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 잃어가는 송승환 “그래도 내가 있을 곳은 무대뿐”

입력 2021.12.06 (06:56) 수정 2021.12.06 (08:1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연극 '난타'의 제작자이자 평창동계올림픽 개·폐막식 총감독으로도 활약한 배우 송승환 씨가 이번에는 고향과도 같은 연극 무대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대본을 읽을 수 없을 만큼 시력이 나빠졌어도 특유의 열정과 자신감으로 오히려 전보다 더 성숙한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는데요.

정연욱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제2차 세계대전의 와중이던 1942년 영국, 227번째 '리어왕' 공연을 앞둔 노배우는 갑자기 첫 대사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첫 대사가 뭐냐고!"]

공연을 취소하려는 극단과 어떻게든 노배우를 무대에 세우려는 의상 담당.

이 한바탕 소동을 통해 인간이 늙음과 상실에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줍니다.

영국의 대배우 앤서니 홉킨스와 이언 매켈런이 호흡을 맞추기도 했던 로널드 하우드의 희곡 '더 드레서'는 배우 송승환이 지금 꼭 연기하고픈 작품이었습니다.

[송승환/배우 : "저도 나이가 60대 중반을 넘어섰고. 또 나이가 들면 할 수 있는 멋진 역할들이 있거든요. 이 역할도 그런 역할 중에 하나인데."]

시력이 점점 나빠져 시각장애 4급 판정을 받았지만 100장이 넘는 대본뿐 아니라 무대 동선까지 외우는 '완벽주의'로 맞섰습니다.

[송승환/배우 : "대본을 보지는 못하지만 들으면서 외웠는데. 하다 보니까 굉장히 효과적이더라고요. 그래서 대사 외우는데도 별문제가 없었고. 연극은 연습을 오랜 기간 하거든요."]

연극 무대뿐 아니라 안방극장에서 선보였던 익살 넘치고 수다스러운 연기.

[드라마/목욕탕집 남자들 : "저 아직 끝낼 때 안됐어요. 저 사람 더 혼내야 해요. 어머님 빠지세요. 저 사람 혼내주려고 이러는 거 아닙니다."]

갑작스레 닥친 시련까지도 자신의 연기처럼 낙천적으로 이겨냈습니다.

[송승환/배우 : "시력이 좀 나쁘지만 다른 건 다 멀쩡하니까.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방법을 찾기 시작했더니 의외로 또 방법이 많이 있더라고요."]

연극 무대가 집보다 더 편하다는 천생 배우 송승환.

연기를 향한 한결같은 열정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송승환/배우 : "이 작품에서 제가 코델리아를 들어 올리는 장면이 있어요. 이순재 선생님이나 오현경 선생님은 못 드십니다. 저도 그 나이 되면 못 들어요. 그래서 노역도 좀 기운이 있을 때 노역을 해야지."]

KBS 뉴스 정연욱입니다.

촬영기자:김종우/영상편집:이웅/그래픽:기연지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시력 잃어가는 송승환 “그래도 내가 있을 곳은 무대뿐”
    • 입력 2021-12-06 06:56:17
    • 수정2021-12-06 08:17:53
    뉴스광장 1부
[앵커]

연극 '난타'의 제작자이자 평창동계올림픽 개·폐막식 총감독으로도 활약한 배우 송승환 씨가 이번에는 고향과도 같은 연극 무대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대본을 읽을 수 없을 만큼 시력이 나빠졌어도 특유의 열정과 자신감으로 오히려 전보다 더 성숙한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는데요.

정연욱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제2차 세계대전의 와중이던 1942년 영국, 227번째 '리어왕' 공연을 앞둔 노배우는 갑자기 첫 대사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첫 대사가 뭐냐고!"]

공연을 취소하려는 극단과 어떻게든 노배우를 무대에 세우려는 의상 담당.

이 한바탕 소동을 통해 인간이 늙음과 상실에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줍니다.

영국의 대배우 앤서니 홉킨스와 이언 매켈런이 호흡을 맞추기도 했던 로널드 하우드의 희곡 '더 드레서'는 배우 송승환이 지금 꼭 연기하고픈 작품이었습니다.

[송승환/배우 : "저도 나이가 60대 중반을 넘어섰고. 또 나이가 들면 할 수 있는 멋진 역할들이 있거든요. 이 역할도 그런 역할 중에 하나인데."]

시력이 점점 나빠져 시각장애 4급 판정을 받았지만 100장이 넘는 대본뿐 아니라 무대 동선까지 외우는 '완벽주의'로 맞섰습니다.

[송승환/배우 : "대본을 보지는 못하지만 들으면서 외웠는데. 하다 보니까 굉장히 효과적이더라고요. 그래서 대사 외우는데도 별문제가 없었고. 연극은 연습을 오랜 기간 하거든요."]

연극 무대뿐 아니라 안방극장에서 선보였던 익살 넘치고 수다스러운 연기.

[드라마/목욕탕집 남자들 : "저 아직 끝낼 때 안됐어요. 저 사람 더 혼내야 해요. 어머님 빠지세요. 저 사람 혼내주려고 이러는 거 아닙니다."]

갑작스레 닥친 시련까지도 자신의 연기처럼 낙천적으로 이겨냈습니다.

[송승환/배우 : "시력이 좀 나쁘지만 다른 건 다 멀쩡하니까.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방법을 찾기 시작했더니 의외로 또 방법이 많이 있더라고요."]

연극 무대가 집보다 더 편하다는 천생 배우 송승환.

연기를 향한 한결같은 열정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송승환/배우 : "이 작품에서 제가 코델리아를 들어 올리는 장면이 있어요. 이순재 선생님이나 오현경 선생님은 못 드십니다. 저도 그 나이 되면 못 들어요. 그래서 노역도 좀 기운이 있을 때 노역을 해야지."]

KBS 뉴스 정연욱입니다.

촬영기자:김종우/영상편집:이웅/그래픽:기연지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