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30살, 감자로 빵 만들어 매출 100억 일구다

입력 2021.12.07 (07:00) 수정 2021.12.0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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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새 '춘천 명물' 된 감자빵

알고 계셨습니까, 춘천에 가면 감자빵을 먹어야 한답니다.

간단하게 검색만 해도 이렇게 줄을 선 사진이 넘쳐납니다. 옷차림 보면 여름도 겨울도, 비가 와도 가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주인공인 감자빵, 생긴 건 그냥 그렇습니다. 방금 밭에서 캐낸 감자 같이 생겼습니다. 이쁘지도 않고, 그냥 흙이 묻어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반으로 갈라보면 안에는 '예상대로' 으깬 감자가 들어있습니다. 반전은 없습니다. 실제 성분 함량을 보면 반 이상이 감자입니다.


그런데 이 감자빵, 먹어보니 느낌이 오묘합니다. 감자인데 감자보다 달달하고, 쫀득한 껍데기 씹히는 맛이 더해져서 식감도 훌륭합니다. 별다른 재료는 없는, 평범한 감자 으깬 샐러드가 분명한데 뭔가 특별합니다.

이 감자빵을 만드는 (주)감자밭 대표 이미소 씨 설명은 이렇습니다.

"특별한 레시피가 있진 않아요. 사실 빵 만드시는 분들이면 되게 쉽게 따라 만드실 정도로 되게 흔한 레시피거든요. 그런데 저희가 집에서 쪄서 먹을 때랑 아주 큰 차이가 있잖아요,

감자를 아주 으깨서 절반 이상이 감자가 들어 있고요. 겉에는 저희가 질감을 표현하고 싶어서 흑임자하고 콩가루 이런 것들을 섞어서 흙처럼 표현했어요.

삶거나 찌면 사실 쉽지만, 저희는 200도 이상에 아주 오랫동안 구워줍니다. 긴 시간 동안 구우면 수분이 많이 날아가서 감자 본연의 농축된 단맛이 남거든요.

이렇게 국내산 감자를 구워서 만든 게 저희 감자빵의 가장 맛있는 비법이에요. "

■ 본격 생산 첫 해부터 매출 대박... 감자로 연간 100억 매출

하지만 이 평범한 감자빵이 국산 디저트 업계에 만만찮은 파장을 낳고 있습니다.

개발을 시작한 건 2018년 정도부터이니 오래되지 않았는데,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한 지난해, 매출 100억 원을 달성했습니다.

SNS나 지역 미디어 등을 통해 입소문이 나자 코로나도 인기를 막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언택트 시장이 형성되어 온라인 판매도 함께 늘었습니다.

지금은 오프라인과 온라인 매출 비중이 6:4 정도 되지만, 추세를 보건데 온라인 매출이 더 많아질 가능성이 큰 것이죠.

그리고 이 감자빵 이야기에는 단순한 성공스토리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 '애물단지' 감자가 효자 작물로

우선은 감자라는 작물 자체가 의미입니다. 농업엔 미래가 없다는 푸념을 많이 합니다. 지금 부가가치가 낮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지간해선 추세적으로 가격이 오르는 작물이 없습니다. 소문이 나면 국내 재배도 늘고, 중국 등 값싼 해외 작물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죠.

중간 유통마진도 고질적입니다. 산지 농민은 웃을 수 없고, 중간 도매상만 이윤을 가져가는 구조가 고착화 되어 있습니다. 감자는 그 대표적인 작물입니다.

그래서 감자는 애물단지입니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대형마트에선 1kg에 2~3천 원 안팎입니다. 네이버스토어에서 검색하면 햇감자도 10 Kg 박스에 만 원대에 쉽게 살 수 있습니다. 돈 안되는 작물입니다.

그런 감자로, 빵을 만들어서 고부가가치를 일궜단 사실 자체가 농가엔 희망적인 이야기입니다.


■ 감자 농가의 딸, 서른 살 청년의 도전

젊은 이미소 씨의 도전 또한 눈여겨볼 만합니다.

이 씨는 춘천의 감자 농가에서 태어났습니다. 91년생, 올해 만 서른입니다.

대학을 나와 디자인 회사에서 일했지만, 사실 강원도 하면 감자인 만큼 이 감자를 늘 보면서 자랐습니다. 그래서 농사짓던 아버지의 고민도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 고민에 도전해 본 것이죠.

"20년 전 감자 가격이랑 지금이랑 크게 변한 게 없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농가에서 거래되는 가격은 크게 변한 게 없는 게 사실이었어요.

저희 아버지께서도 오랜 기간 동안 농사를 지으셨기 때문에 농가 소득이 크게 변하지 않고 제자리였어요. 그런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좀 더 고부가가치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렇게 돼서 춘천에 가서 감자빵을 만들게 됐습니다."


이 젊은이의 도전 덕분에 애물단지 감자가 효자로 태어났습니다. 매출이 백억 원을 넘어섰으니 감자 수급량도 많아졌습니다.

