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내몰린 세입자들…‘난방기·자물쇠 뜯고 쫓아내’

입력 2021.12.02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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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추운 날씨 속에 하루 아침에 집에서 쫓겨난 세입자들. 집 도어락(자물쇠)과 난방 기기가 뜯긴 데다, 전기까지 차단되자 어쩔 도리가 없어 짐을 싸야 했습니다. 임시 거처를 전전하고 있습니다.

“공사가 덜 됐다”는 시행사 측과, “공사 잔금을 못 받아 유치권을 행사한다”는 시공사 측 다툼 속에 빚어진 일입니다. 그런데 공사가 덜 됐다며 갈등이 빚어졌는데, 이 건물, ‘사용 승인(준공)’도 이미 받은 상태입니다.

어찌 된 일일까요?

추운 날씨 속 쫓겨난 세입자들.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 신축 건물 앞 현장 모습. (사진 출처 : 시청자)추운 날씨 속 쫓겨난 세입자들.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 신축 건물 앞 현장 모습. (사진 출처 : 시청자)

하루아침에 거리로...난방기·자물쇠 뜯기고 전기 차단

지난달 중순 무렵 모습입니다. 세입자 수십 명이 집에 들어가지 못한 채 바깥에 서 있습니다. 퇴근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가려는데, 시공사 관계자들이 출입구를 막아서고 있었습니다.

결국, 경찰관까지 출동했지만 상황은 바뀐 게 없었습니다. 경찰관을 대동해 올라가, 집을 확인하고 이후 짐을 싸서 나왔습니다. 모두 11세대, 40명 안팎이 임시 거처를 알아봐야 했습니다.

당장 다음 날도 출근을 해야했기 때문입니다. 세입자들은 집 도어락(자물쇠)과 난방 기기가 뜯겼고, 결국 전기까지 차단되자 ‘살 수가 없어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화도 났지만, 황당하다고 말합니다. 준공도 난 건물이고, 당연히 계약도 하고 들어가 살고 있는 건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겠느냐는 겁니다.

지상 8층, 지하 1층 규모의 신축 다세대 주택.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 소재.지상 8층, 지하 1층 규모의 신축 다세대 주택.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 소재.

이런 일이 빚어진 곳은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의 한 신축 주거형 오피스텔 건물입니다. 지상 8층에 지하 1층, 60여 세대가 살 수 있게 지어졌습니다.

올해 1월 준공 심사(사용 승인)를 통과했고, 2~3월 7세대가 입주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시공사는 건물에 대한 ‘유치권 행사’에 들어갑니다.

지난달, 11세대가 추가 입주했고, 시공사 측은 유치권 행사 이후 들어온 세대에 대해서는 퇴거 조치를 하게 됩니다.


■ “공사 미 완료 vs 대금 못 받아” 시행사·시공사 다툼

세입자가 쫓겨난 건, 시행사와 시공사 간 다툼에서 비롯됩니다. 2017년 최초 건축 허가를 받고, 이후 시행사와 시공사가 바뀌었습니다.

2020년 완공 목표로 착공했지만 공사는 수차례 미뤄지고, 공사 대금 지급은 지연되고...4년여에 걸쳐 얽히고설킨 여러 사연이 있었습니다.

양측의 주장도 엇갈리는 부분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경찰이 수사를 통해 시시비비를 가리고 있습니다.

2020년 3월 완공 목표였지만, 같은 해 4월 골조 공사만 마친 상태. (사진 출처 : 시행사)2020년 3월 완공 목표였지만, 같은 해 4월 골조 공사만 마친 상태. (사진 출처 : 시행사)

핵심은 이렇게 정리됩니다. 먼저 시행사는 공사 기한이 1년 넘게 밀리면서 손해가 막심하다고 주장합니다. 또, ‘손님’을 맞이할 정도의 최소한의 마감 공사도 덜 됐다고 얘기합니다.

싱크대가 없는가 하면, 창문의 방충망도 없고, 옥상 칠도 안 된 데다 건설 자재도 곳곳에 남아 있다고 합니다.요컨대 공사 마무리가 안 된 만큼 잔금 지급은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건물 주차장 입구부터 내걸린 ‘유치권 행사’ 현수막.건물 주차장 입구부터 내걸린 ‘유치권 행사’ 현수막.

시공사는 사업 시작부터 시행사 측의 자금 여건이 좋지 않아 공사비 등 받아야 할 돈의 절반도 받지못하고 공사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여기에 토지 확보 비용의 일부나, 이후 수도와 전기를 끌어오는 비용 등을 자신들이 메워야 했다고 주장합니다. 남은 공사들도 잔금만 받으면 뚝딱, 해결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대금도 못 받을 상황인 만큼 유치권을 행사하기로 했고, 건물도 경매가 예정된 만큼 그간 건물의 재산 가치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본인들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얘기합니다.

