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조합장이 20년 넘게 공유지 불법 사용…행정당국은 몰랐다?

입력 2021.12.06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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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모 농협 조합장이 식당을 운영하며 공유지를 불법으로 훼손하고 20년 넘게 주차장 부지로 사용해 행정당국이 조사에 나섰다.서귀포시 모 농협 조합장이 식당을 운영하며 공유지를 불법으로 훼손하고 20년 넘게 주차장 부지로 사용해 행정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제주에서 농협 조합장이 축구장 약 3배 면적인 20,000여 ㎡ 산림을 훼손하고 식당을 운영하며 20년 넘게 공유지를 불법 사용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행정당국은 해마다 공유지 실태조사를 하고 있지만 20년 넘게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 20년 동안 공유지 훼손해 개인 땅처럼 사용

서귀포시 남원읍의 한 식당. 문을 연 지 30년 가까이 된 곳으로 운영자는 서귀포시 모 농협 조합장 가족이다. KBS 취재결과 이곳 식당 주차장 부지 762㎡는 개인 땅이 아닌 제주도 소유의 땅, 공유지로 확인됐다.

땅 위에는 건축물도 지어놨다. 불법 건축물이다. 식당 관계자는 해당 건물에 대해 "식당 창고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공유지 허가 대장과거 공유지 허가 대장

과거 행정의 공유지 허가 대장을 보면, 조합장 A 씨는 1993년부터 1998년까지 돈을 내고 공유지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A 씨는 그 이후부터 임대료를 내지 않았다. 공유지인 걸 알면서도 허가 없이 주차장을 조성해 20년 넘게 불법으로 사용해온 것이다.

식당 옆 부지에 있는 또 다른 주차장 역시 산림을 훼손해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의 지목은 임야로 면적은 1,215㎡에 달한다. 하지만 A 씨는 허가 없이 임야를 훼손해 주차장을 만들었다. 산지관리법 위반이다.

과거 위성 사진(왼쪽)에 보이는 산림. 현재(오른쪽 사진)는 초록색 산림이 사라지고 회색 주차장으로 변했다.과거 위성 사진(왼쪽)에 보이는 산림. 현재(오른쪽 사진)는 초록색 산림이 사라지고 회색 주차장으로 변했다.

■ 해마다 전수점검 하면서 20년 넘게 아무런 조치하지 않아

서귀포시 남원읍은 해마다 약 2개월에 걸쳐 관내 공유지 670여 필지를 전수조사하고 있지만 20년 넘게 조합장이 불법 사용한 공유지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취재진이 서귀포시 홈페이지에 공개된 남원읍의 업무추진비를 확인한 결과 해마다 여러 남원읍 직원이 이 식당을 이용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좌광일 제주주민자치연대 사무처장은 "공유지를 수십 년간 주차장 용도로 무단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실을 행정기관에서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알면서도 묵인해준 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남원읍은 공유지 관리에 어려움이 있는 것일 뿐 특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오성한 서귀포시 남원읍장은 "공유지 실태를 한사람이 두 달 동안 기한 내에 조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앞으로는 공유지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남원읍은 취재가 시작되자 해당 조합장을 공유재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또 법상으로 가능한 최대치인 5년 치 변상금을 부과하고, 올해 안에 원상회복과 불법 건축물 철거 명령까지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임야 훼손에 대해서는 서귀포시 산지경영팀이 현장 조사에 나섰다. 서귀포시는 보전산지를 불법 훼손한 것으로 보고 수사 결과 등을 토대로 원상회복 명령을 내릴 방침이라고 전했다.

조합장 A 씨와 그의 아들 B 씨는 이미 서귀포시에서 축구장 3배 면적의 임야를 훼손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조합장 A 씨와 그의 아들 B 씨는 이미 서귀포시에서 축구장 3배 면적의 임야를 훼손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 조합장 부자, 축구장 3배 훼손 혐의로 이미 수사받아

조합장 A 씨와 그의 아들 B 씨는 이미 서귀포시에서 축구장 3배 면적에 가까운 산림을 무단 훼손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산지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제주도 자치경찰단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이들은 2018년부터 3년 동안 서귀포시 임야 20,000여㎡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굴삭기 등 중장비를 이용해 임야에 있는 나무 등을 제거하고, 절성토 작업을 통해 길이 480m 상당의 진입로를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조합장 A 씨와 그의 아들 B 씨는 이미 서귀포시에서 축구장 3배 면적의 임야를 훼손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조합장 A 씨와 그의 아들 B 씨는 이미 서귀포시에서 축구장 3배 면적의 임야를 훼손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또 돌담을 비롯해 길이 260m 상당의 대규모 계단형 석축을 조성하고 꼭대기에 전망대를 만드는 등 1억 6,000만 원 상당의 산림피해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별도로 조합장 A 씨와 B 씨는 해당 필지 안에 초지 14,300여㎡도 훼손한 혐의로 고발돼 서귀포경찰서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조합장 A 씨는 잘못을 인정하고 개선을 약속했다. A 씨는 KBS와의 통화에서 "밀린 세금을 다 갚고, 원상복구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좌광일 제주주민자치연대 사무처장은 "행정기관에서는 인력부족이나 예산 타령을 할 수 있지만, 공유지를 체계적으로 관리·감독하는 건 행정기관의 엄연한 책임"이라며 "공유지 관리 대책을 종합적으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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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협 조합장이 20년 넘게 공유지 불법 사용…행정당국은 몰랐다?
    • 입력 2021-12-06 16:17:08
    취재K
서귀포시 모 농협 조합장이 식당을 운영하며 공유지를 불법으로 훼손하고 20년 넘게 주차장 부지로 사용해 행정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제주에서 농협 조합장이 축구장 약 3배 면적인 20,000여 ㎡ 산림을 훼손하고 식당을 운영하며 20년 넘게 공유지를 불법 사용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행정당국은 해마다 공유지 실태조사를 하고 있지만 20년 넘게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 20년 동안 공유지 훼손해 개인 땅처럼 사용

