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베이징올림픽 보이콧…靑 “종전선언과 관계 없다”

입력 2021.12.0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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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내년 2월에 열리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방침을 공식화했습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현지시간 6일 브리핑에서 “바이든 정부는 신장에서의 지속적인 종족 학살과 반인도적 범죄, 기타 인권 유린을 감안해 베이징 올림픽에 어떤 외교적, 공식적 정부 대표단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외교적 보이콧 검토 입장을 밝힌 지 18일 만에 이를 공식화한 겁니다.

■ 미·중 갈등 격화 속 ‘뜨거운 감자’가 된 베이징 올림픽

중국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주미 중국 대사관 류펑위 대변인은 이메일 성명을 통해 미국의 결정은 가식적인 행동이며,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또 초청장을 보낸 적이 없는데 난데없이 보이콧이 등장했다며, 이 같은 행동은 정치적 조작이자 도발이며 올림픽 헌장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어제 중국 외교부 자오리젠 대변인은 미국이 독단적으로 행동한다면 중국은 반드시 반격하는 조치를 단호히 취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의 반격 카드로는 경제 제재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확산할까?

일단 미국은 공개적으로는 동맹국의 동참을 요구하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사키 대변인은 동맹국들을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시키려 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동맹국에도 이 결정을 알렸고, 명백히 그들 각자가 결정하도록 맡겨둘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입장은 동맹국과 우방국들에 일종의 압력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특히 미국이 ‘중국의 지독한 인권침해’를 내세워 올림픽 보이콧을 결정했기 때문에, 만일 우방국이 보이콧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중국의 인권 침해를 눈감는 것으로 비쳐질 소지가 있습니다.

이번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 방침이 오는 9일부터 열리는 미국 주도의 ‘민주주의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발표됐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이 외교적 보이콧 방침을 공식화함에 따라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이 문제가 공론화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영국과 캐나다, 호주가 현재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 정부도 “앞으로 적절한 시기에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스스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중국 인권 문제를 민감히 여기던 서방 국가들의 동참이 줄지을 거란 전망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 한국의 보이콧 동참 가능성은?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미국과 다른 동맹국 등 국제사회의 외교적 보이콧 동참 여부를 주시하면서 고위급 인사를 비롯한 대표단 파견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통상적 관례에 따라 중국 측에 체육 관련 주무장관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참석자로 제출했는데, 이 또한 다시 판단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미국처럼 100% 보이콧을 선언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개최국이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이자, 최인접국이자, 대북 정책 등을 위해 공조가 절실한 중국이기 때문입니다.

중국도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한국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려는 모양새입니다. 최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서훈 청와대 안보실장, 장하성 주중대사와 잇따라 회동한 것도 이런 의도에서란 분석이 나옵니다.


■ 종전선언은 물거품 되나?…靑 “종전선언과는 무관”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 선언으로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 남북미중 4자가 종전선언에 합의할 가능성은 사실상 무산됐습니다. 북한이 IOC 징계로 선수단을 파견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여기에 더해 미국도 정부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은 우리 정부가 구상 중인 종전선언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합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애초에 베이징 올림픽에서 종전선언을 할 거라는 것은 언론의 추측이었을 뿐 우리 정부가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며 “종전선언은 이미 당사국 간의 합의가 돼 있기 때문에, 여건만 된다면 언제든지 급물살을 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굳이 베이징 올림픽이 아니더라도 당사국들만 합의하면 언제든지, 어떤 형식으로든지 종전선언 논의와 합의가 가능하다는 겁니다.

■ 진영 대결 구도 심화…고민 깊어지는 한국 정부

하지만 베이징올림픽이 2018년 평창 올림픽처럼 남북 관계와 동북아 평화에 주요 변환점이 되길 바랬던 우리 정부의 구상에 빨간불이 켜진 건 확실해 보입니다.

미·중 대치 구도가 베이징 올림픽과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제재를 부과하는 등의 실질적 갈등으로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특히 인권 문제는 미·중이 서로 한 발짝도 양보할 수 없는 ‘가치 대립’이기 때문에 서방세계 대 중국의 진영 대결 구도를 심화하는 발화점이 될 수 있습니다.