또, 겨울철 동파 방지를 위해 ‘빈집’의 난방시설 물을 빼놨고, ‘빈집’에 시행사 측이 무단으로 자물쇠를 바꿔 달고 사람들을 들였기 때문에, 퇴거 조치를 해야 했다고 설명합니다.

자신들의 동의 없이 시행사가 받은 세입자였고, 이는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얘기입니다.


이미 사용승인(준공) 났는데...원주시 입장은?

이렇게 다툼이 있지만, 이 건물, 올해 1월 중순에 이미 사용승인(준공 심사 통과)을 받았습니다. 사람이 들어와 살아도 된다는 겁니다.

공사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싱크대나 건축 부자재의 경우 허가 심사 규정에 없다”는 설명이 돌아옵니다.

소규모 주택 건물의 경우(원주시는 30세대 미만)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을 적용받는다는 설명입니다.

이 건물은 60여 세대 규모지만 오피스텔 40세대 물량을 제외한 순수 주택 공급 물량이 30세대 미만이어서, 건축법 적용이 가능했습니다.

건축법은 건물 구조물의 안전 상태를 중점적으로 볼 뿐, ‘싱크대’ 등의 시설이 안 돼 있는지는 검토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또, 주택법을 적용했다면 설계 도면에 존재하는 물품까지도 같은 자재를 썼는지까지 등, 더 엄밀한 규정을 적용했겠지만, 당사자가 집합 건물이 아닌, 일반 건축허가를 받겠다고 한 만큼, 신청이 들어온 부분이 법상 적합한지를 봤다는 게 원주시의 설명입니다.

허가에 문제가 없다는 게 시 입장입니다.

파손 흔적이 남은 자물쇠. 아예 자물쇠가 사라진 세대도 다수.파손 흔적이 남은 자물쇠. 아예 자물쇠가 사라진 세대도 다수.

추위 속 쫓겨난 세입자들은 어떻게...?

결국, 이렇게 복잡한 이해 관계 속에서 손해를 본 건 쫓겨난 세입자들입니다. 돈도 받지 못한 채 하루아침에 짐을 싸서 나와서는 당장 살 곳이 급했는데요.

직장에서 더 멀리 떨어진 곳에 모텔 등의 숙박업소 신세를 지거나, 지금은 새 원룸 방을 구해 임시 거처로 삼고 있습니다. 문제는, 해법도 뚜렷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사용승인을 내준 원주시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도, 시행사와 시공사 간 다툼이지 딱히 행정력과 공권력으로 세입자들을 다시 집에 들일 수는 없는 상황인 겁니다.

당장 해결할 방법은 합의를 보거나 민, 형사 소송을 거쳐야 하지만, 대부분이 일용직 근로자인 만큼 시간도 돈도 마땅찮습니다.

결국, 세입자들은 “하루 빨리 이 문제가 해결되서, 일상을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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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리로 내몰린 세입자들…‘난방기·자물쇠 뜯고 쫓아내’
    • 입력 2021-12-02 15:48:35
    취재K
추운 날씨 속에 하루 아침에 집에서 쫓겨난 세입자들. 집 도어락(자물쇠)과 난방 기기가 뜯긴 데다, 전기까지 차단되자 어쩔 도리가 없어 짐을 싸야 했습니다. 임시 거처를 전전하고 있습니다.<br /><br />“공사가 덜 됐다”는 시행사 측과, “공사 잔금을 못 받아 유치권을 행사한다”는 시공사 측 다툼 속에 빚어진 일입니다. 그런데 공사가 덜 됐다며 갈등이 빚어졌는데, 이 건물, ‘사용 승인(준공)’도 이미 받은 상태입니다.<br /><br />어찌 된 일일까요?
추운 날씨 속 쫓겨난 세입자들.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 신축 건물 앞 현장 모습. (사진 출처 : 시청자)
하루아침에 거리로...난방기·자물쇠 뜯기고 전기 차단

지난달 중순 무렵 모습입니다. 세입자 수십 명이 집에 들어가지 못한 채 바깥에 서 있습니다. 퇴근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가려는데, 시공사 관계자들이 출입구를 막아서고 있었습니다.

결국, 경찰관까지 출동했지만 상황은 바뀐 게 없었습니다. 경찰관을 대동해 올라가, 집을 확인하고 이후 짐을 싸서 나왔습니다. 모두 11세대, 40명 안팎이 임시 거처를 알아봐야 했습니다.

당장 다음 날도 출근을 해야했기 때문입니다. 세입자들은 집 도어락(자물쇠)과 난방 기기가 뜯겼고, 결국 전기까지 차단되자 ‘살 수가 없어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화도 났지만, 황당하다고 말합니다. 준공도 난 건물이고, 당연히 계약도 하고 들어가 살고 있는 건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겠느냐는 겁니다.

지상 8층, 지하 1층 규모의 신축 다세대 주택.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 소재.
이런 일이 빚어진 곳은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의 한 신축 주거형 오피스텔 건물입니다. 지상 8층에 지하 1층, 60여 세대가 살 수 있게 지어졌습니다.

