 회부 추진위원회 소속 신희석 박사는 "'위안부' 문제가 단순히 한일 간의 문제가 아니라 보편적인 여성 인권 문제이고, 이용수 할머니께서 정의와 인권 실현을 위해 앞장서는 것에 국제적 관심이 높은 것을 (이 프로그램이) 보여줬다"고 말했습니다.

영국 디지털 고고학 연구소(The Institute of Digital Archaeology, IDA) 등은 영국 현지시간으로 오는 6일 저녁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이 다큐멘터리를 특별 상영하고, 구루 머시 기자 등이 참석하는 토론회도 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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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교차관 만난 ‘위안부’ 피해자들, 영국 다큐 주인공으로
    • 입력 2021-12-02 07:02:41
    취재K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박필근 할머니를 찾아가 만났다는 소식이 지난달 30일 전해졌습니다.

외교부는 보도자료에서, 최 차관이 할머니들의 안부를 확인하고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 방안 등에 대한 할머니들의 의견을 청취했다고 밝혔습니다.

최 차관은 보도자료를 배포한 당일 새벽 본인의 트위터에 "도대체, 왜, 무엇을 위해, 우리가 외교를 하는가에 대해 생각이 끊이지 않아 뒤척입니다. 죄송스러울 뿐입니다"라며 할머니들 면담 소식을 알렸습니다.

이번 만남은 외교부의 비공개 면담 요청으로 마련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할머니는 지난달 3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에게 면담을 요구했는데, 외교부가 3주 가량이 흐른 지난주에 차관 면담을 요청해 왔다고 합니다.

이 할머니는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회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또 일본이 ICJ 회부에 응하지 않는다면 한국 정부가 단독으로 유엔 고문방지협약 21조에 규정된 고문방지위원회(CAT)에 일본이 협약을 위반했다고 통보해, 조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할머니는 1일 김부겸 국무총리를 만난 자리에서도 이 같은 요구 사항을 전달했습니다.

■ 영국 공영방송, '위안부' 피해자 문제 조명…"日, 소녀들에게 성 노예 강제"

외교차관을 만난 두 할머니는, 최근 영국의 한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주인공으로 출연했습니다.

영국 공영방송 채널4는 지난달 26일 방영된 시사 다큐 프로그램 <보도되지 않은 세계(Unreported World)>에서, '일본의 전시 성 노예'라는 제목으로 20분 넘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다뤘습니다.
(▶ 다시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BZyYyXKG51s )

영국의 유력 일간지 가디언이 '오늘의 TV' 코너에서 해당 방송을 소개하는 등, 영국 사회에서도 적지 않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진행을 맡은 크리슈난 구루 머시(Krishnan Guru-Murthy) 기자는 "수십 년 동안의 침묵 끝에, 이용수 씨는 일본이 오랫동안 부인해 온 전쟁 범죄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면서 그녀의 목소리를 되찾았다"며 서두를 열었습니다.

그는 "1990년대에 일부 용감한 한국 여성들이 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일본이 무슨 일을 벌였는지에 대한 진실을 드러내기 전까지, 이는 어두운 비밀로 남아 있었다"면서 "그때부터 이 문제는 한국과 일본 사이에 긴장과 분노를 만들어 냈다"고 소개했습니다.

이어 "이 여성들은 '할머니(grandma)'라는 애칭으로 알려져 있는데 대부분 사망했다"면서 마지막 생존자 중 한 명인 이용수 할머니를 대구에서 만났다고 전했습니다.

11월 26일 영국에서 방영된 채널4의 시사 다큐 프로그램 ‘보도되지 않은 세계’의 한 장면. 진행자 크리슈난 구루 머시 기자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집을 찾고 있다. (출처: Unreported World 게시 유튜브 영상 캡처)
구루 머시 기자는 "이 할머니는 일본이 그녀와 같은 한국 소녀들에게 성 노예 일을 강제했다는 점을 인정하기를 원한다"면서 "그러나 지난 30년 간 외교가 (문재 해결에) 실패한 뒤, 그녀는 이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가져간다는 고부담의 새 전략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위안부' 문제를 유엔 고문방지위원회에 가져가야 한다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호소하는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 각 당 대선 후보를 차례로 만나 지지를 요청하는 이 할머니의 모습도 프로그램에서 비중 있게 소개했습니다.

이 할머니는 집에 찾아온 구루 머시 기자와 마주 앉아 "ICJ(국제사법재판소)에 꼭 가야해요. 사죄받기 위해서. 지금까지, 죽을 때까지 끝까지 할 겁니다. 이웃 나라, 약한 나라를 일본이 피해자가 많아요. 그 피해자들도 회복시킬 거예요. 명예 회복이 되도록 할 거예요"라고 말했습니다.

기자는 "1930년대부터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일본군이 강제하거나 속여서 성 노예에 동원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일제 식민지 여성과 소녀는 20만 명으로 추산된다"면서 "그들은 완곡하게 '위안부'라고 불렸으며, 보통 군인들이 있는 외국 위안소 어디로나 보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생존자들은 이를 집단 납치, 강간이라고 부른다"고 밝혔습니다.