"처음에는 강원도 감자만 수매 했었는데 지금은 전국 단위로 확대를 했습니다.

감자는 3월부터 시작해서 제주도부터 10월 양구까지 계속해서 나거든요. 그래서 철을 따라서 전국적으로 수매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약 1,000톤 이상 정도 될 거 같고 내년엔 2배 이상 하려고 목표를 잡고 있습니다."

■ 감자 농가 수익성도 높아져

국산 감자만을 사용 하다 보니 국내 감자 농가 소득에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원래는 과자 만드는 대기업 등과 계약재배를 해서 싸게 넘기는 경우게 많았는데, 없던 감자빵 수요가 생기다 보니 농가 소득이 10~ 30% 정도 늘었다는 겁니다.

겉이 보라색인 청강감자, 속이 노란 로즈 홍감자, 고구마 감자 같은 신품종을 사용한 신제품 개발도 이어집니다. 색깔뿐만 아니라 맛도 다양하니, 부가가치도 늘 겁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감자라는 작물이 새롭게 조명받게 됐습니다. 대기업도 유사 제품을 냈다가 '베끼기' 논란에 시장에서 자진 철수를 했습니다. (해당 업체는 '해외에서 먼저 출시한 바 있기 때문에, 베끼기 논란 때문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좀 더 큰 회사로서 불필요한 논쟁을 피하기 위해 출시 중단을 했다'는 해명을 해 와 그대로 알려드립니다.) 정작 이 대표는 크게 개의치 않는 표정입니다. 저렴한 해외 감자 가루 말고, 국산 감자를 사용했으면 좋겠다는 당부만 빼놓는다면 말이죠.

"너무 사실 뿌듯하고 그런 거에 대해서 아주 자부심을 느끼고 있어요. 왜냐면 저희 아버지께서 농부였고 사실 눈물 젖은 감자를 제가 아빠랑 많이 먹었거든요.

그냥 감자가 인기가 있다는 거, 그리고 많은 분이 감자에 관심 가져주신다는 거 그것만으로도 지금 사실 되게 벅차고 감사합니다.

다만 그냥 미국산 분말 감자라고 해서 값싼 재료로 만들어 나오는 게 있어요. 그런 거 말고 국내산 감자를 사용했으면 좋겠다, 이런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연관 기사] [ET] 이것은 감자인가 빵인가…감자빵으로 연매출 100억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3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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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30살, 감자로 빵 만들어 매출 100억 일구다
    • 입력 2021-12-07 07:00:08
    • 수정2021-12-07 10:42:13
    취재K

■ 어느새 '춘천 명물' 된 감자빵

알고 계셨습니까, 춘천에 가면 감자빵을 먹어야 한답니다.

간단하게 검색만 해도 이렇게 줄을 선 사진이 넘쳐납니다. 옷차림 보면 여름도 겨울도, 비가 와도 가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주인공인 감자빵, 생긴 건 그냥 그렇습니다. 방금 밭에서 캐낸 감자 같이 생겼습니다. 이쁘지도 않고, 그냥 흙이 묻어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반으로 갈라보면 안에는 '예상대로' 으깬 감자가 들어있습니다. 반전은 없습니다. 실제 성분 함량을 보면 반 이상이 감자입니다.


그런데 이 감자빵, 먹어보니 느낌이 오묘합니다. 감자인데 감자보다 달달하고, 쫀득한 껍데기 씹히는 맛이 더해져서 식감도 훌륭합니다. 별다른 재료는 없는, 평범한 감자 으깬 샐러드가 분명한데 뭔가 특별합니다.

이 감자빵을 만드는 (주)감자밭 대표 이미소 씨 설명은 이렇습니다.

"특별한 레시피가 있진 않아요. 사실 빵 만드시는 분들이면 되게 쉽게 따라 만드실 정도로 되게 흔한 레시피거든요. 그런데 저희가 집에서 쪄서 먹을 때랑 아주 큰 차이가 있잖아요,

감자를 아주 으깨서 절반 이상이 감자가 들어 있고요. 겉에는 저희가 질감을 표현하고 싶어서 흑임자하고 콩가루 이런 것들을 섞어서 흙처럼 표현했어요.

삶거나 찌면 사실 쉽지만, 저희는 200도 이상에 아주 오랫동안 구워줍니다. 긴 시간 동안 구우면 수분이 많이 날아가서 감자 본연의 농축된 단맛이 남거든요.

이렇게 국내산 감자를 구워서 만든 게 저희 감자빵의 가장 맛있는 비법이에요. "

■ 본격 생산 첫 해부터 매출 대박... 감자로 연간 100억 매출

하지만 이 평범한 감자빵이 국산 디저트 업계에 만만찮은 파장을 낳고 있습니다.

개발을 시작한 건 2018년 정도부터이니 오래되지 않았는데,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한 지난해, 매출 100억 원을 달성했습니다.