서귀포시 남원읍의 한 식당. 문을 연 지 30년 가까이 된 곳으로 운영자는 서귀포시 모 농협 조합장 가족이다. KBS 취재결과 이곳 식당 주차장 부지 762㎡는 개인 땅이 아닌 제주도 소유의 땅, 공유지로 확인됐다.

땅 위에는 건축물도 지어놨다. 불법 건축물이다. 식당 관계자는 해당 건물에 대해 "식당 창고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공유지 허가 대장
과거 행정의 공유지 허가 대장을 보면, 조합장 A 씨는 1993년부터 1998년까지 돈을 내고 공유지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A 씨는 그 이후부터 임대료를 내지 않았다. 공유지인 걸 알면서도 허가 없이 주차장을 조성해 20년 넘게 불법으로 사용해온 것이다.

식당 옆 부지에 있는 또 다른 주차장 역시 산림을 훼손해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의 지목은 임야로 면적은 1,215㎡에 달한다. 하지만 A 씨는 허가 없이 임야를 훼손해 주차장을 만들었다. 산지관리법 위반이다.

과거 위성 사진(왼쪽)에 보이는 산림. 현재(오른쪽 사진)는 초록색 산림이 사라지고 회색 주차장으로 변했다.
■ 해마다 전수점검 하면서 20년 넘게 아무런 조치하지 않아

서귀포시 남원읍은 해마다 약 2개월에 걸쳐 관내 공유지 670여 필지를 전수조사하고 있지만 20년 넘게 조합장이 불법 사용한 공유지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취재진이 서귀포시 홈페이지에 공개된 남원읍의 업무추진비를 확인한 결과 해마다 여러 남원읍 직원이 이 식당을 이용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좌광일 제주주민자치연대 사무처장은 "공유지를 수십 년간 주차장 용도로 무단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실을 행정기관에서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알면서도 묵인해준 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남원읍은 공유지 관리에 어려움이 있는 것일 뿐 특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오성한 서귀포시 남원읍장은 "공유지 실태를 한사람이 두 달 동안 기한 내에 조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앞으로는 공유지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남원읍은 취재가 시작되자 해당 조합장을 공유재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또 법상으로 가능한 최대치인 5년 치 변상금을 부과하고, 올해 안에 원상회복과 불법 건축물 철거 명령까지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임야 훼손에 대해서는 서귀포시 산지경영팀이 현장 조사에 나섰다. 서귀포시는 보전산지를 불법 훼손한 것으로 보고 수사 결과 등을 토대로 원상회복 명령을 내릴 방침이라고 전했다.

조합장 A 씨와 그의 아들 B 씨는 이미 서귀포시에서 축구장 3배 면적의 임야를 훼손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 조합장 부자, 축구장 3배 훼손 혐의로 이미 수사받아

조합장 A 씨와 그의 아들 B 씨는 이미 서귀포시에서 축구장 3배 면적에 가까운 산림을 무단 훼손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산지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제주도 자치경찰단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이들은 2018년부터 3년 동안 서귀포시 임야 20,000여㎡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굴삭기 등 중장비를 이용해 임야에 있는 나무 등을 제거하고, 절성토 작업을 통해 길이 480m 상당의 진입로를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조합장 A 씨와 그의 아들 B 씨는 이미 서귀포시에서 축구장 3배 면적의 임야를 훼손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또 돌담을 비롯해 길이 260m 상당의 대규모 계단형 석축을 조성하고 꼭대기에 전망대를 만드는 등 1억 6,000만 원 상당의 산림피해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별도로 조합장 A 씨와 B 씨는 해당 필지 안에 초지 14,300여㎡도 훼손한 혐의로 고발돼 서귀포경찰서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조합장 A 씨는 잘못을 인정하고 개선을 약속했다. A 씨는 KBS와의 통화에서 "밀린 세금을 다 갚고, 원상복구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좌광일 제주주민자치연대 사무처장은 "행정기관에서는 인력부족이나 예산 타령을 할 수 있지만, 공유지를 체계적으로 관리·감독하는 건 행정기관의 엄연한 책임"이라며 "공유지 관리 대책을 종합적으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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