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공산당역사박물관② 시진핑의, 시진핑에 의한, 시진핑을 위한

입력 2021.12.05 (09:00) 수정 2021.12.05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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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월 중국 공산당 100주년을 기념해 베이징에 문을 연 공산당역사박물관. 중국식 공식 명칭은 ‘중국공산당역사전람관’이다.(조성원 기자)올해 6월 중국 공산당 100주년을 기념해 베이징에 문을 연 공산당역사박물관. 중국식 공식 명칭은 ‘중국공산당역사전람관’이다.(조성원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오늘의 중국을 이해하려면 중국 공산당을 이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내재적 접근법까지는 아니라도 실제 오늘의 중국은 공산당을 빼고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정부와 군, 사법 기관은 물론 미디어와 사회 기층 조직까지 모두 공산당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민간 기업에 대한 영향력도 절대적입니다. 공산당 당원만도 1억 명에 육박합니다.


■ 중국 공산당 100주년 기념해 역사박물관 6월 개관

그런 의미에서 올해 새로 문을 연 중국공산당역사박물관은 찾아볼 가치가 있습니다. 공산당이 지난 100년 역사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려하는지 짐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현대사를 이해하는데 의미있는 자료들이 적지 않습니다.

중국공산당역사박물관은 올해 6월 문을 열었습니다. 올해 7월 1일 공산당 100주년 기념 행사를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올림픽 주경기장과 중국 역사연구원이 인근에 있는 베이징 중심부에 세웠습니다.

중국식 명칭은 '중국공산당 역사전람관'.

외관을 떠받친 28개 기둥은 중국 공산당이 창당한 1921년부터 중화인민공화국 성립을 선포한 1949년까지 분투의 역사 28년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1층부터 세개 층에 역사 전시관을 마련했고, 4층은 관련 미술품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공산당역사박물관 전시관 입구. “불망초심 뇌기사명(不忘初心 牢記使命, 초심을 잊지 말고 사명을 명심하자)”이라는 공산당 선전 문구가 보인다.  (조성원 기자)공산당역사박물관 전시관 입구. “불망초심 뇌기사명(不忘初心 牢記使命, 초심을 잊지 말고 사명을 명심하자)”이라는 공산당 선전 문구가 보인다. (조성원 기자)

사전 예약과 몸 수색을 거쳐 박물관 건물에 들어가면 홀 전면의 대형 만리장성 그림이 시야를 압도합니다. 이어 역대 지도자들의 영상과 함께 시작되는 전시관.

“불망초심 뇌기사명(不忘初心 牢記使命, 초심을 잊지 말고 사명을 명심하자)”이라는 공산당 선전 문구가 보입니다. 이 박물관의 건립 목적을 짐작하게 합니다.


■ 시진핑 집권기 별도 구분...3차 '역사 결의'의 시각적 구현

중국 공산당 100년 역사를 시각적으로 압축한 이 박물관은 먼저 시대 구분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크게 네개의 시기로 나눕니다. 중국 공산당은 이를 신민주주의 혁명기 등으로 부르며 구분하지만 최고 지도자 집권기로 분류하는 편이 이해가 쉽습니다.

마오쩌둥(왼쪽)과 주더의 ‘징강산의 회합’ 장면. 중국 공산당 역사의 주요 장면을 곳곳에 대형 그림으로 재현했다. (조성원 기자)마오쩌둥(왼쪽)과 주더의 ‘징강산의 회합’ 장면. 중국 공산당 역사의 주요 장면을 곳곳에 대형 그림으로 재현했다. (조성원 기자)

이에 따르면 (1) 공산당 창당부터 마오쩌둥이 주도한 국공 내전 시기, (2)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이후 마오쩌둥 집권기, (3) 덩샤오핑-장쩌민-후진타오 집권기, (4) 시진핑 집권기로 나뉩니다.