SNS나 지역 미디어 등을 통해 입소문이 나자 코로나도 인기를 막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언택트 시장이 형성되어 온라인 판매도 함께 늘었습니다.

지금은 오프라인과 온라인 매출 비중이 6:4 정도 되지만, 추세를 보건데 온라인 매출이 더 많아질 가능성이 큰 것이죠.

그리고 이 감자빵 이야기에는 단순한 성공스토리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 '애물단지' 감자가 효자 작물로

우선은 감자라는 작물 자체가 의미입니다. 농업엔 미래가 없다는 푸념을 많이 합니다. 지금 부가가치가 낮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지간해선 추세적으로 가격이 오르는 작물이 없습니다. 소문이 나면 국내 재배도 늘고, 중국 등 값싼 해외 작물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죠.

중간 유통마진도 고질적입니다. 산지 농민은 웃을 수 없고, 중간 도매상만 이윤을 가져가는 구조가 고착화 되어 있습니다. 감자는 그 대표적인 작물입니다.

그래서 감자는 애물단지입니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대형마트에선 1kg에 2~3천 원 안팎입니다. 네이버스토어에서 검색하면 햇감자도 10 Kg 박스에 만 원대에 쉽게 살 수 있습니다. 돈 안되는 작물입니다.

그런 감자로, 빵을 만들어서 고부가가치를 일궜단 사실 자체가 농가엔 희망적인 이야기입니다.


■ 감자 농가의 딸, 서른 살 청년의 도전

젊은 이미소 씨의 도전 또한 눈여겨볼 만합니다.

이 씨는 춘천의 감자 농가에서 태어났습니다. 91년생, 올해 만 서른입니다.

대학을 나와 디자인 회사에서 일했지만, 사실 강원도 하면 감자인 만큼 이 감자를 늘 보면서 자랐습니다. 그래서 농사짓던 아버지의 고민도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 고민에 도전해 본 것이죠.

"20년 전 감자 가격이랑 지금이랑 크게 변한 게 없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농가에서 거래되는 가격은 크게 변한 게 없는 게 사실이었어요.

저희 아버지께서도 오랜 기간 동안 농사를 지으셨기 때문에 농가 소득이 크게 변하지 않고 제자리였어요. 그런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좀 더 고부가가치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렇게 돼서 춘천에 가서 감자빵을 만들게 됐습니다."


이 젊은이의 도전 덕분에 애물단지 감자가 효자로 태어났습니다. 매출이 백억 원을 넘어섰으니 감자 수급량도 많아졌습니다.

"처음에는 강원도 감자만 수매 했었는데 지금은 전국 단위로 확대를 했습니다.

감자는 3월부터 시작해서 제주도부터 10월 양구까지 계속해서 나거든요. 그래서 철을 따라서 전국적으로 수매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약 1,000톤 이상 정도 될 거 같고 내년엔 2배 이상 하려고 목표를 잡고 있습니다."

■ 감자 농가 수익성도 높아져

국산 감자만을 사용 하다 보니 국내 감자 농가 소득에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원래는 과자 만드는 대기업 등과 계약재배를 해서 싸게 넘기는 경우게 많았는데, 없던 감자빵 수요가 생기다 보니 농가 소득이 10~ 30% 정도 늘었다는 겁니다.

겉이 보라색인 청강감자, 속이 노란 로즈 홍감자, 고구마 감자 같은 신품종을 사용한 신제품 개발도 이어집니다. 색깔뿐만 아니라 맛도 다양하니, 부가가치도 늘 겁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감자라는 작물이 새롭게 조명받게 됐습니다. 대기업도 유사 제품을 냈다가 '베끼기' 논란에 시장에서 자진 철수를 했습니다. (해당 업체는 '해외에서 먼저 출시한 바 있기 때문에, 베끼기 논란 때문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좀 더 큰 회사로서 불필요한 논쟁을 피하기 위해 출시 중단을 했다'는 해명을 해 와 그대로 알려드립니다.) 정작 이 대표는 크게 개의치 않는 표정입니다. 저렴한 해외 감자 가루 말고, 국산 감자를 사용했으면 좋겠다는 당부만 빼놓는다면 말이죠.

"너무 사실 뿌듯하고 그런 거에 대해서 아주 자부심을 느끼고 있어요. 왜냐면 저희 아버지께서 농부였고 사실 눈물 젖은 감자를 제가 아빠랑 많이 먹었거든요.

그냥 감자가 인기가 있다는 거, 그리고 많은 분이 감자에 관심 가져주신다는 거 그것만으로도 지금 사실 되게 벅차고 감사합니다.

다만 그냥 미국산 분말 감자라고 해서 값싼 재료로 만들어 나오는 게 있어요. 그런 거 말고 국내산 감자를 사용했으면 좋겠다, 이런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연관 기사] [ET] 이것은 감자인가 빵인가…감자빵으로 연매출 100억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3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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