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후] “재벌가 며느리들과 친분”…12억 뜯어내고 10년 도피

입력 2021.12.05 (10:00) 수정 2021.12.06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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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소유 건물이 서울과 의정부, 천안 등지에 있어 월 6~7천만 원의 임대 수입을 받고 있다는 40대(사건 혐의 당시) 여성 A 씨.

그녀는 B 씨에게 남편 통장에만 현금 수십억 원이 있고, H 그룹과 S 그룹의 며느리 등 재계 인사와도 친분이 있다고 자랑했습니다.


A 씨는 특히 S 그룹 며느리와는 공동명의로 5백억 원가량을 예치해뒀는데, 세금 문제로 당장 돈을 쓸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대기업 며느리가 B 씨에게 전화해 "친정 어머니가 술을 먹고 도박을 해 돈을 보내줘야 하는데 돈을 빌려주면 변제하겠다"라고 말하면서 상황은 급속히 전개되기 시작했습니다.

재벌 집 며느리인 지인을 돕는다며 2011년 4월 말 자신 명의 계좌로 3천만 원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A 씨는 그해 7월 초까지 9차례에 걸쳐 B 씨로부터 1억 2천3백만 원을 받았습니다.

A 씨는 또 "시숙이 1억 원을 해달라고 했다면서 남편이 술을 마시고 며칠째 난리를 친다. 시숙에게 돈을 안 주면 남편이 또 나한테 폭언하고 폭행하니 돈을 빌려달라" "구리 펀드 투자한 것으로 수익이 많이 나서 갚을 수 있다"며 2011년 8월 3차례에 걸쳐 B 씨로부터 2천만 원을 받았습니다.

A 씨는 그 뒤로 자신의 재력과 인맥을 믿는 B 씨에게 "지인에게 20억 원을 받을 게 있다. 지인의 강원도 평창 땅이 100억 원이 넘는데, 땅이 팔리면 20억 원을 준다고 한다"고 수차례 말하며 2011년 11월까지 7차례에 걸쳐 7천6백만 원을 송금받았습니다.

A 씨가 친분이 있다던 H 그룹의 며느리도 B 씨에게 전화하면서 "모 병원에서 신약개발을 하는데 투자해라. 선택된 한정된 사람만 할 수 있다"고 속여 2011년 12월 말부터 다음 해 2월 초까지 4차례에 걸쳐 6억 원을 받았습니다.

A 씨는 또 "(그 집안 며느리와 친한) S 그룹에서 새로운 건설사를 설립해 당신 사위에게 대표이사를 맡길 것이다, 회사 설립에 돈을 투자해 돈이 없으니 빌려달라"며 B 씨로부터 2012년 초부터 8월 하순까지 27차례에 걸쳐 4억 5,820만 원을 받아냈습니다.

이렇게 A 씨의 재력과 인맥을 신뢰한 B 씨가 A 씨에게 빌려준 돈은 2011년부터 1년여간 모두 12억 7천 7백여만 원이나 됐습니다.

하지만 B 씨가 철석같이 믿었던 A 씨의 재력이나 재벌가 며느리들과의 친분은 모두 새빨간 거짓이었습니다.


A 씨는 서울에서 이불 도매업을 운영하고는 있었지만, 그가 내세웠던 자산 규모는 모두 허위였고, 친하다는 재벌그룹 며느리들도 모두 A 씨가 가상으로 만들어낸 인물이었습니다. B 씨와 통화할 때는 A 씨 자신이 마치 이들인 것처럼 꾸몄고, 강원도 평창에 땅 100평이 있다던 지인이나 S 그룹의 관계자들로 행세한 지인들도 A 씨가 거짓말해달라고 부탁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A 씨(51)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범행 방법과 횟수, 피해 금액 등을 비춰 A 씨의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피해자 B 씨가 아직도 상당한 채무를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자녀가 이혼하게 되는 등 금전적 피해 이상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A 씨가 범행 이후 약 9년간 도피생활을 하며 B 씨의 피해 회복을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아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결했습니다.

다만 사기 금액 중 6억 4천여만 원을 B 씨에게 돌려준 점, 벌금형을 초과하는 형사처분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형량에 참작했습니다.

A 씨가 앞서 2010년 10월부터 2011년 3월까지 11차례에 걸쳐 B 씨로부터 3억 5,500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는 A 씨의 긴 도피 기간으로 사기 공소시효 10년을 넘겨 면소됐습니다.

A 씨를 도와 그녀의 사기 행각을 도왔던 이들은 어떻게 됐을까?

재판부는 땅을 팔아 20억 원을 주겠다고 속인 지인에게는 사기 방조 혐의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를 선고했습니다. 이로 인해 얻은 경제적 이익이 어느 정도인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점 등이 고려됐습니다.

S 그룹 관계자 행세를 했던 지인 2명의 경우 사기 방조 혐의로 둘다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습니다. 재판부는 이들이 각각 25만 원과 75만 원을 받았을 뿐 범죄 수익을 보유하지는 않았고, 이 중 한 명은 피해자 B 씨에게 스스로 사건의 전모를 알렸으며 B 씨 역시 이들에 대해선 선처를 희망한 점을 참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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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후] “재벌가 며느리들과 친분”…12억 뜯어내고 10년 도피
    • 입력 2021-12-05 10:00:22
    • 수정2021-12-06 09:20:42
    취재후·사건후

본인 소유 건물이 서울과 의정부, 천안 등지에 있어 월 6~7천만 원의 임대 수입을 받고 있다는 40대(사건 혐의 당시) 여성 A 씨.