올해 1월 준공 심사(사용 승인)를 통과했고, 2~3월 7세대가 입주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시공사는 건물에 대한 ‘유치권 행사’에 들어갑니다.

지난달, 11세대가 추가 입주했고, 시공사 측은 유치권 행사 이후 들어온 세대에 대해서는 퇴거 조치를 하게 됩니다.


■ “공사 미 완료 vs 대금 못 받아” 시행사·시공사 다툼

세입자가 쫓겨난 건, 시행사와 시공사 간 다툼에서 비롯됩니다. 2017년 최초 건축 허가를 받고, 이후 시행사와 시공사가 바뀌었습니다.

2020년 완공 목표로 착공했지만 공사는 수차례 미뤄지고, 공사 대금 지급은 지연되고...4년여에 걸쳐 얽히고설킨 여러 사연이 있었습니다.

양측의 주장도 엇갈리는 부분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경찰이 수사를 통해 시시비비를 가리고 있습니다.

2020년 3월 완공 목표였지만, 같은 해 4월 골조 공사만 마친 상태. (사진 출처 : 시행사)
핵심은 이렇게 정리됩니다. 먼저 시행사는 공사 기한이 1년 넘게 밀리면서 손해가 막심하다고 주장합니다. 또, ‘손님’을 맞이할 정도의 최소한의 마감 공사도 덜 됐다고 얘기합니다.

싱크대가 없는가 하면, 창문의 방충망도 없고, 옥상 칠도 안 된 데다 건설 자재도 곳곳에 남아 있다고 합니다.요컨대 공사 마무리가 안 된 만큼 잔금 지급은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건물 주차장 입구부터 내걸린 ‘유치권 행사’ 현수막.
시공사는 사업 시작부터 시행사 측의 자금 여건이 좋지 않아 공사비 등 받아야 할 돈의 절반도 받지못하고 공사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여기에 토지 확보 비용의 일부나, 이후 수도와 전기를 끌어오는 비용 등을 자신들이 메워야 했다고 주장합니다. 남은 공사들도 잔금만 받으면 뚝딱, 해결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대금도 못 받을 상황인 만큼 유치권을 행사하기로 했고, 건물도 경매가 예정된 만큼 그간 건물의 재산 가치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본인들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얘기합니다.

또, 겨울철 동파 방지를 위해 ‘빈집’의 난방시설 물을 빼놨고, ‘빈집’에 시행사 측이 무단으로 자물쇠를 바꿔 달고 사람들을 들였기 때문에, 퇴거 조치를 해야 했다고 설명합니다.

자신들의 동의 없이 시행사가 받은 세입자였고, 이는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얘기입니다.


이미 사용승인(준공) 났는데...원주시 입장은?

이렇게 다툼이 있지만, 이 건물, 올해 1월 중순에 이미 사용승인(준공 심사 통과)을 받았습니다. 사람이 들어와 살아도 된다는 겁니다.

공사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싱크대나 건축 부자재의 경우 허가 심사 규정에 없다”는 설명이 돌아옵니다.

소규모 주택 건물의 경우(원주시는 30세대 미만)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을 적용받는다는 설명입니다.

이 건물은 60여 세대 규모지만 오피스텔 40세대 물량을 제외한 순수 주택 공급 물량이 30세대 미만이어서, 건축법 적용이 가능했습니다.

건축법은 건물 구조물의 안전 상태를 중점적으로 볼 뿐, ‘싱크대’ 등의 시설이 안 돼 있는지는 검토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또, 주택법을 적용했다면 설계 도면에 존재하는 물품까지도 같은 자재를 썼는지까지 등, 더 엄밀한 규정을 적용했겠지만, 당사자가 집합 건물이 아닌, 일반 건축허가를 받겠다고 한 만큼, 신청이 들어온 부분이 법상 적합한지를 봤다는 게 원주시의 설명입니다.

허가에 문제가 없다는 게 시 입장입니다.

파손 흔적이 남은 자물쇠. 아예 자물쇠가 사라진 세대도 다수.
추위 속 쫓겨난 세입자들은 어떻게...?

결국, 이렇게 복잡한 이해 관계 속에서 손해를 본 건 쫓겨난 세입자들입니다. 돈도 받지 못한 채 하루아침에 짐을 싸서 나와서는 당장 살 곳이 급했는데요.

직장에서 더 멀리 떨어진 곳에 모텔 등의 숙박업소 신세를 지거나, 지금은 새 원룸 방을 구해 임시 거처로 삼고 있습니다. 문제는, 해법도 뚜렷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사용승인을 내준 원주시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도, 시행사와 시공사 간 다툼이지 딱히 행정력과 공권력으로 세입자들을 다시 집에 들일 수는 없는 상황인 겁니다.

당장 해결할 방법은 합의를 보거나 민, 형사 소송을 거쳐야 하지만, 대부분이 일용직 근로자인 만큼 시간도 돈도 마땅찮습니다.

결국, 세입자들은 “하루 빨리 이 문제가 해결되서, 일상을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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