■ 이용수 할머니 증언에 "참혹한 이야기"…류석춘 전 교수 인터뷰도

이용수 할머니는 14살의 나이에 한 일본 남자가 자신을 대구역으로 끌고 가 기차에 태웠다면서 "장난인 줄 알았다"고 회상했습니다.

구루 머시 기자는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들어가는 것은 이 할머니에게는 고통스러운 일"이라면서 "그러나 그녀(이 할머니)는 일본이 무엇에 사과를 해야하는지 전 세계가 알기를 원했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나에게 해주겠다고 요청했다"고 전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과거 자신이 겪은 피해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출처: Unreported World 게시 유튜브 영상 캡처)
"이제 얼마나 상하이에서 있었는지 모르는데 어느 날 배가 가기 시작했어요. 내가 막 토하고 머리도 아프고 해서 기어 가지고 화장실을 갔어요. 일어서려고 보니까 군인 구두가 이렇게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또 이래 보니까 군인이 못나오게 딱 막더라고요. 그래서 군인 팔을 세게 물었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이 사람이 여기(뺨)를 때리는 그건 (느낌이) 났는데 그 당시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어요. 그러니까 언니들이 와서 보니까 (제가)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 있었어요. 그래서 담요를 이래 들쳐 보니까, 내가 이렇게 보니까 언니들한테 막 달려 들어요. 그때까지도 나는 왜 그렇게 달려드는지 몰랐어요."

- 이용수 할머니, 영국 채널4 '보도되지 않은 세계' 인터뷰 중

이 같은 이 할머니의 고백을 구루 머시 기자는 "물리적, 성적, 심리적 아동 학대의 참혹한 이야기"라고 평가했습니다.

이후 프로그램은 '위안부' 피해자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수요시위 맞대응 성격의 시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비춥니다.

그러면서 이 현장에서 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를 인터뷰했습니다. 지난해 정년 퇴임한 류 전 교수는 2019년 학교 강의 도중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에 비유해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이 일관적이지 않다면서 “1살이든 92살이든 거짓말쟁이는 거짓말쟁이”라고 말했다.  (출처: Unreported World 게시 유튜브 영상 캡처)
류 전 교수는 "이 여성들이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냐"고 묻는 구루 머시 기자의 질문에 "그들이 처음 세상에 나와 소위 '진실'이라는 걸 말했을 때, 그들이 그때 말했던 이야기랑 지금 말하는 이야기가 완전히 다르다"면서 피해자들의 증언이 일관적이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그들이 강요를 당한 건지 아니면 자발적으로 간 건지, 노예였는지 또는 돈을 받는 매춘부였는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왜 증언을 못믿는 거냐"는 질문에 류 전 교수는 일본군 문서를 근거로 들며 "그들은 매춘 알선업자한테서 여성들을 모집했는데, 그 알선업자들은 17세 이하의 어떤 여성도 데리고 올 수 없었다고 돼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기자는 "그 알선업자들이 소녀들에게 나이를 물었다고 생각하냐"고 물었고, 류 전 교수는 "당사자나 부모에게 물었을 것"이라고 응수했습니다. 또 "92살 여성을 거짓말쟁이로 부르는 게 부끄럽지 않냐"는 물음에는 웃으면서 "1살이든 92살이든 거짓말쟁이는 거짓말쟁이"라고 말했습니다.

■ "시간 너무 지났다" 한탄…옥스포드 대학서 특별상영회 예정

프로그램은 후반부에 "우리는 세상에 (신원이) 알려진 또 다른 유일한 생존자인 '박 할머니'를 만나러 갔다"면서 포항에 사는 박필근 할머니와 이용수 할머니가 만나는 장면도 다뤘습니다.

박 할머니는 "일본의 사과를 위해 싸우고 싶으시냐,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시냐"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 "너무 지나갔다. 오늘 죽든 내일 죽든 죽을 때 돼서 뭐하겠나"라고 한탄했습니다.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싶냐는 질문에는 "(이용수 할머니와) 똑같이 해야죠. (움직이지 못해도) 마음이라도 해야죠"라고 대답했습니다.


프로그램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채널4의 문의에 "이 사건('위안부' 문제)을 국제재판소에 맡기는 방안을 주의깊게 고려할 것"이라고 답변했습니다. 반면 일본 정부는 답변을 거부하며,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로 이 문제는 해결됐다는 입장을 유지했습니다.

구루 머시 기자는 이 할머니가 피해 사실에 대해 갖는 분노 만큼이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데 대해서도 큰 분노를 가진 것 같았다고 마지막에 소회를 밝혔습니다.

이 할머니가 대표로 있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ICJ 회부 추진위원회 소속 신희석 박사는 "'위안부' 문제가 단순히 한일 간의 문제가 아니라 보편적인 여성 인권 문제이고, 이용수 할머니께서 정의와 인권 실현을 위해 앞장서는 것에 국제적 관심이 높은 것을 (이 프로그램이) 보여줬다"고 말했습니다.

영국 디지털 고고학 연구소(The Institute of Digital Archaeology, IDA) 등은 영국 현지시간으로 오는 6일 저녁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이 다큐멘터리를 특별 상영하고, 구루 머시 기자 등이 참석하는 토론회도 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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