그녀는 B 씨에게 남편 통장에만 현금 수십억 원이 있고, H 그룹과 S 그룹의 며느리 등 재계 인사와도 친분이 있다고 자랑했습니다.


A 씨는 특히 S 그룹 며느리와는 공동명의로 5백억 원가량을 예치해뒀는데, 세금 문제로 당장 돈을 쓸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대기업 며느리가 B 씨에게 전화해 "친정 어머니가 술을 먹고 도박을 해 돈을 보내줘야 하는데 돈을 빌려주면 변제하겠다"라고 말하면서 상황은 급속히 전개되기 시작했습니다.

재벌 집 며느리인 지인을 돕는다며 2011년 4월 말 자신 명의 계좌로 3천만 원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A 씨는 그해 7월 초까지 9차례에 걸쳐 B 씨로부터 1억 2천3백만 원을 받았습니다.

A 씨는 또 "시숙이 1억 원을 해달라고 했다면서 남편이 술을 마시고 며칠째 난리를 친다. 시숙에게 돈을 안 주면 남편이 또 나한테 폭언하고 폭행하니 돈을 빌려달라" "구리 펀드 투자한 것으로 수익이 많이 나서 갚을 수 있다"며 2011년 8월 3차례에 걸쳐 B 씨로부터 2천만 원을 받았습니다.

A 씨는 그 뒤로 자신의 재력과 인맥을 믿는 B 씨에게 "지인에게 20억 원을 받을 게 있다. 지인의 강원도 평창 땅이 100억 원이 넘는데, 땅이 팔리면 20억 원을 준다고 한다"고 수차례 말하며 2011년 11월까지 7차례에 걸쳐 7천6백만 원을 송금받았습니다.

A 씨가 친분이 있다던 H 그룹의 며느리도 B 씨에게 전화하면서 "모 병원에서 신약개발을 하는데 투자해라. 선택된 한정된 사람만 할 수 있다"고 속여 2011년 12월 말부터 다음 해 2월 초까지 4차례에 걸쳐 6억 원을 받았습니다.

A 씨는 또 "(그 집안 며느리와 친한) S 그룹에서 새로운 건설사를 설립해 당신 사위에게 대표이사를 맡길 것이다, 회사 설립에 돈을 투자해 돈이 없으니 빌려달라"며 B 씨로부터 2012년 초부터 8월 하순까지 27차례에 걸쳐 4억 5,820만 원을 받아냈습니다.

이렇게 A 씨의 재력과 인맥을 신뢰한 B 씨가 A 씨에게 빌려준 돈은 2011년부터 1년여간 모두 12억 7천 7백여만 원이나 됐습니다.

하지만 B 씨가 철석같이 믿었던 A 씨의 재력이나 재벌가 며느리들과의 친분은 모두 새빨간 거짓이었습니다.


A 씨는 서울에서 이불 도매업을 운영하고는 있었지만, 그가 내세웠던 자산 규모는 모두 허위였고, 친하다는 재벌그룹 며느리들도 모두 A 씨가 가상으로 만들어낸 인물이었습니다. B 씨와 통화할 때는 A 씨 자신이 마치 이들인 것처럼 꾸몄고, 강원도 평창에 땅 100평이 있다던 지인이나 S 그룹의 관계자들로 행세한 지인들도 A 씨가 거짓말해달라고 부탁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A 씨(51)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범행 방법과 횟수, 피해 금액 등을 비춰 A 씨의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피해자 B 씨가 아직도 상당한 채무를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자녀가 이혼하게 되는 등 금전적 피해 이상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A 씨가 범행 이후 약 9년간 도피생활을 하며 B 씨의 피해 회복을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아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결했습니다.

다만 사기 금액 중 6억 4천여만 원을 B 씨에게 돌려준 점, 벌금형을 초과하는 형사처분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형량에 참작했습니다.

A 씨가 앞서 2010년 10월부터 2011년 3월까지 11차례에 걸쳐 B 씨로부터 3억 5,500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는 A 씨의 긴 도피 기간으로 사기 공소시효 10년을 넘겨 면소됐습니다.

A 씨를 도와 그녀의 사기 행각을 도왔던 이들은 어떻게 됐을까?

재판부는 땅을 팔아 20억 원을 주겠다고 속인 지인에게는 사기 방조 혐의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를 선고했습니다. 이로 인해 얻은 경제적 이익이 어느 정도인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점 등이 고려됐습니다.

S 그룹 관계자 행세를 했던 지인 2명의 경우 사기 방조 혐의로 둘다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습니다. 재판부는 이들이 각각 25만 원과 75만 원을 받았을 뿐 범죄 수익을 보유하지는 않았고, 이 중 한 명은 피해자 B 씨에게 스스로 사건의 전모를 알렸으며 B 씨 역시 이들에 대해선 선처를 희망한 점을 참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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