중국 공산당 초기 전시관의 마르크스(오른쪽)와 엥겔스 동상(조성원 기자)중국 공산당 초기 전시관의 마르크스(오른쪽)와 엥겔스 동상(조성원 기자)

덩샤오핑과 장쩌민, 후진타오 집권기를 한데 묶고 시진핑 집권기를 별도로 구분한 점이 단연 눈에 띕니다.

시진핑 집권기를 별도 분류해 시 주석의 위상을 한껏 올렸습니다. 장쩌민, 후진타오와 같이 묶일 경우 시 주석도 이들처럼 10년 임기를 준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데, 시대 분리를 통해 이를 비껴가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역대 전국대표대회의 주요 인물, 의제 등을 전시했다.(조성원 기자)역대 전국대표대회의 주요 인물, 의제 등을 전시했다.(조성원 기자)
시 주석 집권기를 떼어낸 박물관의 시대 구분과 전시 내용은 중국 공산당이 11월 발표한 3차 '역사 결의'의 틀과 일치합니다. 3차 역사 결의가 올 들어 급히 내용을 정리한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 전 큰 틀을 잡았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그에 따라 공산당역사박물관이 전시물을 준비, 배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덩샤오핑 집권기의 주요 외교적 실적 장면도 전시했다. (조성원 기자)덩샤오핑 집권기의 주요 외교적 실적 장면도 전시했다. (조성원 기자)

중국 경제의 시장화를 상징하는 상하이 증권거래소 징(왼쪽)과 선전 증권거래소의 종 (조성원 기자)중국 경제의 시장화를 상징하는 상하이 증권거래소 징(왼쪽)과 선전 증권거래소의 종 (조성원 기자)
그런 의미에서 공산당역사박물관은 어찌 보면 그 자체로 3차 역사 결의의 시각적 구현이라 하겠습니다.


■ 대국외교·남중국해 등 중국의 주요 정책 기조와 방향 이해에 도움

시 주석 집권기 전시물의 내용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그리고 향후 중국의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공산당 100주년 기념 코너 앞에는 샤오캉 사회(중산층 사회)를 상징하는 솥이 전시돼 있다.(조성원 기자)중국 공산당 100주년 기념 코너 앞에는 샤오캉 사회(중산층 사회)를 상징하는 솥이 전시돼 있다.(조성원 기자)

시진핑 집권기 전시관은 전체적으로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추진, 샤오캉 사회 전면 완성,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건설을 위한 새로운 여정의 시작'이라는 긴 이름을 붙였습니다.

별도 기간으로 나누려면 아무래도 무언가 획기적이고 많은 업적을 냈다고 해야 정당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집권 시간 9년에 비해 전시 공간이 압도적으로 컸습니다.

코로나19 극복도 시 주석의 주요 업적으로 전시했다. (조성원 기자)코로나19 극복도 시 주석의 주요 업적으로 전시했다. (조성원 기자)

일대일로, 대국외교, 남중국해 권익 수호, 우주 개발, 중국몽, 코로나19 극복 등이 별도 코너로 꾸며져 있습니다. 남중국해 권익 수호를 주요 업적으로 내세운만큼 앞으로도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군사적으로 미국 등 주변 세력에 굽히지 않을 공산이 커보였습니다.

대국 외교 전시관의 구분도 주목할만 합니다. 대국 외교의 대상은 미국, 러시아, 유럽입니다.
나머지는 한데 묶어 주변 외교 대상입니다.

대국 외교의 대상으로 러시아, 미국, 유럽을 지목했다. (조성원 기자)대국 외교의 대상으로 러시아, 미국, 유럽을 지목했다. (조성원 기자)

■ 시진핑 관련 전시는 다른 지도자와 차별화

시진핑 주석은 시각적으로도 다른 지도자들과 사뭇 다르게 대접합니다. 시 주석만 대형 사진 천장에 특별히 하늘 장식을 해 환하고 돋보이게 했습니다.