미·중 갈등 격화라는 딜레마적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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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베이징올림픽 보이콧…靑 “종전선언과 관계 없다”
    • 입력 2021-12-07 15:52:47
    취재K

미국 정부가 내년 2월에 열리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방침을 공식화했습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현지시간 6일 브리핑에서 “바이든 정부는 신장에서의 지속적인 종족 학살과 반인도적 범죄, 기타 인권 유린을 감안해 베이징 올림픽에 어떤 외교적, 공식적 정부 대표단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외교적 보이콧 검토 입장을 밝힌 지 18일 만에 이를 공식화한 겁니다.

■ 미·중 갈등 격화 속 ‘뜨거운 감자’가 된 베이징 올림픽

중국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주미 중국 대사관 류펑위 대변인은 이메일 성명을 통해 미국의 결정은 가식적인 행동이며,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또 초청장을 보낸 적이 없는데 난데없이 보이콧이 등장했다며, 이 같은 행동은 정치적 조작이자 도발이며 올림픽 헌장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어제 중국 외교부 자오리젠 대변인은 미국이 독단적으로 행동한다면 중국은 반드시 반격하는 조치를 단호히 취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의 반격 카드로는 경제 제재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확산할까?

일단 미국은 공개적으로는 동맹국의 동참을 요구하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사키 대변인은 동맹국들을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시키려 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동맹국에도 이 결정을 알렸고, 명백히 그들 각자가 결정하도록 맡겨둘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입장은 동맹국과 우방국들에 일종의 압력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특히 미국이 ‘중국의 지독한 인권침해’를 내세워 올림픽 보이콧을 결정했기 때문에, 만일 우방국이 보이콧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중국의 인권 침해를 눈감는 것으로 비쳐질 소지가 있습니다.

이번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 방침이 오는 9일부터 열리는 미국 주도의 ‘민주주의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발표됐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이 외교적 보이콧 방침을 공식화함에 따라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이 문제가 공론화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영국과 캐나다, 호주가 현재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 정부도 “앞으로 적절한 시기에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스스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중국 인권 문제를 민감히 여기던 서방 국가들의 동참이 줄지을 거란 전망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 한국의 보이콧 동참 가능성은?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미국과 다른 동맹국 등 국제사회의 외교적 보이콧 동참 여부를 주시하면서 고위급 인사를 비롯한 대표단 파견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통상적 관례에 따라 중국 측에 체육 관련 주무장관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참석자로 제출했는데, 이 또한 다시 판단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미국처럼 100% 보이콧을 선언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개최국이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이자, 최인접국이자, 대북 정책 등을 위해 공조가 절실한 중국이기 때문입니다.

중국도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한국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려는 모양새입니다. 최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서훈 청와대 안보실장, 장하성 주중대사와 잇따라 회동한 것도 이런 의도에서란 분석이 나옵니다.


■ 종전선언은 물거품 되나?…靑 “종전선언과는 무관”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 선언으로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 남북미중 4자가 종전선언에 합의할 가능성은 사실상 무산됐습니다. 북한이 IOC 징계로 선수단을 파견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여기에 더해 미국도 정부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은 우리 정부가 구상 중인 종전선언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합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애초에 베이징 올림픽에서 종전선언을 할 거라는 것은 언론의 추측이었을 뿐 우리 정부가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며 “종전선언은 이미 당사국 간의 합의가 돼 있기 때문에, 여건만 된다면 언제든지 급물살을 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굳이 베이징 올림픽이 아니더라도 당사국들만 합의하면 언제든지, 어떤 형식으로든지 종전선언 논의와 합의가 가능하다는 겁니다.

■ 진영 대결 구도 심화…고민 깊어지는 한국 정부

하지만 베이징올림픽이 2018년 평창 올림픽처럼 남북 관계와 동북아 평화에 주요 변환점이 되길 바랬던 우리 정부의 구상에 빨간불이 켜진 건 확실해 보입니다.

미·중 대치 구도가 베이징 올림픽과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제재를 부과하는 등의 실질적 갈등으로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특히 인권 문제는 미·중이 서로 한 발짝도 양보할 수 없는 ‘가치 대립’이기 때문에 서방세계 대 중국의 진영 대결 구도를 심화하는 발화점이 될 수 있습니다.

미·중 갈등 격화라는 딜레마적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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