시진핑 주석 전시 공간은 천장을 하늘 모습으로 환하게 장식했다. (조성원 기자)시진핑 주석 전시 공간은 천장을 하늘 모습으로 환하게 장식했다. (조성원 기자)

시 주석의 학생 시절부터 성장하는 모습도 사진으로 전시했습니다. 공산당 역사 100년 주요 장면 곳곳에 시 주석의 관련 어록과 관련 동정을 따로 전시했습니다.

시진핑 주석의 학생 시절부터 성장 과정 모습도 전시했다. (조성원 기자)시진핑 주석의 학생 시절부터 성장 과정 모습도 전시했다. (조성원 기자)

별도의 시대 구분과 압도적인 물량의 업적 전시는 시 주석 장기 집권을 정당화하는 근거를 제시하려는 의도로 보였습니다.

시진핑의, 시진핑에 의한, 시진핑을 위한 역사박물관이라 말할 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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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공산당역사박물관② 시진핑의, 시진핑에 의한, 시진핑을 위한
    • 입력 2021-12-05 09:00:47
    • 수정2021-12-05 10:52:53
    특파원 리포트
올해 6월 중국 공산당 100주년을 기념해 베이징에 문을 연 공산당역사박물관. 중국식 공식 명칭은 ‘중국공산당역사전람관’이다.(조성원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오늘의 중국을 이해하려면 중국 공산당을 이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내재적 접근법까지는 아니라도 실제 오늘의 중국은 공산당을 빼고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정부와 군, 사법 기관은 물론 미디어와 사회 기층 조직까지 모두 공산당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민간 기업에 대한 영향력도 절대적입니다. 공산당 당원만도 1억 명에 육박합니다.


■ 중국 공산당 100주년 기념해 역사박물관 6월 개관

그런 의미에서 올해 새로 문을 연 중국공산당역사박물관은 찾아볼 가치가 있습니다. 공산당이 지난 100년 역사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려하는지 짐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현대사를 이해하는데 의미있는 자료들이 적지 않습니다.

중국공산당역사박물관은 올해 6월 문을 열었습니다. 올해 7월 1일 공산당 100주년 기념 행사를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올림픽 주경기장과 중국 역사연구원이 인근에 있는 베이징 중심부에 세웠습니다.

중국식 명칭은 '중국공산당 역사전람관'.

외관을 떠받친 28개 기둥은 중국 공산당이 창당한 1921년부터 중화인민공화국 성립을 선포한 1949년까지 분투의 역사 28년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1층부터 세개 층에 역사 전시관을 마련했고, 4층은 관련 미술품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공산당역사박물관 전시관 입구. “불망초심 뇌기사명(不忘初心 牢記使命, 초심을 잊지 말고 사명을 명심하자)”이라는 공산당 선전 문구가 보인다.  (조성원 기자)
사전 예약과 몸 수색을 거쳐 박물관 건물에 들어가면 홀 전면의 대형 만리장성 그림이 시야를 압도합니다. 이어 역대 지도자들의 영상과 함께 시작되는 전시관.

“불망초심 뇌기사명(不忘初心 牢記使命, 초심을 잊지 말고 사명을 명심하자)”이라는 공산당 선전 문구가 보입니다. 이 박물관의 건립 목적을 짐작하게 합니다.


■ 시진핑 집권기 별도 구분...3차 '역사 결의'의 시각적 구현

중국 공산당 100년 역사를 시각적으로 압축한 이 박물관은 먼저 시대 구분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크게 네개의 시기로 나눕니다. 중국 공산당은 이를 신민주주의 혁명기 등으로 부르며 구분하지만 최고 지도자 집권기로 분류하는 편이 이해가 쉽습니다.

마오쩌둥(왼쪽)과 주더의 ‘징강산의 회합’ 장면. 중국 공산당 역사의 주요 장면을 곳곳에 대형 그림으로 재현했다. (조성원 기자)
이에 따르면 (1) 공산당 창당부터 마오쩌둥이 주도한 국공 내전 시기, (2)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이후 마오쩌둥 집권기, (3) 덩샤오핑-장쩌민-후진타오 집권기, (4) 시진핑 집권기로 나뉩니다.

중국 공산당 초기 전시관의 마르크스(오른쪽)와 엥겔스 동상(조성원 기자)
덩샤오핑과 장쩌민, 후진타오 집권기를 한데 묶고 시진핑 집권기를 별도로 구분한 점이 단연 눈에 띕니다.

시진핑 집권기를 별도 분류해 시 주석의 위상을 한껏 올렸습니다. 장쩌민, 후진타오와 같이 묶일 경우 시 주석도 이들처럼 10년 임기를 준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데, 시대 분리를 통해 이를 비껴가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역대 전국대표대회의 주요 인물, 의제 등을 전시했다.(조성원 기자)시 주석 집권기를 떼어낸 박물관의 시대 구분과 전시 내용은 중국 공산당이 11월 발표한 3차 '역사 결의'의 틀과 일치합니다. 3차 역사 결의가 올 들어 급히 내용을 정리한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 전 큰 틀을 잡았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그에 따라 공산당역사박물관이 전시물을 준비, 배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덩샤오핑 집권기의 주요 외교적 실적 장면도 전시했다. (조성원 기자)
중국 경제의 시장화를 상징하는 상하이 증권거래소 징(왼쪽)과 선전 증권거래소의 종 (조성원 기자)그런 의미에서 공산당역사박물관은 어찌 보면 그 자체로 3차 역사 결의의 시각적 구현이라 하겠습니다.


■ 대국외교·남중국해 등 중국의 주요 정책 기조와 방향 이해에 도움

시 주석 집권기 전시물의 내용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그리고 향후 중국의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공산당 100주년 기념 코너 앞에는 샤오캉 사회(중산층 사회)를 상징하는 솥이 전시돼 있다.(조성원 기자)
시진핑 집권기 전시관은 전체적으로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추진, 샤오캉 사회 전면 완성,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건설을 위한 새로운 여정의 시작'이라는 긴 이름을 붙였습니다.

별도 기간으로 나누려면 아무래도 무언가 획기적이고 많은 업적을 냈다고 해야 정당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집권 시간 9년에 비해 전시 공간이 압도적으로 컸습니다.

코로나19 극복도 시 주석의 주요 업적으로 전시했다. (조성원 기자)
일대일로, 대국외교, 남중국해 권익 수호, 우주 개발, 중국몽, 코로나19 극복 등이 별도 코너로 꾸며져 있습니다. 남중국해 권익 수호를 주요 업적으로 내세운만큼 앞으로도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군사적으로 미국 등 주변 세력에 굽히지 않을 공산이 커보였습니다.

대국 외교 전시관의 구분도 주목할만 합니다. 대국 외교의 대상은 미국, 러시아, 유럽입니다.
나머지는 한데 묶어 주변 외교 대상입니다.

대국 외교의 대상으로 러시아, 미국, 유럽을 지목했다. (조성원 기자)
■ 시진핑 관련 전시는 다른 지도자와 차별화

시진핑 주석은 시각적으로도 다른 지도자들과 사뭇 다르게 대접합니다. 시 주석만 대형 사진 천장에 특별히 하늘 장식을 해 환하고 돋보이게 했습니다.

시진핑 주석 전시 공간은 천장을 하늘 모습으로 환하게 장식했다. (조성원 기자)
시 주석의 학생 시절부터 성장하는 모습도 사진으로 전시했습니다. 공산당 역사 100년 주요 장면 곳곳에 시 주석의 관련 어록과 관련 동정을 따로 전시했습니다.

시진핑 주석의 학생 시절부터 성장 과정 모습도 전시했다. (조성원 기자)
별도의 시대 구분과 압도적인 물량의 업적 전시는 시 주석 장기 집권을 정당화하는 근거를 제시하려는 의도로 보였습니다.

시진핑의, 시진핑에 의한, 시진핑을 위한 역사박물관이라 말할 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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